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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여는 자 1 -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0.8.31

문 여는 자는, 영계에서 넘어오지 않아야 할 영들이 넘어오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두 남녀 주인공이 선택되고 모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현대판타지물입니다.
두 남녀 주인공, 민호와 은지는 로마로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만난 사이인데, 한국에 돌아와 둘이 같이 해결해야 일을 떠맡게 됩니다.
건너편 세상에서 온 108개의 영혼을 다시 되돌려 보내거나 소멸시키도록 임무를 부여받고 그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여러 어려움을 무릅씁니다. 그 여정 재미나게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 여는 자 1 -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15
작성일 : 20-09-14 09:48     조회 : 37     추천 : 0     분량 : 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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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오래되어 보이는 4층 건물이 조밀한 골목 안에 옆 건물과 나란히 붙어있다. ‘다닥다닥'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1층과 2층에는 간판이 세로로 세워져 건물 옆 벽 위에 고정되었다. 3층에는 가로로 누인 간판이 건물 창 바로 위에 자리한다. 4층에는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 1층 간판에는 샛노란 바탕 위에 폭이 넓게 까맣고 둥근 글씨체로 '치킨과 피자'라고 쓰여 있다. 흰색과 검은색이 반씩 섞이고 각이 진 글씨체의 '엘리트 교복'이라는 글자는 2층 간판에서 읽을 수 있다. 그 위에는 단조로운 흰색에 신문에서 보는 글씨체로 쓰여진 '온누리교회'가 아래층 두 간판과 비교해 조악한 모습으로 매달렸다.

  3층은 방을 나누지 않고 넓게 터를 틔워 그 층 전체를 강당으로 만들었다. 앞쪽에 연단을 두고 오른쪽에 피아노가 놓여있다. 왼쪽에 놓인 세 개의 책장은 성경과 찬송서적으로 채웠다. 나무로 뼈대를 만들고 그 위 유약을 바른 후 결을 곱게 다듬은 십자가가 앞쪽 중앙 두 사람 키 높이 정도쯤 걸려있고 그 양 옆으로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이 하나씩 달렸다. 강당 주변을 둘러싸고 드문드문 떨어져서 벽걸이 선풍기가 하나씩 매달려 있다. 책장을 지나면 그 강당에서 가장 우람하게 자태를 드러내는 냉, 온 겸용 온도조절기가 보이고 그 아래 몇 가지 청소도구가 널브러졌다.

  밖에서 안으로 불어 들어오는 바람을 타고 퍼지는 짙은 된장찌개 냄새는 4층에 있는 부엌에서 흘러나온다. 한눈에 주거공간으로 쓰이는 것을 알 수 있는 4층은 촘촘히 구역을 나누었다. 작은 방 2개가 바짝 붙어있고 그 맞은편에 자리한 큰 방은 어중간히 가운데 칸막이를 두어 2개의 작은 방으로 나누었다. 작은 방과 큰 방 사이 위치한 거실과 부엌은 따로 구분하기 어렵게 하나로 연결되었고 들어오는 문과 큰 방 사이에 욕실과 화장실을 겸한 좁은 공간이 보인다.

  가스불 위에 놓인 검은색 단지를 이용해 찌개를 끓이는 남자는 검은색 반팔 상의에 폭이 넓은 반바지를 입었다. 머리는 살짝 벗겨지기 시작했고 턱밑과 아랫배에는 둥글게 살이 잡혔다. 찌개의 맛을 보던 남자는 옆에 놓인 밥솥의 밥을 확인하고 위를 향해 소리친다.

  “은지야, 밥 다 됐다. 밥 먹자.”

  한 층을 더 올라가면 노란색 물탱크가 놓인 옥상이 있다. 물탱크 너머 옆으로 길게 연결된 몇 가닥의 빨랫줄을 지나면 샷시로 입구를 만든 옥탑방이 보인다. 옥탑방은 창이 모두 열려있지만 한낮의 뙤약볕이 바로 위에서 달구고 있어 방안의 온도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다. 짐정리를 하던 은지는 벌겋게 열이 오른 얼굴로 문을 열고 대답한다.

  “네, 내려가요.”

  건물 옆으로 연결된 계단은 폭이 좁고 경사가 높아 오르고 내리기가 위태롭다. 은지는 이미 그 계단에 단련이 된 듯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양발의 위치를 안쪽으로 모아가며 능숙하게 아래로 내려온다.

  “표목사님, 제가 한다니까요.”

  은지가 들어설 때, 목사라 불린 남자는 앉은뱅이 밥상의 네 다리를 펴서 작은 식탁을 만들고 그 위로 분주히 음식을 나르는 중이었다.

  “그래도 네가 오랜만에 외국 갔다가 돌아왔는데 내 손으로 점심이라도 해줘야지. 널 어떻게 시키겠냐.”

  사람 좋게 웃는 표목사는 밥그릇에 밥을 담아 내놓고 수저를 꺼낸다. 자신 앞에 놓인 밥그릇을 본 은지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수저를 받아 상 위에 놓는다.

  “목사님, 밥의 양이 이게 뭐예요. 저 완전 배 터지겠다.”

  자신의 밥그릇과 은지의 밥그릇을 번갈아 보던 표목사는 입술에 웃음을 띠며 반찬을 은지를 향해 밀어준다. 된장찌개를 가운데 두고 김치와 김, 어묵조림을 그 주위에 준비했다.

  “내가 너무 많이 펐나? 먼 길 갔다 왔는데 많이 먹으라고 그런 거지.”

  머쓱하게 웃던 표목사는 식전기도를 올리고 찌개에 손을 댄다.

  “내 장기인 된장찌개 했는데 어떠냐? 맛이 괜찮아?”

  숟가락을 들어 맛을 본 은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너무 맛있어요. 목사님 된장찌개는 언제나 이런 진한 맛이 난다니까요. 난 언제 이런 맛을 내보지?”

  목사는 은지에게 로마에서의 생활에 대해 질문을 하고 은지는 그에 열심히 답하느라 밥을 뜨는 속도가 느리다.

  “그 열린 교회 목사님이 나랑 신학교 동창인데 학교 다닐 때부터 그렇게 어디 돌아다니길 좋아했어. 그러더니 결국 그 먼 곳에서 자리를 잡더군.”

  표목사는 물컵을 들어 안에 든 물을 모두 마신 후 냉장고에서 유리로 된 물병을 꺼내 자신의 컵에 물을 가득 따른다.

  “거기 목사님이랑 사모님이랑 너무 좋으시던데요. 엄청 잘해주셔서 제가 더 죄송했어요. 안 그래도 신세 지러 간 건데 그렇게 잘 챙겨주시고, 그렇다고 제가 해드릴 것도 없고.”

  은지가 어묵을 집어 자신의 밥그릇 위로 가져가고 표목사는 밥에 된장찌개 국물과 두부를 넣고 비벼댄다.

  “괜찮아. 이럴 때 동창 덕 보는 거지. 내 특별히 은지가 신세 지게 해달라고 부탁한 거고 갈 때 한국에서 기념품이랑 먹을 것도 싸갔잖아. 그 정도면 할 만큼 했지. 거기서 한국 음식이랑 물건이랑 자주 보겠어? 덕분에 저도 호강하는 거지.”

  느리게 시작한 식사 속도가 조금씩 빨라진다. 얼마간 대화 없이 식사에 열중하던 두 사람은 포만감을 느끼기 시작했는지 손을 놀리는 속도를 서서히 줄여간다.

  “현수 오빠랑 애들은 잘 있죠?”

  “별 다를 게 있나. 맨날 똑같지. 아, 청주가 나갈 거 같아.”

  젓가락을 들어 김치를 집던 은지의 손이 멈춘다.

  “청주가요?”

  다시 물잔을 든 표목사는 배고픔보다 목마름이 더 참기 힘든지 컵 안의 물 절반 이상을 들이킨다.

  “이모가 데려가겠다고 나섰어. 생판 모르는 남 곁에 두는 것보다 자기 옆에서 돌보는 게 나을 거 같다고.”

  “청주는 뭐래요?”

  “그 어린 게 뭘 알겠어. 이제 겨우 여기서 지낼만 하니까 이모가 갑자기 데려가겠다고 해서 아쉽긴 한데 그래도 피붙이가 같이 있어주겠다니 좋을 거 같기도 하고 말야. 본인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거야. 나도 어떤 게 나은 건지 모르겠는데 걔가 쉽게 결정할 수 있겠어.”

  이어지던 대화는 식사가 거의 끝날 즈음 잠깐 끊어진다. 표목사는 일어서서 냉장고를 열더니 비닐봉지에 담긴 사과를 꺼내 작은 칼과 함께 식탁 위에 놓는다.

  “후식 먹어야지. 사과 깎아서 먹자.”

  은지는 얼른 식탁 위에 놓인 칼과 사과가 든 봉지를 낚아채며 미소를 짓는다.

  “주세요. 제가 깎을게요.”

  사과를 깎아 작게 잘라내는 은지를 보며 표목사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을 꺼낸다.

  “참, 한국 겨우 돌아왔는데 하필 여름이네. 지금 그 옥탑방 들어가면 찜질하는 거랑 같을 텐데 어떡하냐?”

  “아녜요. 신경 쓰지 마세요. 혼자 지낼 수 있는 공간 마련해주신 것만도 어딘데요. 애들도 같이 방 쓰고 현수 오빠도 목사님이랑 큰 방 반으로 가른 그 좁은 곳에서 같이 지내는데 저만 호사죠. 그 옥탑방만 해도 감사한 걸요.”

  식사가 끝나고 은지가 설거지를 하며 창밖을 내다보는 하늘에는 가끔씩 지나가는 구름이 보이고 그 사이 빛이 나타났다 숨기를 반복한다. 다시 왔구나. 잘 지내보자. 혼잣말을 흘리며 싱크대에 튄 물기를 행주로 닦아 설거지 마무리를 한다.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던 은지는 옥탑방의 입구가 보이자 계단 중간에 멈춰서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감사하긴 한데 저 사우나 정말 들어가기 싫다. 저기서 올해 더위는 어떻게 나려나?”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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