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오후가 되어서야 게시판을 보게 됐다.
세리아는 ‘오늘은 이거다.’라고 말을 하며 퀘스트를 집어왔다.
“유적탐험?”
“오.”
“에?”
그것을 본 그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너무 쉽잖아요.”
“유적이면 박쥐나 망령이 전부니까 제 마법을 선보일 수 없다고요.”
셜리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럼 아까 선보이지 그랬냐.”
“아야야...”
세리아는 셜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근데 왜 갑자기 유적탐험을.”
셜리는 머리를 만지며 물었다.
“우리의 탐험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지 언제 어디서 위험에 빠질지 모르잖아?”
“또 어떤 곳에서 조난을 당할 수도 있고 말이야.”
“본심은?”
“아니 그게.”
“유적 탐험을 하다가 비싼 물건을 얻을지도 모르고 만약에 멀쩡한 건물이 있으면.”
“거기서 살면 주거비도 아끼고 좋잖아.”
세리아는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아 그렇구나~”
셜리의 반응을 본 세리아는 그제서야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별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자신을 속인 것에 대해 딱히 화를 내지 않았다.
“마검을 쓰려면 특수한 광물이 필요하지?”
이럴 때를 대비해 마검에 대해 조사를 한 세리아다.
“네 맞아요.”
“근데 돈이 없으면 그 광석을 못 사잖아.”
“그니까 힘들더라도 탐험을 하는 거야.”
“저를 그렇게 생각해주시다니.”
안젤리아는 세리아의 말을 듣고 감동을 금치 못했다.
아마 제일 속이기 쉬운 타입인 것 같다.
“셜리님도 마력이 없으면 그 멋진 대.마.법.을 쓸 수 없으니.”
“오늘은 탐험으로 힘을 비축하시는게...”
세리아가 자신의 의견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는 걸 알아챈 마왕군은 재빠르게 셜리를 설득했다.
역시 세리아와 가장 오래 알고지낸 마왕군이다.
“크크큭...그렇지 위대한 마법사가 대.마.법을 쓰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그러니 오늘은 봐주도록 하지.”
그녀는 대마법을 강조하며 말했다.
역시 속이기 쉬운 셜리다.
“자 그럼 20분 뒤에 다시 모이자.”
물론 준비할 건 없지만 예의상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준비를 하는 그들이었다.
“이 돈만큼은 안돼.”
그녀는 남은 몇 개의 표식을 방에 놓으며 말했다.
“아아아아아아.”
“이럴 거면 그냥 상점을 차릴 걸 그랬어.”
밖으로 나오며 말하는 그녀다.
“근데 얼마나 걸려요?”
“얼마나 걸려요?”
“얼마나 걸리냐고요오오.”
세리아는 셜리의 질문을 애써 외면했다.
“뭐라고? 안 들려 미안.”
세리아는 생긋 웃으며 대답을 했다.
…
“휴...다왔다.”
대략 두 시간 가량 걸은 후, 세리아가 말했다.
안젤리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안젤리아는 한참 뒤에 있었다.
“좀 쉬자.”
세리아는 털썩 주저 앉으며 말했다.
“여기 진짜 유적이 있는 게 맞아요?”
“그럼.”
그들은 우거진 나무숲과 다 허물어져가는 신전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한 몇 십년 동안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풍경이었다.
풀들의 길이가 거이 셜리의 키와 비슷했다.
“헉...헉...헉...”
한참 뒤,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안젤리아가 도착했다.
“자 그럼 가볼까?”
“네?”
“조금만 쉬죠.”
“응 안돼.”
이미 쉴 대로 쉰 세리아가 말했다.
“그럼 조금만 천천히 가요.”
안젤리아의 말을 무시하고 전진하던 세리아는 무너져 가는 신전의 입구에서 멈췄다.
“자 이제 너 차례야.”
세리아는 셜리를 보며 말했다.
“빨리 부셔봐.”
“네?”
“제 대.마.법.을 고작 이런 곳에다.”
세리아는 여러가지 불만을 털어놓으려는 셜리를 ‘밥 안 준다’라는 말로 제압했다.
“그럼 조금만 멀리 떨어져주세요.”
셜리는 자신의 말을 듣고 정말 멀찍이 떨어진 동료들을 확인하고 영창을 시작했다.
이들이 어떻게 동료가 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풍경이다.
“나, 위대한 마법사.”
“자연의 섭리와 공존하는 자.”
“그와 동시에, 진리를 탐구하는 자.”
“길을 내주소서.”
세리아는 셜리의 영창을 듣고, 그 기괴한 영창을 매일 생각하는 셜리에게 감탄했다.
잠시 후 약간은 큰 소리와 함께 막혀 있던 문이 열렸다.
아니 문이 폭파됐다는 표현이 더 맞았다.
세리아는 마왕군을 자신의 방패로 썼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그다지 유용한 생각은 아니지만.
다행이 문이 열리고 마물이 튀어나오지는 않았다.
마물에게 유독 인기가 많은 세리아는 안심했다.
열린 문 사이로 낡은 계단이 보였다.
너무 캄캄한 나머지 계단의 존재는 보였지만 그 계단이 얼마나 깊을지 얼마나 위험할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세리아는 계단 밑으로 돌은 던졌다.
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굴러가는 소리가 멈춘 걸 들었다.
“자 먼저 갈 사람?”
“이 어여쁜 세리아를 위해 내가 앞장서겠다.”
“어디 없나요?”
세리아의 물음에 다들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오랜만에 주인님을 위한 모습을 보여준 마왕군이다.
“자 그럼 출발.”
마왕군을 선두로 그 다음은 세리아 그리고 셜리 마지막으로 안젤리아가 한 줄로 섰다.
“만약에 마물이 나오면 서로 버리고 도망치자.”
나름 팀의 대장인 세리아가 가장 믿음직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푸드득.’
조용한 동굴에 날갯짓 소리가 울려 퍼졌다.
“꺄악.”
“나 버리지 마 얘들아.”
위급하면 버리자고 했던 세리아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었다.
“괜찮습니다. 그저 박쥐입니다.”
도망가고 있던 셜리와 안젤리아에게 마왕군이 소리쳤다.
“저는 이런 동굴에서도 시야가 줄어들지 않습니다. 그러니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마왕군이 처음으로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못 믿겠다는 듯 세리아는 벽을 붙잡고 가고 있었다.
…
“아야.”
한참을 걷다가 갑자기 멈춰선 마왕군탓에 세리아와 셜리그리고 안젤리아가 부딪혔다.
“마왕군 뭐해.”
“저기를 보십시오.”
마왕군은 자신의 앞을 가리켰다.
“어? 안보여.”
그 말을 하고 세리아는 마왕군을 앞질러 이동했다.
계단 끝에는 커다란 낡은 문이 기다리고 있다.
그 문은 마치, 고전 만화에서나 볼 법한 문이다.
이 문 뒤에는 여러가지 어려운 수수께끼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해골들이 있었다.
본능적으로 귀찮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판단한 세리아는 한숨을 쉬었다.
“그냥 사냥이나 할까?”
그 문을 본 세리아가 말했다.
“이미 다 왔으면서.”
셜리는 세리아의 팔목을 잡으며 말했다.
결국 문 앞에 4명이 다 모였다.
“잘 왔네...”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뭐 뻔한 수법이겠지만, 세리아는 그 목소리를 듣고 크게 놀랐다.
“이 문 뒤에는 여러 수수께끼들이 기다리고 있다.”
“참가하고 싶다면, 모든 팀원의 한 손을 이 문에 올리면 된다.”
익숙한 패턴이 시작됐다.
마치 만화에서나 볼 법한 구식 수법이다.
그 말을 듣고 손을 올리려는 셜리를 세리아가 막아 섰다.
“잠시만.”
“일로 와봐.”
세리아는 모두를 벽과 조금 떨어진 곳으로 불러모았다.
“잘들어”
“일단 너랑 너 둘만 손을 올리는거야.”
세리아는 셜리와 안젤리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
당황한 셜리가 소리쳤다.
“우리는 같은 팀이라면서...”
“아 있어봐 다 생각이 있어.”
세리아는 약간 울먹이는 셜리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을 이어 나갔다.
“그니까...모두 한 손을 올리는거잖아?”
“그러면 너네 둘이 두 손을 올리면?”
“네 명이 온 것처럼 되는 거야.”
세리아는 자문 자답을 했다.
“만약에 손이 올라가지 않은 사람은 밖에 나갈 수 있다면?”
“위험한 일이 생겼을 때 구조를 요청할 수 있겠지.”
“그럼 굳이 제가 아니어도 되잖아요...”
셜리는 손을 들고 말했다.
“아니 안돼.”
“만약 너가 도움을 요청한다면 너는 꼬마라서 장난친다고 오해할거야.”
“큭...”
셜리는 세리아의 말에 반박을 할 수 없었다.
뭐라고 반박을 하고 싶지만, 다 맞는 말이라 반박을 할 수 없다.
“아 알겠어요.”
“그럼 반드시 도와줘야 돼요.”
“또 버리지 말고.”
“아 그럼 당연하지.”
“나는 동료를 버려본 적이 없어.”
세리아는 다른 곳을 바라보며 뻔뻔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셜리와 안젤리아는 자신의 양 손을 올렸다.
“네...네 명인가? 들어가도 좋다....”
약간 멈칫하기는 했지만 네 명으로 인식한 것 같다.
잠시 후 절대 열릴 것 같지 않았던 낡은 문이 열렸다.
문을 지나자 또 끝도 없는 계단이 보였다.
여전히 마왕군을 앞으로 두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 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