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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붓을 들 것이다.
작가 : 번트엄버
작품등록일 : 2020.9.29

평범했던 주인공이 한여자를 만나 화가를 꿈꾸며 겪는 인생 스토리 입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화가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 입니다.

 
20화. 시화집.
작성일 : 20-09-29 14:26     조회 : 47     추천 : 2     분량 : 3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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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시화집.

 

 

 

  세종이가 군에 입대하고 나서 나는 그림을 그리는 일에 점점 더 각성되어갔다.

 

  그림의 밀도를 올리면서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생겼다. 그림이 세부적인 완성도가 올라 갈수록 디테일한 묘사가 들어 갈수록 그림을 그리는 손으로 화면을 지지하고 그리지 않으면 정확한 묘사가 힘들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사정이 그렇고 내가 왼손잡이이다 보니 오른쪽 끝부터 왼쪽 맨 아래까지 순서대로 그려 나가야 그리기가 수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렇다 보니 그리고 싶은 부분을 먼저 그린 다거나 순서를 잘 지키지 않으면 크게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그림 그리는 부위에 맞게 바닥에 앉아 그리기도 하고 서서 그리기도 해야 하며 의자에 앉고 그림을 바닥으로 내려 그릴 때도 있다. 그림을 그릴 때는 최대한 어깨를 쓰지 않는 자세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리하지 않고 몸을 잘못 써서 잘못된 자세로 그리게 되면 몸이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전체적으로 화면을 그렸다가 말렸다가를 두 세 차례 반복하고 나니까 이제야 묘사할 수 있는 정도의 화면 상태가 되었다. 처음에는 의욕이 앞서서 묘사를 하려고 했지만 캔버스의 상태가 묘사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여러 차례 물감이 천의 결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비로소 붓질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소묘하고는 또 다른 그림을 완성하는 방법이다.

 

  정신없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엄마였다.

 

  “ 여보세요. 어. 엄마.”

 

  ” 주민아. 너 언제 들어오니? 집에.”

 

  “ 나. 지금 그리는 부분만 정리하고 들어가려고.”

 

  그림이 워낙 크다 보니 하루에 그릴 수 있는 정도의 범위를 정하고 그려가고 있었다.

 

  “ 너 만나고 싶다고. 출판사에서 사람이 왔다 갔어. 언제 볼 수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고.”

 

  ‘출판사라 누구지?’

 

  “ 나 출판사에 아는 사람 없는데.”

 

  내가 대답했다. 엄마는 말을 이어 나갔다.

 

  “ 엄마. 아는 사람이라고 전에 말했던 사람 있잖아.”

 

  아. 생각났다. 그 시집을 출판한다는 작은 출판사.

 

  “ 생각났다. 근데 왜 나를 만나고 싶다는 거지?”

 

  이유가 궁금하기는 했다.

 

  “ 너무 늦지 않게 들어와.”

 

  “ 알았어. 정리하고 들어갈게.”

 

  한 번 손댄 부분을 꼼꼼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전에 그려 놨던 밑 색 만도 못한 수준에서 작업이 퇴보할 수도 있다. 한 부분 한 부분 그날 그릴 수 있는 정도로 해서 반드시 더 높은 완성도로 정리해야 한다. 그래서 늘 각성이 되어 있어야 한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 그림을 잡았다가 낭패를 본 일도 있었고 중간에 누가 찾아와서 술판이라도 벌어진다면 그날도 망한 날이 됐다. 그래서 누군가의 방해를 받지 않을 시간대를 정해서 작업에 임해야 한다. 이제 감은 좀 잡은 거 같은데 붓이 거의 망가져서 새로 사야 할 것 같았다. 거의 다 떨어져 가는 물감들도 사야 하고 돈이 필요했다.

 

  “ 엄마. 나왔어.”

 

  배가 고파서 목소리에 힘이 없다.

 

  “ 어. 생각보다 일찍 왔네.”

 

  “ 집에 누구누구 있어?”

 

  배가 고파서 곧바로 밥을 먹어야 하는데 집에 있는 가족의 인원체크가 필요했다.

 

 “ 아니. 주민아. 너 집이 아니라 출판사 가봐야 돼.”

 

  아까 전화로 잠깐 얘기했던 출판사 사장님이 기다리고 계신다고 했다. 엄마의 설명을 들어보니 출판사라는 곳이 미용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기다리신다고 하니 가서 사람을 만나야 했다.

 

  출판사라는 곳은 밖에서 얼핏 봤을 때는 액자 가게로 보였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실례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며 인사를 했다.

 

  “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나를 바로 알아보시는 게 신기했다. 엄마가 전화를 했나?

 

  “ 네. 안녕하세요. 유주민이라고 합니다.”

 

  “ 동네에서 다니면서 자주 봤어요.”

 

  나도 내 그림도 자주 봤다고 하신다. 부인과 함께 자주 우리 미용실에 들려 커피도 마시고 내 그림 보면서 이렇다 저렇다 했다는 것이다.

 

  “ 우리 처남이 하는 공장도 가봤다면서요?”

 

  자신의 촌장이라고 소개한 사장님은 [시와 그림이 있는 마을]이라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전에는 안양 지하상가에서 시화 액자 일을 했다고 하셨다. 문득 어떤 화면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 출판사의 벽 곳곳에 붙어있는 시화들. 이 시화들은 안양 지하상가에 있는 화방을 지나칠 때마다 그 앞에 진열되어있 던 것과 같은 것들이었다.

 

  “ 그럼. 지하상가 화방 앞에 있던 점포에 계셨었어요?”

 

  “ 어. 어떻게 아세요?”

 

  촌장님도 놀라는 기색이다.

 

  “ 아니. 저 그 근처 화실에서 작업한 지 좀 돼서 그 길을 자주 다녔거든요. 예전 고등학생 때부터 화방을 늘 그쪽으로 가니까.”

 

  신기했다. 시화를 제작하시다가 이제는 시집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됐다며 처남이 하는 액자 공장도 촌장님이 깊숙하게 개입되어 있다고 했다. 자신이 지하상가에서 있을 때 안양지역 중, 고등학교 축제 때 시화전에 들어가는 모든 오더를 다 받는다는 것이었다. 손재주가 좋으신 촌장님은 예쁘게 색칠된 화면에 붓과 본인이 연구한 글씨체로 시화를 완성해준다는 것이다.

 

  “ 주민 씨. 그림을 보면서 일을 한 번 맡겨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식전이죠? 나가서 소주라도 한 잔 하면서 이야기할까요?”

 

  “ 네. 좋죠.”

 

  “ 역전 근처로 가면 제육볶음 잘하는 집이 있어요. 그쪽으로 가시죠.”

 

  매번 관악역을 지나다니면서 보던 곳이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었다. 그 맛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장소를 옮겨 대화를 조금 나누다 보니 촌장님은 아주 호탕한 사람이었다. 본인도 시화를 하면서 수채화며 포스터물감을 많이 다뤄 보셨다고 했다. 나도 오며 가며 촌장님이 해놓으신 시화를 많이 봤던지라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잘 몰랐을 뿐 서로의 작품은 이미 잘 알고 있던 사이인 것이었다.

 

  “ 주민 씨. 이게 원곤데 이거 읽고 그림 좀 그려봐 줄 수 있어요? 총 세 권의 책으로 낼 건데 주민 씨도 잘 아시지만 제가 그림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 더 깊이 있는 그림을 그려내지 못해요. 주민 씨가 좀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때요?”

 

  “ 저도. 이제 입문자에 불과해 경험이 일천합니다.”

 

  무슨 말인지 알았지만 자신이 없었다.

 

  “ 미용실에 걸려있는 수채화 봤어요. 근래에 보기 드문 수작입니다.”

 

  “ 모작인데요. 뭘.”

 

  내손을 이미 떠난 그림에는 관심이 통 가지 않는 터라 감수성이 좀 떨어졌다.

 

  “ 이 원고 먼저 받으시고 선수금도 드리겠습니다.”

 

  원고와 함께 받은 봉투에는 십만 원이 들어 있었다. 십 원 한 푼이 아쉬웠던 터라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 그럼. 한 번 그려볼 게요.”

 

  머쓱하게 원고와 봉투를 받아 들었다.

 

  “ 계약한 기념으로 술 한 잔 합시다.”

 

  촌장님이 비워진 잔에 소주를 채워 주셨다.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었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지만 그림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은 사건이었다.

 

  “ 자. 주민 씨 그림과 시집 출판이 잘 되길 기대하며. 건배! 위하여!”

 

  촌장님이 큰 소리로 말했다,

 

  “ 네. 위하여!”

 

  나도 잔을 내밀어 촌장님과 건배를 했다. 어떤 것이던지 간에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그것으로 돈도 벌면 좋은 일이 아닌가? 다른 것보다 지금 작품 하는 일에만 매진하고 싶었지만 재료비에 액자도 해야 하고 돈이 이만 저만 필요한 게 아니었다. 이번 일을 잘하고 나면 괜찮은 알바가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 입대까지는 5개월. 공모전까지는 3개월의 시간을 남기고 있던 시점이었다. 나에게 입대까지 남겨진 시간은 얼마 없었다. 내일 화방에 가서 종이 좀 사야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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