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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는 여자
작가 : 김유미
작품등록일 : 2017.6.30

우리들이 인생을 살면서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이 더러 있을 것이다. 소설 <아는 여자>의 모티브는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이다.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을 실제 죽이는 것으로 설정했다. 사랑에 배신당한 여자, 동생이라 믿었던 사람한테도, 언니라고 생각했던 사람한테도 철저하게 배신당한 여자. 세상의 벼랑 끝에 내 몰린 여자의 파란만장한 삶을 작가의 신선한 감각으로 써내려갔다.

자존감이 강했던 여자는 그 자존감을 되찾는 방법으로 복수를 한다. 결국 자신을 배신했던 사람들을 하나 둘 죽이는 연쇄살인마로 돌변한다. 연쇄살인마를 쫓는 형사, 살인리스트에 올라있던 옛 남자, 두 남자는 동일인이었다.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에서 맞닥트리는 두 사람, 옛 연인을 체포하지 못하는 남자는 여자의 도주를 도우면서 결국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든다. 광역수사대의 끈질긴 추적과 도망자를 자처하는 남자, 밀항을 시키려다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게 되고...

 
9. 살기 위한 몸부림 <2>
작성일 : 17-06-30 15:24     조회 : 436     추천 : 11     분량 : 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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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리는 자신이 경멸했던 몸을 파는 여자로 변해갔다. 죽기보다도 싫었지만 죽을 수가 없어서 몸을 팔아야 했다. 살기 위해서였다. 사랑하는 남자가 아닌데도 몸을 허락하고, 그 대가를 받는 다는 것은 그 자체가 매춘이라고 생각하는 나리였다. 나리는 강철을 사랑하지 않았다. 사랑해서 젖가슴을 내어준 것이 아니었다. 돈을 빌렸기에 그 대가를 치른 것뿐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더욱 초라해졌다. 그토록 자신이 비난하던 매춘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자괴감은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자존감도 거덜나버렸다. 도도했던 나리는 온데간데없고 애처롭고 불쌍한 나리의 허상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집으로 올라가는 골목길을 걸으면서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다음 날, 강철은 다시 나리를 찾아왔다. 쌀과 식재료를 가득 차에 싣고 초저녁에 온 것이었다. 미처 식사준비도 하기 전에 지하 단칸방 문을 밀고 들어섰다.

 

  “오빠! 전화라도 주시지...”

  “뭘 전화를 해? 어제 온다고 했으면 오는 거지. 아직 식사준비 안했지?”

  “네.”

  “사온 것은 내일 저녁에 사용하고. 오늘은 외식하자.”

  “뭘 이렇게 많이 사왔어요?”

  “내가 매일 와서 저녁 먹으려면 이 정도는 있어야지. 하하하”

 

  두 사람은 큰길가에 있는 식당으로 걸어갔다. 돼지갈비만 파는 식당은 초저녁인데도 손님들로 번잡했다. 구석진 자리에 앉은 강철은 돼지갈비와 소주를 시켰다. 잠시 후 갈비가 석쇠에 올라가고 소주가 나오자 강철은 술잔에 소주를 따르고 한 잔을 나리에게 내민다. 두 사람은 오늘이 두 번째로 마시는 술자리였다. 시크릿을 운영할 때 강철은 당구동호회 회원들과 시크릿을 한번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래서 시크릿이 장사가 어려워서 가게 문을 닫은 것까지 알고 있던 강철이었다. 처음 가게에서 술을 마시는 날, 술자리에서 한 얘기를 강철은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은 고등학교 때부터 폭력서클에 가입하여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지만 그 반대로 나리는 최고의 학부를 졸업한 엘리트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런 것들이 강철에게는 환상일 수 있었지만 그녀의 매력으로 강철에게 다가왔다. 어쩌면 보상심리일 수 있었다. 엘리트를 자신의 발아래에 둔다면 자신은 그 위에 군림하는 식이었다.

 

  당구를 워낙 좋아하는 강철은 일과가 끝나면 매일 혼자라도 당구장으로 갔다. 당구장에서 상대가 있으면 같이 쳤고, 상대가 없으면 혼자 연습을 하다가 자정이 가까워지면 집으로 돌아갔다. 그것은 당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집에 일찍 가면 불편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강철의 아내는 강철보다 두 살이 많았다. 어릴 때 만나서 건달 짓을 할 때 동거를 시작했고. 첫 아이를 놓고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둘째 아이를 낳으면서 아내는 몸에 이상이 생겨버렸다. 결국 하반신 마비가 와버린 아내는 매사 잔잔한 일까지 도와주어야 했다. 강철은 자정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가면 다음날에 필요한 것들을 일일이 직접 준비해주는 자상함이 있었다. 그러나 자상함 이면에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동반되었다. 그 스트레스 해소를 위하여 자정까지 밖에 있다가 들어가는 것이었다. 나리를 만난 이후 당구를 치는 횟수가 줄었다. 그러나 귀가 시간은 한결같았다. 그러나 절대로 외박은 하지 않았다. 나리의 집을 자신의 집처럼 다닐지라도 귀가시간은 여전히 자정이었다.

 

  “나리야. 힘들지?”

 

  강철은 나리의 손을 잡고 물었다.

 

  “네...”

  “내가 큰 힘이 못 돼 줘서 미안해.”

  “아니에요. 이미 많은 힘이 되는걸요.”

  “4월 15일에 이사해. 오늘 역삼역에 방 구했어. 지금 있던 사람이 4월 10일 이사를 나간다니까 이사 나가면 도배하고 그러면 4월 15일에 이사하자.”

  “네? 벌써 방 구했어요?”

  “빌라 2층인데. 방2개에 거실이 있고. 혼자 살기에는 괜찮을 거야.”

  “오빠! 고마워요.”

  “고맙긴, 큰돈은 아니지만 매달 생활비를 줄 테니까 사는데 신경 쓰지 말고. 뭘 할 건지 생각해봐”

  “네.”

  “이집 돼지갈비 맛있네. 그렇지?”

  “네. 맛있어요. 오빠랑 같이 먹어서 더 맛있나봐.”

  “그래?”

  “난 항상 혼자 먹었잖아요.”

  “이제부터 하루 한 끼는 나랑 먹자.”

 

  강철은 식사를 한 후 나리를 데리고 가까운 당구장으로 데리고 간다. 두 사람이 함께 당구를 치는 첫날이었다. 이날 이후로 두 사람은 자주 당구를 쳤다. 매일 나리의 집에서 저녁을 먹고 나면 한 두 시간은 소화를 시킨다면 당구장을 찾았다. 그렇게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강철은 나리에게 애정을 쏟는다. 어쩌면 거동을 못하는 아내를 대신하여 함께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 좋아서일까? 처음 집으로 초대받은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나리를 찾아오는 강철이었다.

 

  그러나 한 쪽이 베풀면 베푼 쪽은 당연히 보답을 원했다. 그게 세상 이치였다. 특히 남자가 여자에게 베푼다면 여자는 몸이라도 주어야 했다. 그녀에게 남아있는 것은 빈 몸뚱이뿐이었다. 나리는 섹스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거부할 수도 없었다. 강철이 원한다면 응해야 했다. 강철은 아내와 잠자리를 하지 않은 지가 이미 10년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 뒤로 가끔 자위를 할지언정 다른 여자와 한 번도 섹스를 해본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발기도 순조롭지 않았다. 남자란 발기되지 않아도 외도할 때는 발기부전제(勃起不全劑) 비아그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게 남자의 심리다. 아내와 섹스하기 위해서 약을 먹는 남편은 없다. 그러나 외도를 할 때는 전혀 달랐다. 강철은 나리를 정복하기 위해서도 처음에는 그랬다. 그러다가 점점 잠자던 몸이 되살아났다. 그게 나리의 덕분인지 모를 일이었다. 관계가 거듭될수록 강철의 몸은 마흔의 왕성한 정력으로 바뀌어 갔다. 강철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그녀에게는 곤혹이었다. 섹스를 하면 할수록 자신이 비참해졌다. 자신이 원해서 하는 섹스가 아니라 상대가 원해서 억지로 응하는 섹스였다. 이런 섹스에는 즐거움이 있을 수 없다. 즐거움이 없어도 교성(嬌聲)을 질러야 했고, 만족했다는 표정도 지어야 했다. 간혹 자신이 먼저 섹스를 원해도 채권자와 채무자의 행위로만 느껴졌다. 강철은 몸이 정상적으로 회복될수록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처럼 강철은 점점 섹스에 빠져들고 있었다. 간간히 섞여 나오는 욕설은 모멸감까지 안겨주었다. 그런 욕들은 강철에게는 일반적인 말투였지만 그녀에게는 다르게 느껴졌다.

 

  “야! 내 좆 빨아봐.”

 

  나리는 구강성교를 싫어했다. 과거 두 남자와 만나면서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그때는 자신이 싫으면 거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부할 수도 없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받아들여야 했다. 나리는 강철의 페니스를 입 안에 넣었다. 크기가 보통이 넘는 페니스가 목구멍 깊숙이 들어왔다. 구역질을 몇 번 하자 이내 눈물이 배여 나왔다. 그러나 강철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썩은 오징어에서 나는 고릿한 냄새가 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강철의 페니스는 언제나 깨끗했다. 강철은 일주일에 두 번은 꼭 사정(射精)했다. 입 안에 하든, 아니면 질에 하든, 두 번은 어김없이 사정을 해야만 행위를 멈추었다.

 

  나리는 섹스를 통하여 강철에게 길들여졌고, 강철은 반복된 섹스를 통하여 그녀에게 더욱 애정을 쏟았다. 남자는 섹스를 하므로 여자를 사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자는 달랐다. 사랑하기 때문에 섹스를 할 수 있는 것이 여자였지만 그녀는 사랑이 없는 섹스를 날마다 했다. 강철은 사정을 하지 않을 때도 매일 구강성교를 원했다. 강철은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조건으로 일주일에 한 번 용돈을 찔러주었다. 그 돈으로 각종 공과금과 반찬거리를 샀다. 매춘과 다를 바가 없었다. 부부라면 매춘일 수 없겠으나 부부가 아니기에 매춘일 수 있었다. 섹스의 대가로 받는 돈,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강철이 아니었다. 점점 강철은 나리를 사랑하게 되었고, 점점 그녀에게 집착하게 된다. 매일 자신과 함께 있기를 원했고, 개인적인 시간마저 없애 버린다. 그러나 그녀는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처지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알기에 강철의 행위에 제동(制動)을 걸 수가 없었다. 묵묵히 강철이 원하는 대로 시키는 대로 할 뿐이었다.

 

  친구가 돈을 갚기로 한 날자가 지났지만 별다른 연락이 없자 나리는 친구의 회사로 찾아간다. 6년 전에 돈을 빌려줄 때는 수중에 여유가 있을 때였다. 부동산 개발회사를 하던 친구는 시작한 프로젝트가 엎어지면서 잠깐만 쓰고 갚겠다던 돈을 6년이 넘도록 갚지 않았다. 그러나 친구를 만나보고는 쓸쓸히 뒤돌아서야했다. 친구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돈을 갚지 못해서 고소를 당한 상태였고, 몇몇 채권자의 행패로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한 달만 기다려 달라는 말에 그 말의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돈이 왜 필요한 지 설명만 해주고 돌아섰다. 현재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내 놓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5월이 지나자 나리는 심적으로 힘들어졌다. 강철이 구해준 빌라로 이사를 했지만 친구에게서 돈을 받으면 강철에게서 빌린 돈은 갚겠다는 마음이었다. 빌라 보증금을 강철이 치른 것이라서 언제든지 방을 빼면 돌려줄 수 있지만 빌린 돈은 이미 다 써버린 뒤라서 마음의 빚이었다. 나리는 강철의 돈에 의해서 자유가 속박되는 느낌마저 들고 있었다.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버린 여자가 그녀였다. 온전히 남자를 위해서 존재하는 여자처럼 저녁마다 찾아오는 남자를 위하여 자정까지 시간을 비워두어야 했다.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고 자신감마저 없어지는 그녀였다. 먹던 약이 떨어졌지만 약값이 없어서 병원을 가지 못하자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하는 회의마저 들기 시작했다.

 

  나리는 몇 년 전부터 당뇨 약을 먹고 있었다. 당뇨병 환자가 약을 먹으면서 술을 마신다는 것은 극과 극이 상충(相衝)하는 꼴이었지만 술장사를 하는 그녀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가게를 접고 술을 마시지 않아서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을 때 이제는 당뇨 약이 떨어져버린 것이었다. 당뇨 약이 떨어졌다는 것은 그녀에게 큰 충격이었다. 식 후 급격하게 올라가는 혈당을 약이 아니면 제어할 방법이 없었다. 그것을 아는 나리는 자신의 몸마저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공복이 길어지면 저혈당으로 쇼크가 올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달리 방법도 없었다. 점점 마음과 몸이 멍들어가면서 정신마저 변화의 소용돌이 앞에 마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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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하 17-07-2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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