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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첫사랑의 향수
작가 : 마카롱파르페
작품등록일 : 2021.12.27

대학생인 서윤서는 향수를 뿌리고 뮤지컬을 보러 갔다가 정현과 마주친다.

현은 어머니가 제조하신 향수인 걸 눈치채고 윤서를 잡으려고 하지만 윤서는 사이비인 줄 알고 도망간다.

결국 현은 윤서를 놓치고 시간이 흘러 봄이 되자 대학교 캠퍼스에서 다시 윤서와 마주친다.

윤서는 도망갔지만 자전거를 탄 현에게 잡혀 사정을 듣게 되고 이상한 사람이 아닌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윤서는 교환학생으로 온 정현에게 대학교를 소개해 주는데, 향수 때문인지 그의 매력 때문인지 현은 어느 순간 윤서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윤서는 첫사랑을 잊지 못해서 현과 추억을 쌓을 때마다 과거의 기억이 계속해서 떠오르는데...

 
대담한 윤서
작성일 : 22-01-07 20:09     조회 : 62     추천 : 0     분량 : 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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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후로 단과대학 체육대회, 학과 체육대회에도 가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게 우리 학과는 어떤 학과처럼 체육대회에 목숨을 걸지 않아서 다른 동기들도 체육대회로 스트레스받을 일 없었다. 또한 하고 싶은 사람들만 참여했기에 하기 싫은 나는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다. 물론 체육대회 인원이 부족할 때 우리들보고 좀 나가라고 선배로부터 한마디 들었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는 학과 대대로 체육대회 우승기를 놓치지 않아서 선배들이 후배들을 시간이 빌 때마다 불러내서 시킨다고 했다.

 

  "시x. 하기 싫다."

 

  수업이 끝나고 놀러도 가고 쉬고도 싶은데 오후 6시까지 연습을 시킨다며 툴툴거렸다. 오늘은 다행히도 연습이 없어서 온 거라고 말했다.

 

  "진짜 답이 없네. 뭐 그딴 학과가 다 있냐."

 

  우리 학과는 타 학과보다 온건한 편이었다. 나와 같은 학교에 입학한 수학교육과 보미는 대면식 때 띵똥이라 불리는 사발식을 했다. 우리는 술에 아무것도 넣지 않았지만 보미 학과는 술에 여러 가지 음식들을 넣어서 먹였다고 말했다.

 

  "그거 먹느라고 진짜. 토할 뻔했다니까. 왜 술에 와사비를 넣냐고."

 

  그때만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지 울먹이며 말하는 보미를 토닥였다. 보미는 훌쩍거리며 또다시 말했다.

 

  "그래도 우리 학과는 괜찮은 편이야. 다른 학교 친구는 양말을 넣었대."

  "양말? 신던 거 말이야? 완전 미를 친 학교네."

 

  그 정도면 신고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뒤엎어야 하지 않을까. 완전히 미쳤다. 머리에 뭐가 들었길래 성인이 되었는데 후배들을 괴롭히는 게 그리도 좋을까.

  양말을 넣은 술을 마셔야 했다니. 마시지 않았음에도 토기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

 

  학과행사면 모조리 불참하는 나였지만 엠티는 빠질 수 없었다. 사학과는 엠티가 학술답사와 겸했기 때문이다.

  학술답사는 학'술'답사라고도 하는데 오티 때 본 풍경 그대로 볼까 봐 걱정했다. 또한 학과행사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데다 학회비와 불참비 때문에 몇 번 선배와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있어서 꼬투리 잡지 않을까 걱정했다. 불참비는 학과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 대상으로 내는 회비였고 학회비는 신입생 초반에 내는 돈으로 보통 20만원이었다. 20만원은 새내기에게 큰돈이었지만 선배는 꼭 내라고 신신당부했다.

 

  "계속 안 내면 내라고 부모님께 전화할 거야."

 

  황당했다. 이게 대학생으로서 할 이야기인가? 순간 초등학교에 온 줄 알았다. 기가 차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갔는데 민서는 마음에 걸렸나 보다.

 

  "엄마에게 말해야겠다. 절대 내지 말라고. 안 내도 되는 돈이니까."

 

  나는 어차피 아버지는 외국에 계시니까 받을 리 없고 어머니는 이혼하셔서 부모님 칸에도 없으셨다. 만약 받는다고 하더라도 어머니는 변호사니까 잘 대처해주실 거고 아버지는 내게 물어볼 것이다. 외국에서 배를 타고 일하고 계시는데 내가 내는 게 더 편할 테니까.

  엠티에도 불참비가 있었는데 엠티는 학칙상 두 번은 가야 했다. 학술답사와 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여한다 투표했는데 안 한 사람들은 많이 시달렸나 보다. 민서도 결국 참여하기로 한 걸 보니까.

  학과 행사에 참여하기 싫어하는 내가 참여한다고 한 이유는 역사 동아리 선배들도 가기 때문이다. 동아리에는 학부생뿐만 아니라 조교 선생님과 대학원생 선배들도 있었다. 그들과 안면을 트고 매주 치맥을 하면서 어느 정도 친해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짬을 덜 먹은, 학회비와 불참비와 학과행사로 쪼아댔던 선배는 내게 덜 간섭하지 않을까 일말의 희망이 있었다.

 

  "언니. 안녕하세요!"

 

  3학년이자 키가 작고 아담한 귀여운 여자 선배는 같이 반가워했다. 더군다나 내게 아는 선배가 없다는 걸 알고 열심히 끼워줬다. 그 때문에 교수님과 함께 술을 마셔야 했지만 말이다.

  악습을 유지하는 선배냐, 교수님이냐, 선택을 한다면 두말없이 교수님이었다. 이미 치맥으로 단련된 교수님이었으니까. 하지만 교수님 또한 자리를 옮겼는데 또 다른 교수님이 오셔서 민서는 제발 어디론가 도망갔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앉아있었다.

 

  "그래서. 수업 중에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말해보게."

 

  정말 말해도 되는 걸까. 술자리는 무르익었고 얼굴이 벌게진 사람도, 이미 쓰러진 사람도 종종 보였다. 교수님 또한 알딸딸하게 술에 취한 듯했다.

 

  "교수님."

  "그래. 말해봐라."

 

  내가 부르자 교수님은 내 쪽으로 돌아봤다. 역시 취하신 게 틀림없다. 하지만 내가 한 말 모두 기억하시겠지. 그래도 여기서 말하면 후환은 없을 것 같았다. 공기에는 술 냄새가 가득하고 탁자 위에 놓인 술병만 해도 여러 개니까. 그리고 나도 술에 살짝 취했는지 자신감이 있었다.

 

  "교수님. 수업은 늘 제시간에 시작해서 좋지만, 항상 5분 늦게 마쳐주셔서 뒷시간에 수업 있는 사람들은 힘듭니다. 일찍 마치는 것은 바라지 않지만 늦게 마쳐주시지 않았으면 합니다."

 

  말을 뱉고 보니 나는 술에 취한 게 아니었다.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한 것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떤 눈으로 보는지 모르겠으나 계속 원하는 점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진도가 너무 빠릅니다. 우리들이 이해할 시간은 주셨으면 합니다. 이해하지 못하니 질문을 못 하는 거죠. 처음부터 가르쳐주세요, 할 수는 없으니까요."

 

  지적만 하면 안 되니까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곁들였다.

 

  "하지만 교수님의 수업내용은 1학년인 제가 보기에 완벽해 보입니다. 4학년이 되면 허점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그 말에 누군가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조들은 모두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데 우리만 유독 조용했다. 적막이 흐르고 바깥에서 흔들리는 나무 소리까지 날 지경이었다. 음, 내가 뭘 잘못했나? 사실대로 말한 것뿐인데. 교수님은 하하 웃으며 적막을 깨트렸다.

 

  "그래! 내 명심하지. 1학년 누구지? 아, 그래. 윤서 말대로 노력해보지."

 

  교수님이 먼저 나서서 건배하자 다시 분위기는 풀어졌다.

  엠티는 힘들었지만 찔도 없었고 무사히 마쳤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민서와 함께 쿨쿨 잤다.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 줄 모르고.

 

 ***

 

  교수님은 뒤끝이 상당했다. 역사 동아리 교수님이 아닌 술자리에서 불편한 점을 말해보라 했던 교수님의 뒤끝이. 수업 진도는 조금 느려졌지만, 여전히 빨랐다. 5분은 1분이나 2분으로 줄어들었다. 아마 1, 2분 늦게 마치는 이유는 나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면, 서윤서 학생. 대답해보게."

 

  또 나다.

  질문을 던지고 없으면 나에게 물어본다. 이건 분명 엠티 때의 뒤끝이겠지. 하지만 어떻게 대답을 안 할 수 있겠는가. 아는 부분은 답하고 모르는 부분은 모르겠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면 모르는 부분에 관해 설명하고 이해했냐고 다시 내게 물었다.

 

  "네. 이해했습니다."

 

  뒤에 이해한 부분을 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어떤 부분을 이해했냐고 물어보니까.

 

  "교수님이 너 좋아하시나 보다."

 

  민서가 끔찍한 소리를 했다. 으, 그 교수님이 나를?

 

  "설마. 그냥 나를 괴롭히려고 그런 거야. 내가 엠티 때 교수님 지적했었잖아. 하지만 말해보라 해서 말한 건데."

  "그래도 그런 것치곤 잘 대답하던데?"

 

  그런가. 모르겠다. 하지만 좋은 점 한 가지는 있었다. 이해는 된다. 엠티 전보다 수업 시간의 이해도가 더 높아진 것 같았다. 모르거나 이해 안 된 부분은 짚고 넘어가 주셨으니까.

 

  "뭐, 도움은 되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1학기 성적은 에이플이었다. 성적 망했다고 앓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는데. 에이플이면 최고로 잘 받은 거다. 상당히 뿌듯했다.

 

  "윤서야. 저녁은 어떻게 할 거야?"

  "아, 저 친구랑 밥 먹기로 했어요. 다음에 같이 먹어요, 언니."

 

  가방을 싸고 있던 선배가 말했다. 벌써 6시가 다 되어가네. 선배와 인사하고 정현이와 만나기로 한 북문 앞으로 갔다.

 

 ***

 

  언제나 정현은 나보다 일찍 도착하는 기분이다. 벌써 저기서 나를 보고 손을 흔들고 있으니까.

 

  "일찍 왔네."

 

  무미건조한 나의 말과 다르게 정현이는 무엇이 좋은지 기분이 한껏 달아오른 목소리로 어디로 갈까 물었다.

 

  "너는 가고 싶은데 없어? 물론 내가 이 학교 학생이니까 맛집은 더 잘 알겠지만 그래도 가고 싶은데 한군데쯤 있을 거 아냐?"

 

  정현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강아지가 뫙뫙거리는 해맑은 웃음을 띠고 말했다.

 

  "가고 싶은 곳이 있기는 한데 여기서 멀어."

  "어디야? 말해봐. 거기 가자."

  "스시*"

  "야, 거긴 시내잖아."

 

  이 근처를 말해라 했더니 시내 맛집을 부르고 있었다. 물론 거기가 유명하고 타지역 사람들도 오는 곳인데 여기, 이 학교 식당을 말하란 말이야. 정현이는 장난꾸러기 강아지 모습으로 나를 봤다.

 

  "어쨌든 가기로 했으니까 시내도 같이 가는 거다?"

  "그래. 어차피 너 데리고 대구 이곳저곳 구경시켜주려고 했어."

 

  사실이다. 충동적으로 꺼낸 말이 아니라 진심이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왔는데 대구 명소나 명물이나 맛집을 가지 못하고 올라간다면 그거대로 아쉬울 테니까. 친구도 없다고 하니까 내가 데려다줘야지. 내 고향인지라 대구에서 좋은 추억만 가득 안기고 보내고 싶다. 하지만 정현이는 내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하고 재차 확인했다.

 

  "그래. 시험 기간 제외하고 놀러 가자. 대신 너도 가고 싶은 곳 알아봐야 해. 원래 외지인이 내지인보다 잘 아는 법이니까."

 

  맞는 말이다. 나는 대구에서 20년을 살았지만 놀 곳이 없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대구에 와서 실컷 놀다가 간다던데. 대체 어디에서 노는 걸까.

  밥을 먹고 다시 간 카페는 이제 술도 판매했다. 오늘 두 번 왔다고 내 얼굴을 기억하는 건 아니겠지만 대학교 입학부터 지금까지 이곳에 온 횟수는 족히 서른 번은 넘어서 오랫동안 있는 직원이나 주인은 내 얼굴을 알 것이다. 나는 오후에 주문 실패했던 호가든 두 병과 감자튀김을 산뜻하게 주문하고 옆에 바에 앉았다. 공부하기에는 2층이 좋지만 술을 마시기에는 1층이 좋았다. 비록 사람들이 드나들어서 프라이버시는 2층이 낫겠지만. 하지만 여기도 완전히 뚫린 것은 아니고 옆으로 가야지만 보이는 곳이니까 괜찮았다.

 

  "호가든 두 병과 감자튀김 나왔습니다."

 

  맥주가 있는 곳 근처라 일어나지 않고 받았다. 둥실둥실 잔 위에 걸쳐있는 적당한 거품은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한입 추륵 마시고 크흐, 감탄사를 뱉었다.

 

  "이거 호가든 아닌 듯. 왜 이리 맛있지?"

 

  계속 먹다 보면 감자튀김을 먹기도 전에 잔이 빌 수 있으니까 감자튀김도 포크로 쿡 집어서 입에 넣었다.

 

  "으음~"

 

  바삭바삭한 감자튀김. 맛있어! 바삭바삭한 공간에서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걸어가는 기분이었다. 정현이는 나를 보더니 하하 웃으며 수염이 났다고 알려줬다.

 

  "그렇군."

 

  혀로 스윽 흰 수염을 없애고 다시 감자튀김을 먹었지만, 아직 밀지 않은 부분이 있었나 보다. 정현이는 휴지로 닦아주려고 손을 내밀었다가 내 손에 막혀 그만두어야 했다.

 

 "고마워."

 

  휴지로 입가를 닦고 옆으로 치웠다. 정현이도 맥주 한 모금과 감자튀김 한 점 집어먹다가 내가 웃는 소리에 저 또한 혀를 날름거렸다.

 

  "다 지워졌어?"

  "아니. 여기 수염이 났네."

 

  프링글스 아저씨처럼. 그래서 휴지를 뽑아 벅벅 닦아줬다. 너무 세게 닦았는지 입가가 빨갛게 오른 걸 보고 나는 또 말했다.

 

  "이런. 이번에는 붉은 수염이 났어."

 

  반은 고의였다. 일부러 거품을 입에 묻힌 게 보여서. 내 수염을 지우려고 해서. 그래서 더 다가가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끼게 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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