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도시와 시골에서의 저녁 시간은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밝은 가로등이 조밀하게 세워져 있고 번쩍이는 간판이 환하게 눈을 밝히는 도시 한복판의 저녁은 사람들의 시간관념을 마비시킨다. 인공의 빛에 현혹되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깨닫지 못하는 사이 밤이 깊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집이 드물게 놓여있고 가로등과 간판 불빛보다 별빛에 의지해서 앞을 봐야 하는 통영의 시골 언저리인 이곳에서는 어둠이 깔리는 저녁이 다가옴을 모를 리가 없다. 빛이 귀하기 때문에 어둠이 오기 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저녁을 맞이하도록 사람을 훈련시킨다.
“임씨, 그럼 부탁해요. 맛나게. 내는 내려갈 테니께.”
돌아서는 남자의 등 뒤로 임씨라고 불린 사람이 답인사를 한다.
“어여 가요. 해 금방 질 텐데.”
어둑하게 해 그림자가 깔리는 문 앞에서 손님을 배웅한 임씨는 문을 닫아 걸고 마당으로 들어선다. 그의 집을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문화재로 보존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오래 된 흔적이 곳곳에 비친다. 아이들은 이런 집에서 어떻게 사람이 사냐고 할지 모른다. 그가 사는 통영 마을에서는 이런 구조의 집이 흔하다.
지붕은 나무로 각을 내고 그 위를 마감해서 짚을 쌓아올렸다. 벽은 황토와 적토가 섞인 흙으로 채워 색이 어둡고 탁하다. 창호지를 바른 문마다 얼마간의 구멍이 보이고 평상이 놓인 마당에는 녹색 호스가 은색 수도관에 매달려 대야과 함께 널부러져 있다. 가릴 문 없이 입구가 들여다 보이게 뚫린 부엌에서는 장작이 타고 있다. 아궁이 위 솥이 분주히 끓는다. 그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낮게 쳐진 철망 안에 가둬진 오리들이 입을 벙긋거리고 쇠를 튕기는 소리를 내뱉고 있다.
"누렁아."
임씨는 신발이 놓인 곳 바로 위 둔턱에 걸터앉더니 소리를 지르며 바닥을 가볍게 탁탁 내려친다. 바깥의 어둠이 더욱 짙어져 가까운 거리에 있는 물건도 쉽게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아니 이 놈이 어디로 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