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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5. 가희(2)
작성일 : 19-10-16 12:01     조회 : 53     추천 : 0     분량 : 5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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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개구쟁이들아! 제시카 두목이 오셨다!"

 "와아! 선물... 아니! 제시카 누나다!"

 "언니! 언니! 어서 와! 언니! 이번엔 토끼 인형 사 왔어?"

 "야! 니들은 선물에 밖에 관심 없냐!"

 

  보육원의 아이들은 제시카 본인보다, 그녀가 사 온 선물꾸러미와 간식들에 더 관심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그런 제시카의 표정은 진심으로 즐거워 보였다. 그녀가 진짜로 느끼고 싶은 사람들의 감정은 바로 이런 거였다.

  이 보육원의 원장 아만다는 제시카를 핑계로, 선물 주변에 몰린 아이들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그녀가 미소 짓는 얼굴은 어쩐지 그녀의 딸인 라나와 꽤 닮아있었다.

  제시카는 아이들에게 알아서 나누라며 선물 꾸러미를 던져주곤, 아만다와 포옹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아이들 사이엔 나름 서열이 잡혀 있는 덕에, 가장 나이 많은 아이가 차근차근 선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아만다. 여기 이번 후원금이에요."

 "제시카 미안해. 매번 이렇게 신세나 지고."

 "저도 어릴 때 신세 많이 졌잖아요. 게다가 점점 정부 지원금도 줄어드는 형편에 그냥 쿨하게 받으세요."

 

  아만다는 미안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제시카가 내민 봉투를 받아들었다. 사실상 그녀가 주는 후원금에 이 보육원이 운영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형편이었다. 어쩌면 제시카가 이렇게 성공하지 않았다면, 저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더 열악한 환경인 곳에서 자랄수 밖에 없었을 운명이었다.

  그 때문에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그녀에게서 매번 후원금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제시카 역시 단순히 자애심 넘치는 자선가라서 이 보육원을 지키는 게 아니었다. 그녀에게 이곳은 제2의 고향 집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버지 없는 편모가정에서 태어나, 그녀의 어머니는 늘 일자리에 나가 있으라 제시카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다. 그때 그녀를 어릴 때부터 보살펴 온 것이, 바로 이 보육원이었다. 아만다와 라나는 그녀에 또 다른 어머니였고, 이 보육원의 아이들은 형제자매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라나는요?"

 "지금 베니가 크게 다친 바람에 병원에 있어서, 거기에 가 있단다."

 "에엑?! 베니가요? 어쩌다?"

 "글쎄. 나야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그쪽 일 때문이겠지? 라나도 걔도 크게 다쳐선 참 걱정이야."

 "에엑?! 라나가요? 진짜요? 정말로요?"

 

  브리카 왕국 최고의 가희가 내뿜는 고음의 비명에, 아이들의 시선이 절로 향했다.

  아무래도 라나와 베네딕트 주변의 인물들은, 그들이 다치는 것에 걱정보단 놀라움이 먼저 앞서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게 그 둘을 다치게 할 인간이란 세상에 존재하는지 의심이 됐다. 그야말로 국가가 만들어낸 최강의 인간병기 라나와, 그녀의 훈련을 받은 차세대 인간병기 베네딕트. 두 사람의 인상이란 그런 것이었다.

  제시카는 아쉬워하는 척하며, 정작 받은 선물들에 정신이 팔린 아이들과 아만다와 인사를 나누고, 아만다가 알려준 병원으로 곧장 향했다.

 

 "세상에...! 제시카 헤이즈... 제시카 헤이즈 맞죠? 햄필드가 낳은 최고의 유명인!"

 "아...예. 반가워요."

 

  아무래도 햄필드엔 그녀가 바라는 모습만 보여주는 이들밖에 있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유명인이 지역 공립 병원에 등장하자, 간호사부터 시작하여 병원 안의 사람들이 온통 술렁이기 시작했다.

 

 "세상에, 저렇게 유명한 사람이 이 병원에 공연오기로 했었나?"

 "글쎄? 난 아무 얘기 못 들었는데?"

 

  사람들은 그녀의 등장에 자선 공연이라도 하러 온 거로 착각했나 싶었다. 물론 노래를 불러주는 일이야 큰일은 아니었지만, 일단은 원래의 방문 목적이 있으니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제시카는 당황하는 간호사들을 진정시키며, 원래의 목적을 전달했다.

 

 "아니, 저. 그냥 아는 사람이 여기 입원을 해서요."

 "아! 그랬군요! 실례했어요! 혹시 환자분 성함이?"

 "베네딕트요. 성은 없어요. 그냥 베네딕트."

 "아! 그 환자분이면 206호 공동 병실에 계세요!"

 "그럼, 고마워요."

 

  제시카는 감사 인사를 남기고 돌아서려 했다. 하지만 우물쭈물하며 뭔가를 말하려나 싶은 간호사의 얼굴을 보며,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웠다.

  병원 차트를 무슨 소중한 보물 마냥 꼭 끌어안고서 덜덜 떨고 있던 간호사는, 이내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아! 저기... 혹시 사인 좀...!"

 "네? 아, 지금 펜을 가지고 있는 게 없어서요."

 "여기! 종이랑 펜 많아요!"

 

  간호사는 급하게 병원 차트와 펜을 내밀었다. 제시카는 내밀어진 그것을 쳐다보며 당황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간호사도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금방 얼굴이 붉어졌다.

 

 "아뇨. 이건 아니죠. 다른 종이 없나요?"

 "앗! 죄송해요! 잠시만요."

 

  간호사는 급하게 다른 빈 종이를 가져와, 기어코 제시카의 사인을 받아내고야 말았다. 그 모습을 본 이들이 하나둘 제시카 앞에 종이를 내미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10여 분 동안 사인회를 열고야 말았다.

 

 "이야! 역시 제시카의 인기가 굉장하네!"

 "보고 있었으면 좀 도와달라고요."

 

  어느새 제시카의 등장 소식을 들은 라나가 내려와 있었다. 라나는 제시카의 볼멘소리에 키득거리며 웃음으로 답했다. 그런 라나의 모습에 제시카는 그녀를 쏘아보면서도, 또 한편으론 걱정스러운 눈으로 삼각건으로 둘둘 싸맨 그녀의 어깨를 바라보았다.

 

 "대스타가 되어도 은근히 부탁을 거절 못 하는 성격은 여전하다니까."

 "반대로 대스타의 자질이라고 봐주시죠."

 

  라나의 놀림에 제시카의 입이 비죽 튀어나왔다. 그러면서 여전히 라나의 다친 어깨 쪽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 다쳤다는 말이 현실감 없이 느껴졌지만, 막상 직접 보니 마음이 복잡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어깨는 어때요? 괜찮아요?"

 "전혀! 하마터면 외팔이가 될 뻔했지 뭐야!"

 "세상에! 라나를 그렇게 만들 괴물이 이 세상에 있기나 한 거였어요?"

 "응 진짜로 괴물이었거든."

 

  제시카는 한순간 라나의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라나의 웃는 얼굴에 아무렴 어때하고 그냥 넘거버렸다. 무엇보다 자유혁명군의 일에 얽히고 싶지 않아, 그냥 더 이상 파고들지 않기로 했다.

 

 "아아, 젠장! 라나랑 베니하고 한잔하려 했는데 완전히 망쳤네요!"

 "대스타님 말버릇 조심해야지. 나라도 같이 가주고 싶기는 한데, 일단 의사가 한동안 술은 금지랬어."

 

  라나는 진심으로 아쉬워하면서 병실 문을 열어젖혔다. 제시카는 문 너머로 십여 개의 침상 있는 병실의 풍경 속에서, 베네딕트가 있는 자리를 금방 찾지 못하고 라나 뒤를 마냥 졸졸 따라갔다.

 

 "베니! 제시카가 왔어!"

 "세상에...!"

 

  제시카는 들고 있던 손가방을 자기도 모르게 떨어트렸다. 베네딕트의 모습을 금방 찾지 못한건, 단순히 침상이 개수가 많아서가 아니었다. 그의 몰골이 그녀가 상상을 한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시카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이것이 무슨 감정인지 금방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라나와 베네딕트를 일일이 걱정하며 살았다간, 분명 언젠가 신경쇠약이라도 걸릴 게 뻔했다.

  라나는 어쩔 줄 모르는 제시카의 모습에 곤란해하는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쟤는 진짜로 죽을 뻔했다니까. 실은 한 몇초는 진짜로 심장이 멈추기도 했었을걸?"

 "지금 그게 웃으면서 할 얘기에요?"

 "라나, 왜 애를 울리고 그래요."

 "이건 너 때문이거든!"

 

  제시카는 이제 화를 내며 떨어트린 손가방을 다시 주워들었다. 어쩌면 저들을 무적으로 생각했던 건, 지금까지 두 사람이 위험한 일을 하는데도 걱정하지 않으려 한 방어기제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들이 하는 일과 가능한 관련하지 않으려 하며, 본인의 안전만을 생각한 죄책감.

  하지만 그들이 마주하던 위험이 현실로 눈앞에 보이니, 제시카는 자기도 모르게 복잡한 기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제시카는 잠시 가방 안의 편지를 전해줘야 할지 고민이 들었다. 이 편지의 내용이 잘못하면 저들을 또 위험한 일에 뛰어들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편지를 주지 않는다고, 자유혁명군 활동을 그만두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 편지가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그 도움이라는 것이 저들을 그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들이 자신들이 하는 일이 불가능이라 여겼다면, 진작에 그만뒀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제시카는 심호흡을 하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가방 안의 검은 봉투의 편지를 꺼내어 라나에게 건넸다.

 

 "라나. 이거 라나에게 온거에요. 나중에 천천히 읽어봐요."

 "응? 이거 설마?"

 

  라나는 카라바스 후작에게서 온 편지를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제 더는 자신에게 오는 일이 없을 편지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거의 확신이었다. 그렇기에 이제 와서 등장한 후작의 새로운 편지에,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다시 한번 봉투에 적힌 서명을 확인하고서, 조용히 그대로 품속에 집어넣었다.

 

 "고마워. 본의 아니게 또 신세를 지게 됐네."

 "신세 지는 거 알면 나나 아만다 걱정이나 끼치지 말아요. 베니, 너도 마찬가지야! 안 그래도 온통 새하얀 애가, 미라 흉내라도 내는 거야 뭐야?"

 "나라고 좋아서 이 꼴인 건 아냐."

 

  베네딕트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덕분에 제시카의 화만 더욱 돋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확 오르는 짜증에 자기도 모르게 손가방을 중환자에게 집어 던질 뻔했다. 정확히는 진짜로 집어 던질 제스쳐까지만 취하고는 가까스로 참아냈다. 그리고 부들대는 손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제시카는 성큼성큼 베네딕트의 침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허리를 살짝 숙이고 짜증이 잔뜩 난 얼굴로, 베네딕트의 한쪽 볼을 손가락으로 콕콕 찔러댔다.

 

 "누가 좋아서 그렇게 된 거래? 앞으로 또 요런 꼴이 되지 않게 조심하란 거지!"

 "남의 얼굴 찌르지 마라. 에디 녀석이랑 안 엮였으면 이 정도의 일이 벌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에디? 에디는 또 누구야?"

 "에드먼드."

 

 제시카는 에드먼드 누구? 라고 되물으려다 며칠 전에 들은 뉴스가 떠올랐다. 교도소로 이감하기 위해 호송하던 도중 괴한들의 습격을 받고 납치당한, 요즈음 최고의 화제성을 가진 인물. 에드먼드 모젤.

  떨리는 동공으로 제시카는 라나의 얼굴을 쳐다봤다. 라나는 무슨 일 있냐는 듯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제시카와 마주 봤다.

  당황한 제시카는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겨우 입을 연 것은, 한 대여섯 번 심호흡을 하고 난 뒤였다.

 

 "저기, 라나. 그 에드먼드란게... 설마..."

 "응. 네가 생각하고 있을 그 에드먼드."

 "에에엑?!"

 

  제시카의 고음이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 침상의 환자들이 천상의 나팔소리인 줄 알고, 그 영혼이 튀어나오지 않은 게 천만 다행이었다.

  어쩌면 이날 제시카는 자신의 음역대 최고점을 기록했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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