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컴컴한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물체가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 띄고 있는 색이 짙어졌다가 묽어지기를 반복한다. 음영의 변화가 이 어둠 속의 대상이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음을 알려줄 뿐이다. 불규칙하게 구불거리는 막에 둘러싸인 연한 조직 한 가운데 커다란 구멍이 입을 벌리고 있다. 오므렸다 펴지는 움직임이 계속 될수록 작은 빛 조각들이 빠르게 모여든다. 연한 안개 같은 형체의 띠가 여러 갈래 연결되어 있고 그 띠를 통해 불규칙한 리듬으로 빛 조각들이 빨려든다. 모체 안에 있는 태아가 탯줄을 이용해 삶을 이어가듯 그 안으로 계속해서 빛을 넣어주어 생명을 지탱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저만치에서 조금씩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땅을 향해 전달되는 진동과 함께 바닥을 밟는 소리가 커진다. 근처로 다가오자 조금씩 발걸음이 불규칙적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주저하는지 아님 복잡한 생각이 사로잡힌 건지 발이 바닥 위를 끌며 동작이 늘어지더니 잠시 멈춘다. 이어 문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린다. 들어서는 사람이 숨을 삼키는 소리가 크게 울려 누군가 옆에 있었다면 긴장하게 만들기 충분했을 정도였다. 몇 발짝 움직였을까 그 자리에 멈추더니 앞에 자리한 물체를 올려다본다. 무심코 탄식하는 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온다.
“주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