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그래서..."
따사로운 햇살이 물결 위에 반짝이며 춤을 추고 있었다. 선선한 바람이 반쯤 열린 창문 안으로 들어와 그녀의 머릿결을 쓸어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위로하듯 쓰다듬어 주는 것처럼.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턱 선 끝에서 눈물이 한방울 두방울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여기까진 거냐? 우리는?"
아무대답없이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잠시 뒤 그녀의 하얀 손이 흘러넘쳐 가는 얼굴을 감쌌다.
"탁"
남자는 차문을 닫고 저만치 한강으로 걸어갔다.
?: 그래. 네 첫번째 기억이 이별의 순간이다.
재밌네! 하하 자~ 누구부터 죽일거야? 너?
아님 그녀?
남자: 이게 그렇게 재미있어요? 좀 가만히
있어요!
남자는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천천히 기억 속의 남자가 걸어간 한강 쪽으로 걸어갔다.
기억 속이라고 하기엔 너무 현실적이었다. 한강에서 밀려오는 바람,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까지 피부 하나하나 건드려지는게 느껴졌다.
한강 앞에 서 있는 기억 속의 남자는 멍하니 한강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 '저게 내 뒷모습이구나. 저 때 난 무슨 생각
을 하고 있었지?'
?: 뭐해? 안쏘고? 지금이 바로 좋은 기회인데.
남자: 제가 알아서 합니다. 좀 그 입 좀 다물어
주세요!
이윽고 그는 바르르 떨고 있는 오른 손을 들어 그에게 총구를 겨눴다. 기억 속 주변의 사람들은 확실히 잔상인듯 남자를 전연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팔짱을 낀채 다정하게 걷고있는 연인들도 바로 그 앞을 지나가고, 멀리서 "진우야~ 안넘어지게 조심해!" 아이를 걱정하는 듯한 목소리도 들려왔다.
남자는 떨리는 오른 손을 위해 왼 손으로 함께 총을 부여잡았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떨고만 있었다.
남자: 난... 난... 흐윽..
남자의 두 눈에 눈물이 나왔다. 온통 눈물로 세상과 기억 속 또 다른 남자가 순간 섞여버렸다.
남자: 모...못하겠어.
남자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그 순간 기억 속의 남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남자와 기억 속의 남자가 눈이 마주쳤다.
남자: 모...못하겠어.
남자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그 순간 기억 속의 남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남자와 기억 속의 남자가 눈이 마주쳤다. 화들짝 놀란 기억 속의 남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기억속남자: 너..너..는?
말을 잇지 못하고 기억속의 남자는 그녀가 있던 차로 뛰기 시작하였다.
?: 지금 뭐하자는거야? 도망가잖아? 어서 쏴!
무슨 술래잡기도 아니고. 그녀가 눈치채기
전에 어서 죽여! 다 도망가겠다.
남자는 몸을 일으켜 소리를 지르며 기억속의 남자를 쫓아갔다.
남자: 으아아아~~~~
눈물에 가려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남자는 기억 속의 남자를 향해 총을 쏴대기 시작하였다.
"탕탕 탕"
기억 속의 남자는 날라오는 총알들을 뒤로한 채 다급히 그녀를 외치며 달려갔다.
"수애야~!! 어서 피해!! 도망... 악!"
그러나 총알 한 발이 그의 어깨를 스쳐 지나가며 기억 속의 남자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검게 타들어가며 마침내 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헉헉"
남자는 거친 숨을 고르며 잠시 몸을 기울였다. 그녀가 있던 차량과 한강과의 거리가 꽤 되어 아직 그녀는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윽.."
기억 속의 남자를 스쳐 지나갔던 어깨 부위가 욱씬 거렸다. 고통... 이 고통은 총을 맞을 때의 고통인가? 아니면 기억 속의 자신을 죽인 고통인가? 구분할 수는 없었지만 이미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혼란 스러웠다.
?: 그나마 운이좋았다. 한 번에 죽이라고.
남자: 헉헉.. 이..이게 운이라구요? 아..하아.. 아무리 기억 속의 나지만 유쾌하진 않다구요.. 헉헉
차 속에 앉아 멍 하니 창 밖 사이로 밖을 쳐다보는 그녀를 그는 바라보았다. 한참을 울었던 그녀의 눈시울이 시뻘겋게 충혈 되어있었다.
남자는 차오르던 숨을 고르고 나서 한숨을 깊게 내뱉더니 차 문을 열고 그녀 옆에 앉았다.
?: 아니, 뭘 할려고?
어느 틈엔가 뒷 좌석에 앉아있는 ?에게 남자는 백미러릉 통해 가만히 있으라는 듯 한 번 노려보고 나서그녀에게 말을 하였다.
남자: 그때... 아..아니 지금 네게 물어 보고 싶었던 말이 있었어.
그녀는 대답없이 남자를 쳐다 보았다.
"우리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