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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히어로 테일즈
작가 : 두번째준돌
작품등록일 : 2018.11.1

마법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 (누구나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장대한 시리즈물로 기획된 '히어로 테일즈'는 마법세계, 특히 블루마법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현실감 있게 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영웅(Hero)이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무적의 존재도 완전무결한 신도 아닌 그들은, 그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일뿐입니다.

 
5 - 6화. 마계 사천왕 이모
작성일 : 18-12-13 21:59     조회 : 50     추천 : 0     분량 : 7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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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 마계 사천왕 이모

 

 

 

 두어 시간 정도 달렸을까?

 해골말이 끄는 마차에 탄 네파리안과 두 소녀의 눈앞에 첨탑처럼 높은 성 하나가 나타난다.

 목적지인 마계 제1성에 도착한 것이다.

 

 성 주변에는 데몬들의 민가로 보이는 크고 작은 건물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일행은 창밖으로 보이는 데몬 마을의 풍경을 구경한다.

 

 시장, 주택, 어린아이들, 장을 보는 아낙네들과 물건을 옮기는 우람한 남자들...

 데몬들은 피부색과 체격 조건 외에는 인간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과연 이들이 과거 수 천 년 동안 인간들을 지배해 왔던 악마같은 데몬들이란 말인가?'

 

 보라머리 여고생 아스나는 잠시 생각에 잠겨 본다.

 그러는 사이 마차는 어느새 가장 높은 성 앞에 도착한다.

 

 입구를 통과해 성 내부로 들어가려 하는데 갑자기 덩치 큰 데몬 병사들이 일행의 앞을 막아선다.

 다들 철퇴나 곤봉, 도끼와 대검 같은 중무기들로 무장한 상태다.

 

 "통행증이 없으면 성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데몬 병사 중 하나가 거칠게 쉰 목소리로 엄포를 놓는다.

 

 "귀찮게 하는군... 잠시 다녀올 테니 기다리고 있어."

 

 네파리안이 뒷좌석의 여자들에게 말한 뒤, 마차에서 펄쩍 뛰어내린다.

 그는 데몬들을 향해 이모에게 받은 편지를 펼쳐 보여준다.

 편지를 본 병사들이 굽신거리며 길을 터준다.

 

 "지나가시죠."

 

 "고맙소."

 

 흑발청년이 건성으로 인사한 다음 마차로 뒤돌아 가는 순간, 누군가의 걸죽한 목소리가 그의 발목을 붙잡는다.

 

 "거기 그 통행증이 진짜인가?"

 

 네파리안이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본다.

 그가 아는 데몬이다.

 

 구릿빛 피부와, 온 몸에 흉터가 가득한 대머리 데몬.

 다른 데몬들보다도 머리 하나는 더 큰 월등한 근육 덩어리의 몸을 가진 마계 1성의 근위대장 '그리즈워드'였다.

 시비 거는 듯한 말투에서 느낄 수 있듯이 그리즈워드는 그에게 결코 호의적인 데몬이 아녔다.

 

 네파리안이 침착하게 대꾸한다.

 

 "이 통행증은 진짜다. 뮤리엘 이모가 직접 친필로..."

 

 "거~참 시끄럽구만."

 

 <부웅 - 콰앙>

 

 그리즈워드가 거대한 마울(망치)을 휘둘러 그 풍압만으로 해골말 두 마리를 박살 내버린다.

 마차 안에 있던 아스나와 흑여우 소녀가 놀라서 밖으로 뛰쳐나온다.

 

 "꺄악! 말들이 부숴졌어!"

 

 "아라 씨, 제 뒤로 숨어 있으세요."

 

 그리즈워드가 길게 흉터가 난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소녀 둘을 음흉하게 바라본다.

 

 "호오. 박쥐 녀석이 여자까지 달고 왔구만."

 

 "저 애들은 건드리지 마라."

 

 "싫다면? 더러운 잡종 박쥐야. 네가 어쩔 건데?"

 

 "너를 쓰러뜨려야겠지."

 

 그리즈워드와 네파리안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둘은 서로 노려보며 험악한 분위기를 점점 더 고조시킨다.

 

 그리즈워드가 긴장을 깨고 박장대소한다.

 

 "크하하핫! 인간도 아니고 데몬도 아닌 반쪽짜리 녀석이 근위대장인 나를 쓰러뜨리겠다고? 지나가던 구울(시체 파먹는 언데드)이 웃겠다!"

 

 <타닷>

 

 그러더니 웃음을 멈추고는 육중한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스피드로 네파리안을 향해 쇄도해 온다.

 저 덤프트럭 같은 러쉬를 정면으로 받아내긴 무리다.

 옆으로 몸을 던져 피하는 네파리안.

 

 <콰앙>

 

 거의 폭탄이 터진 것마냥 엄청난 소리를 내며 그리즈워드의 마울이 땅바닥을 가격한다.

 돌바닥의 파편이 이곳저곳으로 튀어나간다.

 

 '역시 위력이 대단하다. 한 방만 맞아도 전투불능 상태가 되겠는걸?'

 

 간신히 공격을 피한 네파리안이 식은땀을 흘린다.

 그가 채 반격을 하기도 전에 그리즈워드의 후속 공격이 쉴 틈 없이 날아온다.

 

 "죽어 버렷! 더러운 하프자식!"

 

 <쾅 쾅 투쾅 쾅 쾅>

 

 "크윽."

 

 땅을 찍은 반동을 이용해 두더지 잡듯 계속해서 망치를 들었다 내리쳤다를 반복하는 그리즈워드.

 얼핏 투박해 보이는 공격패턴이지만 매우 빠르고 빈틈이 없다.

 네파리안은 역습의 실마리조차 잡지 못한 채 계속해서 뒤로 밀릴 뿐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보라머리 여고생과 흑여우 소녀는 애가 탄다.

 

 "선배... 이대로 가다간 지겠어."

 

 아스나가 등 뒤에 찬 칼을 꺼내 들려고 한다.

 그러자 흑여우 소녀가 험상궂게 생긴 부하 데몬들을 가리키며 아스나를 만류한다.

 

 "안돼. 아스나! 데몬 병사들이 우리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어."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네파리안 선배가..."

 

 아스나가 아랫입술을 꽉 깨문다.

 그때 소녀들의 눈에 궁지에 몰린 흑발청년의 모습이 들어온다.

 그리즈워드가 드디어 네파리안이 피할 수 없는 거리를 잡은 것이다.

 

 "끝이다. 박쥐 새끼야!"

 

 <부웅>

 

 금강석도 산산조각 내버릴 위력적인 망치질이 흑발청년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소녀들이 채 비명도 지르기 전에 망치는 네파리안을 으깨버린다.

 

 <쾅>

 

 "응? 맞는 감촉이 좀..."

 

 아니, 네파리안의 허상을 으깨버린다.

 갑자기 사라져 버린 적의 모습에 그리즈워드가 당황한다.

 

 <스윽>

 

 육중한 근육질 등 뒤로 사신 같은 진짜 네파리안이 그림자를 타고 스르르 솟아오른다.

 

 "아이스 자벨린."

 

 <파악>

 

 그가 그리즈워드의 목 뒤로 얼음 창을 꽂아 넣는다.

 타이밍 상 완벽하게 상대의 허를 찌른 날카로운 공격.

 

 그러나 네파리안의 회심의 일격은 과자부스러기처럼 힘없이 바스라져 버린다.

 마계 제1성의 근위대장 그리즈워드의 굳건하고 질긴 근육을 뚫기엔 마법의 위력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크크큭. 모기가 물었나?"

 

 <퍼억>

 

 "크억!"

 

 뒤돌아 치는 망치 후미(손잡이 끝)공격에 네파리안은 큰 타격을 입고 날아가 버린다.

 복부에 맞았는데 데미지가 꽤 심하다.

 

 그리즈워드가 입에서 피를 토해내며 괴로워하는 네파리안을 보며 실실 웃는다.

 

 "모기가 아니라 새끼 박쥐였네."

 

 "쿨럭 쿨럭."

 

 덜덜 떨리는 다리를 의지해 몸을 일으키는 네파리안.

 아무래도 다음 러쉬는 피해내지 못할 공산이 크다.

 

 데몬의 모습으로 변신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오른손에 냉기 에너지를 모으고 변신할 준비를 하며 네파리안은 최후의 반격을 준비한다.

 

 "호오. 아직 싸울 수 있다 이거지? 그럼 어디 막아봐!"

 

 <타닷>

 

 그리즈워드가 호탕하게 소리치며 네파리안을 향해 쇄도해 온다.

 둘 사이의 거리가 채 2미터도 안되게 좁혀진 순간,

 

 "동작 그만!"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의 목소리가 두 사람의 움직임을 멈춰 세운다.

 마치 누군가가 일시정지 버튼이라도 누른 듯 그 자리에서 멈춰선 그리즈워드와 네파리안이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짐승의 털로 만든 고급스런 후드 망토를 입은, 와이번(익룡처럼 생긴 하늘을 나는 용)을 탄 어떤 여성의 모습이었다.

 

 <훌쩍 - 탁>

 

 그녀가 와이번에서 뛰어내려 바닥에 착지한 뒤 망토에 달린 후드를 벗는다.

 그러자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윤기 나는 적갈색 머리칼을 가진 매혹적인 얼굴이 드러난다.

 

 "누가 내 성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지?"

 

 여자가 방금까지 전투 중이던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질책하듯 묻는다.

 그리즈워드가 큰 덩치를 아르마딜로처럼 둥글게 수그리며 복종의 자세를 취한다.

 

 "서, 성주님."

 

 "뮤리엘 이모."

 

 반면 네파리안은 복부의 통증이 심한데도 불구하고 몸을 꼿꼿이 세운 채 중얼거릴 뿐이다.

 

 여자의 정체는 마계 제1성의 주인이자 네파리안의 이모인 사천왕 '뮤리엘 네퓨타니'다.

 여자인데도 키가 거의 네파리안과 비슷한 늘씬한 모델 체형의 뮤리엘이 그리즈워드를 향해 피처럼 새빨간 입술을 뗀다.

 

 "근위대장, 이 아이들은 내가 초대한 손님들이다. 무례하게 행동한 것을 사과해라."

 

 "네... 뮤리엘님..."

 

 그리즈워드가 명령대로 네파리안과 두 소녀를 향해 고개 숙여 사과한다.

 

 "경솔한 행동을 한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

 

 그러나 그의 눈빛에는 진심 대신 여전히 적개심이 가득하다.

 뮤리엘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저 흥미롭다는 듯 눈꼬리를 치켜뜬 채 두 번째 명령을 내릴 뿐이다.

 

 "그럼 물러가 있거라."

 

 "네, 성주님."

 

 근위대장이 부하 데몬들과 함께 와이번과 해골마차를 끌고 뮤리엘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이제 남은 것은 이곳의 성주와 네파리안 일행 뿐.

 

 "자, 따라오렴."

 

 장미처럼 매혹적인 네파리안의 이모가 손님들을 향해 야릇한 눈빛을 보내며 손짓한다.

 

 <슥>

 

 그녀가 팔을 들어 손짓하는 바람에 망토 속 몸매가 살짝 드러나 보인다.

 비키니인지 속옷인지 도무지 구분이 안 가는 검은색 옷을 입은 뇌쇄적인 S라인 몸매.

 일행은 우아하게 뒤돌아 걸어가는 그녀를 따라 성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들은 입구를 지나 촛불로 은은하게 밝혀진 통로를 걸어간다.

 붉은색 커튼 뒤에서 금방이라도 미라나 유령이 '불쑥' 튀어나올 것 같은 꺼림칙한 기분이다.

 

 이리저리 꼬인 길을 걷다 보니 고풍스런 장식으로 꾸며진 통로 한 개가 나온다.

 뮤리엘과 일행이 통로를 지나자 천장이 높은 거대한 중앙홀이 나타난다.

 

 <두둥>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적색 깃발들이 여기저기서 흩날리고 있고, 괴상한 유전자 변이 짐승처럼 생긴 악마 석상들이 노란 눈을 빛내며 으시시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홀 끝에는 시커먼 연탄칠을 해놓은 듯한 커다란 왕좌가 있고, 그 옆에는 청회색 피부를 가진 외알 안경의 뱀파이어 노신사가 서 있었다.

 노신사는 웬 갈색 털 검치호(세이버 타이거)의 목줄을 잡고 있었는데, 그 짐승의 몸길이는 거의 5미터에 육박했다.

 

 "캬아옹~!"

 

 검치호가 뮤리엘을 발견하자 중앙홀을 쩌렁쩌렁 울리는 무시무시한 포효를 내뱉는다.

 이것은 주인이 반갑다는 소리였다.

 

 검치호를 붙잡고 서 있는 노신사도 뮤리엘과 일행을 향해 몸을 숙여 인사한다.

 

 "어서 오십쇼 성주님. 그리고 성주님의 손님 여러분."

 

 "고마워 베르제."

 

 뮤리엘이 베르제란 이름의 노신사에게 눈을 찡긋해 보인다.

 베르제는 이 첨탑의 집사로 일하는 데몬이었다.

 

 <탓>

 

 뮤리엘이 중앙홀의 모든 권위를 집중시켜 놓은 듯한 검은색 왕좌에 사뿐히 뛰어오르더니 우아하게 한쪽 다리를 꼬며 앉는다.

 매혹적인 서큐버스인 그녀가 네파리안 일행에게 환영인사를 건넨다.

 

 "내 성에 온 것을 환영해. 귀여운 어린 친구들."

 

 네파리안이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흑여우 소녀 아라와 보라머리 여고생 아스나도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한다.

 두 소녀는 뮤리엘이 뿜어내는 카리스마에 마치 시어머니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며느리인 양 안절부절못한다.

 

 뮤리엘이 화보 같은 몸매를 드러낸 채, 두 소녀를 돌아보며 묻는다.

 

 "그런데 내가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도 있네. 아가씨들은 누구야~?"

 

 "얘들은 학교 후배들이다."

 

 네파리안이 대신 나서서 대답한다.

 그는 소녀들을 한 명, 한 명 가리키며 이모에게 설명한다.

 

 "얘는 내가 속한 서클의 말단 촉호란 녀석의 공주다. 망령의 저주를 풀어 달라고 부탁하러 왔지."

 

 "망령의 저주?"

 

 "응. 그리고 이 애는... 내 수행원? 이랄까... 암튼 그런 애다."

 

 "흐응~"

 

 딱딱한 조카의 설명을 들은 뮤리엘이 재밌다는 듯 혓바닥으로 입술을 핥는다.

 그녀의 끈적끈적한 시선이 거미줄처럼 두 소녀의 몸에 달라붙는다.

 

 "꿀꺽."

 

 아스나와 아라의 등골을 타고 식은땀이 한 줄기 흘러내린다.

 그녀들은 이곳의 성주가 자신들을 환영하는 건지 아닌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불편한 침묵을 깨고 네파리안이 입을 연다.

 

 "그런데 이모, 대체 날 부른 이유가 뭐야?"

 

 "음... 글쎄."

 

 뮤리엘이 눈을 지긋이 뜨며 다리를 반대편으로 꼰다.

 

 "그건 우리 둘이서만 비밀스레 속삭이는 게 좋을 것 같네~ 우훗. 베르제!"

 

 "네."

 

 "저 아이들이 머물 방을 안내해 줘."

 

 "알겠습니다. 뮤리엘님."

 

 베르제가 몸을 숙여 대답한다.

 그는 검치호를 묶고 있던 목줄을 뮤리엘에게 건네준 뒤, 소녀들을 데리고 중앙 홀을 빠져나간다.

 

 학교 운동장만큼이나 드넓은 중앙홀에 네파리안과 뮤리엘, 그리고 그녀의 반려묘(?)만 남게 된다.

 

 "카옹~"

 

 검치호가 왕좌 위의 뮤리엘을 향해 덮치듯이 달려든다.

 왠지 '짐승의 인간 먹방'이라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아찔한 광경이었지만,

 

 "할짝할짝."

 

 "꺄악~! 간지러 '까옹'!"

 

 그저 '까옹'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가진 5미터 덩치의 검치호가 무시무시한 송곳니 대신, 까슬까슬한 사포 같은 혀로 뮤리엘의 온몸을 핥아대는 낯뜨거운 장면만이 펼쳐질 뿐이다.

 

 잠시 어색한 표정으로 자리에 서서 그 모습을 볼지 말지 갈등하던 네파리안이 더는 못 봐주겠는지 불쑥 본론을 내던진다.

 

 "그래서 대체 내가 놀랄만한 발견이란 게 뭔데, 이모?"

 

 "아앙~ 까옹, 이제 그만! 옳지. 얌전히 있어."

 

 질문을 받은 뮤리엘은 애정공세를 퍼붓던 검치호를 진정시킨다.

 그리고는 긴 다리를 쭉쭉 뻗으며 네파리안의 옆으로 슬며시 다가온다.

 

 "네파랸~ 간만에 만났는데 그렇게 딱딱하게 말할 필요 없잖아?"

 

 그녀가 네파리안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아양을 떤다.

 사천왕이라는 직함과 이모라는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치명적인 마약처럼 아찔한 유혹의 자태.

 네파리안은 나무토막같이 뻣뻣이 굳어 버린 채 하얗게 질린 얼굴로 질색한다.

 

 "왜, 왜 이래 이모?"

 

 "나~참~ 둘만 있을 땐 그렇게 부르지 말래두! 그냥 편하게 '뮤롈'이라고 불러. 우훗~"

 

 "......(그게 더 어렵구만.)"

 

 잠시 어엿하게 자란 조카를 웃음기 머금은 얼굴로 관찰하며 주위를 빙 돌던 그녀가 걸음을 멈춰선다.

 그리고는 무언가 재밌는 걸 발견했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네파리안의 머리 꼭대기를 올려본다.

 

 "그러고 보니 우리 네파랸, 키가 좀 더 컸다? 전에 봤을 땐 나보다 작았는데..."

 

 뮤리엘이 손바닥으로 서로의 정수리를 재보며 키를 가늠해본다.

 그리고는 도출된 결과를 흥분한 목소리로 떠들어 댄다.

 

 "우와, 이제 나보다도 커졌네! 물론 1cm 정도 차이 나는 것뿐이지만."

 

 "아, 아직 고등학생이니까 조금 컸나 보지... 그건 그렇고 갑자기 날 부른 이유가 뭐냐니까?"

 

 네파리안이 다그치자 뮤리엘이 입을 셀쭉 내민다.

 그녀는 들릴락 말락한 목소리로 "재미없는 조카놈... 어쩌구저쩌구."라고 중얼거리더니, 곧 사천왕다운 진지한 태도로 돌아와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로 대답한다.

 

 "내가 심심풀이로 보낸 탐사병들이 황무지에서 파괴신의 봉인장소로 여겨지는 화산폭발의 흔적을 발견했어."

 

 "그게 정말이야?"

 

 햇살에 비친 고드름처럼 눈을 번뜩이는 네파리안.

 만약 이모가 말해준 정보가 사실이라면 파괴신을 깨울 열쇠와 자물쇠가 모두 모이는 셈이다.

 

 뮤리엘이 조카의 얼굴에 스쳐 지나간 흥분 어린 표정을 놓치지 않는다.

 그녀가 미소 지으며 묻는다.

 

 "어때? 흥미로운 소식 아니니?"

 

 "확실히 내가 흥미를 가질만 하군. 그래서 그 장소가 어디야?"

 

 네파리안이 사악한 웃음을 만면에 띄운다.

 그러나 기쁨을 숨기지 못하는 네파리안에게 돌아온 것은 이모의 냉소다.

 

 "후훗. 가르쳐주지 않겠어."

 

 "뭐?"

 

 "으흥~ 그리즈워드도 못이기는 약한 남자에겐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을 거야."

 

 뮤리엘이 망토로 몸매를 가리며 뒷걸음질 친다.

 얼굴에는 연인에게 '나 잡아봐라~'라고 외치는 것만 같은 장난스런 표정이 가득하다.

 

 "장난치지 마, 이모!"

 

 네파리안이 입가를 씰룩거리며 소리친다.

 그러나 그것이 실수였다.

 

 네파리안은 그녀를 '이모'라고 부르면 안 됐다.

 '뮤롈'이라는 애칭으로 불러야 했던 것이다.

 

 "이게 어디서 또 이모래?!"

 

 "?!"

 

 뮤리엘이 허리춤에서 기다란 갈색 가죽 채찍을 꺼내 든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 같은 이모... 아니 뮤롈의 붉은 눈동자를 보고 흠칫하는 네파리안.

 저 채찍은 그 옛날, 어린 네파리안의 등짝을 수도 없이 어루만져 조교해 주던 공포의 무기였다.

 

 전투태세를 갖춘 뮤리엘이 지옥의 혈화를 연상시키는 아름답고도 잔혹한 얼굴로 말한다.

 

 "흐흥~ 어디 얼만큼 실력이 늘었는지 확인해 볼까? 네.파.랸."

 

 "그, 그만둬... 이모..."

 

 <키이잉>

 

 그러나 음속을 돌파하며 굉음과 함께 날아드는 채찍.

 그녀의 허약한 조카 네파리안은 쪽도 못 쓰고 쳐 발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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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4 - 4화. 그녀를 찾아가다 2018 / 12 / 1 30 0 4423   
56 4 - 3화. 춘회파가 자율학습시간을 보내는 방… 2018 / 11 / 30 30 0 5594   
55 4 - 2화. 목표는 최강뿐! 2018 / 11 / 29 28 0 4037   
54 4장. '춘회 세이비어와 파랑 유니온의 여… 2018 / 11 / 28 27 0 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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