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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마지막 봄
작가 : 로리칼국수
작품등록일 : 2019.10.4

(정통소설/피폐)

전 세계의 질서가 무너져내린 이후 매서운 겨울이 찾아왔다.
남아있는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흩어졌고, 얼어붙은 세상에 남은 마지막 불씨는 꺼져버렸다.

이 버려진 도시에 홀로 남겨진 소녀는 이제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야만 한다.

 
4.뒤틀린 희망
작성일 : 19-11-02 18:57     조회 : 12     추천 : 0     분량 : 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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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뒤틀린 희망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기 시작했다. 어둠이 내려앉고 난 후의 겨울 하늘을 반으로 쪼개버릴 듯이 하늘을 가르는 천둥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 한 번은 작게 들렸지만, 그 다음 번 천둥의 위압감은 대단했다. 그것은 마치 굶주린 괴수가 표효하는 소리와도 같이 들렸다. 얼마 되지 않아 마른 나무판자가 깔려 있던 선로 위에 물웅덩이가 고이기 시작했다. 점차 거세지는 빗줄기를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서 봄이는 목덜미에 달려 있던 후드 모자를 푹 뒤집어썼다.

 

  그들은 세차게 몰아치는 빗방울 소리와 함께 어둠 속을 천천히 걸었다. 비를 흠뻑 뒤집어쓰고 나서도 그들의 발걸음은 빨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둘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 말도 없이 선로의 끝, 다음 역 플랫폼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더 이상 봄이에게는 터널 끝에서 그녀를 홀린 듯이 끌어들였던 따뜻하고 낯익은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세 번째로 천둥 치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그들은 반대편 터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터널 내부는 아까와 같이 깊고 어두웠지만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바깥보다야 사정이 괜찮았다.

 

  그들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각자의 회중전등을 꺼내 터널 내부로 들어갔다. 봄이는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두 눈을 똑바로 뜬 채로 주위를 단단히 경계하며 걸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이 터널 끝자락에 도달하자 플랫폼에서부터 따뜻한 공기가 새어 들어왔다. 눅눅한 터널을 걷던 그들에게는 낯선 공기였다. 봄이는 처음엔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지만 플랫폼에 가까워질수록 그 따뜻한 공기는 점점 짙어졌다. 플랫폼에 들어서서 내부를 들여다보고 나서야 그 따뜻한 공기가 플랫폼에 피워놓은 모닥불로부터 번지는 온기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플랫폼 내부는 터널 너비보다 훨씬 넓었다. 따뜻한 온기와 함께 지독한 담배 냄새도 물씬 풍겨왔다. 플랫폼 내부의 형광등이나 비상등이 작동하지는 않고 있었지만 내부 풍경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빛은 존재했다. 선로 위에는 아까 보았던 부랑자들과 비슷한 옷차림을 한 부랑자들이 모닥불 주위에 빙 둘러앉아 있었다. 그들의 수는 통제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지만 비공식적인 대피소치고는 사람들의 인적은 꽤나 많았다. 거의 대부분은 두꺼운 옷을 몇 겹 껴입은 게 전부였지만.

 

  선로 위 보도에는 지상과 단단히 연결된 큰 기둥 여러 개가 지하를 받치고 있었다. 보도 바닥에는 타다 만 그슬린 나무판자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지금은 얼어서인지 누렇게 변색된 광고 전단지들이 가는 벽면마다 어지럽게 붙어 있었다. 봄이는 그것들을 보고 예전에 자주 이용했었던 길거리 전단 거래를 떠올렸다. 스크린도어와 연결된 전광판들은 지금은 잠잠하게 잠들어 있었고, 몇 군데는 금이 가 깨져 있었다. 봄이와 상훈은 부랑자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레일 위로 올라가 한 쪽 기둥의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봄이가 지상으로 이어진 계단을 따라 올라가려는 순간 상훈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더 가려고? 보아하니 그냥 지나가는 소나기 같은데, 비가 그친 다음에 다시 출발해도 늦지 않아. 내일까지 계속 쏟아지지는 않겠지. 오늘은 여기서 쉬는 게 좋겠어.”

 

  상당히 오랜만에 듣는 그의 낮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이런 데서 허비하고 있을 시간 없어요. 그리고 난 특히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있고 싶지 않아요. 이제 사람 많은 곳은 신물이 올라오는 것 같다구요.”

 

  “그럼 네 마음대로 해.”

 

  상훈은 그렇게 말하고는 봄이에게서 등을 돌려버렸다. 봄이는 차마 어쩌지 못하고 뾰로통한 얼굴로 상훈의 곁에 돌아와 앉았다. 아까 전 일 때문인지 상훈의 말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봄이는 속으론 투정을 부리면서도 또다시 그와 대립하는 게 싫어서 잠자코 있었다. 그와 화해라도 해야 하나?

 

  “이 담배 냄새가 마음에 안 든단 말이에요.”

 

  “그건 어쩔 수 없어. 그렇게 흠뻑 젖은 몸으로 비라도 맞으면서 갈 셈이야?”

 

  “그럼 이제 어쩔 생각인데요?”

 

  “일단 비가 그칠 때까지 여기 머물러야지. 이럴 때를 대비해서 헌 옷가지들이 필요한 거야. 그것들을 꺼내. 이걸로는 몇 시간도 못 가겠지만 최소한 젖은 옷 정도는 말릴 수 있겠지.”

 

  봄이가 가방을 뒤져 챙겨온 면 옷들을 모두 꺼내어 상훈이 가져온 옷가지들과 함께 포개어 놓았다. 라이터도 가방에서 꺼내 그에게 주었다. 그가 헌 옷을 하나 들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자 자그마한 선홍빛 불꽃이 일렁이며 옷가지를 갉아먹기라도 하듯 타올랐다.

 

  봄이는 옷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모든 것을 태워버릴 수도 있는 불꽃을 보니 잠깐 동안 무섭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옷더미에 옮겨붙어 따뜻하게 퍼지는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하자 곧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작은 모닥불이 완성되자 봄이는 두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서 어렴풋이 플랫폼 창가 너머로 보이는 바깥 하늘을 쳐다보았다. 굵은 빗줄기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손에 잡힐 듯한 짙은 어둠에 둘러싸여 있었다. 비가 내리는 창밖의 겨울 하늘은 무겁고 공허해 보였다. 그녀는 한참 동안 가만히 앉아서 역 천장에 빗방울이 부딪혀 흘러내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 어딘가 애절한 소리는 마치 어둠 속에 파묻힌 하늘이 부르는 구슬픈 노래와도 같이 들렸다.

 

  봄이는 따뜻한 불 주위에 앉아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빗방울 소리를 듣고 있자니 졸음이 몰려왔다. 자신도 모르게 눈꺼풀이 감기며 턱이 떨어지려는 순간 봄이는 자신의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졸음이 확 달아나버렸다.

 

  놀란 봄이가 올려다보니 수염이 조잡하고 마르고 키가 작은 남자가 그녀의 옆에 서 있었다. 두꺼운 남색 스웨터를 입고 겉에 털조끼를 입고 있는 남자였다. 봄이는 그렇게 서 있는 남자를 보고 반사적으로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그는 핼쑥한 얼굴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갑작스레 죄송하지만, 옆에 앉게 해 주시겠습니까? 조금 추워져서.”

 
작가의 말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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