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안에는 침묵만이 존재하고 두 사람은 연우 눈치를 보고 앉아있다. 연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파에 앉는다. 모여 앉은 세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어제 청운그룹 사장님과 만났는데 파란그룹과 계약 조건에 대해 자세하게 듣지는 못했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해"
"그게 뭔데"
"건우와 채린이 정약결혼을 한다는 조건이 있다는 것은 확실해"
"확실한 거야"
"그래서 채린이 건우에게 접근하고 지금 사귀고 있는 거야"
"건우는 그 사실을 알면서 지금 슬비를 찾아오는 거야?"
"아니 건우는 몰라 지금 두 집안에서 건우 빼고 다 알고 있나 봐"
"왜 갑자기 건우가 불쌍해지지"
"슬비야 이건 일이야 공과 사는 구분할 수 있지"
"네. 건우는 그럼 아니 회사는 어떻게 되는 거에요"
"건우가 채린과 결혼한다는 쪽으로 일이 풀린다면 우리 회사와 청운그룹은 라이벌이 되는 거지 결국 아버지와 맞서 싸워야지"
"그럼 건우가 그 사실을 알고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요?"
"그런 일이 없겠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청운그룹이 힘들어지겠지 그러면 우린 식은 죽 먹기가 되는 거야"
"결국 건우가 변수로 작용하는 구나"
"그렇게 되겠지"
"연우오빠는 어떤 조건이 좋아요?"
"나... 글쎄 생각을 해보지 않아서 쉽게 답을 해줄수가 없겠다"
"난 슬비 너의 생각이 더 알고 싶은데"
"건우가 채린과 결혼해도 상관없어요"
"그럼 우리 회사가 어려워지는데 괜찮겠어"
"어려워도 난 여기 나가지 않을 거에요"
"이제 우리 회사 사람 다 됐는데"
슬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연우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치훈이는 연우 말을 듣고 심각한 얼굴을 하며 앉아있다. 그것을 본 연우가 어깨를 툭 치면서 웃어 보인다.
"넌 지금 웃음이 나오냐"
"우린 두 가지 조건을 다 염두에 두고 일을 진행해 나가면 되는 거야"
"그럼 지금보다 일이 더 많아질 텐데 괜찮겠어"
"일 없는 것보다 바쁜게 더 낫지 안 그래"
"맞어 다들 열심히 일을 시작해 보자"
결론은 모두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일에 임해야 했다. 세 사람은 말없이 파이팅을 외치는 눈빛을 교환하고 각자의 책상으로 돌아가 앉아 일한다.
건우는 슬비에게 올인하겠다는 전투적인 마음을 먹은 이후로 채린에게 좀 소홀하게 대하게 된다. 강의실에 찾아오는 것도 채린이었고 데이트를 하면 항상 채린만 업 되어있고 건우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마주한다.
결국 참지 못한 채린이 건우를 붙잡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좀 외곽지역으로 차를 몰고 나간다. 산 속에 있는 카페에 도착한 채린이는 차를 세우고 내린다. 건우가 주위를 둘러보고 따라내린다.
"오늘은 왜 멀리까지 왔어 귀찮게"
"솔직히 말해줘 너 요즘 이상해졌어"
"난 달라진게 없는데 네가 그렇게 느낀다면 뭐 할말없다"
"여자에게 첫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
"너 의외로 순진하다 그런 면도 있었구나"
"지금 동영상 없다고 이제 막나가는 거야"
"내가 말했지 동영상이 있든 없든 난 너와 친구로 그냥 친구일 뿐이야"
"그 슬비라는 여자가 아직도 마음에 있는 거야"
"있다면 어떡할건데"
"내가 그 여자를 없애야지 내 사랑에 방해가 되니까"
"내가 말했지 슬비는 건드리지 마 힘든 아이니까"
"나도 힘들어 내 인생에 짝사랑은 너 뿐이야"
"그럼 그만 둬 왜 그렇게 나를 못 가져서 안달났는데"
"그냥 헤어지자고 말해 이별을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게"
"네 입으로 이별이라는 말이 나오길 바랬어 고맙다"
"너 정말 쓰레기다"
"그래 나 이런 놈이야 그래도 퀸카인 널 찬 남자가 아닌 킹카도 찬 여자가 되는 거야 이제 넌..."
채린은 기가 막힌 듯 다시 차에 오르고 혼자 차를 타고 가버린다. 건우가 그 상황에서 더 기가 막힌다. 조금 걸어나와 큰 길에서 택시를 부른다.
집에 도착해 엄마에게 택시비 좀 내달라고 전화를 한다. 지갑을 들고 오는 엄마가 기사에게 돈을 지불하고 건우가 택시에서 내린다. 그 순간 등으로 날아오는 엄마의 손맛
"어디서 오는데 택시비가 이렇게 나와"
"나 차였어"
"뭐 여자한테 차이고 택시비도 몇 배로 나오고 아휴 쯧쯧쯧"
하며 대문을 열고 혼자 들어가는 엄마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는 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