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강의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으로 달려간다. 건우를 찾는데 저기서 친구들과 같이 밥을 먹는 건우를 보고 달려가 채린은 바로 옆자리에 앉아 밥은 안 먹고 건우만 빤히 쳐다본다.
건우는 어제 밤에 슬비와 함께 있었던 것이 마음에 걸리는지 제대로 채린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고 묵묵히 밥만 먹고 있다.
"형이 있었어?"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너에게 형이 있냐고"
"어... 어...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강의실 가는 길에 슬비가 있는 거야 그래서 한마디 던졌는데"
"또 뭐라고 말했어"
"내가 할 말이 뭐 있겠어 또 너 보러 왔냐고 물었지"
"그러지마 제발"
"그런데 슬비 옆에 서 있던 남자가 자신이 건우형이라고 소개하던데"
"맞어 그 사람이 내 형이야"
"이름이 도연우라고 들었는데 설마 오아시스 블루 대표 다니얼.D 아니지?"
"맞어 네가 알고 있는 그 회사 대표 다니얼.D 도연우"
"우와 너희 집안 장난 아니다"
"그러니까 너도 날 함부로 대하지 말아줘"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을 텐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있어 그런게..."
채린은 알 수없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건우가 밥을 다 먹고 식당을 나오자 커피를 들고 서 있는 채린의 모습을 보고 다가간다. 일단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둘은 걷기 시작했다.
"우리 회사하고 너의 아버지 회사하고 계약한 사실 알고 있어?"
"아니 그런 일이 있었어?"
"넌 너희 아빠 회사에 관심이 없니"
"응 그건 아빠 일이니까"
"언젠가는 네가 물려 받을 거잖아"
"아니 난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건데"
"아니 넌 꼭 하게 될 거야"
"도대체 그런 근거도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그 계약을 하면서 또 다른 조건들이 베이스로 깔려 있거든"
"어떤 조건들이 있는데"
"차마 내 입으로 말 못하고 궁금하면 직접 물어봐"
그렇게 채린은 궁금증만 남긴 채 건우를 남겨두고 강의실로 가버리고 혼자 남은 건우는 무심코 던지는 채린의 말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한편 사무실 안에는 퇴근 시간이 되고 슬비가 파란그룹에 대한 정보가 든 서류를 보고 받은 연우는 그 자리에서 펼쳐 공부를 한다. 그저 안타까운 치훈은 말없이 먼저 일어나 퇴근을 하고 슬비는 눈치를 보며 앉아있는다.
"오빠 내가 도울 일 없어요"
"없어. 조심히 들어가"
"오빠도 너무 늦게까지 있지 말고 들어가서 쉬어요"
"그래 그럴게"
조금은 차갑게 들리는 연우의 음성에 머뭇거리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시 연우의 모습을 보고 조용히 퇴근을 한다.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고 또 사무실 쪽으로 쳐다보다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간다.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이 놀자며 다가오지만 모두 거절하고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하니 엄마가 거실 소파에 앉아있다.
"우리 아들이 이렇게 일찍 집에 오는 날이 있구나"
"돌려 말하지 말고 왜 외박했는지 물어보세요 그냥"
"그래 우리 아들 어디서 외박하셨어요"
"생일이라 축하파티를 밤새도록 했다고 말씀 드리면 믿을까요"
"믿어야지 우리 아들인데"
"아빠는 어디에 있어요?"
"아마 서재에 있을 거야 근데 왜 아빠를 찾아?"
"뭘 좀 물어 보려구요"
"그래 서재에 가보던지"
건우는 서재를 향해 걸어간다. 서재 문을 두드리고 안에서 들어오란 말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서재 책상에 앉아 고민하고 있는 아빠의 모습을 본다. 그 모습에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지만 그래도 들어가서 물어본다.
"아버지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대답해 주세요"
"그래 뭐가 궁금한데"
"혹시 파란그룹과 계약 체결하셨어요?"
"우리 회사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어떻게 알았어"
"들었어요. 파란그룹 사장 딸이 제 여자친구거든요"
"그래 근데 뭐가 궁금하지"
"그 계약을 하면서 다른 조건들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 조건들이 뭔지 좀 궁금해서요. 혹시 내가 연관이 되어 있는 건가 해서 묻는 거에요"
"그럴리가... 없어"
"전 아빠만 믿어요"
"그 여자친구랑 잘 지내봐"
"조만간 헤어지려구요"
"아니 왜?"
"제가 정말 사랑하는 여자가 있거든요"
안심한다는 미소를 지으며 서재를 나가는 건우. 얼굴이 굳어지는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