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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흔들려도 괜찮아, 넘어지지만 않으면.
작가 : writer
작품등록일 : 2019.9.3

이야기 1
우울함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내는 한 사람과
죽음 앞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

이야기 2
죽음을 택한 친구와
그 친구에 대한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친구의 이야기.

 
15
작성일 : 19-09-07 21:17     조회 : 15     추천 : 0     분량 : 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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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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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입이 떼졌다. 그 사람. 이름도 몰랐다. 아는 것은 오직 그 사람이 매우 서글픈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 뿐. 그것이 전부였다. 나는 그 사람의 이름을 몰라서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이라고 칭했다. 내 영상을 본다면 그 사람은 알 것이다. 그것이 자신을 뜻하는 것임을. 그렇게 그 사람을 위한 말을 시작했다. 당신이 처한 상황에서 당신을 끄집어내주고 싶다고 말했다. 당신을 살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죽음의 상황에서 당신을 구해내주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다. 말하면서 속으로는 약간 웃기기까지 했다. 내 자신의 몸조차 죽음의 손아귀에서 구해내지 못하면서 누구를 구해준다는 건지. 웃겼다. 내 자신이. 그러나 신체적인 병은 어찌할 수 없다고 해도 그 사람의 심리적인 아픔은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조금만. 조금만 상황을 바꿀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다. 그 사람이 처한 끔찍한 상황 속에서. 그렇게 나는 그 사람을 위한 말을 풀어내었다. 사실 그리 긴 말은 할 수가 없었다. 나 또한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인지할 수가 없었다. 그저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그저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이야기를 했다. 다 털어놓았다. 그 사람을 위한 영상도 다른 영상들과 마찬가지로 너무나도 짧게 끝나고 말았다. 생각과 감정은 넘쳐나는데 언어라는 것은 그 모든 것을 담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표현방식이었다. 실제로 마주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로 그리고 글로 전해지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이 잘 전해질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실제로 만나는 것. 실제로 만나고 싶었다. 그 사람을. 내가 죽기 전에. 그렇게 나는 솔직한 내 마음을 전했다. 만나보고 싶다고. 할 수 있다면 내가 죽기 전에 실제로 마주하고 싶다고. 그렇게 나는 동영상의 끝에 내 진심을 담았다. 당신을 만나고 싶다고. 그 사람을 위하는 마음을 담아서 동영상을 끝내었다. 띠링. 하고 동영상이 업로드 되는 소리가 들렸다. 전화를 받지 않던 그 사람이 제발 동영상은 보기를. 간절히 바랬다. 간절히. 툭. 하고 다시 내 스마트 폰 화면이 어두워졌다. 아팠다. 온 몸이. 제 스스로 죽음을 원하는 것을 눈치라도 챈 듯이. 그렇게 정신에 이어서 몸이 아파왔다.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한두 번 겪은 일도 아닌데. 그런데 그 전과는 달랐다. 내가 유일하게 내 감정을 털어놓은 그 아이에게 내 처참한 현실을 들켰기 때문일까. 우울했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 창피한 것을 들켜버린 것이 싫었다.

 

 

 

 

 

 전화가 울렸다. 그 아이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힘이 없었다. 전화를 받고 싶지도 않았다. 왜 다시 나한테 전화를 하는 거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속을 털어놓았기 때문일까. 무엇이 그 아이에게 있어 나한테 전화를 하게 만들었을까. 알 수가 없었다. 궁금했으나 전화를 받을 수는 없었다. 내 마음이 열리지 않았다. 부끄러웠다. 그 아이를 마주보았을 때는 그토록 쉽게 열렸던 내 마음인데 내 한심한 처지를 들키고 나니 차마 전화를 받을 수가 없었다. 싫었다. 내 현실을 보여주기가.

 

 그렇게 하루. 또다시 하루. 그렇게 나는 여전히 내 방안에 갇힌 채로 시간을 보냈다. 한심하게 볼만도 했다. 처참한 내 현실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었음을. 나도 알고 있었다. 누군가를 탓하고 싶기도 했으나 내 자신 또한 잘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었다. 나는 내가 잘못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바뀌어야만 했다. 어차피 나는 겁쟁이기에 죽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동안 해왔던 죽음을 위한 시도들이 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끔찍한 시도들. 그 모든 끔찍함이 세세하게 떠오르려고 해서 나는 간신히 그 기억들을 내 머릿속에서 쫓아내 버렸다. 버텨내야했기에. 싫었다. 더 이상은 과거에 붙잡히는 것이. 과거는 너무나도 잔인한 모습을 하고는 나를 괴롭혔다. 그랬기에 벗어나야만 했다. 전화가 여러 번 울렸다. 하루가 지나고 또 다른 하루가 지나고. 그렇게 전화가 울려대었다. 그러나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 아이의 얼굴을 마주볼 용기가 나지 않았기에.

 

 띠링. 하며 알람 음이 울렸다. 문자였다. 얼굴을 마주보지 않아도 되는. 글이었다. 얼굴을 마주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스마트 폰을 켜서 그 아이가 보낸 문자를 읽었다. 장문이었다. 그 곳에는 그 아이의 걱정이 묻어났다. 나를 향한 걱정의 말들. 그리고 관심. 누군가가 나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들 너무나도 냉정하게 나를 지나쳤는데, 그 아이는 나를 지나치지 않았다. 그리고는 끝까지 나를 붙잡았다. 어쩌면 그저 지나치고 무시해도 되는 나를 붙잡아 주었다. 나에게 있어서 그런 사람은 처음이었다. 내 상처를 알아보고 먼저 말을 건 사람은. 그렇게 열리지 않던 내 마음이 그 아이의 글에 의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꽝 꽝 하고 얼어있던 나의 마음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아이의 글에는 그 아이의 마음이 담겨져 있었다. 서글프게도 짙은. 언 마음을 뜨겁게 녹이는. 그 아이의 마음이 나를 울렸다. 그렇게 내 안에서 녹아버린 마음이 눈물이 되어 내 밖으로 흘러나왔다. 차가운 마음과 다르게 눈물은 뜨거웠다. 나를 위한 글은 처음이었다. 그 누구하나 나에게 따스한 말을 해주지 않았으나 그 아이만은 나에게 따뜻한 말을 해주었다. 따스하고 포근했다. 그 속에서 편히 쉬고 싶었다. 안락하고 편안하게도. 너무나도 넓은 마음이었다. 매일같이 보이는 것으로 판단내리고 남을 깔아 뭉게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며 나를 무시내리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가 진정으로 내 속을 바라봐주는 사람을 만나자 내 속이 깨져버렸다. 서서히 금이 가던 내 마음이 그렇게 한 순간에 깨져서는 부셔져 내렸다. 부셔졌다는 것은 나쁜 말을 듣고서 찢겨나간 내 심장과 같다는 뜻이 아니었다. 새로 소생하는 생명과도 같이 그렇게 죽은 심장이 부셔졌다는 뜻이었다. 내 심장은 무너져 내린 내 과거의 상처 속에서 새로이 탄생되었다. 그렇게 아이의 마음이 내 마음을 자라나게 했다.

 

 나는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차가운 스마트 폰을 움켜쥔 채로. 현실에서는 없었다. 나와 마주한 그 모든 사람들은 나에게 너무나도 차가웠다. 그러나 딱딱한 기계 속에 존재하는 그 아이는 나를 달래주었다. 내 속을 보았다. 오직 그 아이만이. 실제로 만나고 싶었다. 그 아이를. 한 번도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그 아이가 살아있을 때. 만나고 싶었다. 만날 수 있다면. 만나고 싶었다. 내 현실 속에서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나는 죽음을 바라지 않을 것 같았기에. 그렇게 나는 실제로 그 아이를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랐다. 제발. 그리고 또 제발 하며. 내 현실에서 그런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내가 이렇게 죽음을 바라지 않았을 텐데. 진정으로 내 속을 바라봐주는 사람을 만났다면. 이렇게 우울감 속에서 삶을 살아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이렇게 죽음을 간절하게 바라지도 않았을 텐데. 만나고 싶다. 그 아이를. 현실에서. 내 삶 속에서 만나고 싶다....

 

 띠링. 하며 알람 음이 다시 울렸다. 내 손가락이 내가 누워있는 맨바닥과도 같이 매끈한 스마트 폰의 창을 눌렀다. 그러자 나의 손가락이 그 아이의 마음을 눌렀다, 그렇게 나는 척박한 현실이 아닌 마음이 안정되는 곳에서 그 아이를 마주했다. 그 아이는 며칠 사이에 더 수척해져 있었다. 얼굴빛이 회색빛을 띄었다. 이제는 죽음이라는 것이 정말로 그 아이로부터 생명을 앗아갈 것만 같이 보였다. 죽지 않았으면 했다. 나에게 있어서 유일하게 진정한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이 죽어서는 안 되었다. 죽으면 안 된다.

 

 그 아이는 나를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이라고 칭했다.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 그 순간 내가 받지 않았던 그 아이의 마음들이 보였다. 나 스스로 창피하다 생각하여 회피하기만 했던 그 아이의 관심이. 피하기만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전화를 받지 않았음을. 창피해했다. 그 아이는 나를 향해 내가 처한 상황에서 나를 꺼내주고 싶다고 말했다. 나를 괴롭히는 현실에서 나를 구해내 주고 싶다고. 그 아이가 나를 구해줄 수 있을까. 나이는 나와 같았으나 나보다 훨씬 어른스러웠다. 그 아이는 자신의 영상에서 어른이 되지 못함을 슬퍼했으나 그 아이는 이미 어른이었다. 그것도 어른 같지 않은 어른보다 더욱 큰 어른이었다. 나는 그렇게 어른이 되어버린 친구의 말을 들었다. 마음이 가까워짐을 느꼈다. 열리지 않을 것만 같던 내 마음이 그 아이에게는 너무나도 쉽게 열려버렸다. 다시는 녹지 않을 것만 같던 나의 마음이 그렇게 너무나도 쉽게 녹아버렸다.

 

 “만나고 싶다.” 만나고 싶다 하였다. 그 아이가. 나를 향해. 죽음이 자신을 찾기 전에 나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실제로 만나고 싶다고. 나는 그 아이의 마지막 말에 그저 멍하니 굳어서는 화면만을 바라보았다. 그 아이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스마트 폰 속에 갇힌 모습이 아닌 현실에서 실제로 만나고 싶다고 하였다. 현실에서.... 그 아이가 나를 찾아 올 수는 없었다. 내가 나가야만 했다. 그 아이와 만나기 위해서는. 꽁꽁 닫혀버린 내 방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그토록 두려운 사람들로 가득한 그 공간으로 나아가야 했다.

 

 

 

 툭. 하고 만나고 싶다는 말을 남긴 채로. 아이의 영상이 끝이 났다. 그 아이가 사라지자 다시 내 스마트 폰 화면은 어두움으로 가득 차버렸다. 그렇게 나는 어둡기에 더욱 선명하게 내 얼굴을 비추는 스마트 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어두움 속에 내가 있었다. 그 아이가 사라져버린 곳에 남은 나에게는 그렇게 어둠밖에 남아있지를 않았다. 그 아이를 만나지 못한다면 나는 평생을 어둠 속에서 살아가야만 할 것이 분명했다. 지금처럼. 나를 괴롭혔던 과거처럼. 내 미래 또한 그렇게 어두움에게 빼앗겨 버릴 것이 분명했다. 벗어나고 싶었다. 그 끔찍한 어둠속에서. 나를 끌어내리고 가두고 있는 그 속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어둠과도 같이 암울한 내 방에서 도망가고 싶었다. 나를 얽매고 있는 이러한 심리적인 감옥 속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그 아이만이 유일하게 갇혀있는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마지막이었다. 그 아이마저 죽음에게 빼앗겨버리면 나는 홀로 이 암흑 속에 갇혀 평생을 살아내야만 할 것이기에. 이 감옥과도 같은 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용기를 내기로 했다. 그 아이를 만나기로. 내 삶에서 다른 선택지를 안겨준 그 아이에게로 향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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