3.
꺼억. 민호의 뱃속에서 트림이 새어나왔다. 본인이 당황할 정도로 갑작스러웠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느낌이 전해진다. 아, 이거 예감이 안 좋은데. 민호가 서 있는 곳 바로 옆으로 길게 도로가 뻗어 있다. 그 사이로 촘촘하게 낀 좁은 골목들이 방사형으로 놓였다. 골목 안에는 낡은 외관의 집과 건물들이 다닥다닥 늘어서 있다. 민호가 움직이려다 발걸음을 멈춘 건 한글로 쓰인 작고 조잡한 간판이 허름한 이층 건물 위에 매달려 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열 린 교 회’
“한국 교회는 세계 어디에든 자릴 잡고 있지. 참 대단해.”
간판이 걸린 건물 아래쪽으로 가서 위를 올려보다 그만 배가 아파서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갑작스레 격렬한 통증이 전해진다. 배가 아프니까 숨을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통증이 일었다. 건물 위층에서 누군가 내려오는 인기척이 느껴진다. 남녀가 섞인 한 무리의 일행이 각자 한 아름의 짐을 안고 내려오는 중이었다.
바닥에 앉아있는 민호를 노숙자로 봤는지 다들 피하려고 할 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찌푸린 얼굴로 고개를 들자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 마켓에서 마주쳤던 여자다. 민호를 알아봤는지 걸음을 멈추고 그를 향해 고개를 살짝 갸웃거린다. 인사라도 할까 했지만 아픔에 겨워 목에선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저기, 괜찮으세요?”
여자가 들고 있던 상자를 뒤에 내려놓으며 민호를 향해 다가간다. 갑작스러운 신음소리에 놀란 얼굴로 민호의 안색을 살핀다.
“어머, 어디 아프세요?”
같이 가던 일행들이 저만치 앞서가지만 여자는 개의치 않고 옆으로 다가와서 앉으며 안색을 살핀다.
“점심 때 먹은 게 체한 거 같아요. 급하게 먹긴 했는데……, 아, 아."
민호가 말을 끝맺지 못하고 허리를 숙이자 여자가 일행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교회에 소화제 같은 거 있지 않아? 아는 사람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