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여..여기가 어디지?
사방이 캄캄하여 한치앞도 내다 볼 수 없던 남자는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 넌 혼수 상태야! 넌 죽은 것도 산것도 아닌 상태지!
갑자기 남자의 뒷쪽에서 튀어 나온 굵직하고도 낯선 목소리에 남자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 보았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시커먼 형상에서 이글 거리는 눈 빛 만 시야에 들어오는 듯 하였다.
남자: 누.. 누구세요?
?: 나? 그냥 신을 대신해서 너를 지켜봐주는 존재라고 해두지.
그 시커먼 존재는 조금씩 그에게 다가섰다.
남자: 그러면 저를 지켜주는..?
?: 뭐.. 수호천사 같은거? ㅋㅋ 그건 너희 인간들이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마음대로 해석을 가져다 붙인거고.
난.. 단지 네게 일어나야 할 필연적인 일들을 일어나게 해.
즉.. 필연적인 일들을 일어나는데 있어 방해요소들을 제거할 뿐이야.
의문의 남자는 크게 웃으며 그에게 비아냥 거리듯 대답하였다.
남자: 그..그런데 왜?
?: 왜긴. 기억안나? 그런데 말이지. 자꾸 네가 헤어나오지 못하는 기억때문에 필연적인 일들이 방해를 받고 있어서 말이야.
?: 잊지 못하잖아? 기억.
남자: 흑... 으...으흑...
남자는 이윽고 자신의 처지가 생각이 난 듯 왈칵 차오르는 눈물을 참아내지 못하고 쏟아내었다.
?: 왜 그녀를 놓아주지 못 하는거지? 헤어지면 그만이잖아. 인연이라는게.
만남과 이별, 또 이별과 새로운 만남.
그런데 넌 왜 그런 순환을 못하는 거지?
네가 가진 사랑은 뭔가 더 고결하고 남보다 더 특별하다고 생각해?
그건 망상이야. 누구나 아파하고 누구나 그렇게 운명을 받아들여.
그런데 넌 네 잘난 망상과 기억에 사로잡혀 네게 일어나야 할 필연적인 운명들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어.
신이 왜 시간을 뒤로는 못 돌리게 만들었다고 생각해?
의문의 남자는 그의 멱살을 쥐며 일으켜 세우며 소리쳤다. 남자는 힘없이 눈물만 쏟아내고 멱살이 잡힌채 들렸다.
남자: 으...으흑...
?: 왜냐하면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