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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히어로 테일즈
작가 : 두번째준돌
작품등록일 : 2018.11.1

마법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 (누구나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장대한 시리즈물로 기획된 '히어로 테일즈'는 마법세계, 특히 블루마법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현실감 있게 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영웅(Hero)이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무적의 존재도 완전무결한 신도 아닌 그들은, 그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일뿐입니다.

 
11 - 2화. 던젼 데이트?
작성일 : 19-07-30 14:51     조회 : 51     추천 : 0     분량 : 4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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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던젼 데이트?

 

 

 

 네파리안과 보라머리 여고생 아스나는 아예 교무실에서 하루 치 결석증을 끊어놓고 레인보우 시티로 향한다.

 목적지는 데이트 명소로 소문난 플라워타리움 던젼.

 하지만 데이트를 하러 가는 건 아니었다.

 그들이 플라워타리움으로 향하는 이유는 네파리안의 고대문서 모으기 취미 때문이었다.

 마법 열차 안에서 네파리안이 말한다.

 

 "파랑 도시 근방의 던젼들은 지금 가는 플라워타리움을 제외하고 모두 클리어했지. 물론 고대문서들도 전부 모았고 말이야."

 "그렇군요. 이번에 플라워타리움에 가시는 이유가 아직 모으지 못한 고대문서 때문이었군요."

 

 아스나가 옆에서 대답했다.

 흑발청년이 고대어가 적힌 공책을 향해 시선을 내리깔자, 그녀는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짓는다.

 아스나는 은근 데이트를 기대했던 모양이다.

 

 "선배, 혹시 플라워타리움 던젼이 뭘로 유명한 곳인지 알고 계신가요?"

 "글쎄. 꽃 아닌가?"

 

 네파리안이 노트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무뚝뚝하게 되묻는다.

 

 "맞아요. 그리고 그 꽃들을 구경하러 온 커플이 많아서 데이트 명소로도 유명하지요."

 "그렇군."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다음 문장을 읽기 시작하는 흑발청년.

 시커먼 다크 서클에선 19세 청춘의 풋풋함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휴우~"

 

 아스나가 나지막이 긴 한숨을 내쉰다.

 

 '대체 언제쯤 우리 관계는 퀘스트, 던젼 파트너에서 더 나아갈 수 있을까?'

 

 보라머리 여고생은 무심한 남자의 옆태를 흘겨보며 걱정한다.

 

 

 

 

 마법 열차가 레인보우 시티에 도착했다.

 역에서 나온 그들은 버스를 타고 플라워타리움 던젼으로 이동한다.

 다행히 평일이라서 예전에 윌리엄과 윗키가 왔을 때(2장)보다 입장객이 훨씬 적었다.

 입구를 가득 메운 솔로부대도 없었고 말이다.

 

 "청소년 두 장 주시오."

 

 네파리안이 매표소 아줌마한테 요구했다.

 아줌마는 상대방이 청소년이란 사실에 조금은 놀란 듯 했으나, 굳이 학생증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녀가 입장권 두 장을 내밀며 말한다.

 

 "1만 8천 크레딧입니다."

 "여기 2만 크레딧. 잔돈으론 애들 과자나 사주쇼."

 

 정확히 만 크레딧 두 장을 건네는 네파리안.

 매표소 아줌마는 애들 과자 사줄 돈이 생겨서 기뻐한다.

 

 "그럼 들어가 볼까?"

 

 네파리안과 아스나는 유리 돔 형태의 거대한 온실 던젼 플라워타리움에 발을 들인다.

 던젼 안은 따뜻한 봄 날씨였다.

 그래서인지 사방에는 온통 푸르른 식물과 알록달록한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와아, 예쁘네요!"

 

 보라머리 여고생이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한다.

 냉혹한 겨울 남자 네파리안은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지 흙길을 따라 앞으로 걸어갈 뿐이다.

 

 "돔의 중앙에 플라워타리움의 보스가 있다고 들었다. 얼른 처치하고 나가자."

 

 운치도 낭만도 없는 흑발청년의 말에 아스나의 입에서 한숨이 저절로 새어 나온다.

 그녀는 네파리안과 함께 꽃구경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 입을 연다.

 

 "네파리안 선배, 우리 꽃구경 좀 하면서 가요!"

 "꽃구경?"

 

 네파리안이 아스나를 돌아본다.

 그의 눈에 매력적인 긴 보랏빛 생머리를 가진 늘씬한 여고생의 모습이 들어온다.

 서로의 알몸도 몇 차례 본적이 있는 특별한 관계의 두 남녀.

 네파리안이 팔짱을 끼고는 잠시 생각에 빠진다.

 

 "음... 꽃구경이라... 뭐 괜찮겠군. 가면서 마주치는 몬스터들에게 신기술이라도 시험해 보려는 건가?"

 

 빵점짜리 대답이었다.

 조금이나마 낭만적인 반응을 기대했던 아스나의 잘못이었다.

 그녀는 각양각색의 꽃으로 뒤덮인 플라워타리움의 산책로(데이트 코스)를 걸으며, 화풀이하듯 날 선 도를 휘둘러댄다.

 아스나의 앞에 나타난 불운한 거대 꿀벌, 독나비, 식충식물들은 단칼에 몸이 잘려져 나간다.

 

 '아우-! 정말 네파리안 선배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람? 저번엔 우리 집 온천까지 찾아와 나더러 파트너가 되어달라고 해놓고선! 그래놓고 달랑 던젼이나 같이 깨자는 건 또 뭔데?!'

 

 가시덩굴 식인 식물을 두 동강 내버리며 그녀가 생각했다.

 복잡다단한 여자의 마음을 일개 냉혈한 따위가 알 리 없었다.

 네파리안은 그저 '아스나 쎄졌네'라고 생각하며 뒷짐을 지고 편하게 뒤를 따라간다.

 

 잠시 후, 둘은 보스 몬스터가 있는 중심부에 도착했다.

 플라워타리움은 초급 던젼이라 보스도 별로 강하진 않은 편인데, 오늘은 재수가 없게도 출몰하는 보스 중 가장 강한 녀석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온몸이 위협적인 얼룩으로 가득한 높이 10m의 식충식물이 붉은 꽃 대가리를 슬렁대며 침입자 둘을 내려본다.

 

 "자이언트 네펜데스."

 

 네파리안이 보스 몬스터의 정식 명칭을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손목을 풀며 앞으로 나선다.

 

 "하필 오늘은 강력한 놈이 나왔군. 킬러 비나 라플레시아가 나왔으면 쉽게 끝냈을 텐데... 아스나, 뒤로 물러나 있어라. 이놈은 내가..."

 "아뇨. 제가 상대할 겁니다."

 

 그런데 아스나가 되려 앞으로 나서는 게 아닌가?

 그녀가 자이언트 네펜데스(줄여서 자.네)를 향해 칼을 겨눈다.

 

 "선배는 뒤에서 구경이나 하세요."

 "괜찮겠는가? 자이언트 네펜데스는 위험 레벨 50 정도로 강한 축에 속하는데..."

 "걱정마시죠."

 

 말을 마치기 무섭게 아스나가 자.네를 향해 달려든다.

 

 <촥>

 

 자.네의 큼직한 줄기에 강력한 참격이 꽂혔다.

 

 "크와아아아아!"

 

 선제공격을 당한 자.네가 유리 돔이 떠나가라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녀석은 곧바로 머리에 달린 꽃 아래에서 수십 개의 채찍 같은 덩쿨들을 꺼내서 아스나를 붙잡으려 한다.

 보라머리 여검사는 우아하게 뒤로 물러서며 칼로 덩쿨들을 쳐낸다.

 덩쿨 공격이 먹히지 않자 자.네가 이번에는 면도칼처럼 날카로운 나뭇잎들을 쏘아 보낸다.

 

 <쏴아아아>

 

 바람이 낙엽을 훑고 가는 소리와 함께 수많은 나뭇잎이 그녀를 향해 쏟아진다.

 

 "검기, 검풍!"

 

 아스나가 도를 크게 휘둘러 강력한 칼바람을 만들어낸다.

 검풍은 그 많던 나뭇잎들을 전부 다 바스러뜨리며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다.

 공격을 막아낸 아스나는 잽싸게 자.네의 옆으로 돌아가 뒤로 힘껏 도를 올려친다.

 초록색 진액이 팍하고 사방으로 튄다.

 

 깊은 검상을 입은 자이언트 네펜데스.

 그렇지만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자.네는 몸통이 데롱데롱 떨어지기 직전이 되었는데도 다시 회복하기 시작한 것이다.

 광합성의 도움을 받은 엄청난 회복력.

 그걸 본 네파리안이 아스나를 향해 외친다.

 

 "조심해라 아스나! 녀석이 공격해온다."

 "꺄악!"

 

 자.네가 굵직한 통나무 같은 다리 줄기로 아스나를 걷어차 버렸다.

 큰 덩치만큼이나 엄청난 데미지였다.

 보라머리 여검객이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그녀의 눈에 자.네가 거대한 꽃으로 노란색 에너지를 모으고 있는 장면이 포착된다.

 

 <슈이이이잉>

 

 그것은 식충식물 특유의 용해액.

 자.네의 가장 강력한 기술이었다.

 저 공격에 맞았다간 아스나의 몸은 강산을 끼얹은 것 마냥 완전히 녹아버릴 것이다.

 

 "크윽."

 

 아스나가 검을 앞으로 세워 피격에 대비한다.

 

 <촤아아아->

 

 물벼락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뿜어지는 용해액.

 그 노란 액체 덩어리가 보라머리 여검객을 덮치려는 순간, 네파리안의 흑발이 그녀의 앞을 막아준다.

 

 "하데스의 손길."

 

 용해액이 단숨에 얼어붙더니 곧이어 깨진 유리창처럼 산산조각나 버린다.

 

 "네파리안 선배..."

 

 아스나가 이름을 부르자 흑발청년이 뒤돌아본다.

 그가 싸늘하지만 아스나에게만은 더없이 따뜻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널 다치게 두지 않아."

 "!!! (두근)"

 

 아스나의 심장이 설렘으로 두근거림과 동시에 네파리안이 자이언트 네펜데스를 가리킨다.

 

 "용해액을 쏘고 기력을 충전하는 지금이 기회다. 얼른 가서 끝장내버려."

 "네, 선배!"

 

 기꺼이 대답한 보라머리 소녀는 민첩한 보법으로 달려가 자.네의 줄기를 타고 오른다.

 10m나 되는 높이를 단숨에 뛰어오른 아스나가 횡으로 도를 휘둘러 거대한 꽃 대가리를 날려버린다.

 

 <뎅겅>

 

 머리가 잘린 자이언트 네펜데스는 호객하는 개업 인형처럼 마구잡이로 꿈틀대더니 이윽고 힘없이 바닥에 허물어지고 만다.

 죽은 보스의 사체를 넘어 네파리안이 다가온다.

 

 "어디 다친 덴 없나?"

 

 그가 묻자 아스나가 얼굴을 붉힌다.

 보라머리 소녀가 그저 빨개진 얼굴로 고개만 끄덕이자, 네파리안이 걱정하며 서로의 이마를 가까이 댄다.

 

 "열이 좀 있는 것 같군."

 "뭐, 뭐 하시는...?!"

 "단순 타박상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이따가 병원에 들르도록."

 

 네파리안이 이마를 떼며 조언이랍시고 해주었다.

 그래도 살짝은 설렜으니 70점짜리 대답이라고 해주자.

 

 둘은 보스가 숨겨 놓은 보물상자를 열어 던젼을 클리어한다.

 보상품을 확인하는 네파리안.

 초보 던젼에 어울리는 온갖 잡동사니와 적은 양의 크레딧, 그리고 케케묵은 고서적 하나가 나온다.

 

 네파리안은 고대 빠돌이 아니랄까 봐, 다른 건 팽개쳐놓고 잽싸게 그것을 집어 든다.

 뛰어난 고대어 해독능력을 이용해 책의 제목을 해석해 보는데...

 

 "가을 남자... 퓨리언의... 여자 꼬시기 대작전? 뭐야 이게! 되도 않는 자서전이잖아? 내가 이딴 멍청한 책을 얻으려 레인보우 시티까지 왔단 말인가?!"

 

 그가 고서적을 땅에 내팽개치며 성질을 부린다.

 잠시 혼자 으르렁거리던 흑발청년은 이내 냉정을 되찾고는 아스나를 향해 말한다.

 

 "돌아가자."

 "네, 선배."

 

 둘은 뒤돌아서 던젼 출구로 향한다.

 네파리안에겐 아무런 소득도 없었던 플라워타리움에서의 시간이었지만, 아스나에겐 아니었다.

 그녀는 파랑 도시로 돌아가는 내내 자신을 구해줬던 네파리안의 멋진 모습을 떠올리며 속으로 흐뭇하게 미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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