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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7. 실험(1)
작성일 : 19-10-22 12:03     조회 : 56     추천 : 0     분량 : 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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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젊다는 건 좋구나."

 

  라나는 무언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중얼거리며, 에드먼드의 방으로 들어왔다.

  에드먼드와 베네딕트는 동시에 라나의 얼굴을 쳐다봤다. 영문모를 얼굴의 두 사람의 얼굴이, 아무도 라나가 한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단 걸 가르쳐주고 있었다.

 

 "너희들도 내 나이쯤 먹어봐. 이 나이쯤 되면 피부에 난 작은 생채기도 도무지 낫지 않는다니깐."

 

  라나는 여전히 삼각건으로 고정해놓은 오른팔을 쓰다듬으며,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드먼드는 얼마 전까지 침대 위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지금은 어느새 테이블에 앉아 암호해독에 열중이었다. 그리고 마침 아침에 퇴원한 베네딕트는, 원래 자신의 임무인 감시를 빙자한 에드먼드 돌보기를 수행하고 있었다. 왼팔은 아직 깁스하고는 있지만, 나머지는 별 불편한 게 없어 보였다.

  에드먼드는 라나를 바라보다 베네딕트로 한 번 쳐다봤다. 그제야 그녀의 말뜻을 알아듣곤, 도리어 짜증 내는 투로 항변하듯 말했다.

 

 "내 경우엔 상처의 깊이 자체는 깊지 않았잖아. 지금도 오래 앉아 있다 보면 등이 시큰거린다고. 그러니 그런 소리는 저 녀석한테나 말해주겠어?"

 "낸 네 녀석을 지키려다 다친 건데 일찍 나은 게 그렇게 불만인가?"

 

  에드먼드의 말에, 창가에 기대어 서 있던 베네딕트가 따지듯이 얘기했다. 하지만 정작 라나의 시선과 표정을 봐도, 그녀 역시 에드먼드의 말에 일부 동의하는 것 같았다.

 

 "베니가 이렇게까지 처음 다친 건 처음이긴 했는데, 이렇게나 회복력이 좋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거의 죽다 살아난 지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내가 한걱정에 대한 성의를 좀 보여봐!"

 "지금 제가 천천히 낫길 바라시는 거예요?"

 "부러워서 그런다, 왜!"

 

  어이없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베네딕트를 향해, 라나는 매우 솔직한 심술을 부렸다.

  솔직히 의사도 베네딕트가 한 달은 병상 신세를 질 거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의사가 한 말에 따르면, 완전히 박살 났던 왼팔의 뼈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태였고, 몇 군데 부러졌던 갈비뼈도 거의 다 붙은 상태였다.

  그에 비해 라나는 깊이 베인 어깨의 상처 탓에, 아직도 오른팔을 맘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물론 죽은 이들을 생각하면 이런 불만을 말하는 것도 사치였다. 하지만 눈앞의 건강해 보이는 두 젊은이를 보니 조금은 심술이 나는 것 같았다.

 

 "아마 에테르 때문이겠지.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겠지만, 무의식중에 육체의 회복을 위해 에테르를 이용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에드먼드가 나름 그럴듯한 가설을 제시했다. 별거 아니라는 듯 얘기는 했지만, 사실 정말로 그렇다면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다.

  치료를 가능케 하는 에테르 장치는 과거에 몇 번 개발이 시도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것을 성공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기껏해야 진료나 치료 등에 사용되는 의료 도구에 발전을 가져왔을 뿐이다. 치료 그 자체를 행하는 장치는 현재로선 불가능했다.

  하지만 원래 베네딕트와 같은 에테르 사용자들이 다루는 힘은, 최신의 에테르 장치보다 훨씬 복잡하고 심오하기도 했다. 단적으로 화약 무기를 사용하는 자를 상대론, 일방적인 상성을 보여주는 베네딕트의 힘도, 현재의 에테르 공학으로 구현하지 못한 일이었다.

  베네딕트의 존재를 모르는 이들이 그의 안개만 보고서, 외국의 최신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에테르 사용자의 가능성은 이미 현대의 기술을 뛰어넘고도 남을 테니, 에드먼드가 말한 가능성도 무리는 아니라 여겨졌다.

  라나도 에드먼드의 말엔 납득이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그녀는 여기서 회복력에 대한 이야기를 접기로 하고, 본제로 들어가기로 했다.

 

 "뭐 어쨌든 예정보단 빠르지만, 이렇게 베니도 돌아왔으니 간만에 회의를 시작해볼까?"

 "우리가 언제 회의를 한 적이 있다고?"

 "아아. 지금은 회의 중이니까 평소처럼 내 말에 꼬투리 잡는 건 금지야, 에디."

 

  에드먼드는 정작 쓸데없는 얘기를 가장 많이 꺼내는 게 누구냐고 되묻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랬다간 이야기가 꼬리 물기식으로 끝나지 않을 게 뻔했다.

  라나는 괜히 앓는 소리를 내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자신의 침대에 걸터앉는 게 못마땅한지, 에드먼드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그걸 신경 쓸 라나가 아니었다.

 

 "자, 그럼. 우선은 에디부터. 암호해독의 진척에 대해서 말해줘."

 "일단은 거기에 대해선, 지금의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야."

 

  에드먼드는 뭔가를 정리해 적어놓은 종이들을 내밀었다. 하지만 둘 중 누구도 일어나지 않았다. 잠깐의 무의미한 기 싸움 끝에 결국 움직이는 건, 보다 못한 베네딕트의 몫이었다.

  베네딕트는 에드먼드에게서 종이를 빼앗듯이 낚아채선 라나에게 건네줬다. 라나는 싱긋 웃으며 베네딕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곤, 종이에 적힌 글자들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꽤 부지런한걸, 에디."

 

  라나는 에드먼드의 성실함에 대해선 솔직히 감탄했다. 그녀는 에드먼드가 펜으로 휘갈겨 쓴 글들을 찬찬히 읽어가며 페이지를 넘기었다.

  날짜별로 정리해놓은 암호의 원문과 그것의 번역. 그리고 은유적인 내용에 대한 해석을 제법 꼼꼼히 정리해놨다. 라나는 에드먼드의 일 처리가 마음에 드는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일전의 거미 녀석을 비롯하여 그런 비슷한 녀석들을 래컴 주교가 몰래 만들어 내고 있었단 사실은 확인됐어. 그 사실 만으로도 상당한 스캔들 거리야."

 "결국 그런 녀석들이 더 있다는 거네. 상당히 좋지 않은 뉴스인걸."

 

  라나는 에드먼드가 건네준 종이를 찬찬히 읽어내려가다, 한 곳에서 눈이 멈췄다. 자신의 눈을 의심하듯 문장을 몇 번이고 곱씹으며 읽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반복해서 읽을수록, 그녀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갔다.

 

 "베크햄 공작도 거기에 관해 협조한 전황도 보였어. 실험의 주요 대상은 군인들이었던 걸로 보여."

 

  에드먼드의 얘기가 끝나기 무섭게 라나의 표정은 상당히 험악해져 있었다. 그녀도 한때는 군인이었던 만큼,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게 저지른 일련의 행각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독이 끝난 암호문들의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베크햄 공작이 몇몇 군인들을 차출하여, 래컴 주교가 자행한 무언가의 실험의 소재로 제공을 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이런 저런 이유를 둘러대며, 사망한 것으로 되어있었다.

  아마도 실험이 이루어 진 건 대략 3, 4년 전 부터. 하지만 정작 성과를 보인 건 얼마되지 않았다. 그 이전의 실험 대상들은 아마도 모두 사망한 것으로 보였다.

 

 "개자식들. 이 놈들에겐 군인이란 그냥 쓰다 버리는 도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지..."

 "뭔가 신경쓰이는 부분은, 아무래도 그 거미 녀석도 실험의 성공작은 아니란 거야. 반은 실패작이지만 나름 유용하게 이용은 했던걸로 보여. 그리고 일단 최근 3개월 전까지는 녀석들의 실험이 완전히 성공을 거둔 사례는 없어보이고."

 

  암호의 내용만으론 희생된 사람들의 숫자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짐작건대 절대 적지 않은 젊은 목숨이, 애국심을 미끼로 이용당하고 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라나는 애써 분노를 삼키며 길게 심호흡했다. 그리고 거미와 같은 피실험자들을 동정할 여유도 없었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존재는 확실한 위협이 됐다. 일단은 이 실험은 막아내는 것 자체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영역 밖이었다. 물론인 대로 놔두는 건 그것대로 점점 위험해지겠지만, 모름지기 일에는 수순이라는 게 있었다.

 

 "그럼 혹시 래컴 주교가 햄필드 전역의 에테르를 차단하려는 움직임에 관한 내용은 없었어?"

 "저번에 얘기했던 왕가의 무덤을 지키는 자 얘기지? 아무래도 그게 사실이라면 최근에 계획한걸 수도 있으니, 그 문서 중엔 얘기가 없을 가능성이 높을 거야."

 "그럼 일단은 그 부분에 대해선 절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네."

 

  라나는 입가를 매만지며 고심하듯 생각에 빠졌다. 정작 가장 급선무로 처리해야 할 일이, 그 진행 방향이 막막한 상황이었다. 카라바스 후작에게서 온 편지의 내용부터 분명치 않은데, 현 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량도 너무 적었다.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 라나를, 심드렁한 얼굴을 한 에드먼드가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을 느낀 건지 라나는 에드먼드와 마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렇게 쳐다봐?"

 "아니, 당신들이라면 분명 그냥 다짜고짜 래컴 주교를 죽이려 들 거라 생각했거든. 그게 당신들 해결방식이 아닌가?"

 "우리가 하려는 일에도 일단은 명분이란 게 중요하다고? 뭐, 명분이 모자랄 때는 그냥 저질러 놓고 모르는 척하기도 하지만."

 

  라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능청을 떨었다. 결국은 무작정 일을 저지르고 보는 부분도 인정하는 셈이었다.

  어차피 명분이란 녀석도 꿈보다 해몽이었다. 라나와 자유혁명군은 일반 대중의 시선에게 자신들의 행동이 어떻게 비춰질지는 중요하긴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은 서로의 언론 플레이가 메인이나 다름없었다.

  서로 선동하며 한쪽에선 행위를 정당화하고, 다른 쪽에선 그 행위를 질타한다. 어차피 사실관계보다 누가 더 그럴듯하고 자극적인 말을 하느냐의 싸움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래컴 주교라는 작자. 도무지 습격할 방법이 보이지 않아."

 "아무래도 그렇겠지. 소니힐 사원은 일단은 수도원의 형태라서, 주교도 공무가 아니고선 그 밖으로 나오질 않아."

 "응. 게다가 거기의 관계자는 죄다 수사들이니, 우리 쪽 사람을 잠입시키기 쉬운 환경도 아니고. 거기다 이 나라에서 가장 경비가 삼엄한 대수도원이니, 좀처럼 엄두가 나지 않아. 게다가 바로 거기에 거미와 같은 실험체들이 있을거 아냐?"

 

  확실히 가장 큰 문제가 그 부분이었다.

  래컴 주교의 실험체들이 가진 위협을 이미 경험을 해본 만큼, 일부러 그것들과 또 부딪히는 상황을 만드는 건 사양이었다. 굳이 한다면 그것들에 대한 확실한 공략을 찾고 난 뒤였다. 마치 모험 소설에 나오는 마왕성과도 같은 이미지가 되어버렸다.

  솔직히 지금에 와서 보면, 왕성에 침입하여 국왕을 암살하는 일이 더 쉬울 것 같았다. 물론 그것 역시 쉽지는 않은 일임은 분명하지만.

 

 "에디. 고위 성직자 살해 유경험자로서, 뭔가 좋은 팁 없어?"

 "젠장! 그러니까 난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다는 걸 몇 번을 얘기해야 해!"

 "이런, 에디. 내가 회의 중엔 꼬투리 잡는 건 금지랬지?"

 

  에드먼드는 페럴 추기경 얘기만 나오면 10년씩 늙어가는 것 같았다. 그에게 있어선 가장 건드려서 안될 부분인건 같지만, 라나는 그 부분을 건드리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어차피 피곤해지는 이 주제를 길게 이어나갈 마음이 없었다. 에드먼드는 그냥 먼저 입을 닫는 것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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