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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7. 실험(4)
작성일 : 19-10-25 17:27     조회 : 59     추천 : 0     분량 : 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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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 에드먼드에게 있어서 그나마 희소식은, 라디오가 베네딕트의 연습대로 결정된 건 아니었다. 일단 그래도 호텔의 비품이라 만에 하나 망가지는 것도 곤란했다.

  리타는 일단 다음에 연습용 장치를 준비해 오겠다고 약속하고는, 해가 지기 전에 먼저 돌아갔다. 아무래도 베네딕트가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는 것도, 그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우선은 평소보다 의식적으로 에테르를 느껴보는 건 어때?"

 

  의견을 꺼낸 건 에드먼드였다. 솔직히 그의 말을 따른다는 것이 내켜 보이지 않았지만, 현재로선 가장 좋아 보이는 훈련법인 것도 부정할 수 없었다.

  마치 전문 무용수가 춤을 출 때, 자신의 손끝과 발끝, 전신의 근육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신경 쓰며 움직이는 것과 비슷했다. 지금까지가 무작정 손발을 뻗는 행위와 비슷했다면, 이제부턴 더욱 섬세하고 분명하며, 확고한 목적성이 있는 움직임을 갖는 것과 비슷했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원래의 목적 이상의 것을 발견할지도 몰랐다. 물론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건 좋지 않은 결과를 포함할 수도 있다.

 

 "우선은 오늘 당장 급하게 해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돼. 이제 네가 오전에 할 트레이닝 표를 조금 수정해놔야겠네."

 "알겠어요."

 

  베네딕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라나의 말 덕에 베네딕트의 일과가 어떤지 알게 됐다. 물론 에드먼드가 그다지 알고 싶은 정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확실히 그가 일반적인 형태의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건 예상이 됐었다.

  어쩌면 자유혁명군이 키우는 인간병기와 다를 게 없나 싶었다. 물론 에드먼드 입장에서 그들을 비난할 거리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딱히 베네딕트를 대하는 라나의 태도를 위선적이라고 비난할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그저 자기도 모르게 조금은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라나와는 다르게, 베네딕트에 대해선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의 과거사도 현재의 그의 삶에 대해서도.

  하지만 그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내는 것 또한 내키지 않았다. 에드먼드는 베네딕트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잠시 누르고, 눈앞의 문서들에 집중했다.

 

 "오늘 일찍 온 김에 일찍 돌아갈 계획은 없나? 난 이것들에 좀 더 집중하고 싶은데 말이야."

 "너도 아직 등이 아프다며?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성실한 건 좋지만, 휴식이 필요할 땐 쉬어야지."

 "사람을 한곳에 가둬 놓고 일 시키는 주제에 잘도 그런 말 하네."

 

  에드먼드는 손위에 펜을 빙그르르 돌리며 코웃음 쳤다.

  사실 에드먼드의 집중력은 강압적으로 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물론 시작은 강요였을지언정, 지금은 누가 봐도 자발적으로 암호 해독에 열중이었다. 무언가 거기서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는 것 마냥, 조금은 집착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특히 그의 아버지 피에트로 모젤의 죽음을 알게 된 이후로, 그런 느낌이 강해졌다.

 

 "에디, 한 번 얘기해봐."

 "무슨 얘기?"

 "베크햄 공작과 네 사이의 얘기. 전에 분명 얘기했잖아, 공작의 집무실에 자주 들락거렸다고. 그땐 그냥 넘어갔는데,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했거든."

 

  펜을 돌리던 손이 멈췄다. 에드먼드는 문서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돌려 라나를 쳐다봤다.

  라나는 평소처럼 옅게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에드먼드의 모습을 담은 그녀의 눈동자는 어딘가 서늘했다. 마치 그 눈동자 뒤로 총이라도 겨누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넌 아주 당연하다는 듯 얘길 했지만, 넌 그냥 에드먼드 모젤이잖아. 아르마 백작은 너의 아버지였지 네가 아니야. 아무리 귀족이라고 해도 아직 제대로 된 지위도 없는 네가, 왜 공작의 집무실까지 찾아갔지? 그것도 베티가 너에게 호감을 느낄 정도로 자주 말이야."

 

  제법 날카로운 이야기였다. 아직 작위를 물려받지 못했던 에드먼드는, 의회에 들어설 자격도 지니지 못하고 있다. 그런 그가 공작의 집무실에 과연 공적인 일로 자주 방문했다는 건, 사실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그는 어디까지나 귀족으로서의 책무를 수행하는 게 아니라, 배워가는 입장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사적으로라고 해도 이해가 안 가는 건 마찬가지였다. 사교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귀족 사회에서, 그곳의 정점에 위치한 공작이란 자가 한 집안의 장남과 유독 친분을 쌓는다는 것은, 누구도 좋게 보지 않을 일이었다.

  그런데도 그것이 매우 당연하다는 듯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라나는 그 사실에 무언가 위화감이 들었다.

 

 "뭐, 딱히 비밀은 아니지만."

 

  에드먼드는 되려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 작은 동전 하나를 꺼냈었다. 그리고 그것을 손가락으로 튕겨 라나에게 던졌다.

  동전을 받아낸 라나는 그것의 모습을 살폈다. 왕실을 상징하는 장미 문양 주변을 방패가 둘러싼 문양. 장미 문양이 왕실을 상징한다는 건 알지만, 그 이상은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덕분에 라나의 표정은 여전히 의문점만 가득했다.

 

 "귀족들 사이에도 여러 가지 사교 집단이 있어. 그리고 그 동전은 내가 속했던 원탁기사회의 일원임을 증명하는 동전이지."

 "이름 한번 거창하네."

 

  라나는 동전을 다시 에드먼드를 향해 슬쩍 던졌다. 에드먼드는 손위로 사뿐히 떨어진 동전을 받아, 곧바로 주머니에 넣었다.

  옷을 매일 갈아입음에도 그 동전을 계속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을 보면, 오랜 습관인가 싶었다.

 

 "뭐 이름은 거창하지만, 사실상 내가 졸업한 학교의 수석 졸업생들의 모임이나 마찬가지야. 국내 거의 모든 귀족과 상류층 자녀들이 다니는 곳이니, 그곳의 수석이 가지는 영광이 매우 크기는 하지만."

 "한마디로 귀족 중에서도 가장 엘리트들이 모이는 집단이라 이거네?"

 "그리고 공작은 그 모임의 수장이지."

 

  에드먼드의 대답을 듣고서도 라나는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에드먼드와 공작의 접점에 대해서야 납득은 가지만, 그렇다고 그가 집무실에 뻔질나게 드나들 이유가 되기엔 충분치 않았다.

  라나의 얼굴엔 여전히 남은 의혹이 가득했다. 에드먼드도 그녀가 모든 것을 납득하기엔, 자신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내심 그녀가 이 정도의 설명에 넘어가 주길 바란 면이 없지 않지만, 애석하게도 그러지 못하니 설명을 더 이어가야만 했다.

 

 "물론 수석 졸업생이라고 다 자격을 갖는 게 아니야. 거부할 권한도 있고, 또 추가적인 조건이 하나 더 있어."

 "그게 뭐길래?"

 "확고한 왕당파 지지 선언."

 "한마디로 대놓고 왕실 친위대 노릇을 한단 얘기네."

 "덕분에 일반적인 사교 집단과는 다르게 많은 권한을 갖기도 해. 나같이 아직 작위를 받지도 못한 귀족 자제도 말이야."

 

  라나는 그제야 조금은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에는 아직 몇 가지 의혹이 남아있어 보였다.

 

 "그래서 넌 그 안에서도 어느 정도의 지위였길래, 공작의 집무실에 자주 다녔던 거야?"

 "뭐, 공공연한 공작의 후계자 중 한 명이었지. 사실 나만이 아니야. 재상은 의회에 있어서 국왕 폐하의 대변인 자격도 갖고 있어. 그러니 능력 있고 왕당파 성향을 가진 인재를 미리 포섭해놓는 것이 원탁기사회의 실질적 목표야."

 "한마디로 귀족 중에서도 약속된 엘리트 코스 달리고 있었단 얘기네."

 

  사실은 공작이 기르던 개라고 표현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런 표현은 삼갔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얘기하는 에드먼드와 달리, 라나가 듣기엔 온통 불합리투성인 얘기였다.

  선별과 선별을 통해 소수에게만 인정되는 특권.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고, 당당히 얘기하는 모습에서 조금 거리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라나는 전혀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다. 에드먼드의 이야기에서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엔 빙그르르 미소가 지어졌다. 어쩌면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안도감에 가까울지도 몰랐다.

  자신이 그동안 가져왔던 분노가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안심. 복수심에 갈아온 칼날에 전혀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단 사실에 대한 확신. 라나는 에드먼드를 통해 자신이 싸워온 대상에 대한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안도했다.

 

 "그리고 지금 넌 공작에게 있어선 그저 버리는 패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고. 넌 거기에 대해 복수하고 싶어져서 그 암호에 매달리고 있는 거야?"

 "글쎄. 솔직히 공작의 몰락 같은 거엔 관심 없어. 일단 최우선은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거니까. 하지만 공작이 꾸미는 짓이 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면, 너희를 이용해서라도 막아내고 말 거야."

 

  이용하겠다는 말을 솔직히 말하는 걸 듣고서, 라나는 실소를 터트렸다. 어차피 지금 당장은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는건 맞지만, 그렇다고 보통은 저런말을 대놓고서 하지 않는 게 상식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 말을 대놓고서 하는 거야? 제시카가 말하길 거짓말하는 걸 병적으로 싫어한다더니, 진짜인 거 같네."

 "병적인 게 아니야. 거짓말을 하지 않는 건 개인의 명예에 달린 문제지."

 "보통은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걸 병적이라고 하는 거야."

 

  이 얼마나 결벽증에 가까운 자존심일까? 하지만 라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아니었다. 라나가 귀족을 싫어하지만, 에드먼드란 자는 무작정 미워할 순 없는 건 이런 모습 때문이기도 했다.

  다른 귀족들처럼 그저 특권을 누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에 마땅한 자격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으로는 마치 그 모습이, 그 특권을 납득하게 만드는 느낌도 들어 마음에 안 들기도 했다. 어쩌면 제시카가 유독 에드먼드와 마찰을 겪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제대로 된 노력도 없이, 그저 특권을 향유하기만 하는 무리에 비하면 나은 모습인 것도 사실이었다.

 

 "뭐, 네 말대로 공작이 주교와 무슨 꿍꿍이를 벌이는 것인지는 몰라도,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면 우리로서도 달갑지 않을 것 같긴 해. 뭐, 네가 우릴 이용하려는 것처럼, 우리도 널 이용하려는 것뿐이니까 공평하긴 하네."

 "그러니까 우린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협력관계에 지나지 않으니까, 자꾸 날 본격적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에드먼드가 다시 한번 라나들과의 관계에 딱 잘라 선을 그었다. 물론 라나도 그를 완전히 동료라고 받아들인 건 아니었다. 하지만 라나는 짓궂은 심술쟁이였다. 에드먼드의 저런 모습을 보면 오기로라도 그를 더욱 동료로 끌어들이고픈 마음만 커졌다.

  생글생글 웃으며 뭔가를 골몰히 생각하는 라나의 모습은, 이제 에드먼드에겐 불안감을 키워주는 모습이었다. 저런 얼굴 뒤에 튀어나오는 말은, 한 번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그것들은 어김없이 그의 불쾌지수를 올려주는 얘기들이었다.

 에드먼드는 무슨 얘기가 튀어나올까 불안하면서도,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 문서의 암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럼 오늘은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할까? 베니, 너도 오늘은 너무 늦게까지 있지 말고 조금 일찍 들어와."

 

  라나는 한 번씩 웃더니 에드먼드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무래도 이번엔 사람의 불안감만 키워놓고, 천천히 시차를 두고 나중에 터트릴 셈인가 싶었다.

  저 라나가 생각한 뒤에 바로 얘기를 꺼내지 않는 건 처음이었다. 덕분에 에드먼드의 정체 모를 불안감에, 속이 점점 쓰려올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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