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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마지막 봄
작가 : 로리칼국수
작품등록일 : 2019.10.4

(정통소설/피폐)

전 세계의 질서가 무너져내린 이후 매서운 겨울이 찾아왔다.
남아있는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흩어졌고, 얼어붙은 세상에 남은 마지막 불씨는 꺼져버렸다.

이 버려진 도시에 홀로 남겨진 소녀는 이제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야만 한다.

 
8화
작성일 : 19-10-11 20:41     조회 : 13     추천 : 0     분량 : 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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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담 벽에서 나오자마자 일제히 봄이의 얼굴을 강하게 비추는 회중전등 빛에 양 쪽 눈을 찌푸리면서도 자신을 가득 비추는 광원의 진원지를 향해 침착하게 오른손에 잡고 있던 권총을 들어올려 겨누며 소리쳤다.

 

 “움직이지 마!”

 

 “젠장, 깜짝이야.”

 

  봄이의 갑작스런 위협에 놀란 회중전등을 든 젊은 남성이 뒤로 주저앉았다. 남자가 손에 들고 있었던 야구 방망이가 아무도 없는 아파트 단지 복도에 떨어져 귀가 멍해질 만큼의 큰 소리가 벽을 타고 울려 퍼졌다. 주저앉은 남자 옆에는 차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린 젊은 여성이 서 있었다.

 

 “손 머리 위로 올려, 당장!”

 

 “이럴 수가, 사냥꾼이잖아.”

 

 “여보, 가만히 있어, 총을 가졌어. 진짜 총이라고.”

 

  남자는 꼴사납게 주저앉은 채로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지 그대로 양 팔을 들어 올렸고, 여자는 입술을 벌벌 떨다가 상황 파악이 되었는지 재빨리 손을 들어 올렸다.

 

  봄이는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호칭으로 미루어 보아 부부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방금 전 여자가 한 말을 곱씹었다. 사냥꾼이라고? 도대체 누가? 내가? 그럴 리는 없었다. 봄이는 지금 그녀의 눈앞에서 얼토당토않은 헛소리를 해대는 여자를 보고 역겹다고 생각했다. 또 한 편으로는 이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봄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냥꾼들에게 쫓겨 다니며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를 치렀었다. 여자의 그 짧은 한 마디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치 지금 이 세계에 남아있는 모든 사람이 일제히 자신을 손가락질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봄이의 목구멍에서부터 서서히 화가 치밀어올랐다.

 

 “손에 들고 있는 회중전등을 넘겨. 그리고 그 가방도.”

 

  봄이의 강압적인 위협에 남자는 바로 무너져 내렸다.

 

 “그래, 그래. 가져가. 이것도 다 가져가. 그러니까 제발 진정하렴. 응?”

 

  남자가 무릎에 손을 짚고 주춤거리면서 일어나 떨리는 몸으로 자신이 손에 들고 있던 회중전등과 메고 있던 가방을 벗어 봄이에게 주었다. 봄이는 오른손으로는 총구를 전방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왼손으로 전등과 가방을 받아 자신의 왼쪽에 내팽개치듯 내려놓았다. 봄이는 얼어붙은 듯 가만히 벌벌 떨고만 있는 젊은 여성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 여자, 전등이랑 가방을 내놔.”

 

 “여보, 얼른 줘 버려, 어서.”

 

  봄이보다 남자가 더욱 간절하게 애원하는 것 같았다. 여자는 그 말들을 모두 듣고 있었지만 순순히 따르지 않았다. 온 몸의 근육을 벌벌 떨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여자의 주먹이 부르르 떨리자 봄이는 본능적으로 저항의 낌새를 알아챘다. 봄이는 한 발 물러서며 권총을 쥐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듯 총구를 더욱 높게 치켜들며 말했다.

 

 “아줌마, 내 말 안 들려?”

 

 “뭐 하는 거야, 빨리 줘 버리라니까!”

 

  남자가 고함을 질렀다. 봄이는 몸싸움을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지금 여자가 취한 행동은 저항의 의미가 아니었다. 여자는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여자의 입술이 떨리며 입이 열렸다.

 

 “제발, 제발 부탁이에요. 우리 아이가 많이 아파요. 여기에는 통조림밖에 없어요. 우리 아이는 뭐라도 먹어야만 해요.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어요.”

 

  여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남자의 표정이 난처하다는 듯 일그러졌다. 봄이는 이 남자가 슬쩍슬쩍 자신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뭐라고 말하려고 하는데 여자가 다시 목이 멘 소리로 말을 이었다.

 

 “약을 구할 수가 없었어요. 열이 내릴 생각을 안 해요. 뭐라도 먹이지 않으면, 빵 한 조각이라도 먹이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았어요. 지금까지 계속 먹을 것을 찾아다녔는데, 가진 것이 없어서 교환도 할 수가 없었어요. 시장이 없어서 먹을 것을 살 수도 없어요. 돈이라면 잔뜩 드릴 테니까, 이 음식만은 가져가지 말아 주세요. 제발, 제발 부탁이에요...”

 

  여자가 말을 다 끝마치지도 못한 채 말 뒤끝을 흐렸다. 굵은 눈물이 여자의 뺨을 타고 간절하게 흘러내렸다. 듣다 못한 남자가 달려가 주저앉아 울고 있는 여자의 팔을 잡아당겨 재촉하며 여자의 가방을 벗기려 했다.

 

  봄이는 감정에 휩쓸리는 타입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가엾은 어머니였을 이 여자가 하는 눈물 젖은 설교를 전부 듣고 나서도 봄이에게는 별로 감흥이 없었다. 봄이가 옛날부터 부모님의 따뜻한 관심을 잘 받지 못해서인지도 몰랐다. 너무 오래되어 생각도 잘 나지 않는 옛날이었지만 어려운 회사 측의 요청으로 해외로 출장을 나갔다가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삼촌에게 전해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봄이는 외롭다고 느끼기는 했을지언정 딱히 슬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사실 봄이는 부모님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했으니까.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며 끝없이 애원하고 있는 여자에게로 다가가 가방을 빼앗으려고 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날 위해 누군가가 눈물을 흘려준 적이 있었던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절규하던 여자의 눈과 눈이 마주쳤다. 봄이의 걸음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봄이 자신도 자신이 왜 멈췄는지 알 수 없었다. 봄이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머릿속이 고속정에 달린 프로펠러가 스크류를 일으키듯이 아주 큰 무엇인가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또 다시 지겨운 두통이 몰려오려고 했다.

 

  봄이는 명백한 ‘악’인 사냥꾼들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였다. 봄이 자신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목숨만을 지키기 위해 ‘악’들과 맞서 싸우는 ‘선’이었고, 사냥꾼들은 어디까지나 자신들만의 탐욕과 생존을 위해 무슨 짓도 마다하지 않는 명백한 ‘악’이었다. 예전에도 그래왔었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 규칙이란 것은 깨지지 않는 불변의 법칙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규칙이라는 것은 무너져버렸다. 봄이 자신 역시 절대로 명백한 ‘선’이 아니었다. 그 어떤 누구조차 명백한‘선’과 ‘악’을 규정할 수는 없었다. 신조차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었다. 도덕적인 관점에서 뿐만이 아니었다. 봄이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왜 이 곳에 있었는지 잊어버렸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은 봄이가 혐오감에 치를 떨 정도로 싫어하는 사냥꾼들과 다른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봄이는 단 일순간뿐이지만 자신의 행동에 회의감이 들었다. 자기 자신이 역겨웠다. 자기 자신이 우발적이지만 살인을 한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자 더욱 자괴감이 들어 견딜 수 없었다.

 

  겉으로는 선이니 자기보호본능이었다느니 겉치레로 포장해도 결국엔 진실을 속일 수는 없었다. 현실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고, 진실이라는 단어는 현실이라는 자기합리화 속에 싸여 있었다. 그것은 멀리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바로 봄이의 앞에 와 있었다. 결국 봄이는 중범죄자였으니까.

 

  봄이는 치맛폭 사이로 권총을 집어넣었다. 남자에게서 받은(‘뺏은’이 더 정확하겠지만-) 베이지색 가방과 회중전등을 왼손에 들고 주저앉아 있는 두 부부로부터 멀어졌다. 새벽 바람이 너무 매서워서, 봄이는 여태까지 잠자코 꽁무니에 붙어 있던 소년의 존재를 잊을 뻔했다. 소년은 모든 광경을 전부 지켜보면서도 얌전히 쫄쫄 따라오기만 했다. 봄이는 말 할 기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귀찮은 소년이 아까 일에 대해서 캐묻지 않는 사실에 감사했다.

 

  처음에 나올 때는 잠잠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거세지기 시작하는 함박눈을 헤치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털레털레 걸었다. 여전히 거리에는 인적이 없었다.

 

  봄이는 집으로 돌아왔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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