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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사님~ 제발 그것만은...
작가 : 라미루이
작품등록일 : 2020.8.1

일년전 사별한 남편이 꿈속에 나타나기만 하면 분위기가 요상해져..이를 어쩌지..잠을 안 잘 수도 없고..남보다 생생한 꿈을 꾸는 시아 엄마
"정이수"의 꿈과 현실을 오가는 처절한 생존 육아 분투기. 얼마 전부터.. 귀가 간질간질.. 아이들 속마음까지 들리는데. 과거 계약연애를 했던 이사님은 늘찬 아빠가 되어 나타나고. 이사님과의 좌충우돌 티키타카는 현실이라네~
#꿈환상공포호러판타지 #여주히어로 #여주사이다 #이사님은엉뚱찌질집착파트너 #무궁무진스토리 #로코물 #재회물 #육아물 #이세계모험물
ramilui5058@gmail.com

 
5. 당신이 아직도 좋은 걸 어쩌냐고.
작성일 : 20-08-02 16:54     조회 : 43     추천 : 0     분량 : 6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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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여전히 묘한 매력이 있어. 그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수의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린다.

 

 "흘러간 과거는 과거일 뿐. 이제 와서 그런 계약을 다시 맺을 순 없겠지만..

 

 아이들이 같은 반 짝꿍으로 만났으니.."

 

 잠시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을 고르는 하태오.

 

 "일단은 '시아 짝꿍 아빠'로, 친구처럼.. 지낼 수 있을까? 우리.."

 

 그는 깊이 생각한 듯 진지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묻는데..

 

 "시, 시아 짝꿍.. 아빠요?"

 

 소리 내어 불러보다 어감이 웃긴 듯 피식 옅은 웃음을 터뜨리는 이수.

 

 "그래. 우리가 그 때. 끝마무리가 최악이었던 건 아니잖아? 안 그래?"

 

 (최악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피한 마무리는 아니었죠? 안 그래요? 이사님.)

 

 즉답을 피하며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이수.

 

 "이, 이사님.. 우리 애들 챙겨야 될 듯 해요. 저기 늘찬이, 아빠 찾고 난리 났네요."

 

 

 시아와 늘찬은 다른 아이들을 챙기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엄마와 아빠를 찾으려고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설마 자기들만 두고 어디로 가 버린 건 아닌지 불안해하며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아이들.

 

 어엿한 초등학생이지만 이제 겨우 1학년, 낯선 공간에 첫 발을 내디딘 겁 많은 병아리나 마찬가지다.

 

 엄마, 아빠의 보호 없이는.. 집 밖에 혼자 내놓을 수 없는 어중간한 존재라 할 수 있으리라.

 

 [자, 여러분 질서를 지켜서 강당 밖으로 아이들과 함께 퇴장하시면 됩니다.

 

 내일부터는 각자 소속된 반 교실로 아이들을 등교시키면 됩니다.]

 

 교감 선생님의 마무리 멘트가 이어진다.

 

 이로써 아람초등학교 8회 입학식이 끝난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짧지 않은 12년 학창 생활은 "타앙"하는 격발 소리와 함께 이제 스타트를 끊은 셈이리라.

 

 

 ***

 

 "시아야, 엄마 여기 있어."

 

 "우리 늘찬, 아빠 찾았어?"

 

 "엄마! 어디 갔던 거야? 다른 엄마들은 다 왔는데, 엄마만 안 오고..."

 

 "나 한참 동안 아빠 찾았어..."

 

 "그래, 그래... 우리 아들 씩씩하게 잘 기다렸네. 잘했어."

 

 화가 덜 풀린 시아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는 이수. 삐친 늘찬을 번쩍 들어 올려 자신의 품에 안는 태오.

 

 (아들 앞에선 꼼짝 못 하는 천상 아빠네...)

 

 아들을 보자마자 자상한 남자가 된 태오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이수.

 

 "자, 이제 집에 가자!"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려 북새통인 강당을 빠져나와 운동장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가는데 태오가 다가와 슬쩍 몸을 기울여 한마디 한다.

 

 "저기, 운동장에서 우리 잠깐 얘기 좀 할까?"

 

 "아, 아뇨, 집에 일이 많아서.."

 

 그녀의 대답을 못 들은 척,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태오.

 

 "늘찬아, 우리 운동장에서 잠깐 놀다 갈까?

 

 지금 집에 돌아가기는 시간이 조금 이른데. 시아야, 너도 같이 갈래?"

 

 한 시간 가까이 딱딱한 의자에 앉아 온몸을 배배 꼬면서 지루한 입학식을 견딘 아이들이 놀기를 거부할 리 없지.

 

 "당연하죠. 아빠."

 

 "네, 저도 갈래요."

 

 "아, 아니. 쟤가... 지 엄마 허락도 안 받고."

 

 부리나케 엄마 손을 뿌리치고 늘찬의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더니 운동장 구석의 미끄럼틀로 향하는 시아.

 

 달아나는 시아의 소매 끝을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아무 생각 없는 아이들 동원하기예요? 치사하게시리"

 

 "치사하다니? 저 꽉 막힌 강당에 꼼짝 못 하고 앉아있던 아이들이 얼마나 갑갑하겠어?

 

 당연히 운동장 나왔으면 애들 놀려야지."

 

 "말은 번지르하네요. 아무튼 치사해요. 아이를 볼모로 원하는 걸 얻으려는..."

 

 "뭘 원해? 내가 원하는 건 쥐뿔도 없어. 난 그저 아이들이 원하는 걸 들어주려는 그런 마음에서..."

 

 "어이구.. 그 잘난 입 다물었으면 하네요. 저기 아이들 좀 챙겨요. 늘찬이 뛰어가다 넘어지겠네..."

 

 늘찬은 신나게 달려가다 발을 헛디뎠는지 균형을 잃고 철퍼덕 넘어진다.

 

 넘어진 아이는 조심스레 자신의 무릎을 덮은 긴 바지를 들춰보더니 이리저리 들여다본다.

 

 태오는 잰걸음으로 넘어진 아이에게 달려간다.

 

 "아빠, 넘어졌는데 다행히 피는 안나."

 

 "그래, 괜찮네. 가서 시아랑 놀아."

 

 엉거주춤 넘어진 아이의 겨드랑이를 잡아 일으켜 세워주곤, 엉덩이며 허벅지에 묻은 흙먼지를 탈탈 털어준다.

 

 늘찬은 씩씩하게 미끄럼틀 위에 올라가 자신을 기다리는 시아에게 달려간다.

 

 

 잠시 후, 그들은 미끄럼틀을 바라보는 긴 나무 벤치에 앉는다.

 

 이수는 그와 간격을 벌려 멀찍이 떨어져 앉는데..

 

 "저기, 우리 이렇게 내외하기엔 너무 구면 아닌가?"

 

 "여기 보는 눈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요? 엄마들 극성스런 오지랖에 한번 당해 봐야 조심할 텐데.."

 

 "난 남의 시선 같은 거.. 신경 안 쓰는 스타일인거 잘 알잖아? 당신이 안 오면 내가 다가가야지. 뭐.

 

 서로의 거리를 좁혀라. 대화의 기본을 모르네."

 

 기다란 벤치 끄트머리에 앉은 그녀를 향해 한 발짝 옆으로 다가선다.

 

 이수는 더 이상 멀어지지 않고 살짝 흘겨본다.

 

 더하여 그의 실없는 소리에 일도 관심 없다는 듯 미끄럼틀을 쉴 새 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아이들을 바라보기만 하는데...

 

 "그나저나 아이가 밝게 잘 자랐네. 작년에 거기서 보고 일 년 만에 보는 건데 키도 훌쩍 크고."

 

 "작년에 거기"라는 말에 가슴 한 구석이 찌르르하는 이수.

 

 가까스로 견뎌 낸 아픈 마음이 다시금 도지려는 순간 땅을 딛고 선 발끝에 힘을 준다.

 

 "그럼요, 우리 시아. '아빠' 없이도 씩씩하게 잘 컸지요."

 

 태오는 당차게 돌아온 대답에 뜨끔하곤 이수를 쳐다본다.

 

 "아니, 난 꼭 그런 의미로 말한 건 아닌데..."

 

 "그럼 어떤 의미로 말한 건데요?

 

 저한텐 아빠 없는 집에서 이쁘게 자라서 뜻밖이라는 말로 들리는데요?"

 

 이대로는 감정만 상하는 격한 싸움으로 번지겠다 싶어 그는 능글맞은 표정으로 화제를 돌리려 한다.

 

 "에이. 왜 그래. 당신 사정 뻔히 아는 내가 그렇게 꼬아서 말하겠어?

 

 나 배배 꼬인 놈 아니야? 잘 알잖아?"

 

 고개를 숙이고 운동장 가장자리의 보도블록만 바라보는 이수.

 

 태오는 그녀가 복받쳐 오른 감정을 삭일 수 있도록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 곁으로 다가간다.

 

 "아빠가 너네들 잡으러 왔다. 크아아아!!"

 

 "꺄아앙~ 괴물이다! 도망가!"

 

 구부정하게 허리를 낮추고 괴물처럼 손가락을 구부린 그는 미끄럼틀 주위를 두어 바퀴 돌면서 겁먹은 아이들을 뒤쫓는다.

 

 비명을 지르며 괴물에 잡힐까 두려워 정신없이 도망가는 아이들의 표정이 환하다.

 

 이번엔 반대로 괴물이 쫓길 차례인가 보다.

 

 아이들은 그의 옷자락과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놓을 줄을 모른다.

 

 시아는 잔뜩 흥분한 나머지 손톱을 세우고 그의 굵은 팔뚝을 할퀴기까지 한다.

 

 "아이고, 괴물 죽네. 죽어!"

 

 "우리 아빠야. 아빠라고. 괴물 아니니까 괴롭히지 마!"

 

 아빠의 팔뚝에 난 울긋불긋한 손톱자국을 보고 시아 앞을 막아서는 늘찬.

 

 "아빠 괜찮으니까 사이좋게 놀아. 알았지? 늘찬아."

 

 시아가 다시금 그의 팔을 다치게 할까 봐 불안해 자리에서 일어선 이수.

 

 다행히 아이들은 학교 건물 옆, 나무 그늘 아래 쭈그려 앉아 흙을 헤집느라 정신이 없다.

 

 태오는 아이들이 사이좋게 노는 것을 확인하고는 나무 벤치로 돌아온다.

 

 아이들과 함께 정신없이 놀아주다 보니 굵은 땀방울이 귀밑을 지나 목덜미까지 흘러내린다.

 

 "이거 마셔요. 시아 먹이려고 집에서 싸온 건데..."

 

 조그만 요구르트 병을 그에게 건네는 이수

 

 "아유, 목마르다. 다 큰 어른이 아이들이랑 노는 게 제일 힘든 거 같아."

 

 땀을 뻘뻘 흘리며 플라스틱 병에 든 요구르트를 단숨에 들이켜는 그를 보며 '핏' 헛웃음을 터뜨리는 그녀.

 

 "그렇게 웃으니 더 이쁘네."

 

 어이없어하며 살짝 눈을 흘긴다.

 

 "늘찬이 씩씩하네요. 의젓하기도 하고, 아빠 닮아서 그런가?"

 

 "우리 아들이 날 닮긴 했지. 시아는 당신 쏙 빼닮았어."

 

 묵묵히 지켜보다 마음을 비운 듯 입을 떼는 이수.

 

 "난 그저 아이들이 행복하게, 웃으면서 잘 자랐으면 좋겠어요. 이제 바라는 건 그것 뿐이네요."

 

 "세상 모든 부모들이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거 알아?"

 

 다음에 이어지는 말이 뭘까? 궁금해하는데...

 

 "아이들이 행복하려면 그 부모들이 행복하게 잘 살아야 된다는 거. 답은 그것 뿐이라는 거 말이야."

 

 "멋진 말이네요. 맞는 말이기도 하고."

 

 잠시 생각에 빠진 이수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태오.

 

 "아까 내가 말한 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시아 짝꿍 아빠로.. '친구'처럼 지내자는?"

 

 한껏 기대에 찬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는데..

 

 "제가 싫다고 하면.. 이사님은 어쩔 건데요?"

 

 당돌한 대답에 살짝 당황한 태오.

 

 "그렇다고 내가 순순히 '네, 알겠습니다.' 하고 물러설 위인은 아니지."

 

 "저 해바라기처럼.. 당신만 바라보고 졸졸 따라다니지 않을까?"

 

 그녀는 잠시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을 가다듬더니 입을 연다.

 

 "음.. 전 솔직히 지금 이 상황이 엄청 혼란스럽고. 지난 과거를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하구요.."

 

 가슴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는지.. 잠시 말을 끊는데..

 

 "뭐, 쿨하게.. 심플하게.. 이제 와서 친구로 지내자면 지낼 수도 있죠.

 

 하지만, 제 곁에 누군가를 가까이 두는 게 언젠가부터 두려워지고, 영 불편한 게

 

 차라리 혼자 외톨이로 지내는 게 마음이 편하네요..

 

 미안해요. 이사님."

 

 이수의 착잡한 표정에서 뭔가를 읽은 태오.

 

 "어, 어쩔 수 없지. 지난 과거를 깔끔하게 잘라낼 수는 없으니까..

 

 차라리..

 

 우리가 여기서 처음 만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아예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이사님?"

 

 "그건 좀 아니지 않아? 난 지금도..

 

 당신에게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당신은 아닌가 보네?"

 

 지난 과거의 주요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그녀의 눈 앞에 주르륵 펼쳐지는데..

 

 별안간 툭 떨어지는 한 줄기 눈물.

 

 그녀는 묵묵히 발 아래를 바라보다가,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척 하며

 

 재빨리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낸다.

 

 

 ***

 

 작년 초, 장례식장에서 검은 상복을 입고 서서 말없이 눈물을 흘리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는 태오.

 

 그 옆에 엄마의 손을 잡고 엉거주춤 선 시아의 근심 어린 표정.

 

 그런 부녀를 끌끌거리며 자리에 앉아 매큼한 육개장을 연신 들이켜던 조문객들.

 

 그중엔 상갓집에서 술잔을 들어 건배를 하던 놈들도 있었지.

 

 ***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는 태오.

 

 "당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거 맞아?"

 

 그를 흘깃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데..

 

 "저요? 해, 행복이라..

 

 그냥 죽지 못해 사는 거죠. 무슨 제 팔자에 행복을 찾겠어요?"

 

 그녀는 작정한 듯 목에 힘을 주어 말한다.

 

 "이사님, 전 작년부터 멀쩡한 남편 잡아먹은 여자라는 뒷말 들어가면서 하루라도 잠을 편히 이룬 적이 없어요."

 

 그녀는 거침없이 말을 이어가는데..

 

 "새벽마다 심지어 한낮에 선잠을 잘 때도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다 깨어나 뜬 눈으로 지새우는 게, 제 일상이랍니다.

 

 그런 저한테.. 행복이라뇨. 가당치도 않아요.

 

 제 사전에 '행복'이란 단어는 일찌감치 지워버린 지 꽤 되었답니다."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는 태오에게 히죽 웃어보인 이수는 이대로 앉아 있으면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난 바라는 거 없어. 그저 시아가 행복하고 웃기만 하면 돼.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도 두렵고, 하루를 어떻게 버텨야 할지도 모르겠어.)

 

 미끄럼틀 주위를 돌면서 깔깔깔 웃어대는 시아와 늘찬.

 

 (나 대신에 저 아이가 밝게 웃을 수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난 만족해.)

 

 결심했다는 듯 다시 벤치로 돌아오는데,

 

 "저, 이만 갈게요. 점심 먹을 때 됐어요. 시아야, 이시아.. 엄마 간다!"

 

 태오는 한바탕 신세 한탄을 하고, 벌떡 일어서는 그녀를 차마 붙잡지 못한다.

 

 더 놀고 싶어 하는 시아의 손을 붙들고 빠른 걸음으로 운동장을 벗어나는 이수.

 

 [내 팔자도 그렇지만 니 팔자도 만만치 않게 꼬였네 그려. 어쩔꺼나? 불쌍한 우리 딸]

 

 뜨거운 욕탕에 몸을 담근 채, 끌끌거리는 친정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래, 무당년 딸이 신령 내리듯 험한 팔자도 만만한 사람 봐서 피 따라 내려온다는데 뭐 어쩌겠어?

 

 넙죽 엎드려서 험난한 운명 받아들여야지. 암, 그렇고말고.)

 

 "우리 시아만은 사납게 꼬인 팔자 내리받지 않게 잘 좀 보살펴 주세요."

 

 하늘을 바라보며 뭔가를 되뇌는 엄마를 보며 뭘까 궁금해하는 아이.

 

 

 ***

 

 집으로 돌아온 이수는 냉장고를 열고는 한참 동안을 들여다본다.

 

 "점심 뭐 먹을래?"

 

 "음, 뭐 먹을까? 고민되네."

 

 거실 소파에 누워 빈둥거리는 아이는 천장을 보며 소리친다.

 

 "엄마 마음대로 줘, 대신 맛있는 걸로. 알았지?"

 

 냉장고 옆 종이 박스에 뒤죽박죽 쌓인 짜파게티 포장이 보인다.

 

 "짜장면 어떠니?"

 

 "짜장면 좋아요, 엄마"

 

 (입학식 날은 역시 짜장면이 최고지.

 

 기왕이면 허름한 중국집을 찾아 기름기 번들거리는 탁자에

 

 마주 앉아 먹어야 딱일 텐데 말이야.)

 

 "띵동~ 띵동~"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리고 불을 켜는 순간, 집안을 울리는 초인종 소리.

 

 "누구지? 택배 올 거 없는데..."

 

 부리나케 현관문을 열고 빼꼼 얼굴을 내미니 우체부가 두툼한 서류 뭉치를 불쑥 내민다.

 

 "정이수 씨 맞죠? 등기 왔습니다. 여기다 싸인 좀 해주세요."

 

 그는 조그만 액정이 달린 단말기를 내민다.

 

 "엄마, 뭐 왔어?"

 

 "글쎄. 이거 뭐지?"

 

 우편물을 받아보니 겉면 발신자란에 "요람병원 건강검진센터"라고 적혀있다.

 

 (아, 얼마 전에 받았던 건강 검진 결과구나. 뭐 별일 없겠지.)

 

 그녀는 검진 결과가 담긴 종이봉투를 식탁 가운데 "탁" 내려놓고는 가스레인지 위 펄펄 끓어오르는 냄비를 놓을 받침으로 써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냄비 받침으로 쓰일 그 서류 뭉치가 그녀의 남은 인생을 송두리 째 바꿀 수도 있다는 걸 상상도 못 한 채로...

 

 

 

 

 - 5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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