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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마지막 봄
작가 : 로리칼국수
작품등록일 : 2019.10.4

(정통소설/피폐)

전 세계의 질서가 무너져내린 이후 매서운 겨울이 찾아왔다.
남아있는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흩어졌고, 얼어붙은 세상에 남은 마지막 불씨는 꺼져버렸다.

이 버려진 도시에 홀로 남겨진 소녀는 이제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야만 한다.

 
29화
작성일 : 19-11-02 19:02     조회 : 18     추천 : 0     분량 : 6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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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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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가 필사적으로 매달렸지만 이미 그들은 저만치 멀어져버린 후였다. 봄이는 상훈의 등에다 대고 욕설을 내뱉었다. 연지는 눈 쌓인 버스 정류장 의자에 걸터앉아 포대를 풀고 아기를 안고 있었다. 우는 아기에게 말을 건네기도 하고, 가끔 조그만 유아용 장난감을 꺼내 보여주면서 웃기도 했다.

 

  그녀의 웃는 얼굴에서는 봄이에 대한 적개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지만, 봄이는 그녀와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어쩌면 그녀는 지금껏 봄이가 혼자 남기만을 조용히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일부러 태연한 척을 하면서 봄이의 경계를 풀고는 벽돌로 뒤통수를 내리치려는 것은 아닐까? 그 기회가 지금 코앞까지 다가왔음에도 그녀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지는 아기를 돌보다가 아주 가끔씩 봄이를 곁눈질하고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듯이 싱긋 웃으며 가방을 뒤적거리기만 했다. 어쩌면 봄이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려는 것은 아닐까? 봄이가 먼저 다가와 빼앗아간 것들을 내놓고 무릎을 꿇고 진심으로 사죄한다면, 이번 한 번은 기꺼이 용서해 주겠다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만약 봄이가 사죄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애초에 자신이 사죄를 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봄이는 그 때의 죄책감을 잊은 것은 아니었지만, 사과를 할 필요성은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 예전 세상에서 인간이 닭장에서 달걀을 빼앗아올 때 사과를 했었나? 이제 법과 규칙이란 없어졌고, 약자들을 보호해야 할 공권력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지키고 보호하는 것은 자신에게 달렸을 뿐이다. 지금 세계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고도 자명한 것이 아닌가?

 

  그렇지만 이 모든 자명한 사실을, 봄이의 내면 속 무엇인가가 부정하고 있었다. 사냥꾼들이 봄이를 습격했을 때, 그들이 봄이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갔을 때, 봄이는 그들을 원망했었다. 지금 연지라고 무엇이 다를까? 아마 똑같을 것이다.

 

  봄이는 연지와 처음 마주쳤을 때 그녀가 자신에게 했던 ‘사냥꾼’이라는 말을 아직까지 잊지 못했다. 그 때의 봄이는 그것을 부정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만큼은 그들과 같은 취급을 받고 싶지 않았다. 그들과 똑같은 놈들이 되기는 싫었다. 봄이가 사과함으로 인해 그녀가 자신을 용서하고, 자신의 가슴 속을 조이고 못처럼 깊이 박힌 이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씻어낼 수만 있다면........

 

  결심한 봄이는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심장이 계속 뛰었다. 연지는 봄이가 다가오든 말든 자기 할 일만 했다. 무슨 말을 꺼내면 좋을지 고민하던 봄이가 입을 열었다.

 

  “아기가....... 많이 아픈가요?”

 

  뜻밖의 질문에 연지는 잠시 벙쪘지만, 곧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신경쓰지 마. 이제 많이 좋아졌어.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

 

  봄이는 그녀가 말한 신경쓰지 말라는 뜻의 의미가 정말로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인지, 너 따위가 신경쓸 바가 아니라는 의미인지 생각해보았다.

 

  봄이는 연지가 이성을 잃고 달려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치마폭을 움켜쥐었지만, 예상외로 그녀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아니, 미적지근하다기보단 오히려 차가웠다. 아기를 돌볼 때와는 달리 아무런 감정도 없는 얼음장 같은 얼굴로 대답할 뿐이었다.

 

  “아줌마(봄이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연지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가 날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고 있다는 것 알아요. 그렇지만 그 때는........ 나도 어쩔 수 없었어요. 지금이라도........ 난 그저..........”

 

  봄이는 조용히 메고 있던 베이지색 등산가방을 벗어 연지에게 내밀었다.

 

  “이것, 돌려줄게요.”

 

  “그러지 않아도 돼. 이미 그 가방의 주인은 사라졌거든.”

 

  “사라졌다니요?”

 

  그녀의 품에 안긴 아기가 다시 크게 울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지는 아기를 달랠 생각도 하지 않고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 같은 잿빛 눈동자를 봄이에게 향했다.

 

  “이름이 봄이라고 했지? 아까 전에 했던 이야기, 마저 해줄까?”

 

  “무슨 이야기요?”

 

  “우리에게서 모든 걸 빼앗아갔던 그 계집애 이야기.”

 

  봄이는 자신도 모르게 침이 꿀꺽 넘어갔다. 봄이의 대답이 없자 연지가 말을 이었다.

 

  “남편이 가방을 빼앗기고 집에 돌아온 다음, 우린 꽤 거칠게 다퉜어. 난 남편을 지긋지긋하다고 했고, 남편은 날 융통성 없는 년이라고 욕했지. 몇 시간 동안이나 서로에게 상처만 입힐 뿐인 대화만 오갔어. 하지만 그렇게 우리끼리 싸우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을 때는 제대로 먹지 못한 아기의 몸상태가 나빠졌다는 것을 눈치챈 후였어.”

 

  아기가 더 크게 울었다. 그러나 여전히 연지는 퀭한 얼굴로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기가 마구 몸부림치며 작은 손과 발을 휘저어댔다.

 

  그것을 본 순간 봄이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남편은........ 그 때의 충격과 점점 더 깊어져만 가는 극심한 절망감에 결국 미쳐버렸어. 우리 아기를 보더니 난데없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로 괴물이라며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우릴 떠나가버린 거야. 너도 어이없지 않니? 어젯밤까지만 해도 단지 우리 아기만을 위해 그렇게 뛰고 굴렀던 사람이, 그토록 우리 아기를 사랑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우리 아기더러 괴물이라며 우릴 버리고 떠나가 버렸다는 게.”

 

  봄이의 얼굴에서도 식은땀이 흘렀다. 봄이는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벌리고 조용히 그녀에게서 뒷걸음질쳤다. 연지도 우는 아기를 안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천천히 봄이에게로 다가왔다.

 

  “너도 봤구나. 그렇지? 네 눈에도 이 사랑스러운 아이가 괴물처럼 보여?”

 

  “가까이 오지 말아요.”

 

  봄이는 권총을 뽑아들었다.

 

 * * *

 

  “봄이 너, 총 내려놔!”

 

  숨을 고르지도 못하고 헐레벌떡 달려온 상훈이 외쳤다. 그의 뒤에서는 정씨가 어기적어기적 다리를 끌며 뒤따라오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오?”

 

  “아기........ 포대 속 아기가..........”

 

  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연지는 포대를 등 뒤로 감싸고 다리를 떡 벌리고 섰다. 상훈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연지 씨, 아기를 좀 볼 수 있겠습니까?”

 

  “우리 아기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적어도 당신이 그 이상 다가오지 않는다면 그렇겠지요. 하지만 더 가까이 온다면, 나도 당신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요.”

 

  아기는 점점 더 크게 울더니, 그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는 곧 격렬하게 갈라지는 기침소리로 변했다.

 

  “진정해요. 그저 아기 상태가 어떤지 확인해보고 싶을 뿐이니까. 저렇게 고통스럽게 콜록대잖아요. 병이 있기라도 하면........”

 

  “난 분명, 가까이 오지 말라고 경고했어요!”

 

  연지가 소리쳤다. 그러나 상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에게 성큼 다가갔다.

 

  “연지 씨, 이건 우리 모두를 위한 일입니다.”

 

  “안 돼요!”

 

  상훈이 연지의 포대를 움켜잡았다. 연지는 어떻게든 포대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뒷걸음질을 치고, 몸을 비틀기도 하며 악을 썼다. 놀란 아기가 다시 한 번 크게 울기 시작했을 때, 포대가 사르르 벗겨지며 갓난아이의 몰골이 훤히 드러났다.

 

  그 광경을 본 모두가 흠칫하니 뒤로 물러났다. 아기의 몸 전체가 불그스름하게 물들어 있었다. 얼굴과 몸, 팔다리에는 혐오스러운 붉은 반점이 마치 핏자국처럼 다닥다닥 돋아나 있었다. 그마저도 눈물범벅이 되어 피부가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연지가 재빨리 우는 아이를 등 뒤로 숨겼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지켜보고 있던 정씨가 주름투성이 미간을 찌푸렸다.

 

  “흑사병.”

 

  “그래요. 그럴지도 모르죠. 통제소까지만 가면 돼요. 거기 가면 분명히 우리 아기를 치료할 방법이 있겠죠. 그렇게만 된다면 나와 아기는 당신들 눈앞에서 깨끗이 사라져줄게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합니까? 당신은 모든 걸 알면서도 전염병에 걸린 아기를 숨기고 우리와 동행했어요. 설령 그렇게 해서 통제소에 도착했다고 하더라도, 통제소에서 그 아이와 당신을 들여보내 줄 것 같아요? 잘못하면 총기 사용이 허가된 경찰에게 총살당할 수도 있는 일인데.......”

 

  상훈은 그렇게 윽박지르면서도 봄이의 권총에 가볍게 손을 얹어 내리게 했다. 총구로 위협하는 것이 연지를 더 자극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나에겐 이 방법밖에는 없으니까요. 저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꽤 오래전이지만, 우리 아기는 지금까지 잘 버텨주고 있어요. 더 이상 이 애가 밤새도록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걸 차마 보고만 있을 순 없어요.”

 

  연지는 외투 지퍼를 내리고 그 안에서 날이 시퍼렇게 번뜩이는 식칼을 꺼내들었다.

 

  “더 늦기 전에, 날 통제소로 안내해.”

 

  연지의 식칼을 본 봄이가 권총을 다시 치켜들려는 순간, 상훈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연지 씨. 정말 안됐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왜죠? 왜? 어째서 당신까지 날 이해하지 못하는 거죠? 당신이 말했잖아요. 당신이랑 나는 비슷한 처지라고........ 그런데도 당신은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우리 아이를 외면하는 건가요? 알겠다, 당신도 이 아이가 괴물처럼 보이는 거군요. 남편이랑 똑같아.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 제대로 된 한 마디 말도 못하고 죽어가는 이 아이를, 제 엄마를 한 번만이라도 불러보지도 못하고 썩은 동아줄에 매달리고 만 이 아이를, 당신은 생김새가 조금 흉측해졌다고 해서 괴물이라며 두려워하고 배척하고 있는 거예요. 내 말이 틀린가요? 대답해요!”

 

  상훈은 연지가 커다란 식칼을 겨누고 금방이라도 자신의 눈을 갈가리 찢어버릴 듯이 소리치고 있음에도 침착했다. 호흡이 가빠지지도 않았고, 뒷걸음질을 치지도 않았다. 다만 어깨를 한 번 떨었을 뿐이었다.

 

  “거기 도착한다고 해도 당신은 치료받기는커녕........ 내쫓길 겁니다. 틀림없이 말이죠. 어쩌면 격리되거나 더 심한 일을 당할 수도 있고요. 설사 정말로 당신을 도와준다고 해도, 난민들이 당신이 감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절대로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나와 맞서겠다는 뜻이군요.”

 

  “연지 씨, 칼 내려놓고 물러서요. 당신은 지금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연지는 더 이상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빗물에 젖어 번뜩이는 식칼을 쥐고 상훈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잿빛 눈동자는 불타고 있었지만, 칼을 고쳐잡는 어설픈 자세를 보니 한 번도 살인을 해본 적이 없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가 다가오자 봄이는 권총을 치켜들었다. 그 모습을 본 연지가 말했다.

 

  “그래, 그때와 똑같구나. 네가 우리의 모든 걸 빼앗아갔던 그 날도 넌 내게 총을 겨누고 있었지. 이번에도 그때처럼 넌 내게 남은 마지막 한 줄기 희망마저 빼앗아가려고 하는구나. 계속해서 그런 방법으로 누굴 위협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의 의지가 그때처럼 쉽게 꺾일 거라고 생각해? 이렇게 후회와 절망, 그리고 죄책감은 무한히 반복되는 거야. 앞으로도 계속해서 말이야. 우리가 처음 마주쳤었던 그 날처럼........”

 

  말을 마친 연지가 지면을 박찼다. 봄이의 머리 위에서 무언가가 다시 빛났다. 봄이는 눈을 감아버렸기 때문에 그것이 칼날이었는지, 그녀의 잿빛 눈동자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방아쇠가 움직였다.

 

  그 순간, 상훈이 봄이의 팔을 쳐내고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봄이의 정수리를 반으로 쪼개버릴 듯이 가르던 식칼은 상훈의 가슴 앞에서 멈췄다.

 

  “저리 비켜요. 당신은 해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은, 당신만큼은........”

 

  “저 아이에게 복수하려는 겁니까? 이미 당신을 떠나버린 남편을 위해서요? 누굴 위해서죠? 만약 당신 아드님이, 어머니가 자기 때문에 저 여자애를 죽여버렸다는 사실을 알면....... 좋아할까요? 이렇게 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아드님이 보고 있잖아요.”

 

  연지는 버스 정류장에 홀로 남겨진 아기를 보았다. 아기도 이쪽을 보았다. 아기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갑자기 울음을 그쳤다. 붉은 반점으로 얼룩진 아기는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찡그린 것 같기도 한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다시 울부짖었다.

 

  어머니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누구를 위해........”

 

  그러나 그녀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누군가의 커다란 칼이 그녀의 가슴을 꿰뚫었기 때문이었다.

 

  상훈의 얼굴에 핏방울이 튀었다. 그녀의 납덩이 같던 잿빛 눈동자에서 점점 불꽃이 사그라들다가, 이내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눈빛으로 변했다. 봄이는 그 짧은 순간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의 눈망울에 맺힌 눈물이 뺨을 따라 흘러내릴 때까지 봄이는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연지는 처음 한 번은 짧게, 두 번째는 길게 심호흡을 하고는 입술에서 피를 쏟으며 무릎을 꿇었다. 정씨가 연지의 등에서 칼을 뽑더니 아직 숨이 붙은 채 쓰러져 발작하는 그녀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짓밟고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숨에 그녀의 목을 그어버렸다.

 

  “그러니까 말했잖소. 누구도 믿으면 안 된다고.”

 

  정씨가 태연하게 핏자국으로 얼룩진 소매를 문지르며 말했다. 봄이는 그만 다리가 풀려 엉덩방아를 찧었다. 정씨는 그런 봄이를 한심하다는 듯이 내려다보고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을 쳐다보았다. 아기는 이쪽을 향한 채로 아까보다 더욱 요란하게 울부짖으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본의 아니게 애한테 못 볼꼴을 보여줘버렸군.”

 

  정씨는 피묻은 칼을 까딱거리며 정류장으로 어기적어기적 걸어갔다.

 

  “이 아이는 이제 얼마 못 가요. 애를 돌볼 유일한 보호자가 죽어버렸으니 남은 명줄이 눈에 선하지. 애초에 여자가 살아있었어도 그리 길지도 않았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아기를 이대로 놔두면 굶주린 까마귀 떼한테 눈을 쪼아먹히거나, 입가에 피를 잔뜩 묻히고 사냥감을 찾아다니는 들개 무리에게 처참하게 뜯어먹힐 거요. 저 아이에게 원한은 없지만 그렇게 되도록 두는 것보다야 이 편이 낫지 않겠소.”

 

  “잠깐, 멈춰!”

 

  상훈이 외쳤지만 이미 그는 다시 칼을 치켜든 후였다. 풀어헤쳐져 제대로 감싸지도 못한 포대에서 마지막 외마디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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