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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붓을 들 것이다.
작가 : 번트엄버
작품등록일 : 2020.9.29

평범했던 주인공이 한여자를 만나 화가를 꿈꾸며 겪는 인생 스토리 입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화가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 입니다.

 
23화. 고기부페.
작성일 : 20-09-29 14:35     조회 : 45     추천 : 2     분량 : 1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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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화. 고기부페.

 

  내일은 충재, 홍선이와 여름휴가를 갔다 오기로 약속한 날이다. 충재는 그 나이 되도록 여름휴가를 갔다 온 적이 없다고 했다. 아버지는 연세가 많으신 대다가 당뇨로 많이 편찮으셔서 거동도 불편하셨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다른 형제들은 일찍이 결혼하여 출가를 한 상황이여서 그랬나? 휴가는 그림의 떡이라고 했다.

  충재의 입대가 2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 어디로 갈까?”

  “ 동성들끼리 가기에는 동해가 좋다는 소문이 있던데.”

  “ 동해로 가면 좋은데 예산이 안 맞아요.”

  이래저래 하던 일들을 그만둔 터라 주머니 사정이 다들 여의치 않았다.

  “ 그럼. 서해로 가야하나?”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 몽산포라고. 여러 번 가족들과 갔던 적이 있었는데. 거기 모래사장 좋아.”

  가족단위로 오는 관광지로 물의 수위가 낮아 아이들이 놀기에 제격이고 조개잡이도 할 수 있고 텐트촌도 잘 되어 있었다.

  매 번 친척 형이 일하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텐트촌이 그쪽으로 잡혀서 이름을 대고 공짜로 쓰던 기억도 났다.

  “ 그럼 일단, 태안반도 쪽으로 가는 걸로 하자.”

  다른 의견들은 나오지 않았다. 모두들 나의 의견을 따랐다.

  “ 그쪽으로 가서 결정하자.”

  일단, 어디든 떠나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다.

  “ 그쪽은 나도 잘 알아요.”

  홍선이 엄마 고향이 서산이라 친척들도 서산에 산다고 했다. 그렇게 대충 여행지가 정해 졌다. 야영을 해야 했기에 각자 가져올 수 있는 것들을 정해 내일 안양시내에 오전 8시까지 모이기로 했다. 충재가 8월, 내가 10월 다음해에는 홍선이의 입대가 예정되어 있었다.

  운전면허도 차도 없는 우리들은 시외 고속버스에 몸을 실어야했다. 개인 당 5 만원씩 챙겨 오기로 했는데 차비를 제외하고 나니 예산은 반으로 줄어 들었다. 그래도 쌀이고 김치고 라면이고 챙겨 가니 굶는 일을 없을 것이다.

 

  약속한 날에 약속한 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나보다 먼저 충재가 도착해 있었다.

  “ 8시 30분 차 가 있네.”

  배차 시간표를 보던 충재가 말했다. 아직 홍선이가 오지 않았는데 금방 도착한다고 했다.

  “ 충재 너 아침은 챙겨 먹고 왔어?”

  내가 물었다. 충재 녀석은 아침밥을 잘 챙겨 먹지 않는다.

  “ 아니. 가면서 계란이랑 사이다 먹으려고 안 먹고 왔지.”

  ‘자식 본거는 있어가지고.’

  그렇지 않아도 혹시나 싶어 아침 일찍 일어나 유부 초밥을 만들어서 챙겨가지고 왔었다. 혹시 점심식사가 애매해 질까봐서다.

  “ 그럼. 저기 매점 가서 계란이랑 사아다 좀 사자. 내가 도시락 싸왔는데 가면서 같이 먹자고.”

  나도 도시락 싸오느라 아침 식사를 하지 못했다. 매점에서 주섬주섬 물건을 사서 담고 있는데 홍선이가 왔다.

  “형들. 다들 일찍 와있었네.”

  홍선이 숨을 헐떡이며 인사를 한다. 녀석은 짐이 한 짐이다. 텐트를 챙겨 오기로 한 홍선이가 짐이 가장 많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출발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5 분전이 되자 이내 차가 와서 터미널에 와서 섰다. 차는 서산까지 가고 서산터미널에서 한 번 갈아타야 한다.

  “ 먼저 들어가서 앉아있자. 충재네 집이 쌀집이라 쌀과 김치는 충재의 몫이었고. 버너와 코펠 라면과 반찬은 내 몫, 텐트와 이부자리는 홍선이 몫 이였다. 그렇다 보니 홍선이 짐을 충재가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짐이 무거운 것은 아니지만 충재가 손이 남았기 때문이다. 맨 뒷자리에 앉아 짐을 옆자리에 사렸다.

  “ 다들 아침 안 먹었지. 내가 유부 초밥 싸왔는데 나눠서 먹자.”

  도시락에 3개에 나눠서 싸왔었다. 미처 공지한 내용이 아니었기에 녀석들은 놀라는 눈치였다.

  “ 주민이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우와.”

  생각보다 싸온 양이 많아서 충재가 놀라는 눈치다.

  “ 왜. 주민이형 요리 잘하잖아.”

  홍선이도 기분이 좋은가 보다 칭찬을 다하고.

  “ 아까 산 계란도 같이 먹자.”

  계란 두 줄이랑 사아다 세 캔도 같이 나누어 가졌다. 허기진 배를 채우니 기분도 한결 상쾌해 졌다. 무더운 날씨는 휴양지에서의 로망을 자극했다. 평소에 원체 말들이 없는 타입 들이라 먹을 것을 다 먹고 나면 한숨 자야겠다.

  정신이 아득해 지는가 싶더니 벌써 버스는 도착을 한 상황이었다. 어느덧 버스는 서산 터미널에 도착을 해 사람들이 내리고 있다. 한 숨 잔다는 것이 한 번도 안 깨고 계속 잔 모양이다.

  “ 다들 일어나 도착했다. 내리자.”

  “ 어? 벌써 다 왔네. 아. 세상 모르고 잤네.”

  충재도 한 번도 안 깼나 보다.

  “ 다들 어제 뭘 했길 래 피곤하게 자는 거야?”

  홍선이는 계속 자진 않았나보다.

 국전 그림 낸 다고 책 삽화 그린다고 열흘을 너무 강행한 탓인가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여기 휴양을 왔으니까 편하게 쉬다가 갔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서산까지 2시간 반 걸려서 왔는데 왜인지 모르게 더 멀리 들어가기가 싫었다.

  “ 그냥. 가까운 곳으로 가자. 내가 태안반도 쪽 많이 가봤는데 거기가 거기야.”

  “ 그냥. 몽산포로 가자.”

  충재도 멀리 들어가기는 싫은 눈치다. 충재가 한 번도 여름 휴가를 가본 적이 없었다는 이유로 출발하게 된 2박 3일 일정의 가난한 휴가가 시작되고 있었다.

  한 시간여를 달려 몽산포에 도착을 했다. 점심시간이 지나갔다는 것은 몸에서 보내는 신호에서 알 수 있었다. 배에서 연신 꼬르륵 소리가 났다.

  버스 정류장을 빠져나와 바닷가 쪽으로 걸어 들어간다. 극 성수기가 지난 해수욕장에는 그래도 휴양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아직 많았다.

  일단 허기진 배를 달래기로 했다. 짐을 부릴 장소를 찾아 짐을 내려놓고 해변 쪽으로 가니 바다가 저 멀리 보인다. 생각 했던 것 보다 모래사장이 넓다. 금강산도 식후경 이라했지. 일단, 뭐라도 좀 먹어야겠다.

  “ 점심은 컵라면 먹자.”

  “ 일단, 간단하게 먹자.”

  “ 물 받아 놓고 있을 테니까 충재는 가서 김치 좀 가져와,”

  홍선이는 짐을 지키고 있겠다고 했다.

  슈퍼에서 산 컵라면은 뭇에서 살 때 보다 500원 정도 비쌌다.

  ‘휴양지가 다 그렇지.’

  밖에 비치 되어있는 온수 통에서 뜨거운 물을 받는다. 슈퍼 앞에 있는 파라솔에서 먹어야겠다.

  김치를 가지러 갔던 충재가 홍선이를 데리고 왔다.

  “ 뭐 훔쳐갈게 있다고 지키고 있냐? 금방 먹고 가면되지.”

  허름한 짐들은 들고 가봐 야 짐일 뿐인 것들 뿐 이었다. 나는 녀석들의 라면을 먹는 기호들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가장 값싼 편인 육개장을 3개 사서 물을 부어놓고 기다라고 있었다.

  “ 아. 나는 새우탕인데.”

  홍선이가 아쉬워한다.

  “ 일단, 허기만 달래자. 보아하니 텐트 치면 돈 받으러 올 거 같은데. 돈을 분명히 아껴 써야 될 거야,”

  육개장 사발 면은 양이 아쉬워서 그렇지 맛은 좋다. 언제나 양 때문에 고민을 했었지 맛에 실망을 한 적은 없었던 라면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랑 같이 갔던 스케이트장에서 친구들과 모여 함께 갔던 수영장에서도 언제나 선택은 육개장 사발 면이었다.

  “ 사발 면먹고 잠깐 쉬었다가 텐트 치자.”

  “ 텐트치고 바다 가봐야지.”

  “ 그럽시다. 김치는 썰어 왔어요?”

  “ 충재네 김치 진짜 맛있다.”

  “ 우리 엄마 김치는 정말 잘 담구시지.”

  학원에서 밤을 새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종종 충재네서 잠을 잔적이 있었다. 충재네 집이 학원에서 제일 가까웠는데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었다. 몸이 너무 피곤하거나 일찍 접고 편의점에서 소주 한 잔 하고 들어가는 길에 충재 네서 신세를 진적이 있었는데. 그때 마다 점심 때가 되면 충재 어머니는 늦잠을 자는 우리를 깨우시고 라면에 김장김치를 언제나 수북하게 주시곤 하셨다. 그 김치 맛은 언제나 최고였다.

  “ 홍선이는 잘 모르지 충재네 김치 맛?”

  충재 네서 잘 일이 없었던 홍선이는 오늘에서야 그 맛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 새 라면은 다 익었다. 컵라면을 먹을 때 면발이 90프로 정도 익었을 때 먹기 시작해야 다 먹을 때까지 면이 불지 않는다.

  그래도 도시와 조금 멀어졌다고 공기가 달았다. 단 공기에 쉰 김치 그리고 육개장 사발 면이 있어 행복한 휴양지 첫 끼니다. 홍선이는 연신 맛있다며 충재네 김치를 집중 공략 했다. 역시 충재 엄마표 김치는 역시 예술이었다.

  “ 이제 배를 채웠으니. 할 일을 해볼까나.”

  지금부터는 텐트를 쳐야한다. 적당히 그늘진 곳에 짐을 부려놨었다.

  “ 홍선이 네가 가지고 온 거니까 어떻게 쳐야하는지 설명을 해줘야지.”

  한해가 다르게 텐트는 진화 중이었다. 그래서 유저의 설명을 듣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가 있었다.

  “ 나도 아빠랑 같이 쳐봐서 잘은 모르는데 형들 보다는 낫겠지?”

  텐트 가방을 열고 주섬주섬 꺼내는데 뭔가 우리 집에 있는 낡은 텐트와는 다른 느낌이다. 폴대가 낭창되며 잘 휘는데 자리를 잡고 땅에 고정하니까 생각 보다 짱짱하다. 생각보다 텐트를 세우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텐트 위로 후라이를 치니까 제법 모양새가 나온다. 안과 밖에 하나씩 돗자리를 깔았다. 비가 올지 안 올지 모르지만 배수로도 파 놨다. 장정 3명이서 하니까 텐트를 치고 주변을 정리하는 일은 금방 끝이 났다.

  이제 주변을 물색해 봐야한다. 개수대며 샤워장 화장실 등등 며칠 머물려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 곳들이다. 들어오면서 보니까 길가 양옆으로 개수대는 확인할 수 있었다. 몸을 쓰고 나니 또 다시 허기가 몰려왔다.

  “ 내가 쌀 씻어 올게. 뭐 찌개 같은 거 끓여 먹을까?”

  고추장이며 된장, 다시다, 맛소금 정도는 챙겨 왔었다.

  “ 참치 캔 있으니까 김치찌개 어때?”

  그럼 두부 정도만 있으면 되겠다.

  “그럼. 홍선이가 가서 두부만 사 와.”

  종이컵으로 3컵을 퍼서 쌀을 씻으러 간다. 애초에 충재가 요리가 안 된다고 해서 준비와 조리는 나와 홍선이가 설거지를 충재가 하는 걸로 약속을 했었다.

  쌀을 씻고 남은 물을 나중에 육수로 쓰면 좋다. 그래서 냄비하나를 더 챙겨갔다.

  나는 쌀을 씻을 때 세 번 이상 씻지 않는다. 그 이상 씻으면 왠지 쌀의 영양가가 다 빠져나가는 느낌 때문이다.

  쌀을 씻고 텐트로 돌아 왔다. 그리고 보니 버너가 한 개다. 하는 수 없이 밥을 먼저 짖는다. 냄비 밥을 해보기는 초등학교 때 보이스카웃 이후로 처음이다.

  10여분 끓이니까 제법 밥 짓는 냄새가 난다. 뚜껑을 열고 밥을 저어 주었다. 아무래도 코펠이 두께가 얇아 열 전도가 밑에만 될 것 같아서다. 아니나 다를까 밑에 밥은 약간 타고 있었다. 불을 줄이고 살살 달래며 밥을 계속 저어 주었다.

 그렇게 애를 쓴 만큼 밥은 괜찮게 지어졌다.

  다음은 김치찌개를 끓여야 한다.

  쌀 뜬 물에 참치와 김치를 넣고 끓인다. 적당히 끓으면 적당히 썰어놓은 두부를 넣고 다시다로 간을 살짝 한다. 따로 싸온 야채가 없으니 오늘은 이렇게 먹기로 했다. 충재네 김치만 있다면 아마도 김치찌개는 실패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내 끓은 김치찌개 냄새가 좋다.

  김치찌개는 들어가는 김치는 적당히 익은 김치도 좋고 묵은 지도 좋다. 묵은 지로 김치찌개를 끓일 때는 돼지고기가 들어가야 진리다.

  코펠에 들어있는 밥 공기와 따로 싸온 일회용 국 용기에 적당히 밥과 국을 담았다. 뭘 하긴 많이 했나보다 해가 넘어가려고 하늘색이 변하고 있었다.

  “야. 빨리 먹고 바닷가 가서 사진 찍자. 오늘 낙조 죽이겠다.”

  그렇다. 동해는 일출이 있다면 서해에는 낙조가 있다.

  김치찌개에 밥을 말아 한 술 뜨는데 입안 뒤쪽의 혀가 뻐근하다. 하루 종일 밥 다운 밥을 못 먹고 있다가 먹다 보니 침샘이 폭발하는 느낌이랄까? 뻐근한 느낌이 좀 처럼 가시지 않는다. 맛은 단연 으뜸이었다. 내가 해서가 아니라 상황이 그랬다. 김치와 참치의 조화는 집에서 해 먹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됐다.

  “ 이따가 이 김치찌개 살려서 라면 사리 넣고 소주 한 잔 딱 이겠다.”

  평소에 술을 먼저 언급하는 일이 별로 없던 충재가 한 말이다.

  “ 역시 놀러 와서 먹으면 뭐든지 맛있다니까.”

  홍선이도 맛있게 먹고 있었다.

  게눈 감추듯이 밥을 먹은 우리는 설거지는 뒷전으로 하고 바다로 향했다. 매일 보는 태양인데 왜 오늘따라 찬란해 보이는 걸까? 그것은 아마도 수평선을 마주 하고 있어서겠지. 도심에선 상상 할 수 없는 수평선 너머로 지는 태양을 보러 가자.

  가벼운 차림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슬리퍼를 신고 해변으로 나간다. 슬리퍼 안으로 들어오는 모레가 따뜻하다. 저 멀리 나갔던 바다는 어느 덧 코앞까지 와 있었다. 탁 트인 바다를 보니 참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서 가족들과 해변에 놀러 왔을 때는 바다에서 물놀이 하는 즐거움에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몰랐었는데 어느덧 자라 성인이 되어 다시 바다에 오니 기분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싶었다.

  “ 야. 홍선아. 해 넘어가기 전에 사진 좀 찍어야지? 카메라 가져왔지?”

  “ 아니. 무슨 소리야. 나 짐 많다고 안 가지고 온다고 했잖아.”

  “ 너. 디카 샀다고 자랑해서 당연히 가져올 줄 알았는데.”

  충분히 의견을 나눴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혼선이 있을 줄이야.

  “ 그럼 카메라가 없는 거야?”

  “ 아이. 일회용 카메라라도 살까?”

  고민을 안 할 수 없는 지점이었다. 자칫 잘못 샀다가는 잘 먹지도 못하고 가겠다 싶었다.

  “ 그냥. 풍경 눈에 담고 가자. 사내들 끼리 무슨 사진이야.”

  평소에도 사진 찍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충재는 포기가 빨랐다.

  “ 닭살 돋게 무슨 사진이야. 됐어. 됐어.”

  거의 무계획으로 오게 된 휴가에 잊지 못할 추억하나가 생겼다. 그러는 사이 해는 넘어갔다. 붉게 넘실거리는 바다가 한껏 머금은 빛으로 일렁이다 이내 검어지더니 이내 색이 바뀐다. 태양은 하나인데 그때그때 달라지는 빛은 참 오묘하다. 때와 장소에 따라 그 얼굴이 다르다. 우리의 모습도 아마도 많이 달라지겠지? 시간이 많이 지나고 있는 위치도 달라지면서 말이다.

  모레 사장을 거닌다. 서해 바다는 파도가 낮아 부서지는 소리 또한 작다. 아주 작게 틀어 놓은 음악 같다.

  “ 충재 너도 102보충대라고 했지?”

  “ 어. 강원도 두매 산골로 가겠지.”

  “ 세종이 편지 왔는데. 무슨 이기자 부대라고 하는 곳으로 간 거 같던데.”

  난 부대명이 특이해서 처음에는 거짓말 인 줄 알았다.

  “ 부대 명이 재밌네. 이기자.”

  홍선이도 처음 들어봤나 보다.

  “ 거기 면회 가려면 죽음이라던데.”

  “ 효민이가 언제 한 번 같이 가지고 하던데.”

  “ 조만간에 입대하는데 무슨 면회냐?”

  “ 너. 입대할 때 가족들 누구랑 같이 가냐?”

  “ 나? 혼자 가야 될 거 같아. 아버지 편찮으셔서 엄마가 가게 봐야 되거든.”

  “ 그래? 그럼 나라도 같이 가줘야겠네.”

  “ 주민이 네가? 괜찮아. 나 혼자 가도 돼.”

  “ 무슨 말이야. 혼자 보낼 수는 없지.”

  “ 나도 같이 가고 싶은데 일 때문에 못 가는데 주민이 형이 같이 가주면 좋지.”

  홍선이도 거들고 나섰다. 충재 녀석도 시크한 척 하지만 아마도 기분 좋았을 것이다. 먼 길 가는데 배웅해 줘야지.

  “ 피곤한데. 들어가서 소주나 한 잔 하고 자자.”

 텐트로 돌아와 보니 텐트에 징수원이 다녀갔는지 포스트 잇으로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리고 갔다. 전화를 걸어보니 며칠 묵을 것이며 돈은 얼마고 이런 저런 정보를 주더니 조금 있다가 우리에게 왔다. 오늘 내일 묵겠다고 하니 3만원을 받아갔다.

  경제 관점이 가장 좋은 홍선이에게 우리는 총무를 맡겼었다.

  “ 돈이 얼마나 남았지?”

  “ 차비 빼고 5만 5천 원 정도 남았는데. 오늘 소주 사먹고 나면 4만 5천 원 정도 남겠어.”

  “ 내일 저녁에는 삼겹살이라도 먹어야 되는데 돈 쓰면 안 되겠다.”

  원래 계획은 3박 4일이었는데 예산의 문제로 하루 줄인 건데. 갈수록 태산이었다.

  “ 내일일은 내일 생각하자.”

  “ 그래 인생 뭐 있어. 소주나 사러 가자.”

  그래도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를 어떻게 잘 보내는 것이 더 중요했다.

  슈퍼로 술 사러 가자.

  “ 그냥. 소주만 다섯 병사자. 무슨 맥주야?”

  “ 소주 마시고 입가심 해야지.”

  “ 형이 내일 올라가고 싶구나.”

  “ 그렇지. 모레까지 있다가 가야지.”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소주만 다섯 병 사오게 됐다.

  안양 화실에서 돈을 벌지 않으면서 그림만 그린 그 반년의 세월은 나를 아주 검소하게 만들었었다. 재료도 아껴 써야 했고 먹는 거 하나까지 돈을 최대한 안 들여야 했는데 오늘 놀러오면서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놀러와서까지 지지리 궁상이구만.’

  잠시 서글퍼졌지만 어찌하겠는가? 나의 청춘이 가난한 것을.

  김치찌개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고 있다. 처음에는 성가셨던 모기 녀석들도 술이 한 잔씩 들어가기 시작하니 이내 친숙해 졌다.

  진짜 쉬고 싶어서 떠나온 여행. 이 잔을 다 비우고 나면 누구도 깨우지 않을 잠을 청할 것이다.

 

  아주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났다. 그간의 피곤이 다 씻겨 나간 기분이 들었다.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해 보자. 공기도 좋고 물도 좋아서 그런가? 몸이 정화된 기분이다. 텐트 안에는 나만 있었다.

  ‘ 다들 어디 갔지?’

  고양이 세수를 하며 밖으로 나온다.

  저기 앞에 평상에 누워있는 충재가 보인다.

  “ 충재야. 먼저 일어났었네?”

  “ 어. 주민아. 일어났네.”

  “ 홍선이는?”

  “ 아침꺼리 장본다고 갔어.”

  밥 먹는 걸 잊고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 봤다. 나는 여기서 계속해서 못 먹으면서 더 이상 있기가 싫어졌다. 바쁘게 걸어 홍선이가 있을 슈퍼로 갔다.

  “ 홍선아. 일로 와봐.”

  슈퍼로 들어가서 홍선이를 불렀다.

  “ 형. 뭐먹지? 뭘 해먹기가 애매하네.”

  터무니없는 바가지요금도 휴양지의 물가에도 염증이 났다.

  “ 그냥. 나와 봐. 충재하고 의논 좀 하자.”

  “ 무슨 의논?”

  “ 빨리 나와 봐.”

  이 궁상맞은 여행을 나는 갑자기 끝내고 싶었다. 아니 이미 꿀잠을 잤기 때문에 적어도 나는 여행의 의미를 찾았었는지도 모르겠다. 홍선이를 데리고 충재가 있는 평상으로 돌아왔다.

  “ 애들아. 여행은 여기서 마치고 안양으로 돌아가자.”

  “ 왜. 아직 하루는 더 있어도 되잖아.”

  “ 의미가 없어. 계속 여기서 가난하게 지내기 싫다.”

  홍선이도 염증이 났는지 찬성하고 나섰다.

  “ 물가가 비싸서 뭘 살수도 해먹기도 애매해.”

  하루를 더 이곳에서 거지같이 살기는 싫었다. 그냥 우리 동네로 가자.

  “ 안양으로 가서 남은 돈으로 그냥 고기 뷔페 가서 배 터지게 고기나 먹자.”

  얼마 전에 안양에 고기뷔페가 생겼다는 소문을 들었었다. 화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 그 뷔페 가서 이틀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한 좀 풀자.”

  하루를 제대로 못 먹은 거지만 오늘 안양에 가서 제대로 고기를 먹으려면 오늘도 굶어야 했다. 굶주림은 사람의 목적을 바꾸고 있는 것이었다.

  “ 그래. 뭐 여기서 궁상 떨지말고 가자. 집으로.”

  충재도 태도를 바꾸고 있었다.

  어제 대충 먹고 치운 설거지를 깨끗이 하고 짐을 챙겨 나왔다. 배가 정말 고팠지만 찬밥 한 숟가락씩 먹고 서산 터미널로 왔다.

  “ 홍선아. 돈 얼마나 남았어?”

  “ 4만 5천 원 남았는데. 뷔페가 일인당 만 오천 원이야?”

  “ 응. 고기 뷔페 값은 나오네. 사비로 조금 더 걷으면 음료수라도 먹을 수 있겠지?”

  “ 이렇게 배가 고파보기도 참 오랜만이다.”

  “ 뷔페집 주인 가게 오픈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자고.”

  우리는 회심의 미소를 주고 받았다. 마치 고기뷔페를 가기 위해 일부러 몽산포에 굶으로 갔다 온 사람들처럼 우리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기대에 부풀어 있어서 그랬나? 서산터미널에서 안양까지 달려온 시간은 굉장히 짧게 느껴졌다.

  짐을 바리바리 들고 중앙시장 근처에 새로 생긴 고기 뷔페 집에 당도 했다.

  “ 드디어 도착했다.”

  “ 배터지게 먹어보자.”

  우리의 목적은 하나였기에 일사 분란하게 움직였다. 홍선이가 고기를 뜨러간 사이 나는 반찬거리를 날랐다. 충재는 물을 가지러 갔다. 고기 뷔페다 보니 고기가 아주 신선하고 맛있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딴 사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테이블 세팅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기를 굽기 시작한다.

  “ 삼겹살이 진리지.”

  일단 삼겹살부터 시작하자. 목살과 다른 고기들도 다 먹을 것이다.

  “ 천천히 야채하고 같이 먹어야 많이 먹을 수 있어.”

  충재도 아주 작정을 했다

  “ 야채 따위한테 내 위장을 양보할 수 없지.”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가장 많이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 어떠한 방법이던지 간에 무조건 많이 만 먹으면 된다.”

  고기는 익기 무섭게 불판에서 사라져 갔다. 역시 시장이 반찬이라 했던가. 고기 맛도 꿀맛이다. 좋아. 여기 있는 고기를 다 먹어주겠어. 그렇게 미친 듯이 고기 한 판을 다 먹어갈 즈음 슬슬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 어 뭐지? 배가 벌써 부른데.”

  배를 두드리며 충재가 나를 쳐다봤다.

  “ 형도 그래. 나도 배가 부르네.”

  믿었던 홍선이 녀석도 배가 부르다고 했다. 홍선이는 보기 드문 대식가이다.

  “ 아. 나도 이제 잘 안 들어가네.”

  신기하게도 고기 한판을 다 먹고 나니 서로가 배가 부르다고 더 못 먹겠다고 한다. 참고로 고기 한판은 약 한 근 정도 되는 양이었다. 평소 같으면 개인 당 한 근을 먹고도 남는데 희한한 일이었다.

  “ 야. 안돼. 이 정도 가지고는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거야.”

  무슨 일인가? 이거는 평소 먹는 양보다도 못 먹은 거 같았다.

  “ 사이다를 하나 시켜서 먹어보자. 그러면 내려갈지도 몰라.”

  나는 사이다를 한 병 주문했다. 분명 사이다가 들어가면 소화를 도와주며 고기를 더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뚜껑을 따서 셋이서 나누어 마셨다. 이 녀석이 분명 소화를 도와줄 것이다.

  “ 꺼~억!!”

  충재가 시원하게 트림을 한다.

  “ 야. 뭐야? 배가 더 부른데.”

  의아하다는 듯이 충재가 나에게 말을 했다.

  “ 나도. 이제 아예 못 먹겠는데.”

  탄수화물은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위에서 불을 만한 것들은 먹지도 않았는데 탄산 탓인지 나 역시 배가 터질 거 같았다.

  더 이상 고기를 먹을 수 없었던 우리는 뷔페 사장님에게 아주 모범적인 손님의 모습을 보이고 식당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쓸쓸하게 헤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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