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우리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한때는 너무 사랑했고 서로 없어서는... 없어서는 안될 정도로 너무 사랑했던 사이였잖아?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또다시 눈물이 볼을 따라 흐르는 것을 느꼈다. 잠자코 있던 그녀는 이윽고 대답했다.
그녀: 오빠는.. 헤어지는 오빠만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동안 오빠는 내게 믿음을 주지 못했어.
남자: 어떤 믿음? 대체 뭘 어떻게 해야 네가 말하는 믿음이라는 건데?
남자는 순간 또다시 욱하는 마음에 여자쪽으로 자세를 돌려 핏대를 세웠다. 너무나 그리웠던 얼굴을 마주하면서도 그의 안에 이글거리는 분노를 다스릴 수가 없었다.
그녀: 거봐. 또 이렇게 듣지않고 따지듯이 화만내지. 한번이라도 내 말을 진지하게 듣고 내 입장이 되어본적 있어?
남자: 내가 이기적이었다는거야? 결국 너만 잘 났고 내 잘 못인거네?
그녀는 얼굴을 창 밖으로 돌리며 팔짱을 낀채 뒤로 기대었다. 몸이 들썩이는 것을 보니 울고 있는 것 같았다.
?: 네 기억에다 대고 백날말해봐라~ 뭔소릴 기대하는 거야?
뒷좌석에서 ?의 굵은 목소리가 웃음을 머금은채 들려왔다. 그의 조소에 남자는 더욱 화가 났다. 그는고개를 푹 숙이고 한참을 부르르 떨었다.
순간 핸들 사이로 꽂혀있는 키가보였다. 남자는 시동을 걸고 차를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 아니.. 그..그러면..
여유있는듯했던 ?는 순간 당황했는지 말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남자는 아랑곳않고 점점더 속도를 내기 시작하였다. 주차장내에서 속도가 빨라지며 거칠게 하자 수애도 당황하기 시작하였다.
그녀: 지금 뭐하는거야? 오빠!! 차세워!!
남자는 대꾸도 없이 주차장 게이트를 지나 앞 차량들을 한 두대씩 앞질러 가기 시작했다.
그녀: 오빠 미쳤어? 이러니깐...
남자: 이러니깐 뭐? 이러니깐 뭐?
남자는 백미러를 통해 ?를 쳐다보았다.
남자: 내 기억이라면서요? 근데 왜? 대체 왜 또 이렇게 아프게 하는거예요??
차는 어느새 마포대교에 들어섰다. 그러나 그때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그리고 저만치 하늘에서 검은 원같은 소용돌이가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남자:뭐..뭐지?
?: 기억리셋...
남자는 백미러를 통해 ?를 쳐다봤다.
?: 기억부조화 현상이야. 즉, 네가 실제있었던 기억이 아니기 때문에 네 의식이 올바른 기억을 되돌리기위해 다시 기억을 시작하는거야!!
하늘 여기저기서 검은 소용돌이가 점점 더 커지더니 앞에 있던 차들이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다리의 떨림이 심해지더니 옆에 가로수도 하나둘씩 뽑혀 나갔다.
그녀는 앞을 바라 보며 비명만을 질렀다.
그녀: 오...오빠!! 앞에는 위험해... 뒤로 가!!
하지만 사이드 미러를 통해서도 이미 뒷 쪽 에서도 소용돌이가 차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남자: 어...어떻게 하죠?
?: 어떻게 하긴?? 빨리 그녀를 죽여!! 그러면 다음 기억으로 갈 수 있어. 리셋되면 넌 이미 이 기억 속에 널 죽였기 때문에 이 기억은 이런 회오리 속에 무한반복 될거야! 네 전여친 찾기도 힘들고 넌 여기 갇힌다고!!!! 어서 죽여!!!
남자는 핸들을 꽉 움켜잡았다. 이미 마포대교 앞은 끊어져 하늘 검은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 빨리 죽이라고!!!
남자: 으아~~~ 좀 닥쳐요!!
남자는 홱 핸들을 꺾어 다리 난간을 뚫고 한강으로 돌진하였다.
순간 주변의 모든 것들이 천천히 움직였다. 차량은 천천히 한강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었다. 남자는 그 순간 옆에 울부짖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혹스러움에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어 그녀의 검은 머리결이 출렁이고 있었다. 그녀의 눈물도 허공에서 천천히 흩날리고 있었다.
"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