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안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일제히 건우를 위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면서 축하를 해주고 노래가 끝나는 동시에 케이크 촛불을 끄기 전 지그시 두 눈을 감고 소원을 빌고 있는 건우의 모습이 보인다.
눈을 뜨고 카페에는 불이 켜졌다. 박수를 치며 축하해주는 채린이가 볼에 뽀뽀를 해준다. 건우가 카페 안을 둘러보며 사람들에게 인사하려고 할 때 문 앞에 있는 세 사람의 모습을 보고 멈칫한다.
슬비가 얼른 고개를 돌려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할 때 언제 왔는지 채린이가 앞에 서서 건우가 다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말한다.
"이게 누구야 건우가 생일인지 어떻게 알고 찾아왔지"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문 앞에 서 있는 슬비와 연우에게 모아졌다. 그러나 채린의 인사말은 계속되었다.
"애들아 건우 옛 여친이 왔어. 대단하다 헤어져도 잊지 않고 초대하지 않은 생일 파티에 온 것을 보면... 설마 아직 마음이 있는 건 아니지?"
당황한 슬비는 그냥 문을 열고 나간다. 그 뒤로 연우가 나가고 치훈은 건우 눈치를 본 후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쉰다.
"슬비야 우리 다른 곳으로 갈까?"
"여기만 아니면 되요. 어디든지 가요."
연우가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거는 순간. 카페의 문이 열리고 나오는 사람은 건우였다. 혼자 서 있는 슬비를 보고 다가가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연우는 시동을 끄고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여긴 어떻게 왔어"
"너 보러 온 거 아니야 너의 생인인 줄도 몰랐어 난 그냥 연우오빠와 만나 데이트 하려고 여기에 왔다가 그만 일이 이렇게 되버린 거야"
"알아 애써 설명하려고 하지마 말 안해도 다 알아"
"어떻게 알아 네가 나에 대해서 어떻게 다 아는데"
"슬비야..."
카페 안에 건우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온 채린은 슬비와 같이 있는 것을 보고 눈이 뒤집어졌다. 슬비 앞에 서서 위협적인 말투로 이야기한다.
"끝났으면 깔끔하게 잊어야지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정채린 그만해 아무것도 모르면"
"뭘 몰라 딱 봐도 알아 너희들 같은 여자"
"그만하지 내 생일인데 들어가자 친구들이 기다리겠다"
"다시는 이렇게라도 우연히 마주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채린이 건우의 팔짱을 끼고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 있는 슬비를 보면서 차문을 열고 내리는 연우가 다가와서 슬비를 조심스레 데리고 차에 태운다. 말도 하지 않고 무작정 도로를 달려 시내를 벗어나 어느 한적한 외곽길에 차를 세운다.
"오늘이 건우 생일이었구나 늘 외국에만 있어서 잊고 살았네"
"우리 둘만 있는데 건우 이야기는 그만해요"
"그럴까? 그럼 뭐하지"
"그냥 이대로 있어줘요."
그 말에 음악을 틀고 그 자리에 그대로 말없이 앉아 슬비를 바라보고 있다. 슬비는 창밖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그것을 눈치 챈 연우가 품에 안는다.
"건우 생각보다 많이 좋아했구나 우리 슬비가..."
"아... 아니에요. 그냥 억울해서... 뭔가 억울하니까 눈물이..."
"그래 울어 내가 늘 말했지 울고 싶을 땐 내 품에서 울라고..."
연우의 말에 더 서럽게 흐느껴 우는 슬비 그 소리를 듣고 있는 연우의 마음 조차 너무 아프다.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진정이 된 슬비를 집으로 바래다 준다. 대문 앞에서 슬비를 한번 안아주고 다시 차를 탄다. 슬비는 손을 흔들어 주면서 연우의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있다가 대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어디서 들리는 목소리 고개를 돌려보니 전봇대에 기대 서 있는 건우가 보인다.
"슬비야... 슬비야..."
"네가 여기에 왜 서 있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건우는 쓰러지는 듯 슬비의 품에 안겨 기대어 있다. 술냄새가 진동을 하고 많이 취한 듯 보이는 건우의 모습에 안절부절하며 그 자리에 서 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몰라... 나도 몰라... 그냥 걷다보니 여기였어"
"빨리 집으로 가 택시 불러 줄게"
"아니... 그냥 여기 이렇게 있으면 안 될까"
"그러다가 채린이나 연우오빠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떡해"
"머리로는 다 널 잊을 수 있었어. 그런데 왜 내 몸이 널 기억하고 내 마음이 널 놓지 못하는지 모르겠어"
건우의 말에 어떤 말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냥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