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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사님~ 제발 그것만은...
작가 : 라미루이
작품등록일 : 2020.8.1

일년전 사별한 남편이 꿈속에 나타나기만 하면 분위기가 요상해져..이를 어쩌지..잠을 안 잘 수도 없고..남보다 생생한 꿈을 꾸는 시아 엄마
"정이수"의 꿈과 현실을 오가는 처절한 생존 육아 분투기. 얼마 전부터.. 귀가 간질간질.. 아이들 속마음까지 들리는데. 과거 계약연애를 했던 이사님은 늘찬 아빠가 되어 나타나고. 이사님과의 좌충우돌 티키타카는 현실이라네~
#꿈환상공포호러판타지 #여주히어로 #여주사이다 #이사님은엉뚱찌질집착파트너 #무궁무진스토리 #로코물 #재회물 #육아물 #이세계모험물
ramilui5058@gmail.com

 
14. 우리, 욕조에서 샤워나 할까?
작성일 : 20-08-11 12:17     조회 : 46     추천 : 0     분량 : 5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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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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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끔하면서도 파격적인 자주색 슈트를 입은 사내가 머신으로 다가간다.

 

 상체를 구부정하게 굽히고 우측의 네모난 버튼을 눌러 플런저의 스프링을 당겼다가...

 

 버튼을 떼자 스프링의 탄성을 이용해 왼쪽으로 휘어진 지팡이 모양의 통로를 빠져나오는 쇠구슬...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천천히 떨어지는 볼을 쫓는 날카로운 눈빛...

 

 머신 아래로 빠져버리는가 싶더니 잽싸게 왼쪽 플리퍼를 들어 올려 그 안에 가두었다가...

 

 경사면을 내려오는 볼을 튕겨낸다.

 

 상단의 삼각형을 이루는 젯 범퍼를 연달아 두드리며 보너스 점수를 얻는데...

 

 "좋았어..."

 

 다시금 천천히 휘어지며 낙하하는 쇠공을 오른쪽 플리퍼 끝으로 받더니 톡~ 튕겨 반대편 플리퍼로 때린다.

 

 멀리 날아가는 볼을 웜홀이 삼켜버리고, 다른 출구에서 나타난다는 게 플리퍼 바로 앞에 떨어진다.

 

 "위기다!!"

 

 순간, 직육면체 머신의 한쪽을 번쩍 들어 기울이는 사내... 간신히 오른쪽 플리퍼에 볼이 걸리지만, 머신은 이상을 감지하고

 

 경고등을 번쩍인다...

 

 "반칙! 반칙~ 게임 중지! 게임 오버~"

 

 사내: "되게 시끄럽네.. 쳇"

 

 그는 머신의 투명창을 쓰다듬으며 "좋은 머신이야... 부정 틸트(Tilt) 도 알아채고 말이야..."라고 지껄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와 미지의 공간, 그 가운데 실신하여 쓰러져 있는 이수...

 

 "너무 어두운가? 루시~ 불 좀 켜줄래?"

 

 구석에 놓인 소파에 꼬리를 말고 누워있던 생물체가 털을 부스스 세우며 기지개를 켜더니

 

 익룡의 그것과 닮은 날개를 활짝 펴고 반대편으로 날아간다.

 

 바닥에 사뿐히 내려서더니 꼬리 끝을 벽난로 모서리에 대고 길게 끌어 튕긴다.

 

 마치 성냥을 켜 듯이...

 

 날렵한 화살대와 날카로운 촉을 닮은 꼬리에 불이 붙자 그걸 불쏘시개 삼아 장작불을 지핀다.

 

 주위가 점차 환해지고 따뜻한 공기가 찬 기운을 몰아내기 시작하는데...

 

 얼굴과 가슴은 윤이 나는 짙푸른 단모가 특징인 러시안 블루 고양이...

 

 허리 아래로 광택이 도는 진흑빛 갑피로 덮인 드래건을 닮은 루시...

 

 "냐아옹~" 소리를 내며 그녀 주위를 서성거리다 머리칼에 가려진 얼굴을 핥기 시작한다.

 

 "... 으, 으음..."

 

 루시는 그녀의 콧등이며 귓바퀴, 양볼을 연신 핥다가 잠시 곁에 머문다.

 

 "그녀가 마음에 드는가 보구나? 루시..."

 

 "아함~~" 찢어지게 하품을 하고는 그에게 다가와 발등에 대고 헝클어진 털을 비빈다.

 

 아끼는 애완동물인양 등을 쓰다듬어주고 턱 아래를 간지럽히자

 

 "그르릉~" 소리를 내며 벌러덩 드러눕는 루시...

 

 그는 몸을 일으켜 벽난로로 다가가 선반 위에 놓인 작은 유리병을 꺼낸다.

 

 "이거면 효과가 있겠지?"

 

 그녀의 코에 대고 유리병 뚜껑을 열어 맵싸한 향기를 맡게 하는데...

 

 "으~ 으응..."

 

 "이제 정신이 좀 돌아오나??"

 

 "... 음... 여긴 어디..."

 

 간신히 몸을 일으켜 두리번거리는 이수...

 

 의문의 사내는 소파에 뭄을 눕힌 채, 품에 올라온 펫을 쓰다듬고 있다.

 

 부옇던 눈앞이 점차 맑아지고, 어두운 방안에 적응되는가 싶어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보는데...

 

 여러 상으로 흔들리던 사내가 하나로 합쳐지고...

 

 "... 당신... 또 당신이야..."

 

 "... 그래, 질기디 질긴 연이라 그런지... 죽어서도 이렇게 만나는군...크큭"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허리를 곧게 세운 뒤, 목을 돌려보는 이수...

 

 그 난리를 겪었음에도 몸에는 이상이 없는 듯하다.

 

 "안심하라고... 난 당신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 어, 어떻게 된 거야? 희준 씨?"

 

 "갸르릉~" 울부짖으며 등을 구부려 갈기를 바짝 세우는 루시...

 

 "난 더 이상..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아..."

 

 그는 소파에서 일어나 그녀에게로 다가온다. 한 발짝 뒤에서 꼬리를 살랑 흔들며 따라오는 펫...

 

 "당신이 아까 망할 "사신"을 불러내는 바람에..."

 (... 다, 다가오지 마...)

 

 무릎을 꿇어 몸을 기울이더니 그녀의 귓가와 목덜미를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부르르 몸을 떨며 고개를 젖히는 이수...

 

 "하마터면 나도 지옥으로 떨어질 뻔했어..."

 

 그녀의 메마른 입술을 동그란 혀 끝으로 매만져 적시고..

 

 (예전의... 당신이 아니야... 당신은 누구?)

 

 "... 내 이름은 루시드!! 당신의 꿈에서 마주하는 자..."

 

 가까이 다가선 그의 얼굴은 갓 돌을 넘긴 유아기로 돌아간 듯 백옥 같은 피부에 푸른 핏줄만이 가늘게 떠오른다.

 

 "죽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당신은 상상도 못 할 걸..."

 

 "... 아악..."

 

 루시가 다가와 날 선 꼬리촉으로 그녀의 손목에 상처를 내곤 진득하게 배어나온 피를 핥는다.

 

 살짝 벌린 입술에 스치듯 입맞춤하는 매끄러운 혀의 움직임이 바람처럼 멀어지는데...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더군... 하지만 이번 한 번 뿐이야..."

 

 "당신이 최악의 선택을 하면, 저 아래 살아남은 자들은 평생 말 못 할 고통을 짊어져야 해..."

 

 "... 아아...!"

 

 살짝 눈을 감은 이수... 자신을 떠나려 하는 그의 손목을 잡는다.

 

 "자각몽을 꾸는 자는 사후 세계에서 떠도는 이들의 레이더망에 걸리기 쉽다는 걸 잊지 마..."

 "...??"

 

 "삶을 포기한 당신을 데려가려는 사신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거래를 해야만 했지..."

 

 고통스럽게 표정이 일그러지며 그녀의 손을 뿌리치는 루시드...

 

 "여기 오래 머무르면 당신은 시아를 만날 수 없어..."

 

 "...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벌떡 일어나 돌아서는 그의 어깨를 붙잡는 이수...

 

 "그게 무슨 말이야? 이건 꿈 아니야? 여기서 깨어나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거 아냐?"

 

 "착각하지 마!!"

 

 불현듯 다가와 이수의 가느다란 목을 조르는 거친 손아귀...

 

 "허락되지 않은 죽음을 원한 당신 때문에...

 

 난 열반에 들어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이승과 맞닿아 저 세상의 최전방이라 일컫는 "연옥"에 영원히 머물러야 해!!!"

 

 "조선 시대로 치면 한양에서 떵떵거리고 살다가,

 

 하루아침에 역적으로 몰려 제주도로 귀양 온 것과 같다고!!"

 

 (으, 으윽..!)

 

 점점 조여드는 악력에 숨이 막혀 버둥거리는 연약한 몸...

 

 "멀쩡한 삶을 내팽개치려는 당신의 무책임한 자포자기에..."

 

 (... 큭, 크윽..)

 

 "사랑하는 시아마저 위험에 빠뜨리는 비겁함까지..."

 

 "어때? 지금도 꿈같아?

 

 생생하다 못해 현실과 분간이 안 되는 그런 꿈?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꿈 말이야?"

 

 (커억, 컥... 사, 살려 줘~!)

 

 "이제 와 빌어도 소용없어. 홀로 있을 때는 죽음이 데려가길 간절히 바랬으면서??"

 

 멀리서 천둥소리를 방불케 하는 준엄한 목소리가 들린다.

 

 [시간이 다 되었다! 루시드..]

 

 무지막지한 손아귀 힘이 서서히 풀리고..

 

 캑캑거리며 그의 손을 뿌리치는 이수, 구석으로 뒷걸음질 쳐 물러난다.

 

 "사신은 죽음의 문턱에 서야만 알 수 있는, 극적인 고통을 원해..."

 

 "당신이 섣불리 죽음을 원치 않도록..

 

 떠올리기만 해도 치를 떨만한 그런 고통을..."

 

 (무, 무슨 말이야... 당신...)

 

 그녀에게 다가가 무릎과 등 아래 손을 넣어 번쩍 들고는, 품에 안고서 핀볼 머신으로 다가가는 발걸음.

 

 저 아래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린다.

 

 ***

 시아: [엄마아~ 나 왔어..]

 

 박 여사: [얘가 아직까지 화가 덜 풀렸나? 귀신 나올 것처럼 불은 다 꺼놓고...]

 

 

 "시아가 당신을 찾는군... 어서 가봐야지... 크크크"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던 그는 주머니에서 금색 코인을 꺼내 주입구에 넣는다.

 

 "또르르르... 땡!"

 

 머신 밑바닥에 동전 떨어지는 소리...

 

 머신 전면의 스크린에 이수의 화사하게 웃는 얼굴이 자잘한 모자이크로 처리되어 떠오른다.

 

 아기를 보듬듯 품에 안은 그녀를 한 팔뚝에 올리고는 주머니에서 쇠구슬 하나를 꺼내더니...

 

 "영원히 잊지 말라는 의미로 조그만 징표를 남겨주지..."

 

 반짝이는 구슬에 대고 "후우~" 입김을 불어넣는다.

 

 "스마일~ 우리 항상 웃고 살자구!"

 

 싱긋 미소 지으며 볼에 입맞춤을 하고...

 

 "자, 게임을 시작해 볼까? 루시!! 컴온~"

 

 "냐아옹"

 

 날갯짓을 하며 머신 위에 올라서는 펫...

 

 "네가 오른쪽을 맡아!"

 

 루시는 자신의 발을 핥고는 우측 버튼 위에 살포시 올려놓는다.

 

 "3, 2, 1... Game Start~!"

 

 힘껏 튕겨 올려진 볼은 장애물에 걸려 지그재그로 휘어지며 내려온다.

 

 재빨리 왼쪽 버튼을 두드리는 루시드...

 

 가로막는 범퍼에 부딪혀 빠르게 떨어지는 볼을 오른쪽 플리퍼가 막아내고...

 

 그르릉 거리며 꼬리를 흔들어대는 루시...

 

 서로 터치 패스를 하듯 볼을 주고받는 플리퍼의 움직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수...

 

 (지금 여기서.. 대체 핀볼은 왜 하는 거야?)

 

 "걱정 마! 금방 끝나니까...

 

 이 바닥에 의미 없는 게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 명심해."

 

 타이밍 적절하게 플리퍼의 가장자리에 맞은 볼은 스핀을 먹어 우측으로 벗어나더니 깊이 파인 웜홀에 빠져버린다.

 

 스크린에 "Stone~!"이라 뜨며 반짝거리다 천천히 꺼져버리는 머신...

 

 그는 아쉬워하며 품에 안은 그녀와 입맞춤하려 하지만 고개를 돌려 피하는 이수...

 

 "이제 헤어질 시간이야. 웬만하면 우리.. 다시 만나지 말자구."

 

 "항상 "스마일!" 잊지 말라고.. 큭큭"

 

 그녀의 눈 앞에서 손가락을 들어 "따악!" 튕기는 루시드...

 

 곧이어 정신을 잃고 축 늘어지는 이수...

 

 방안을 덥혀 주던 벽난로의 불이 꺼지고, 서서히 암흑으로 물드는 사방의 벽...

 

 "루시... Come here!!"

 

 가까이 다가온 루시의 쫑긋 솟은 귀에 뭔가 중요한 말을 전하는 주인.

 

 이윽고 서서히 잠기는 어둠에 자신의 몸을 숨기는 반룡 반묘의 몸을 가진 펫...

 

 

 ***

 

 

 시아: "엄마, 어디 있어?"

 

 박 여사: "현관에 신발도 그대로인데... 대체 어디 간 거야?

 

 얘가 맨발로 나갔을 리는 없고..."

 

 "... 어, 엄마, 나 여기 있어..."

 

 세탁기가 놓인 다용도실에 구겨지듯 처박힌 몸을 간신히 일으키는 이수...

 

 "아니, 너.. 왜 거기서 나오니?? 한참 동안 네 이름 부르고 찾고 있었는데..."

 

 "엄마.. 왜 거기 숨어있어?"

 

 박 여사는 손을 뻗어 세탁기 옆 좁은 공간에서 일어나려는 이수의 손을 잡아준다.

 

 "아이고,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대체 무슨 일이야?"

 

 "... 엄마... 할 말 많은 거 알겠는데..."

 

 "나 일단 샤워 좀 할게..."

 

 멍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화장실로 향하는 이수...

 

 "아니, 쟤가..."

 

 "할머니, 엄마.. 이상한 거 같아..."

 

 "괜찮아... 괜찮을 거야..."

 

 잔뜩 움츠러든 손녀의 어깨를 감싸는 할미의 단단한 팔뚝.

 

 옷도 벗지 않은 채로... 벌벌 떠는 몸을 가까스로 움직여 욕조 안에 쭈그려 앉은 이수...

 

 손을 뻗어 샤워기의 물을 튼다.

 

 갑자기 쏟아지는 찬물에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서는데...

 

 "정신 차려... 정이수... 어쨌든 살아 돌아왔잖아...

 

 꿈이든 생시든 넌 사지 멀쩡하게 집으로 돌아온 거야..."

 

 잠시 후 뜨거운 물이 욕조를 채우고...

 

 그녀는 욕조 경사면에 등을 기대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면을 바라본다.

 

 [사신은 죽음의 문턱에 서야만 알 수 있는, 극적인 고통을 원해...]

 

 [당신이 섣불리 죽음을 원치 않도록, 떠올리기만 해도 치를 떨만한 그런 고통을...]

 

 일종의 주문처럼 귓가를 맴도는 루시드의 말...

 

 그녀는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 양손으로 귀를 막고, 물속에 얼굴을 담그는데..

 

 두 눈을 살며시 뜨자.. 저 아래 심연을 뚫고 반짝이는 뭔가가 다가온다.

 

 (... 저, 저게 뭐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전속력으로 올라오는 그것은 바로...

 

 

 

 

 

 

 - 14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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