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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모자이클
작가 : Ulyss
작품등록일 : 2018.7.23

판타지 성장 소설.
헬릭이라는 신비한 힘이 지배하는 세계.
헬릭을 다루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카렐.
장애를 극복하기위한 노력, 하지만 방해하는 무리들.

 
1.2. 장거리 여행의 시작
작성일 : 18-07-23 15:48     조회 : 34     추천 : 0     분량 : 8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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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새해 파티가 끝나고 친척들이 모두 돌아가자 왁자지껄했던 집이 휑해졌다. 아버지는 이틀 동안 여독을 푸느라 침대 위에서 거의 내려오지 않았다.

 

 “아버지. 이제 슬슬 그룬돌프로 갈 준비 좀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불 속에 파묻혀있던 아버지가 얼굴만 빼꼼 내밀며 답한다.

 

 “장벽 밖으로 가는 것도 아니잖아! 10분이면 충분할 걸. 이 애비가 이렇게 다 죽어가는 거 안 보이냐?”

 

 “다 죽어가긴 무슨... 아 빨리 일어나요! 자꾸 그렇게 밍기적 대면 점심밥은 없어요.”

 

 “에혀.. 자식 교육 잘못시킨 내 잘못이지.. 알았어. 밥 먹고 시장에 나가서 필요한 물품들 좀 사자. 아 마구간에 가서 말도 빌려야하고. 빨리 가서 점심상이나 차려놔. 맛없기만 해봐라...”

 

 ‘.... 아버지만 아니었어도.. 확!!’

 

 시장으로 가는 길. ‘브로드 (Brod)’ 시에 있는 우리 마을은 여전히 순백의 눈으로 뒤덮여있다. 하지만 성실한 체르니 아나키 정부 소속 제설 반 직원들이 도로의 눈을 녹여 놓았다. 화사한 붉은 지붕의 건물들과 졸졸 흐르는 작은 강이 어우러진 마을. 오늘은 알록달록한 멋보단 순백의 통일감 있는 색다른 멋을 연출 해 낸다. 금세 도착한 마을 시장. 추운 겨울임에도 시장에는 수많은 상인들과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소금, 설탕, 후추!! 중부 국가에서 가져온 갖가지 귀한 향신료가 무.조.건. 최저가!”

 

 “장벽 밖의 넓은 초원에서 기른 육즙 가득 찬 소고기!! 완전 손해보고 판매!!”

 

 “우리 시 내에서 오늘 아침에 갓 재배한 싱싱한 야채 있어요!”

 

 나는 시장의 초입부에서부터 구매욕구가 샘솟기 시작한다. 형도 학교 기숙사에 있고 아버지도 자주 모험을 떠나있어 집에 홀로 있을 때 유일한 취미는 요리이다.

 

 ‘뭐지 이건? 후.. 후추? 저 비싼 향신료가 들어와 있네.. 헙. 오늘은 소고기 질이 예사롭지 않군.’

 

 좋은 식재료에 나가있던 정신을 다시 붙들어주는 아버지.

 

 “카렐! 내가 뼈 빠지게 벌어온 돈으로 너는 아주 호의호식했나 보구나.. 에혀. 지금은 넉넉하게 끼니 때울 수 있는 것으로 3일치 식량만 사!”

 

 “구경은 조금 할 수 있잖아요! 저도 알아요. 오늘은 여행에 필요한 말린 고기하고 과일, 그리고 빵만 살 거예요.”

 

 “구경은 무슨. 귀 아파 죽겄다!! 빨리 이 정신 사나운 데에서 벗어나자고! 빨리 무기 방어구 상점으로 가자.”

 

 시장 한 가운데에 난 대로의 중간에 몰려있는 무기 방어구 상점 혹은 공방들. 식재료를 파는 곳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소리를 질러대는 상인들 없이, 그저 쇠를 두들기는 망치 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을 뿐.“

 

 “후.. 이제야 맘이 편하네. 어서 ‘얀 (Jan)’네 상점으로 가자꾸나.”

 

 모험가인 아버지에겐 무기 방어구는 생명줄. 그래서 항상 좋은 품질의 물건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아버지의 오랜 단골 상점인 얀 아저씨 상점으로 가기위해 대로에서 가지처럼 뻗어있는 수많은 작은 골목들 중 하나로 들어간다. 허름하고 너무 구석진 곳에 있어 손님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얀 아저씨네 상점. 아버지 말로는 우리 마을에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단다. 촉망받는 예비 모험가인 형 또한 시장에 올 때마다 이곳에 들러, 아니 이곳에 올 때만 시장에 들러 얀 아저씨와 한창 상담을 하고 수리를 받거나 무언가 구입을 한다.

 

 “어이! 얀! 나 왔다. 여전히 여기 물건들은 형편없어 뵈는군. 이번에 내가 장벽 밖에서 가져온 것들 좀 봐줘봐.”

 

 “아이고. 이 망할 놈의 사기꾼 마렉 아닌가? 장벽 밖 너저분한 쓰레기들로 가격을 후려치려고 왔군 그래? 그딴 것들로 내 우수한 물건들 가격 낮출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구. 자네와는 무조건 현금거래야 집어넣어.”

 

 “뭐야? 이 영감탱이는 혼자 구석지에 틀어박혀서 망치나 두드리고 있으니 세상 물정을 모르지. 쯔쯔쯔.. 조만간 새로운 장벽이 완성되는 거 몰라? 그렇게 되면 우리 체르니가 누린 장벽 수호자의 이점이 사라지는데 안일한 생각은!! 이미 아마데우스 아나키의 수도 비트겐만 해도 세계 각지의 모험가들이 바글바글해서 별의 별 물건들이 많다고. 이 변화에 시대에 영감탱이같이 쓸데없는 자존심 버리고 와서 봐봐. 이번 물건들은 자네도 제법 흥미를 가질 걸?”

 

 “흥.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아무리 그래도 우리의 기술력을 따라오려면 멀었다고.”

 

 “이사람 보게. 다 늙어서 꼰대 같은 소리나 하지 말고 시대에 발맞춰 변화해야 젊게 살지. 하여간 한 번 보기나 해봐. 이번엔 좀 이상한 게 많아.”

 

 언뜻 들으면 영락없는 말다툼. 하지만 그들은 서로 투닥거리며 결국엔 무기 방어구에 대한 토론의 장을 열기 시작한다. 그들의 지루한 토론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나는 상점의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상점건물은 너무 낡아 쓰러지려고 하고, 진열된 무기들은 휘황찬란한 광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무기나 방어구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상당히 견고 해 보이는 품질. 아무 생각 없이 커다란 바스타드 소드 하나를 집어 들고선 살짝 휘둘러본다.

 

 휭-

 

 묵직한 무게에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한 나는 황급히 다시 진열대에 올려놓는다. 내가 어릴 적, 아버지한테서 검술을 배웠던 장면이 문득 떠오른다. 엄마의 속성을 지니고 태어난 나는 엄마 가문에 속했기에, 아버지 가문의 비기를 배울 자격이 없었다. 하지만 장애 때문에 포켓을 만들지 못했고, 엄마까지 떠나버린 내가 아버지에겐 많이 안쓰러워 보였나보다. 혹시라도 엄마가 돌아오지 못할 것을 예상했었는지, 내 몸을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기본 검술을 가르쳤다. 하지만 재능도 전혀 없었고 어떤 흥미도 느끼지 못하는 나를 금세 포기했다. 반면에 형은 나완 달리 검술에 엄청난 재능을 보이며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게다가 아버지 속성을 타고나서 가문의 비기를 전수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헬릭 발산이 기본이었던 가문의 비기는 엄마가 만들어준 대체 포켓으로 완전히 전수받기엔 부족했다. 심장에 정상적으로 만든 헬릭 포켓이 아닌, 배꼽 밑에 엄마의 기술로 만든 대체포켓은 헬릭을 발산하기엔 토크가 약했기 때문. 그래서 형은 가문의 비기에 올인하지 않고, 동방 검술가인 척 고모부에게서 동방 검술을 배우게 된다. 그래서 형은 비기와 동방 검술을 적절히 섞어 본인에게 맞는, 본인만의 새로운 비기를 창조해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바로 나. 엄마와 함께 떠나 소식이 끊긴 척 삼촌에게서 동방 검술을 배우지도 못했다. 물론 배웠다고 해도 재능이 없어 별 소용이 없었겠지만. 그렇다고 머나먼 동방에 있는 엄마 가문의 비기를 배울 수도 없고, 심지어 엄마까지도 생사를 알 수 없으니. 나는 그저 앞길이 깜깜한 헬릭 장애인일 뿐이다. 이런 무기 방어구 상점에 있으면 검술에도 재능이 없는 헬릭 장애인인 나의 현실을 직시하게 되어 심기가 불편해진다.

 

 “아버지. 어차피 안전한 여행이라면서요. 빨리 방어구하고 무기만 수리하고 집에 가요.”

 

 얀 아저씨와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아버지가 나를 힐긋 쳐다보고선 말한다.

 

 “휴... 그래 카렐. 어차피 이 영감탱이는 넓은 세계를 품을 그릇이 못되는구나.. 쯔쯔쯔. 앞뒤로 꽉 막힌 꼰대 같으니.. 어이 얀. 그냥 나하고 카렐 방어구, 무기만 좀 손질 해 주게나. 아! 우린 여기 최우수 단골이니깐 이 정도는 공짜로......”

 

 “고객님 검과 방어구 수리비는 총 70 코룬입니다.”

 

 “....... 이런 손님도 없는 구석진 상점까지 찾아오는 단골한테 단순 수리까지 정가 그대로 따박따박 받아가다니.. 다신 이 악덕 상점 찾아오나 봐라. 퉤.”

 

 아버지는 투덜거리면서 70 코룬을 꺼내 얀 아저씨에게 거의 던지듯 수리비를 지불한다. 얀 아저씨의 깊게 패인 주름들이 한층 더 깊어지면서 환하게 웃는다.

 

 “고객님. 결제 완료되었습니다. 수리가 끝날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얀 아저씨가 돈을 받고는 한껏 기분 좋은 얼굴로 수리를 하러 들어간다. 그의 능글맞은 모습에 아버지의 얼굴이 붉그락푸르락 거린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버지가 마구간에서 말을 고르는 동안 나는 전서구 관리소에 가서 우편물을 확인하러간다. 바삐 드나드는 비둘기들의 소음과 배변의 구린 내음이 진동하는 전서구 관리소. 하지만 항상 이곳을 들릴 때마다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 내게 온 우편, 특히 엄마에게서 어떤 소식이 와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주는 곳이기 때문. 그래서인지 혹시라도 훗날에 헬릭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면 얀 아저씨 밑에서 대장장이 조수를 하느니, 차라리 전서구들을 훈련시키며 우편물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싶단 생각을 늘 해왔다.

 

 “안녕하세요! 우린 집으로 온 우편물 있나요?”

 

 엄마의 소식을 기다려오면서 10년 동안 꾸준히 방문해온 곳이라 관리소 직원들과 두루두루 친하다. 그 직원은 내게 인사를 하곤 우리 집 우편물 칸에 가서 무언가를 들고 오며 말한다.

 

 “이번에도 아쉽게도 장거리 우편은 없구나. 그런데 방금 게를락 아나키의 ‘데겐하르트 (Degenhardt)’ 시에서 온 게 하나 있네. 네 형이 보낸 것 같구나.”

 

 “아 그래요? 다행히 우편물들이 집으로 배달이 안 되었군요. 요즘 제가 집 우편물 함을 확인하는 걸 자꾸 깜빡해서 늦게 확인하는데. 잘되었네요. 감사합니다.”

 

 형으로부터 온 우편을 수취했단 서명을 하고 밖으로 나온다. 아버지는 이미 늠름해 보이는 말 두 필을 데리고 기다리고 있다. 나는 자연스레 한 녀석 보다 조금 작은 말로 가서 목을 쓰다듬으면서 아버지에게 말한다.

 

 “아버지. 형한테서 우편이 왔어요. 아마 새해인사 차 보냈겠죠?”

 

 “그래? 어차피 며칠 후면 학교에서 만날 텐데 뭘 그런 걸 보냈다냐.”

 

 집에 도착해서 말들을 묶어 놓고 짐을 풀고 나서 곧바로 편지를 확인한다. 나와 아버지에게 새해 첫 저녁식사에 못 와서 미안하다는 내용과, 우리의 무사한 여행을 바란다는 말, 그리고 자신이 미리 숙소를 잡아 놨으니 그 곳으로 오라는 내용 뿐. 자신의 일상에 대한 내용 하나 없이, 필요한 내용만 딱 적혀있다. 참으로 형다운 편지이다.

 

 “너랑 알로이스는 같은 엄마 뱃속에서 나왔는데 성격이 그렇게 다른지.. 참 신기해.”

 

 드디어 며칠 후면 1년 넘게 보지 못했던 형을 만난다. 그럼에도 그렇게까지 가슴이 벅차오르질 않는다. 내가 짓궂은 농담을 던지면, 나만 혼자 무안해지는 그런 진중한, 재미없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면접 전에 그 학교의 스타인 형을 만나면 큰 힘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면접 전에 형이라도 보면 자신감이 좀 붙겠지. 그 전에 무사한 여행이 우선이지..’

 

 오늘은 면접 걱정 없이 오로지 여행 준비를 하고 나서 맘 편히 잠을 청한다.

 

 

 다음날 오전, 아버지와 함께 게를락 아나키의 데겐하르트 시에 있는 그룬돌프 고등대학교로 떠난다.

 

 “카렐, 준비 다 했지? 우리가 조금 무리해서 달려가면 이틀이면 가는데 네 안전이 최우선이니깐 3일정도로 잡고 있다. 데겐하르트에 도착해서 이틀정도 푹 쉬고 면접 들어가면 되겠지?”

 

 “네, 여유 있게 가서 좋은 거 같아요. 아버지가 생각보다 장벽 밖에서 빨리 돌아와서 다행이네요.”

 

 “좋아. 짐하고 식량은 챙겼고, 가죽 갑옷도 입었고, 칼하고 방패 챙겨. 출발이다!!”

 

 드디어 여행 시작. 헬릭도 못쓰고 무기도 잘 못 다루는 내겐 다른 아니키로의 여행은 너무 위험하다. 항상 가족들과 함께 여행 했기에 불안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버지와 단 둘이라 비상시에는 내 몸을 스스로 지켜야한다. 비록 장벽 안의 안전한 대로로만 쭉 말을 달리는 여정이라 위협적인 동물이나 몬스터를 거의 마주치진 않겠지만. 그래도 체르니와 게를락 아나키 경계의 산간지역에서 간간히 여행객을 습격하는 동물들이 있어 장애인인 내게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혹시라도 내가 동물에게 습격당하면 이 방패로 급소들을 잘 방어해야한다. 뭐 자잘한 상처들은 엄마로부터 받은 유일한 능력이 치유를 금방 해주기에 문제가 없을 듯. 말에 올라타 목을 쓰다듬어 주며 행운을 비는 인사를 건넨다.

 

 “이번 여행 동안 잘 부탁한다.”

 

 “푸하하!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냐? 카렐? 장벽 안 대로로 가는 여행은 갓난아기도 할 수 있다. 거기에 모험을 밥 먹듯이 하는 이 강한 애비가 같이 가잖니? 너 같은 애 10명을 데리고 함께 여행해도, 털끝하나 안 다친다고! 이 마렉이 함께라면 말야. 하하하!”

 

 아버지의 저 오버하는 자부심에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다른 한편으론 든든한 신뢰도 주었다.

 

 “우선, 하루 안에 체르니 아나키 라인 근처, 큰 다리가 있는 ‘우르바넥 (Urbanek)’ 시까지 가자꾸나. 출발!”

 

 아버지의 말이 출발했고, 나도 말고삐를 여미고 말을 달린다. 언젠가는 이렇게 말을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이 대로를 달리고 저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상상을 하면서 부지런히 아버지를 뒤따라간다.

 

 얼마나 달렸을까? 이른 아침에 출발해서 해가 질 때쯤이 되어서 첫 번째 목적지인 우르바넥 시에 다다른다. 오랜만에 말을 달려서 그런지 온몸에 알이 배겼다. 게다가 말발굽의 진동에 내 몸이 적응되어 아직도 말을 달리는 것같이 계속 몸이 떨려온다. 서둘러 여관을 찾아 저녁 식사를 대강 하고, 씻지도 않고 침대에 뻗어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정신을 잃어버린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온몸이 쑤셨지만 다행히 정신은 한결 가벼워 져 있다. 아버지는 이미 일어나서 방 안에서 몸을 풀고 있다.

 

 “아버지. 안녕히 주무셨어요?”

 

 “오냐. 난 시끌벅적한 시장에 갔다 온 것보다 훨씬 더 편한데 넌 꼴이 말이 아니구나.”

 

 “너무 오랜만에 말을 타서 온몸이 아프네요. 언제쯤 출발 할까요?”

 

 “일단 너도 몸 좀 풀어 놔. 다리 건너고 나서부턴 이 여정에서 그나마 위험한 산간지역을 지나야 하니까. 겨울철이라 굶주린 맹수들이 공격 해 올 수도 있어.”

 

 “아버지! 말이 씨가 된다고요!! 우리는 아무 사고 없이 데겐하르트 근처의 마을까지 무사히 도찰할 거예요.”

 

 “그래. 그래도 모험은 항상 최악의 수까지 준비해야 하는 법. 어서 식사를 하고 출발하자.”

 

 식당으로 가서 끼니를 대강 때우고 서둘러 출발한다.

 

 우리 마을까지 흐르는 이 강의 상류지점에 위치한 우르바넥 시. 이상하게도 유난히 강폭이 넓은 이곳에 굳이 고생해서 거대한 다리를 지어놓았다. 아마 이 다리로 강을 건너가면, 게를락 아나키로 갈 때 산을 넘어가야 하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 없기 때문인 듯. 다리에서부터는 비교적 안전한 여행로가 이어져있기 때문에, 많은 여행객들이 들르는 마을이 되었단다. 빡빡한 일정만 아니었으면 이곳저곳 더 둘러보겠지만 아쉽게 그냥 거쳐 가는 도시가 되었다. 강변을 따라 붉은 지붕들이 늘어선 모습이 우리 마을과 별반 차이가 없어서 딱히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없기도 하고.

 

 말을 조금 달리고 보니 곳곳에 작은 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길은 작은 산들을 피해 꼬불꼬불하게 나있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작은 산들이 더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게를락과 체르니 아나키의 경계가 되는 산맥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

 

 “카렐. 드디어 큰 다리에 도착했구나.”

 

 저 앞에 보이는 넓은 강 위에 늠름하게 서있는 다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거대한 지지대들이, 깊어 보이는 강바닥에 고정 되어 제법 넓은 다리를 지탱하고 서있다. 고대의 건축 기술들이 모두 실전 되었음에도 아직도 저런 훌륭한 다리를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고대에는 설마 육지와 섬을 잇기 위해 바다를 가르는 다리까지 놓는 기술이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

 

 다리 근처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고 모험가도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다리 입구의 푯말에 명시된 ‘승마 금지’ 사인을 보곤, 말에서 내려 고삐를 잡고 걷기 시작한다.

 

 다리 위에서, 굽어 내리는 강과 그 옆에 늘어선 마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평생 여행을 하면서 이런 아름다운 풍경들을 실컷 보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하늘을 나는 새들은 이 세상을 자유로이 날면서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새로 변신하여 여행할 수 있는 사람들은 가장 축복받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일 것이다.

 

 “자! 잠깐의 경치 구경은 잘 했고, 이제 산간지역으로 들어가는 지루한 여행을 시작해 볼까?”

 

 다리 끝자락에서 던진 아버지의 말이 나의 감상적인 분위기를 깨뜨렸다. 이제 가장 위험?한 산간지역이기 때문. 나도 모르게 등에 메고 있는 방패를 슬쩍 만져본다. 우리와 함께 다리를 건너온 다른 일행들은 대부분 여행객이었는지 느긋하다. 하지만 갈 길 바쁜 우리는 말을 빠르게 몰기 시작한다. 우리와 비슷하게 말을 달려가던 모험가들은 갈래 길에서 깊은 산으로 들어가 버린다. 결국, 마차가 여러 대 달릴 수 있을 정도의 이 넓은 도로에는 아버지와 나, 둘 밖에 보이지 않는다. 눈 덮인 숲이 길 양옆에 늘어서있어 그런지, 환한 낮임에도 을씨년스럽다. 괜히 불길한 생각이 자꾸 든다.

 

 “워워워!!”

 

 침묵을 깨는 아버지의 목소리. 아버지는 한 손을 들고 말을 멈췄고, 나도 따라 말을 멈춘다.

 

 “이런.. 이런.. 저 앞 쪽 숲속에 은빛늑대 무리가 보이는구나. 굶주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사람들이 지나는 이곳까지 나와 있다는 게 조금 꺼림칙한데...”

 

 어째 불길한 예감은 이리도 정확하게 들어맞는지... 온몸이 바싹 긴장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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