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청소를 싹 해삐맀네. 뺀질뺀질하네.”
최기영의 방을 들어서며, 안경식이 한마디 하였다. 아닌 게 아니라 청소를 한 것 같은 그 방은 마치 모델하우스처럼 깨끗하였다. 민서희와 안경식은 그들이 전에 보았던 그 낡은 노트들을 찾기 시작했다.
침대 밑, 책상 서랍, 책꽂이, 옷장 속까지 모두 뒤졌다.
“안 보이네요.”
“그라게요. 진짜 안 보이네. 요기 다이어리 같은 건 있는데 이거 함 보이소.”
안경식이 민서희에게 검은색 다이어리 하나를 던져 주었다. 책들 사이에 꽂혀 있어 이영진 학생이 정리할 때 미처 챙기지 못한 것 같았다.
민서희가 다이어리를 받음과 동시에 문이 열렸다.
철컥
최태준이었다.
“여기서 뭐 합니까?”
서울에서 오래 산 티가 났다. 완벽한 서울말이었다.
“아 그. 그게 혹시나 기영군의 사진이 있을까 해서.”
당황한 안경식이 어색한 거짓말을 하였다. 하지만 그들이 뒤진 흔적들로 봤을 때 전혀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어디서 구라를. 엄마 이 사람들 완전 도둑들이다. 빨리 나가세요. 그리고 다시는 우리 집에 올 생각들 하지 말고, 내 이럴 줄 알았다. 개새끼들. 빨리 나가.”
태준은 마치 정말 도둑들을 잡은 것처럼 불같이 화를 내며, 민서희와 안경식을 팔을 거칠게 잡고는 현관 쪽으로 끌고 갔다.
“아.. 아니 그. 그게 오해가.”
“이거 놔요. 우리가 나갈 테니까.”
민서희가 앙칼진 목소리를 태준의 팔을 뿌리쳤다.
부엌에서 나온 기영의 새엄마와 최태준, 그리고 민서희와 안경식이 아파트 현관에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민서희가 먼저 입을 떼었다.
“인터뷰 고맙습니다. 그리고 잠시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저희는 오늘은 이만하고 돌아가겠습니다. 추후에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다시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최대한 정중하게 말을 정리한 그녀는 등을 돌려 문 밖으로 나갔다. 그녀의 뒤를 이어 안경식이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최태준은 현관을 닫으며, 그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다시는 얼씬도 하지 마십쇼. 오늘은 이렇게 넘어가지만 다음엔 무단 침입과 절도죄로 경찰을 부를테니까. 그런 줄 아쇼.”
철컥 삐리리
현관의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안경식과 민서희는 잠시 동안 씁쓸한 표정으로 닫힌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내 곧 민서희의 얼굴에 미소가 퍼지기 시작했다. 자신 있게 어깨위로 들어 흔드는 민서희의 손에는 최기영의 다이어리가 들려 있었다.
민서희가 맨 백팩과 등 사이에 몰래 끼워서 가지고 나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