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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마지막 봄
작가 : 로리칼국수
작품등록일 : 2019.10.4

(정통소설/피폐)

전 세계의 질서가 무너져내린 이후 매서운 겨울이 찾아왔다.
남아있는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흩어졌고, 얼어붙은 세상에 남은 마지막 불씨는 꺼져버렸다.

이 버려진 도시에 홀로 남겨진 소녀는 이제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야만 한다.

 
36화
작성일 : 19-11-02 19:08     조회 : 14     추천 : 0     분량 : 7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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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봄이는 양 옆으로 늘어진 천막 사이를 비집고 나오면서 자연스레 천막과 천막들 사이에 있는 틈을 중심으로 넓게 펼쳐진 공터로 발을 들이게 되었다. 공터는 봄이가 상상하던 것보다는 컸지만 사방이 수북이 쌓인 물류상자와 드럼통들로 막혀 있어서 좁아 보였다. 주변 여기저기에 타다 만 그슬린 모닥불 흔적들이 보였고, 가끔 땅에 버려진 쓰레기들도 바람에 따라 굴러다녔다. 공터는 한적했지만 분명히 깨어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봄이는 이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봄이는 혼자서 보건소 계단을 올랐다. 계단을 오르자 로비 층 맨 앞에 떡하니 세워진 창구를 기준으로 양 옆으로 길게 퍼져 있는 기둥들이 보였다. 기둥들은 상당수가 칠이 벗겨져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굳건해 보였다. 기둥 사이사이마다 한두 대씩 끼어 있는 방문들은 거의 다 닫혀 있었다. 어떤 방에도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전부 로비 길바닥에 나앉아 있었다. 보건소 건물 내에서도 역시 전력은 돌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모여 앉아있는 곳에는 백열등이 존재하지 않아서 그늘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봄이는 처음 그 곳에 발을 디뎠을 때, 빛도 없이 둘러앉아 있는 그들을 보고 괴물 쥐 떼인 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랄 뻔했다.

 

  이들 대부분은 몸 주위에 두꺼운 외투나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주로 혼자 있는 사람보다는 모여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봄이는 로비에 몰려 있는 사람들이 보건소에 남은 자리가 없어서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들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생김새는 특별히 환자로 보이지는 않았다.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로비 바닥에 둘러앉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를 골며 자고 있었지만 몇 명은 여전히 깨어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대화를 나눴고, 몇몇은 꿇어앉아 기도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야윈 얼굴로 가만히 바닥에 앉아 멍하니 허공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들 하나같이 핼쑥한 얼굴에 음푹 패인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전부 넋이 빠진 사람처럼 보였다. 마치 육체를 떠난 영혼이 돌아오지 못한 채 껍데기만 남은 것 같았다. 봄이는 곁눈질로 이들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지만 이들은 봄이가 옆을 지나가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들 중 상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봄이는 깨어 있는 어둠 속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창구로 향했다. 창구 건너편에 앉아있던 남성은 봄이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채자 돌려앉았던 의자의 방향을 제자리로 돌리고는 더욱 가깝게 당겨 앉았다.

 

  “보건증 있으십니까?”

 

  남성이 투박한 어조로 말했다. 봄이의 얼굴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진찰 받으러 온 건 아니구요, 사람을 찾고 있어요.”

 

  남성은 피가 눌러붙은 봄이의 손등을 한 번 쓱 살펴보았다. 그의 다음 말투는 유난히 피곤해 보였다.

 

  “본인 성함이랑, 찾으시는 분 성함이?”

 

  “윤 봄이구요. 또 뭐였지, 유상훈이요.”

 

  봄이는 남성이 알아듣기 쉽도록 또박또박 말했다. 창구 남성은 봄이를 다시 한 번 힐끗 올려다본 다음 창구 건너편 서랍을 열어 서류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남성이 서류를 집어들더니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찾으시는 분 성함이랑 보건증 확인됬구요, 몇 분 전에 18번 진찰실로 들어가셨네요.”

 

  “고마워요.”

 

  봄이가 그대로 등을 돌리려 하는 순간 창구 남성이 가로막았다.

 

  “혹시나 해서 말해주는 건데 지금은 못 들어가요. 방금 전에 오신 분이라 아직 진찰이 안 끝나셨을 테니까.”

 

  봄이는 창구 남성이 자기에게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그녀는 그대로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창구를 지나쳐 로비 내부로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

 

  1층이기는 했지만 건물 내부도 바깥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이따금씩 문이 열리고 흰 가운을 걸친 사람들이 돌아다녔지만 이 건물에 활기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환자들의 관계자들로 보이는 사람들도 가끔씩 돌아다니긴 했지만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것들만 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았다.

 

  진찰실을 찾지 못한 봄이는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2층에는 인적이 더욱 없었다. 심지어는 진찰실의 문이 활짝 열려있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봄이는 그 내부에 누가 있는지까지는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가보지는 않았다.

 

  봄이는 번호가 적힌 표지판을 따라가다가 숫자 18의 앞에서 멈춰 섰다.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 손잡이를 당겨 볼 수도 있었겠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언가 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인지 봄이는 한참 동안이나 문 손잡이에 손을 올리고 내리고만을 반복하다가 이내 등을 돌렸다. 그리고선 문에서부터 몇 발짝 떨어진 곳에 등을 기대고 가만히 앉았다.

 

  실내 공기는 차갑고 건조했다. 난방이 되지 않고 있는 모양이었다. 공기 중에 황처럼 잔뜩 퍼져 있는 삭막함이 얼어붙을 것만 같은 실내 공기를 더욱 차갑게 식히고 있었다. 물론 봄이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시곗바늘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함 자체가 문제 되지는 않았다. 심란한 봄이의 마음을 거슬리게 하는 무언가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그녀의 눈 앞에 있는 나무 문 한 짝이었다.

 

  사실 나무 문 자체는 생각해 보면 보잘것 없는 것이었다. 문 손잡이 역시 그녀가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었다. 이제 그녀가 하면 되는 일은 그저, 문 손잡이로 손을 뻗어 문을 여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하니 방금 전까지는 전혀 문제되지 않았던 삭막한 공기가 그녀의 몸을 강하게 짓눌러오는 것만 같았다.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봄이 자신도 자신이 왜 이런 별 것도 아닌 일이 그토록 신경쓰이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수도 없이 그녀를 괴롭히는 절망감에 맞서 일어섰고, 운명에 맞서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왔다. 그런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익숙해져 있던 봄이였지만, 지금 그녀는 왠지 모르게 자신이 없었다. 봄이는 일순간 자신의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확실치 않았지만, 확실한 것이 단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금의 그녀를 억누르고 있는 감정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 감정이었다는 것이었다.

 

  봄이가 결심을 굳히기도 전에, 별안간 18번 방의 문이 벌컥 열렸다.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흰 가운을 걸친, 꽤나 키가 큰 남성이었다. 그는 오른손 겨드랑이에 서류 파일을 낀 채로 방문을 나서다가 문 앞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봄이를 보고 잠깐 놀란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그녀를 본 체 만 체 하며 지나쳐갔다.

 

  봄이는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에서 솟은 것인지 몰랐지만 조금이나마 용기가 생긴 것 같았다. 봄이는 더 이상 길게 생각하지 않고 닫혀 있는 문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 * *

 

  막상 문을 열자 지금까지 바닥에 앉아 잔뜩 고민했었던 것이 약간은 후회되었다. 봄이는 애써 별다른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고 일부러 발끝에 힘을 준 채 방으로 들어섰다. 방 안은 생각보다 좁았다. 그다지 특별한 것도 없었다. 전력을 사용하는 백열등 대신 양초 몇 개가 접시에 담긴 채 불에 타오르며 촛농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침대에는 이불도 없었다. 침대 뒤쪽 머리맡에 뚫린 창문에는 커튼도 없었다. 창문이 닫혀 있어서인지 방 안 공기는 텁텁했다. 거의 밀폐된 것이나 다름없는 구조였다. 그 덕에 봄이의 발소리는 크게 울렸다.

 

  방 안에 있는 거의 유일한 가구였던 침대 위에는 상훈이 있었다. 그는 팔을 괴고 누워 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몸을 일으켜 그 쪽을 쳐다보았다. 그는 방으로 찾아온 손님을 보고 의아해했지만 그의 얼굴은 곧 반가움으로 가득 찼다.

 

  “너였구나. 웬일이냐? 여기까지 직접 찾아오고.”

 

  그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봄이는 그의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고민하다가 아무렇게나 대충 내뱉었다.

 

  “천막 안에 혼자 있으려니 심심해서요.”

 

  “혼자 있다니, 그 영감이랑 못 만났어? 실은 걱정돼서 온 거 아냐?”

 

  “몸은 좀 어때요?”

 

  봄이가 무표정으로 말을 돌렸다. 상훈은 순순히 그녀의 장단에 맞춰주었다.

 

  “몸은 어떠냐고? 그다지 대단한 건 안 했어. 뭐라도 좀 해주는 줄 알았는데, 그냥 들어와서는 주사 한 대 놔주고 붕대 감아 준 게 끝이었어. 뭐, 지금 상황에서 그렇게 도움받기도 힘들다는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어. 그런데 그 주사기 제대로 관리는 되고 있는 건가 몰라.”

 

  “주사라고요? 무슨 주사요?”

 

  “자기들 말로는 항생제라는데, 확신할 방법이 있어야지. 그래도 아직까지는 유일하게 치안이 유지되는 장소니까 믿어 줘야지. 죽기라도 하겠어? 날 죽이려고 마약이라도 넣은 게 아니라면.”

 

  “맹물을 넣었을지도 모르죠.”

 

  잠깐 동안 그들의 대화가 끊겼다. 봄이는 이 정적에 웬지 모를 오기가 생겨서 그가 입을 열기 전까지는 절대 먼저 말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녀의 고집을 알아채기라도 했는지 상훈이 정적을 깼다.

 

  “그래도 이번엔 운이 정말 좋았어. 솔직히 말해서 나는 우리가 완전히 잘못 온 줄 알았어. 백화점에서 만난 그 녀석들이 거짓말을 했던 거라고 생각했어. 길을 잘못 들어서 방황한 적은 많지만 다리가 움직이질 않으니까 머릿속에 아무것도 떠오르질 않았어. 꼼짝없이 길거리에 내버려져서 죽는 줄 알았는데..... 설마 자동차가 우릴 위해 멈춰줄 줄은 몰랐어. 솔직히 말해서 나는 전혀 기대도 안 하고 있었거든. 생각해 봐. 누가 이런 세상에서 다리 다친 사람을 도와주려고 자동차를 세우겠어? 만약 다친 척 했던 거면 어쩌려고? 다친 척을 하고 차를 세우게 해서 목에 칼을 들이대면 어떡하려고? 분명히 가진 것과 자동차를 빼앗아서 달아나 버리겠지.”

 

  “꼭 해본 적 있으신 것처럼 말하시네요.”

 

  여유가 생긴 봄이가 능청을 부렸다. 상훈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게 생각했지. 그렇게 생각하고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무사히 통제소를 찾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네가 없었다면 올 수 없었을 거야.”

 

  “눈물나도록 고맙네요. 나한테 더 할 말 없어요?”

 

  봄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하지만 상훈은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는지 이마를 찡그리고 대답했다.

 

  “뭘 말이냐?”

 

  “빨리 나한테 사과해요.”

 

 “사과? 사과는 아까 전에 했잖아.”

 

  “한번 더 들어야겠어요. 아저씨가 내 말만 제때 들었어도 우리가 여기 이렇게 늦게 도착하지도 않았을 테고, 아저씨 다리가 그렇게 되지도 않았을 거예요. 제가 그렇게 경고했잖아요. 왜 자꾸 내 충고를 무시했던 거죠? 내가 하는 말이 전부 다 애들 장난으로 들리던가요? 아니면 우습게 들리던가요? 만약 그렇다면 왜 그랬죠? 내가 아직 스무 살도 안 돼서? 물론 우습게 보이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저씨, 제가 이런 지옥 같은 세상에서 혼자 살아온 지 몇 달이 넘었어요. 누구에게도 손을 뻗지 않은 채로 혼자 살아가면서 하루, 길면 며칠씩이나 굶기도 했고, 굶기 싫어서 도둑질도 했고, 그러다가 진짜로 죽을 뻔한 적도 있었어요. 하루 하루 미칠 것 같은 불행의 연속이었지만, 그렇게 악착같이 벌레처럼 살아오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더 이상 절 마냥 철없는 어린애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봄이가 말을 끝내고 상훈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봄이는 그가 자신의 말을 듣고 나서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가 대답하기만을 기다렸다.

 

  “네가 말을 꺼냈으니까 하는 말인데, 너 도대체 몇 살이냐?”

 

  봄이는 상훈이 만약 자신의 말에 반박한다면 철저히 짓밟아주려고 그의 이어질 다음 말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지만, 뜻밖에도 상훈의 대답은 봄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범위였다. 당황한 봄이는 제때 대답하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그건 알아서 뭐 하려구요.....”

 

  “어린애가 아니라며? 얼마나 어른인지 궁금해서 그러지.”

 

  봄이는 상훈의 속마음을 꿰뚫어보려고 애썼다. 그렇지만 딱히 와닿는 이유는 찾지 못했다. 어쩌면 정말 궁금해서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나이가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었다. 다만 그녀가 나이를 밝히게 되면 또 다시 무시당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제가 말 안 해줬던가요?”

 

  “나는 들은 기억이 없는데.”

 

  봄이는 나이를 속일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솔직하게 밝히기로 했다.

 

  “3학년이에요.”

 

  “초등학교?”

 

  “미쳤어요?”

 

  “열 여섯?”

 

  “으음.”

 

  봄이는 입을 다물었다. 그것이 긍정의 표시였는지, 부담감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는지는 몰랐지만, 상훈은 대충 알아들은 것 같았다. 그 말뜻을 이해한 상훈의 얼굴은 상당히 경직되어 있었다.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꼬맹이였군.”

 

  “뭐라구요?”

 

  봄이가 으르렁대며 상훈의 멱살을 잡으려 하자 상훈은 재빨리 두 손을 휘휘 저으며 물러났다.

 

  “잠깐, 그건 그렇고 너한테 알려줄 게 있어. 좋은 소식이야. 마음에 들 걸.”

 

  “좋은 소식이라고요? 그게 뭐죠?”

 

  좋은 소식이 있다는 그의 말에 봄이가 흥분을 가라앉히자 상훈이 그녀에게로 더 가까이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아까 그 영감에게서 들은 이야긴데, 통제소에는 다른 통제소끼리 연결되어 있는 연락망이 있다고 해. 다시 말해서 모든 통제소끼리 연결된 전화선이 있다는 소리야. 이걸 입소자들이 쓸 수도 있다고 했어. 한 사람당 1분 이내로 통화를 할 수 있다고 하더군. 원래는 3분이었다는데 문제가 있었나 봐. 한 번 통화하는 절차가 아주 복잡하다고는 하는데..... 하여간 참 신기한 일이야. 사태가 심각해지고 나서 전국의 모든 전화선은 끊긴 줄 알았어. 휴대전화는 여전히 통화가 안 된다는 것 같지만 통화를 할 수 있다는 게 어디야. 내일 아침이 밝으면 한 번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어. 가족을 찾고 있는 거 맞지?”

 

  봄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훈의 말을 듣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상훈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시계가 없는 것을 알고는 손목에 차고 있던 가죽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

 

  “그래, 잘 됐네. 우선 오늘은 많이 늦었으니까 내일 생각하자. 전화를 하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야 편하다던데. 난 이제 눈 좀 붙여야겠어. 넌 바깥 천막에서 잘 거지? 아침에 보자.”

 

  그렇게 말하며 상훈이 침대에 누웠다. 봄이는 그 자리에 서서 잠시 동안 생각했다. 전화를 할 수 있다고?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희박하기는 했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쉴 새 없이 바빴던 봄이는 피로가 쌓여서인지 자꾸만 눈이 감기려고 했지만 어쩌면 가족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봄이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잠시 붙잡아 둔 채 천막으로 되돌아가려고 했지만, 백열등 대신 촛불이 켜져 있는 이 아늑한 방을 놔두고 추운 천막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훈과 함께 침대에서 잔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봄이는 고민에 빠졌다.

 

  이내 결심을 굳힌 봄이는 천천히 상훈이 있던 침대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바닥에 주저앉아 침대 다리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감을 온 가슴에 힘껏 품은 채로.

 
작가의 말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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