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녀는 그 말을 듣더니 도리어 팔짱을 끼고 매정하게 말했다.
“자업자득이야”
그렇게 한마디하고는 화가 안 풀렸단 듯이 고개를 돌리고는 5를 외면했다. 울상을 지으며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5와, 화가 많이 난 듯 서있는 7. 그 중간에 홀로 뻘쭘하게 서있기 애매해서 기침소리를 내봤지만 시간이 멈춘 것처럼 둘 다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한참을 서로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렇게 얼마나 있는지도 모를 때쯤 어색한 침묵을 뚫고 말한 건 다름 아닌 5였다.
“.... 나 웃겨?”
때늦은 질문이 정곡을 찔렀을까, 그녀는 그제야 웃음을 참았다는 듯이 결국 웃으며 대답했다.
“응, 엄청”
드디어 원하던 대답을 들었는지 5는 눈가를 비비고는 배시시 웃었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먼지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전 맞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는 듯이 말이다. 한참을 털고 나서야 드디어 나를 그녀에게 소개해줬다.
“7, 얘는 은아야”
‘그녀의 이름도 숫자였다니..’
지금까지 5가 어디 한군데 모자라서 그러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에 내심 충격이 컸다. 게다가 첫인상부터 어딘가 살짝(?) 부족한 5와는 달리 7이라는 그녀는 어딘가 과격하면서 동시에 사려 깊은 사람처럼 보였다.
“야, 근데 쟤는 우리랑 닮기만 닮았지, 왜 숫자가 없냐?”
5에게 7이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내 왼쪽 눈을 가리켰다. 혹시 이 숫자가 무언가를 표현하는 거든가, 어딘가에 연관되어 있을 것 같은 느낌에 물어봤다.
“숫자가 중요해?”
그런 나의 물음에 5와 7이 서로 쳐다보더니 동시에 대답했다.
“당연하지!”
왜 중요한 건지 이해를 못하자 7이 “숫자는 엄청 중요한 거야”라고 말을 덧붙였다. 처음에는 서로 비슷하게 닮아서 구분하기 위해 표시한 건 줄 알았는데 무슨 이유라도 있는 것처럼 대답하는 7의 말에 “왜?”라고 묻자 당당하게(?) 허리에 손을 올리고는 대답했다.
“우리 방을 알려주잖아!”
그런 7의 말이 끝나자 5는 멋있다는 듯이 눈을 빛내면서 박수쳤다. 정말이지,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몰라 두 손, 두 발 다 들었을 무렵, 7이 말했다.
“아, 맞다! 5”
반쯤 넋이 나간 것처럼 눈이 풀린 5가 그제야 박수를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으응?”
“너 아까 찾아가니깐 없는 것 같았는데, 어디 갔었어?”
아까 문을 두드린 사람이 7이라는 것이 밝혀져 사소한 궁금증이 해소됐음과 동시에 5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할 말이 없다는 듯이 괜히 애꿎은 바닥만 쳐다보며 가려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뭐했냐니깐?“
“... 자버렸어”
헤헤거리며 웃음을 짓고는 쳐다보자 7도 할 말을 잃은 듯 자세를 풀었다.
“됐다. 그래서, 뭐하고 노려고 그러는데?”
5는 7의 물음에 갑자기 옆에 있던 나를 쳐다봤다. 그러고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는 대답했다.
“미안, 까먹었어”
말문이 막혀 답답한 마음에 가슴을 두드렸다. 7은 그러한 나를 쳐다보더니 5에게 말했다.
“어디 보자, 할 것도 없겠다. 우리 오랜만에 돌아다녀 볼까?”
5는 좋다는 듯이 대답하려는 그 순간, 놀란 마음에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다가가 5의 입을 막고 대신 대답했다.
“그건 싫어. 난 반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