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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누가 괴물인가?
작가 : 김지혜
작품등록일 : 2020.9.12

폭력은 어둠을 낳았고, 어둠은 괴물을 낳았다.
자신의 딸을 망가뜨린 자, 질투에 사로잡혀 사람을 죽이려 한 자, 스스로 빠진 수렁에 다른 이를 끌어들이려 한 자, 자신의 감정을 무조건적으로 강요한 자, 모든 것을 그저 바라보기만 한 자, 자신에게 상처 준 자들을 없앤 자.
그들 중 누가 괴물인가?

※이 소설은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는 내용과 폭력적인 내용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읽으실 때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이 소설은 가상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상처가득 #폭력적인요소있음 #복수 #소시오패스일까_아닐까 #가해자와_피해자와_방관자

문의 : jinwinter00@naver.com

 
15화. 최후의 발악
작성일 : 22-02-10 00:03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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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연은 그런 지현에게 조용히 다가가 속삭였다.

 

 “뭔가 되게 웃기다.”

 “왜?”

 “아니, 평소에는 아무 말도 못 하다가 경찰이 오니까 한마디씩 거드는 게 웃겨서.”

 “그러게.”

 

 지현과 수연은 경찰이 중재랍시고 서둘러 가연을 끌고 가는 경찰들과 학교 망신이라며 절망하는 선생님들을 바라보며 수연과 함께 조용히 키득거렸다.

 

 그들에게 이 상황은 그저 유쾌한 촌극에 지나지 않았다.

 

 학교 망신이고, 불쌍한 피해자고, 무서운 가해자고, 무심한 방관자고, 전부 상관 없었다.

 

 자신들에게 득이 되면 가만히 내버려두고, 해가 되면 없애면 되지 않는가?

 

 그들을 괴롭힌 가연이나 그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방관한 이들이나 전부 없애면 그만이었다.

 

 수연은 환하게 웃는 지연을 바라보며 그녀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에 휩싸였다.

 

 그동안 상처 받기만 했던 자신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듯한, 그런 자신감이었다.

 

 그들의 근처에 있는 창문에서 환한 햇빛이 들어왔다.

 

 그들의 미소는 그 햇빛만큼, 어쩌면 그보다도 더 밝았다.

 

 ***

 

 가연의 처분은 생각보다 빨리 정해졌다.

 

 학교 폭력 전담 경찰관이 충돌한 만큼 선생님들은 학교의 위신을 챙기느라 흐지부지 넘어갈 수 없었고, 결국 가연은 선도 위원회, 학교 폭력 위원회에 보내져 강제 전학이라는 결과를 맞이했다.

 

 1학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단 학기 말까지는 이 학교에 남아있다는 것이 흠이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녀는 곧 떠날 사람이니까.

 

 그리고 마치 공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떠날 사람은 아쉬운 것이 없어 일을 저지르기 더 쉬웠다.

 

 아니나 다를까, 지현은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가연을 보고 살포시 웃었다.

 

 모든 것은 그녀의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똑똑했고, 똑똑한 만큼 사람을 잘 파악했으며, 사람을 잘 파악했기에 그 사람이 다음에 할 행동조차도 거의 완벽하게 예측했다.

 

 신의 경지에 가까운 그녀의 예측을 바탕으로 한 계획이 실패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가연은 화가 많이 난 듯 씩씩거리며 지현에게 다가와 그녀의 팔을 확 낚아챘다.

 

 “야, 따라와.”

 “그래. 할 말이 많아 보이네.”

 “망할 년. 닥치고 따라와.”

 

 그동안 간접적으로,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남을 깎아내리던 가연이 직접적으로 뇌까리자 지현은 가연의 본성이 드러남을 눈치채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래, 그 본성을 더욱 표출해줘. 네 욕망이 여기서 끝나지 않다는 걸 보여줘. 그래야 네가 확실하게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을 테니. 내가 그 모습을 똑똑히 지켜봐 줄게.’

 

 가연은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는 학생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층인 5층 계단으로 향했다.

 

 가연은 ‘출입 금지’라고 적혀 있는 팻말 바로 앞에 서서 계단 아래에 서 있는 지현을 내려다보았다.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내가 뭘?”

 

 태연한 지현의 반응에 가연은 낮게 으르렁거렸다.

 

 “네가 그랬잖아! 내가 널 때렸니, 뭘 했니? 왜 이상한 사진들을 보내서 내 인생을 망쳐놓는 건데!”

 “아아, 그거?”

 

 지현은 가연의 말에 조소를 흘리며 천천히 계단을 올라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거 내 것만 있는 게 아니야. 네가 때린 애들, 네가 돈을 훔친 애들, 네가 상처입힌 애들. 걔네 사진이야.”

 

 한 걸음,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한 걸음.

 

 지현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가연을 압박해갔다.

 

 비단 그녀가 경찰에 제출한 사진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말투, 행동, 표정, 그 하나하나가 가연의 뇌리에 박혀 가연은 무심결에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네가 나한테 한 게 없어? 그럼 루머를 퍼트리고, 물을 뿌린 건 다 뭐야?”

 “그건 내가 안 그랬어! 채연이랑 희원이가 그랬잖아!”

 “뭐, 그것도 네 그 어설픈 정치질의 일종이니? 아님, 바보 같은 겨울이에게 주는 선물이니?”

 “너......그걸 어떻게.......”

 

 바보 같은 겨울이. 그건 가연이 ‘겨울이 살인미수 사건’을 볼 때마다 두고두고 겨울이 멍청하다 욕하며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었다.

 

 그걸 아는 사람은 가연, 채연, 희원. 이렇게 셋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걸 지현을 알고 있는 것도 모자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태연하게 말한 것이었다.

 

 가연의 반응에 지현은 꺄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가연은 지현의 반응에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입을 헙, 다물었다.

 

 지현을 해코지하려 했던 가연의 무시무시한 기세는 순식간에 역전되었다.

 

 가연은 지현의 기세에 눌려 몸을 움츠렸다. 가연은 자신이 분명 지현을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심적으로 몰려지고 있는 것은 그녀였다.

 

 마치 포식자를 앞에 둔 피식자의 기분이랄까.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약간의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가연의 입에서 두두두두 나오던 말들이 가위로 실을 자르듯 뚝 끊기자 지현은 웃음을 멈추며 비아냥거렸다.

 

 “이래서 별거 아닌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니까. 자기가 뭐라도 되는 양 행동하니까 이런 결과가 나오지.”

 “별거 아닌 사람이라니! 야, 나 조가연이야!”

 “가연아, 넌 아직도 네가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해? 정말로?”

 

 지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무 감정도 담겨있지 않은 표정으로 가연을 마주했다.

 

 가연은 마치 시체와도 같은 지현의 모습에 흠칫 놀라 뒷걸음질 치며 지현에게서 멀어졌지만, 그녀가 도망간 만큼 지현은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이었다.

 

 “네 친구들이랑 추레하게 놀던 버릇 못 잊고 어쭙잖은 폭력으로 애들 위협하고, 그래서 애들이 너 피하니까 막 네가 우위에 선 것 같지? 네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것 같고, 제일 잘났을 것 같고, 너한테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 같지? 아니, 너 별거 아니야. 너 같은 사람? 이 세상에 흔해. 흔해 빠졌지.”

 “.......”

 “그리고, 중학교 때 조금 공부를 잘했다고 고등학교 때도 잘할 거라 생각해? 가연아, 고등학교는 중학교랑 달라. 너 공부 못해. 그래, 나를 이기려고 피나는 노력을 해서 2등은 했지. 하지만, 노력하지 않은 순간 어떻게 됐어? 저번 시험만 해도 봐봐, 자만하고 그렇게 놀더니 결국엔 또 나한테 1등 자리 뺏겼잖아. 안 그래?”

 

 가연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해 뜻 모를 말들을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떨구었다.

 

 지현의 말에 틀린 구석 하나 없었다.

 

 지현을 해코지한 것도 자신이었고, 자만했던 것도 자신이었으며, 자만하여 노력을 경시해 나락으로 떨어진 것도 자신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조가연 자신.

 

 가연은 한참을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떨구다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러는 너는. 한 번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더니 나한테 뺏겼잖아. 네가 나를 욕할 처지는 돼? 너도 결국엔 말뿐이고, 으스대는 것뿐이잖아!”

 

 지현은 더 말해보라는 것처럼 팔짱을 끼고 가연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었다.

 

 그 모습이 오히려 가연을 자극했는지, 가연은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며 발악했다.

 

 “넌 약해빠진 바보야. 멍청이라고! 한 번 밀치면 나가떨어지는 주제에! 그러니까 네 애비가 널 죽이려고 할 때까지 가만히 맞고만 있었던 거지. 신고할 줄도 모르는 멍청이라고!”

 

 말도 안 되는 트집. 논리가 부족한 가연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자 최후의 발악이었다.

 

 하지만, 방금 한 말은 가연이 보아도 말이 안 되는 트집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녀는 지금 논리적으로 밀리고 있었고, 그렇다고 지현에게 고개를 숙이기는 싫었기에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트집이라도 잡는 것이었다.

 

 지현은 가연의 말에 그렇게 말할 것을 예상한 듯이 피식 웃음을 흘리며 되물었다.

 

 “가연아, 넌 정말 네가 네 실력으로 전교 1등이 되었다고 생각해?”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거, 내가 일부러 그런 거야.”

 “뭐?”

 

 믿기지 않는 사실에 어이가 없어 목소리가 급격하게 올라간 가연을 똑바로 바라보는 지현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

 

 지현은 그날 마킹 실수를 하지 않았다. 항상 그래왔듯 그녀는 모든 문제를 쉽게 다 풀었었다.

 

 다만 한 가지, 그전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가연을 1등으로 만들기 위해 마지막 문제의 답을 마킹할 때에 일부러 이중 마킹을 한 것뿐이었다.

 

 “네가 1등을 해야 이렇게 재밌는 일이 펼쳐지잖아? 지금도 봐봐, 네가 어떻게 됐는지. 내가 계획한 연극의 결말을 똑똑히 보라고.”

 

 가연은 그제야 모든 진실을 깨닫고 충격에 휩싸였다.

 

 가연은 이례적인 승리를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지현을 이겼다는 사실에 취해 지현이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지현이 보통이 아니란 것은 눈치챘지만, 그녀의 속내를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했던 가연은 그렇게 지현이 놓은 덫에 보기 좋게 걸려들었다.

 

 가연은 몸을 덜덜 떨며 이 상황에서 벗어날, 정확히는 이 상황을 반전시킬 궁리를 하였다.

 

 떠올려, 떠올려. 빨리 떠올리라고! 어떻게든 떠올리란 말이야!

 

 가연은 이렇다 할 좋은 수가 생각이 나질 않자, 과거에 자신이 했었던 최악의 방법을 떠올렸다. 자신이 조금 다치더라도 남을 확실하게 깎아내릴 수 있는 방법,

 

 이전에 자신과 어떤 악감정이 있었든 누구에게나 동정심을 얻을 수 있는 방법. 그것은 자신이 계단에서 뛰어내리고 상대가 자신을 밀쳤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물론 지현보다는 가연의 평판이 더욱 안 좋았기 때문에 약간의 도박이라 생각했지만, 가연을 찬물 더운물 가릴 때가 아니었다.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뭐든 괜찮았다.

 

 마침내 약간의 자신감을 얻은 가연은 덜덜 떨리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너. 너는 네가 잘난 것 같지?”

 “갑자기 뭐라는 거야?”

 “네가 나한테 말했던 대로 너도 네가 제일 잘난 것 같고, 네 말 한마디면 다른 애들이 네 계획대로 다 움직이는 것 같지? 네가 선동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

 “아까 내 정치질이 어설프다고 했잖아, 근데 진짜 정치질은 이런 거야.”

 

 가연은 망설임 없이 계단 아래로 몸을 던졌다.

 

 그녀는 당황한 지현의 얼굴을 보며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자신이 학교 폭력을 한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지현이 자신을 밀친 이유가 자신을 두려워해서, 자신을 미워해서 그랬다고 우기면 그만이었다.

 

 사람들은 타인의 눈물에 약하지만, 그만큼 타인의 상처에도 약했다.

 

 지현이 아무리 가연을 몰아가도 그녀가 입은 상처를 이유로 우기면 그만이라고, 우기는 것에는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가연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녀는 상대가 지현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고,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있었다.

 

 “어이쿠, 위험해라.”

 

 지현은 쓰러지는 가연을 품에 받아 지탱하며 그녀를 서서히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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