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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흔들려도 괜찮아, 넘어지지만 않으면.
작가 : writer
작품등록일 : 2019.9.3

이야기 1
우울함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내는 한 사람과
죽음 앞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

이야기 2
죽음을 택한 친구와
그 친구에 대한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친구의 이야기.

 
06
작성일 : 19-09-07 21:14     조회 : 15     추천 : 0     분량 : 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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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내 머리카락이 잘려나갈 때마다 내 목이 점차 뻣뻣해졌다. 미용사의 손바닥 날이 내 머리에 느껴졌다. 내 머리에 한 올의 머리카락도 남아있지 않았기에 그렇게 나는 차가운 손의 온도를 다 느껴야만 했다. 그 어떤 것도 내 머리를 보호해 주지 못했다. 나는 그렇게 잘려나간 머리를 붙잡지 못하고 그저 땅으로 흩날렸다. 그렇게 내 모든 것이 떨어져 나갔다. 나는 눈을 뜨지 못했다.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아니 뜰 수 없었다. 나는 그렇게 빳빳해진 고개를 푹 하고 숙여버렸다. 감긴 내 눈 속에 고여 있던 눈물이 다 떨어져 나간 머리카락과 같이 바닥으로 하직했다. 그렇게 나의 슬픔도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병실로 돌아와서 침대에 누웠다. 잘려나간 머리로 멍하니 침대에 누워서 천장만을 바라보았다. 병원 천장은 너무 희었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면 푸른 하늘이 보였으나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지 않았다. 고개를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내 머리에 그 모든 촉각들이 너무나도 세세하게 느껴져서 내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다 느껴졌기에. 나는 그 느낌이 너무나도 모질게 느껴져서는 그저 빳빳하게 고개를 정면으로 향한 채로 병원 천장만을 바라보았다.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을 때에는 몰랐었는데 두피도 피부와 같이 모든 촉각들을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매우 세세하게....

 

 눈을 떠서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내 눈에 흰 천장이 들어왔다. 나는 서서히 내 눈을 감았다. 그러자 희기만 하던 나의 앞이 서서히 어두워져갔다. 그렇게 내 눈앞이 어두웠다. 그렇게 나의 눈이 닫혔다. 어둡게도. 짙게도. 내 미래와도 같이 내 눈앞이 그렇게 끊겼다.

 

 그렇게 잠에 들었다.

 

 새벽, 나를 찾아온 급격한 추위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내 심장이 내 몸에 스민 추위에 의해 찢어질 것만 같이 쿵쿵 거리며 뛰어댔다. 심장이 제 자리를 넘어서 발광을 해대자 심장을 가리고 있던 갈비뼈에 자꾸만 심장이 부딪혔다. 그렇게 심장은 제 몸에 멍을 내었다. 그렇게 붉기만 한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댈수록 심장은 점점 검게 물들고 말았다. 조절할 수가 없었다. 점점 심장이 과격하게 뛰어대었다. 심장이 확장되며 커질 때에는 심장이 들어있는 공간이 너무 좁아서 숨이 막혀왔고, 심장이 수축될 때에는 마치 누군가가 내 심장을 잡고 쥐어짜는 것만 같이 아파왔다. 그렇게 점점 그 격차가 커질수록 내 스스로가 심장의 변화를 감당하는 것이 힘들어져 갔다. 그렇게 끊임없이 뛰어대는 심장은 살아있음을 나타내는 두근거림이 아니었다. 나의 몸이 더 이상 내 상태를 감당해내지 못한다는 것을 뜻하는 뜀이었다. 그렇게 내 몸은 점점 나와 분리되어져 갔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내 몸을 감당할 수 없었다. 내 몸은 겉에서부터 변해버렸기에. 망가져 버린 내 속 또한 정상이 아니었다. 현실인지 꿈인지 혼동이 올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지고 심장이 아파왔다. 현실인가. 꿈인가. 내 눈은 분명 소리를 외쳐대는 엄마를 담았는데, 내 귀는 그 모든 소리를 담아내지 못했다. 그랬기에 그곳에서 온 괴리감이 내가 그저 몽롱함 속에서 꿈을 꾸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현실인데 내 몸이 그 모든 자극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희미해져가는 시야 속에서 내 안에서 터져 나오려고 하는 내 심장을 움켜잡았다. 가슴이 아플 정도로 나의 심장이 세게 뛰었다. 그렇게 혼란스러움 속에서 나는 간신히 내 정신을 부여잡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정도의 여력은 없었다. 그러나 나의 기억에 자면들이 새겨졌다. 뜨여진 눈으로 본 장면인 것인지, 그저 내가 상상을 해 낸 것인지 모를 그런 정신착란 속에서 마지막으로 담긴 장면은 절규하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장면은 내가 잠에 빠져들 때와 마찬가지로 서서히 닫혀버렸다.

 

 어두움과도 같은 적막이 나의 귀를 막았다. 내 눈을 덮고 있는 눈꺼풀이 너무나도 무거워서 나는 쉽사리 눈을 뜨지 못했다. 눈이 들린다는 것이 그토록 힘든 일인 줄 나는 알지 못했다. 내 온 몸에는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내 손가락 사이 사이로 희미하게나마 남은 힘들이 다 빠져나갔다. 정신이 돌아온 것 같은데 몸은 돌아오지 않은 것만 같았다. 손가락을 까닥하는 것도 나에게는 너무 벅찬 것이 되어버렸다. 나는 그렇게 잠시 숨을 고르다가 간신히 힘을 모아서는 눈을 떴다. 눈꺼풀이 위로 올라가며 내 시야에 하얀 병원의 천장이 담겼다. 내 눈이 뜨여지자, 순간 너무나도 빠르게 나의 시야에 엄마의 모습이 들어왔다. 엄마의 얼굴은 온통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너무나도 초췌하게 슬픔에 녹아버린 듯한 엄마의 모습. 그렇게 서글픈 엄마의 모습이 내 눈에 담겨졌다. 엄마가 흰 천장을 가리고는 내 눈 앞에 존재했다.

 

 머리카락이 빠져도. 수 많은 주사바늘에 찔려도. 무서운 소리를 내는 커다란 기계 속으로 들어가도. 밤마다 찾아오는 들끓는 아픔 속에서도. 다 견뎌내었다. 눈물로 버틸 때도 있었고, 내 손톱으로 손 끝을 강하게 찔러내면서 아픔을 견디기도 하였다. 그런데 뜨여진 내 눈에 들어온 엄마의 모습은 버티기가 힘들었다.

 

 나도 견딜 수가 없어. 이제 더 이상.

 

 이보다 더 밑은 없겠지 했는데. 있었다.

 

 밑이고,

 밑이고,

 밑이고,

 밑이었다.

 

 

 

 제발 그만 좀. 하강하는 나에게는 끝이라는 것이 닿지를 않았었다. 그런데 엄마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 한 표정을 마주한 순간,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더 이상 나에게 남은 것은 없었다. 바닥이었다. 그제 서야 내 몸이 바닥에 퉁. 하고 닿은 것이었다. 미래도, 희망도, 현재도, 과거도, 추억도, 친구도, 가족도. 그렇게 모든 것을 잃었다. 한 순간에.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을 빼앗겨 버린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끔찍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눈을 감는 것 뿐 이었기에.

 

 나는 그렇게 눈을 감았다.

 

 그 날 이후, 내 몸은 점차 피폐해져가기만 했다. 정신이 아팠던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정신도 뇌로 하는 거니까. 그러기에 정신이 아픈 것도 몸이 아픈 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정말 몸이 아픈, 육체적인 아픔은 나를 찢어놓았다. 심장이 쾅쾅대었는데, 나의 심장은 뛰는 것이 아니라. 찢겨져 나가는 것이었기에. 나는 그 헐어버린 심장이 뛸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정말로 나의 마지막을 준비했다. 마지막은 죽음. 나는 그렇게 죽음을 준비했다.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확실해졌기에. 나는 죽음을 준비했다. 나에게 있어 죽기 전까지의 모든 생활은 포기해 가는 과정이었다. 몸이 아팠다. 몸에 따라 나의 정신도 아팠다. 정신이 아프면 또다시 몸이 아팠다. 그렇게 몸과 정신은 나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너무나도 끔찍했다. 더욱 더 괴로운 것은 짧다고 하면 짧은 인생이지만, 내 삶은 남는 게 없었다. 이룬 것도 한 것도 남는 것도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몇 개월 후면 그저 존재하지도 않았던 사람처럼 그저 죽음 속으로 흩어져만 갈 것이다.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한 채로.

 

 그렇게 나는 아픔 속에서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아무 것도 없이 그저 죽음 앞에서 다 포기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수는 없었다. 내 몸이 꺼진 뒤, 내가 죽는다고 해도 이 세상에 남을 수 있는 것을 만들기로 했다.

 

 

 마지막. 삶의 마지막이 확실해질 때, 사람들은 무엇을 준비할까. 생각해보았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다시 나를 울렸다. 시작도 해보지 못한 인생이 져버리는 것만 같아서. 그러나 정말로 내 몸은 마지막이었다. 몸은. 내 몸은. 마지막. 순간, 나는 내 몸이 죽어 한 줌으로 날아간다고 해도 내 존재가 어딘가에서 숨을 쉬고 살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살아있다는 것은 신체가 살아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어쩌면 정신과 살아있던 흔적이 남는 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에. 그렇게 나는 나의 죽음을 위해서 마지막 남은 나의 삶을 기록해 놓기로 결정했다.

 

 내가 내 삶을 이 세상에 남기고 가기 위해 택한 방법은 바로 얼마 남지 않은 내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기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내 남은 인생을 담을 스마트 폰을 잡았다. 왼쪽 팔에는 주렁주렁 여러 바늘이 꽂혀있었기에 나는 조심히 몸을 옆으로 돌려서는 스마트 폰을 켰다.

 

 전원을 누르자, 어둡기만 하던 스마트 폰 화면이 밝아지면서 내 남은 흔적을 남길 공간들이 펼쳐졌다. 나는 손을 옮겨서는 동영상 사이트 앱을 눌렀다. 나의 남은 인생을 담을.

 

 환하게 동영상 사이트의 앱이 켜졌다.

 

 동영상 녹화 버튼을 눌러 보았다. 손톱으로 짓눌러진 내 손 끝이 버튼을 눌렀다. 내 손이 닿자마자 내 스마트 폰 화면에 내 얼굴이 들어와 담겼다. 활짝 하고 펼쳐진 스마트 폰의 세상 속으로 어둡기만 하던 내 모습이 들어갔다. 그렇게 나는 작은 창 속으로 들어간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텅 비어버린 듯 한 나의 눈. 그 눈은 어떠한 생기도 제 속에 품고 있지를 못했다. 내 눈은 이미 죽어버린 듯 하였다. 나는 그렇게 나를 담고 있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거울과도 같았으나, 동영상에 찍힌 나와 거울 속에 담긴 내가 다른 점은 기록된다는 점이었다. 동그랗게 생긴 빨간 버튼만 누르면 나의 흔적은 이 세계에 남을 것이었다. 내 생명이 암에 의해 앗아가게 된다고 해도 나의 삶의 흔적은 스마트 폰 속의 세상에 남아서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나를 설레이게 했다. 나의 흔적이 남는 다는 것. 내가 죽어도. 나를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내 죽음 앞에서 나보다 더 한 없이 무너져 내리기만 하는 엄마에게는 선물이 되지 않을까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그렇게 내가 한 줌의 가루로 죽어 사라진다고 해도 살아있을 때의 내 모습이 인터넷 속에 남아서 슬픔에 젖은 엄마를 달래주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죽은 눈빛으로 스마트 폰 세상 속에 담긴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서서히 지쳐버린 몸을 침대에서 일으켰다. 나에게 있어서 죽음은 확정된 것이었으나. 사람은 모두 죽기에. 물론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조금 일찍 죽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로 결심했다. 나의 흔적을 기록하고 남겨서 나를 먼저 떠나보낼 엄마를 위해서 무언가를 남기기로 결심했다. 죽기 전에 그것만. 그것만이라도 하고 죽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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