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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돌싱의 복수
작가 : 심삼일
작품등록일 : 2022.2.4

가진 자의 욕심에 희생되어 이혼당한 오피스 걸의 복수.
작은 전자 통신 제품 제조 회사 경리 겸 사장 비서로 성실히 일하는 신혼의 오피스 걸이
경쟁 회사의 모략에 말려 이혼당하고 회사도 문을 닫게 된다.
사장 아들과 이혼녀는 과연 복수할 수 있을까?

 
4. 바 붐 (2)
작성일 : 22-02-05 10:24     조회 : 62     추천 : 0     분량 : 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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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희가,

 기본 안주로 나온 아몬드를 바삭 소리 나게 깨물며, 지은의 옷차림새를 유심히 살핀다.

 연분홍 반소매 티셔츠를 흰색 핫팬츠 속으로 집어넣어 입었다.

 한창 유행하는 콤비 색상인데, 상체가 길고 가슴이 빈약한 지은에게는 안 어울리는 코디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생활 하려면.. 옷차림에 신경 좀 써야겠다, 지은아?"

 세희가 살짝 웃으며, 지은의 눈치를 살핀다.

 "유부녀가 신경 쓰면 뭐 하니? 별 볼일도 없는데.."

 지은이 다리를 움칠하며,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그래도, 윗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되는 거 아냐?"

 "사장님은 교장 선생님 같아. 내 후년에 환갑이던가?"

 "젊은 상사는 없어? 부장이나 과장 같은 거."

 "응, 사장님 밑은 영업이사 49살인데, 안경 올리는 척 손으로 가리고 엄청나게 훑어본다. 히죽이 웃는 게 징그러워."

 "어머, 진상이네. 조심해야겠다, 지은이 너."

 "신입 때 슬쩍 엉덩이 토닥거리길래, 따끔하게 쏘아붙여 줬더니, 그 뒤론 눈요기만 하고 참느라고 애 좀 먹을 거야. 히~"

 지은이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한다.

 "잘했다, 얘! 그런 족속들 여기도 가끔 있어. 매상은 쥐뿔 올려주면서 주접떠는..."

 세희가 장단을 맞춰주며 맥주를 들이켠다.

 

 "나머지 과장, 대리, 기사 들은 30대 총각 들인데.. 내가 CAD 설계, 견적 작성, 공사 일정까지 다 관장하니까, 경리 겸 여비서라서 함부로 못 해."

 지은이 한쪽 다리를 무릎 위로 들어 올리고, 컵을 집는다.

 "어머나, 그럼 서열 3위야? 전부 몇 명이나 되는데?"

 세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척 묻는다.

 "음.. 생산직 아줌마 한 명, 이번에 들어온 CAD 보조까지 모두 합해서 10명뿐이야."

 "CAD 보조면, 여직원이야? 너도 시다 한 명 딸린 거니?"

 세희가 사뭇 관심을 가지며, 몸을 앞으로 내밀고 다그쳐 묻는다.

 "그래, 전문대 나와서, 똘똘한 게 맘에 들어. 일도 잘하고 싹싹해!"

 지은이 컵을 비우며, 만족한 웃음을 짓는다.

 세희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부러운 제스처를 써 보인다.

 

 주영란이

 맥주 6병과 햄 치즈를 들고 와서 탁자에 내려놓는다.

 "영란이 너, 윤 주임님께 한잔 올려! 회사 서열 3위라 신다."

 "어머나~ 부러워요, 윤 주임님, 언니."

 영란이 선채로

 카프리 병마개를 오프너로 따고, 지은의 빈 컵에 따라준다.

 바로 옆에 선 영란의 맨살 다리가 만져보고 싶도록 탐스럽다.

 "영란 씨도 한잔하면 안 될까?"

 지은이 세희를 보고 묻자, 세희가 안쪽으로 비켜 앉으며 대답한다.

 "그래, 여기 앉아. 손님도 없는데 한잔 해."

 하면서 지은에게 눈길을 주며 야릇한 미소를 짓는다.

 지은의 속마음을 읽기나 하는 것처럼.

 지은이 새 병마개를 따고, 마주 앉은 영란의 컵에 따라준다.

 낮은 탁자 너머, 푹신한 소파에 앉아 양손으로 컵을 받쳐 든, 영란의 매끈한 아랫도리가 무릎 사이로 드러나 보인다.

 지은은 일부러 천천히 술을 따르며 예쁘고 귀여운 영란의 은밀한 곳을 슬쩍 훔쳐본다.

 "자~ 셋이 함께 건배하자. 윤지은, 주영란, 김세희 세 꽃송이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세희가 읊조린 후, 20대 초반 꽃다운 아가씨들의 활기찬 브라보가 "바 붐" 홀 가득히 울려 퍼진다.

 

 A 시의 공단 옆에, 5년 늦게 조성된 더 큰 공단이 인접해 있고 이 공단은 C 시에 소속된다.

 갓 스무 살인 영란은 여기 C 시의 전문대학 전산과에 다니고 있다.

 부모님은 변두리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 넉넉지 못한 집안 살림에, 대학 다닐 형편은 안되지만, 영란은 야간업소 알바를 하며 학비를 벌고 있다.

 저녁 6시부터 밤 12시까지 6시간 일하면 일당 3만 원으로, 한 달에 겨우 90만 원쯤 된다고 한다.

 어쩌다 매너 있는 손님을 만나면 몇만 원 팁을 받기도 해서, 20만 원 정도의 보너스가 더 있는 셈이란다.

 

 "숙소는 가까워요? 영란 씨?"

 지은이 햄 치즈의 비스킷은 빼고 햄과 치즈, 오이피클만 찍어 먹으며 묻는다.

 "네, 지금은.. 매니저님 집에 함께 있어요."

 "어머, 원룸에 둘이 함께 있다고?"

 지은이 깜짝 놀라며 세희를 쳐다본다.

 뭔가를 상상하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는 표정이다.

 "얘는 짐도 별로 없어. 어렵게 번 돈 모아야 되니까, 농사지은 쌀만 조금 받기로 하고 내가, 같이 있자고 했어. 퇴근도 함께하면 안전하고.."

 영리한 세희가 지은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듯 조리 있게 설명한다.

 다소 안심이 되는 지은이 그래도 못 미더운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본다.

 

 세희가 자취하는 제법 큰 원룸에 가본 적이 있다.

 역전 주변 원룸 빌딩 3층인데, 싱크대 주방과 욕실 겸 화장실에 붙박이 냉, 온풍기와 베란다 세탁기도 있다.

 건물 모서리 방이라서, 베란다와 직각인 벽면에도 창문이 있고 옷장과 화장대, 두 명이 누워도 충분한 침대를 놓고도 넓은 방바닥 절반도 차지하지 않았다.

 

 "그렇구나.. 그러면 아무래도 많이 절약되겠네. 영란 씨는 좋겠다, 든든한 선배 언니가 있어서. 그래도, 매니저 모시고 살려면 불편하지 않아요?"

 지은이 억지로 이해하는 척하면서, 질투 어린 심사로 트집거리를 질문한다.

 "아녜요, 매니저님이 불편하겠죠! 저는 너무 편하고 좋은데요.."

 영란이 죄송한 듯 세희 눈치를 살피며 생긋이 웃는다.

 "잠잘 때는 어떻게 해? 설마 함께 침대 쓰는 건 아닐 테고.."

 지은이 머뭇거리다가 참지 못하고, 궁금한 속내를 드러낸다.

 "저는 방바닥에 이불 깔고 자는데요. 원래 방바닥 체질이라서.. 히~"

 천진하게 웃으며 말하는 영란의 앵두 같은 입술이 너무 탐스러워, 지은은 심한 질투심을 느낀다.

 "그래도.. 이런 여름날에는 샤워도 자주 하고.. 잠옷도 좀 그렇지 않나?"

 지은이 세희를 보며, 단둘이서 한 방안에 살면서, 몸가짐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응, 나는 샤워 끝나면 얼굴에 스킨 바르고, 침대서 팬티만 걸치고 뒤척거리다 잠들지! 영란이는 책도 보고 공부 좀 하다가 자니까, 잠자리 날개 하나 걸치고.."

 세희가 일부러 지은을 약 올리려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은 척 얘기한다.

 "어머, 그럼 영란 씨는 매일 매니저 가슴 보겠네?.. 어때요, 예쁘던가요?"

 지은은 이미 본 적 있어서 잘 알면서도 세희의 말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영란의 답변을 유도한다.

 "음, 흠.. 대답해도 괜찮아요? 매니저님?"

 영란이, 브래지어 속에 뻥 넣은 티가 나는, 지은의 빈약한 가슴을 의식한 듯 상기된 얼굴로 세희를 보며 수줍게 물어본다.

 "그럼, 본 대로 느낀 대로, 네 맘대로 얘기해 줘라. 괜찮아!"

 "매니저님 가슴은.. 정말 예뻐요! 여자인 제가 봐도, 너무 탐나는데요! 어머! 죄송해요, 매니저님. 어떡해?..."

 영란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잘못 말했나 싶어, 어쩔 줄을 모른다.

 "탐나기는, 영란이 네 젖가슴이 더 탐스럽지! 지은아, 영란이 얘 겉보기와 다르다. 벗겨 놓으면 제법 볼륨 있는 게, 진짜 일품이야."

 세희가 손가락으로 영란의 봉긋한 가슴을 옆으로 쿡 찌르며 보란 듯이 웃는다.

 앞가슴이 넓게 드러나는 민소매 블라우스 단추 틈새로 속살이 비치는 얇은 브래지어가 얼핏 엿보인다.

 보이는 가슴 볼륨이 실제 젖가슴이라는 얘기다.

 "어머~ 세희 너, 너무했다 얘! 여고 졸업한 지 몇 개월도 안 된, 숫처녀 가슴을 그렇게 훔쳐봐도 되는 거니? 영란 씨가 얼마나 창피하겠어~"

 지은이 질투심을 자제하며 엉뚱한 얘기를 한다.

 "훔쳐보기는? 비누칠 해서 등 밀어주면서 알몸 다~ 본 건데 뭘! 나도 홀랑 벗고 했으니까, 쌤쌤인데 뭘 그러니?"

 세희가 오른팔로 영란의 허리를 안고 슬며시 끌어당기면서, 왼손으로 맥주 컵을 들어 벌컥벌컥 마시며 지은의 약 오른 모습을 즐긴다.

 지은은 술기운 때문은 아니게 달아오른 얼굴을, 연한 핑크빛 조명이 감춰주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자기도 모르게 카프리 병을 들어 입에 갖다 댄다.

 "어머, 지은이 너, 병나발 부는 거야? 되게 목마른가 보다. 히히~"

 

 지은은 카프리 병을 기울여, 꼴깍꼴깍 맥주를 마셔댄다.

 ' 세희 너 나빠, 정말 나쁜 애야. 나를 좋아한다고 해놓고. 결혼 안 하고 나랑 함께 살면 좋겠다고까지 하고는, 저런 어린 애나 데리고 놀다니.. 배신자! '

 마음속으로 뇌까리면서도, 지은은, 예쁘고 귀여운 영란을 안고 만족한 듯 과시하는 세희가 부럽기도 하고, 어느샌가 훌쩍 커 버려서, 지금껏 격의 없이 대하던 친구가 아닌 것 같은 묘하고 막연한 거리감에 휩싸인다.

 

 "영란아, 너는 이 언니만 믿고 시키는 대로만 해. 3년 내로 이거 인수해서 영란이 너, 매니저 시켜 줄 거니까! 눈 딱 감고 3년만 버텨라. 응?"

 세희가 보스다운 몸짓을 하며 자신 있는 어투로 말한다.

 "예~ 매니저님. 저는 매니저 언니 명령이면 무슨 짓이라도 다 할 거예요."

 영란이, 순종하는 애완견처럼 세희를 올려다보며 맹세한다.

 "뭐? 이 바를 인수한다고! 너 취했니? 세희야."

 "왜, 못할 거 같아 보여? 나, 빈말 아니다 지은아! 나, 지금 3천 모았어. 영란이랑 3년 내로, 1억 만들면 충분해. 나, 그냥 계획 없이 막사는 년 아니다, 너!"

 

 그때, 출입문이 열리고 젊은 남자 두 명이 들어왔다.

 영란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어서 오세요~"

 하며 쪼르르 달려 나간다.

 세희가 흘끔 쳐다보더니, 손만 들어 올리고 아는 체를 한다.

 자주 오는 단골손님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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