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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는 여자
작가 : 김유미
작품등록일 : 2017.6.30

우리들이 인생을 살면서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이 더러 있을 것이다. 소설 <아는 여자>의 모티브는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이다.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을 실제 죽이는 것으로 설정했다. 사랑에 배신당한 여자, 동생이라 믿었던 사람한테도, 언니라고 생각했던 사람한테도 철저하게 배신당한 여자. 세상의 벼랑 끝에 내 몰린 여자의 파란만장한 삶을 작가의 신선한 감각으로 써내려갔다.

자존감이 강했던 여자는 그 자존감을 되찾는 방법으로 복수를 한다. 결국 자신을 배신했던 사람들을 하나 둘 죽이는 연쇄살인마로 돌변한다. 연쇄살인마를 쫓는 형사, 살인리스트에 올라있던 옛 남자, 두 남자는 동일인이었다.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에서 맞닥트리는 두 사람, 옛 연인을 체포하지 못하는 남자는 여자의 도주를 도우면서 결국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든다. 광역수사대의 끈질긴 추적과 도망자를 자처하는 남자, 밀항을 시키려다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게 되고...

 
13. 낮에는 남자, 밤에는 여자 <1>
작성일 : 17-06-30 15:47     조회 : 757     추천 : 10     분량 : 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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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낮에는 남자, 밤에는 여자

 

 

  2015년 7월 31일, 아침부터 강철은 가족들과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매일 저녁 일곱 시면 찾아오는 강철을 피해서 세 번째 타깃을 제거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다행히 금요일부터 3일간 여름휴가를 간다는 이유로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나리는 세 번째 타깃을 나애림으로 정하고 7월 중순부터 준비를 해두고 있었다. 청계천에서 대포폰을 하나 샀고, 그 번호가 들어간 대리운전 명함을 인쇄해두고 있었다. 매주 금요일이면 헤라로 나오는 애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요일도 일부러 금요일로 정해두었다. 다행히 강철이 금요일에 휴가를 가면서 절묘하게 요일이 맞아떨어진 것이었다. 남자 가발과 굵은 뿔테 안경에 모자까지 준비한 나리는 아침부터 준비된 물건들을 방바닥에 놓고는 시간이 가도록 기다렸다. 26인치의 허리에 32인치 남자바지를 입기 위해서 허리 복대와 불룩한 젖가슴을 가려주는 복대까지 준비했고, 짙은 색의 남성용 Y셔츠까지 철저하게 준비했다. 남장을 하면 제법 덩치가 있는 남자처럼 보이기에 충분했다.

 

  나리는 애림을 생각했다. 코르셋을 오픈한 후 몇 번 찾아왔던 기억. 그리고 코르셋을 넘기고 난 후 온라인 카페 시크릿을 만들었을 때 회원으로 가입하였고, 언제나 함께 붙어 다녔던 애림, 낮에는 남자로 일하지만 밤이면 여자가 되고 싶어 했던 애림, 애림은 자신을 잘 챙겨주는 나리에게 정을 붙였다. 어디를 다녀도 찬밥 같았던 자신에게 깍듯하게 언니의 예우를 하던 나리였다. 나리는 온라인 카페 시크릿을 대도시마다 지역회장을 두었고, 각 지역에서 모임이 있으면 카페지기로서 모임에 참석했던 나리였다. 지방모임에 내려갈 사람이 있으면 모든 비용을 대신 부담했고, 내려가면 지역회장에게 수고했다며 금일봉을 전달하곤 했다. 지방모임을 갈 때에도 나리는 애림과 동행했다. 나리의 곁에 있으면 언제나 대우를 받던 애림이었다.

 

  나리가 언니로 인정하는 애림이었기에 나리의 영역에서는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나리가 편의점을 할 때도 주말이면 언제나 두 사람은 붙어 다녔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아르바이트에게 맡기고 온전히 쉬었던 그녀는 일주일에 이틀은 애림과 함께 지냈다. 간혹 집에서 자고 가기도 했고, 토요일에 돌아가면 일요일 아침부터 나리의 집을 찾아왔던 애림은 나리가 정수와 연애를 할 때에도 두 사람의 데이트에 자주 끼이기도 했다. 두 사람의 연애를 질투하기도 했던 그녀는 어느 때부터인가 점점 나리에게 경쟁심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나리가 편의점을 정리하고 뜨락을 인수하여 시크릿으로 간판을 바꾸어 오픈했을 때부터 애림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할 꿈을 꾸었다. 시크릿 정모에 참석한 그녀는 의정부에 마땅한 장소가 있다면서 ‘시크릿 의정부점’을 하겠다고 나리에게 허락을 구했다. 나리는 천호동에 있는 시크릿을 ‘시크릿 천호점’으로 명명하였고, 각 대도시에 시크릿 분점을 낼 장기적인 포부를 가지고 있을 때였다. 의정부에 점을 낼 계획은 전혀 없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하겠다고 하기에 흔쾌히 용인한 것이었다.

 

  그러나 애림은 2014년 2월에 시크릿과 불과 1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 헤라를 오픈한 것이었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꼴이었다. 언니와 동생의 관계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동생의 등 뒤에 비수를 꽂는 배신이 일어난 것이었다. 낮에는 남자로 살고, 가정도 있는 가장이 트랜스젠더 바를 한다는 것은 당치도 않은 일이었지만 의리를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감행했다. 나리는 살기위해서 트랜스젠더 바를 한다지만 애림은 전혀 달랐다. 개인 사업으로 살아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남자가 트랜스젠더를 흉내 내면서 트랜스젠더들만 운영하는 바를 한다는 것은 용인될 수 없었다. 나리에 대한 질투심이 부른 결과물이 바로 헤라였다.

 

  결국 시크릿은 헤라의 존재 덕분에 시들시들 말라갔고, 애림은 트랜스젠더들의 대모(代母)로 영역을 구축해 나갔다. 애림은 게이 출신이었다. 게이 생활을 오랫동안 했던 그는 어느 날 화장을 하는 여장남자에 빠져버렸다. 머리가 대머리로 다른 남자에게 자신의 매력이 어필이 되지 않던 그는 여장남자로 변신하자 남자에게 어필이 쉽다는 것을 안 것이었다. 그런 남자가 이제는 트랜스젠더의 흉내를 내는, 그것도 트랜스젠더 바를 운영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가정이 없다면 굳이 사회적 지탄을 받지 않겠지만, 가정이 있는 남자가 개인 사업으로 생업(生業)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트랜스젠더의 영역까지 침범하여 트랜스젠더들의 삶을 힘들게 한다면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제일 먼저 피해를 본 사람이 바로 나리였다.

 

  나리는 애림을 죽이고 싶었다. 믿었던 사람에게서 받은 배신은 모르는 사람에게서 사기를 당하는 충격보다 몇 배는 더 컸다. 그러나 죽이고 싶다는 마음은 일반적인 증오였다. 사람을 함부로 죽일 수 없기에, 보통사람들은 죽이고 싶을 만큼 밉다는 표현만 쓸 뿐이다.

 

  미국처럼 총기사용 허가가 있는 국가라면 이러한 배신이 쉽지 않다. 개인과 개인 간의 신뢰를 무엇보다 우선시 하는 미국은 배신이 주는 결과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미국사회는 결코 개인에게 불쾌감마저 주지 않도록 조심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사회다. 이는 개척시대 때부터 허락된 총기사용 허가로부터 파생된 미국적 문화로 이어진다. 그러나 한국은 어떤가? 몇 푼의 금전으로, 알량한 권력으로 갑질을 하는 한국사회는 사람위에 사람이 있는 형국이다. 모두가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과도 배치되는, 가진 자의 횡포는 가지지 못한 자의 가슴에 한(恨)이 맺히게 한다. 그렇게 맺힌 한은 우울증과 조울증을 넘어 악성 정신질환으로 나아가고 나리처럼 반사회성 인격 장애자를 만들기도 한다.

 

  나리는 ‘죽이고 싶도록 밉다’는 마음이 급기야 ‘죽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변했고, 그 마음은 실제로 죽이는 행동으로 옮기고 있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최면에 걸린 듯이 무의식중의 행동이었다. 그러나 무의식중이라도 눈빛에는 광기가 서렸다. 나리는 오후 다섯 시가 지나자 남장(男裝)을 하기 시작했다. 가슴과 허리에 복대를 하고, 바지와 티셔츠를 입고는 긴 머리를 위로 올리고는 남자가발을 썼다. 굵은 뿔테 안경과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전신 거울 앞에 섰다. 거울에는 전혀 낯선 남자가 나타났다. 복대의 효과로 덩치가 제법 있었지만 작은 두상과 가는 목선은 감출 수가 없었다. 마흔쯤으로 보이는 남자는 작은 배낭에 대포폰과 명함을 넣고, 5단 서랍장에 남아있던 다섯 자루의 칼 중에서 하나를 꺼내어 신문지에 돌돌 말아서 배낭에 담았다. 민낯으로 나서는 것이 어색한지 집을 나서면서도 몇 번 거울을 쳐다보았다.

 

  1층 주차장에 세워둔 아반떼 조수석에 배낭을 던지고는 운전석에 앉아서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고는 한 모금을 폐 깊숙이 빨아들였다. 그리고 긴 한숨으로 연기를 내 뱉었다. 얕은 장갑을 끼고는 핸들을 잡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역삼동을 빠져 나와 삼성역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종합운동장에서부터 올림픽도로를 타고는 천호대교까지 한 걸음에 달려갔다. 여름 휴가철의 도로는 평소보다 한산했다. 길동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하고는 천천히 주변 도로를 살피면서 둔촌역으로 다가갔다. 둔촌역 3번 출구에서 우회전을 하고는 성내중학교 담벼락에 섰다.

 

  오후 여섯 시, 7월 말의 여섯시는 해가 중천에 떠있었지만 나리는 일찍 서두른 것이었다. 차 안에서 두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했다. 아반떼는 성내중학교 담벼락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CCTV가 어디에 붙어있는지부터 살폈다. 학교 정문을 제외한 세 개의 담벼락 주위에는 CCTV가 없었다. 성내중학교 후면 담벼락에 차를 세우고는 잠시 차에서 내렸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하여 땅바닥을 보고 걸으면서 둔촌역 방향으로 향했다. 걸어가면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평소에는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중성의 목소리가 트랜스젠더임을 알게 했지만 남장을 했을 때는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사람이 없었다. 목소리의 톤을 최대한 저음으로 깔았다. 엘토와 테너의 중간쯤으로 들리던 목소리는 바리톤의 음색으로 바뀌었다. 원래 나리의 남자 목소리는 중후한 바리톤이었지만 여자로 살면서 엘토에 가깝게 끌어올렸다. 그렇다고 목소리만으로 여자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웠다. 모습이 여자였기에 여자의 굵은 목소리로 인정받고 넘어갈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목소리 때문에 위축되지는 않았다. 언제나 당당하게 사람들과 대화를 했고, 그 자연스러움이 도리어 여자로 인정받을 수가 있었다.

 

  속옷가게에서 스타킹 세 개를 사고는 둔촌역 앞에 있는 라면가게로 들어갔다. 6시 25분, 라면과 김밥 한 줄을 시키고는 다시 시계를 쳐다보았다. 시간은 더디게 가고 있었다. 나리는 애림이 헤라에 도착하기 전에 먼저 헤라에 가야 했다. 그러려면 종업원이 가게 문을 여는 일곱 시 삼십분까지 기다려야 했다. 최대한 천천히 라면과 김밥을 먹었다. 다 먹은 후에도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빼서는 조금씩 마셨다. 굼벵이처럼 느릿느릿한 남자는 식당주인이 쳐다보아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곱 시 이십분이 되자 비로소 계산을 하고 식당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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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하 17-07-21 11:34
 
일일이 댓글을 못달아서 죄송합니다. 재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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