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병원 S동 W호
짙은 소독약 냄새, 분주한 사람들의 발걸음들
한 남자는 이동형 침대에 누워 미끄럼을 타듯 움직여갔다. 그의 넘어갈 듯한 두 눈알은 천정에 달려있는 형광등을 긁어댔다. 또한 그에 입에 끼워진 산소 마스크에는 뿌연 연기가 밖으로 나가고자 하얗게 혹은 투명하게 두드려 대고 있었다.
"어서어서.. 거기 앞에 비켜주세요!!"
응급실에 들어선 그의 침대를 쫓아 가는 늙은 노부부는 계속 흐르는 눈물도 무시한채 한참을 뛰어 달아오른 심장의 진동에도 아랑곳 않하고 그의 이름만 불러대고 있었다.
"수술실 부터는 들어가실 수가 없습니다. 잠시 여기에서 기다려 주세요!"
청록색 면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채워진 중년의 한 남자가 말할 때 마다 그의 턱에 걸친 마스크가 오르락 내리락 움직였다. 노부부 중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은 그 자리에 "철퍼덕"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며 부르던 아들의 이름만을 되네였다.
간호사: D.I (drug intoxication)환자입니다. 농약(스프라사이드)를 약 50ml 섭취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abomen distension이 심하고 defication 상태로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의사: 의식불명 시각은?
간호사: 네, 23시 30분쯤이라고 합니다. 자살 암시 같은 문자를 받고 연락이 끊겨 걱정이 된 어머님이 집에 갔다가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의사: :구위관(36~40FR) 준비하고 바로 위세척 들어갑시다.
......
침대에 누워 있는 그의 눈꺼플이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의식은 전의식을 거쳐 더 깊숙히 무의식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