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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야월취화(.夜月取花)
작가 : 소월혜
작품등록일 : 2020.8.19

호적에 이름은 올라와 있으나, 가문의 성을 물려받지 못한 아이. 그게 바로 나였다. “나는 불로 취하지 못한 꽃이 아니라 달이다. 그 누구도 취하지 못하는 달이 될 거다.” 무가의 장녀로 태어난 연은 혼인을 앞두고 살수의 습격을 받는다. 죽음의 위기 속, 신이한 힘을 발현한 연의 앞으로 한 사내가 나타나는데…. 통일 신라 말, 7명의 도깨비를 만든 여인의 이야기.

 
제1장 야월취화(夜月取花.) - 3화 습격(襲擊)과 의문의 사내 등장
작성일 : 20-08-19 02:32     조회 : 44     추천 : 0     분량 : 6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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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아!”

 

 다급히 한의 목덜미를 잡아 내 쪽으로 잡아끌었다. 덕분에 한은 베이지 않았지만,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때를 놓치지 않는 사냥개처럼 살수들이 일제히 달라붙었다.

 

 나는 부러진 환두대도와 검집을 들고 방어하는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혼자서 다섯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할 수 없이 검집과 검을 단도처럼 날렸다. 콱 소리와 함께 하나가 졸도하며 다른 하나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다음은! 은장도를 쥐고 뒤를 돌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는지 코앞까지 온 사내가 검을 휘둘렀다.

 

 ‘촤악’

 

 살갗이 베이며 나온 피가 하늘로 솟구쳤다. 이번에 쓰러진 건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아니라 자신과 똑같은 흰색 침의를 입은 동생 쪽이었다.

 

 “누님……. 아픈… 아픕니다…….”

 

 입가에서 흐르는 피에 목이 막히는지 숨을 헐떡였다. 한의 몸이 물 위로 나온 물고기처럼 주체를 못 하고 펄떡인다.

 

 “한아……? 정신 차려 보아라……. 눈 좀 떠보거라……. 제발!”

 

 추욱 늘어진 몸 위로 붉은 선혈이 꽃처럼 피어났다.

 

 소매를 붉게 물들이던 피는 멈추지 않고 바닥으로 뚜욱 뚜욱 흘렀다.

 

 이마저도 모자라 아귀처럼 내 바짓자락 위를 적셔갔다.

 

 흰 바짓자락에 점점이.

 

 머릿속에 경종이 세차게 울린다. 손에 묻은 피가 낯설다. 이건 분명 끔찍한 악몽일 거다. 이게 현실일 리가 없어.

 

 코를 찌르는 축축한 쇠 냄새가 말한다. 이건, 현실이라고. 손이 미친 듯이 떨렸다. 한이 숨을 쉬지 않을 뿐, 아직 몸에는 온기가 남아 있었다.

 

 이렇게 따뜻한데. 내 목소리만 허공에서 메아리치고 있다.

 

 검이 땅에 질질 끌리는 소리가 가까워지고 곧 기합을 넣는 소리가 이어졌다. 끌어안은 몸이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죽음을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이리 살수들에게 쫓기다 식어가는 동생의 몸뚱이를 껴안고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죽고 지 않아. 죽기 싫어. 여기서 이런 놈들한테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절규 어린 아우성이 마당을 메웠다.

 

 거침없이 내 목을 향해 들어오는 검을 보며 손에 든 은장도가 뜨겁다고 느낀 순간, 눈이 시릴 만큼의 하얀 빛이 터져 나왔다.

 

 “뭐야!”

 

 내게 검을 겨누며 지척에 있던 사내가 갑자기 터진 빛에 밀려 바닥에 나뒹굴었다.

 

 멍하니 이상 상태를 바라보고 있던 살수들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가세하다가 광풍과 빛 파동에 밀려났다.

 

 우-웅 우웅-

 

 순식간에 대낮처럼 밝아진 상황에 어안이 벙벙했다.

 

 심장의 고동 소리에 맞춰 은장도가 박동한다. 눈이 부신 빛을 뿜어내는 은장도 위로 부서진 글자가 날아다녔다.

 

 제 짝을 잃은 듯 허공을 미친 듯이 유영하다가 슬슬 빛에 익숙해질 때쯤, 부서진 글자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무슨 글자인지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엔 ‘맺을 결(結)’ 자인 줄 알았으나 이건 분명 다른 결 자였다. 그래.

 

 “이지러질 결(缼).”

 

 내 목소리에 반응하듯 광풍과 빛이 동시에 멈추었다. 땅에 태양이 떴다고 믿어도 될 정도의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밤을 그대로 본뜬 사내가 나를 지키듯 서 있었다.

 

 6에서 7척은 되어 보이는 장신에 꼭 맞는 검은 무복이 바람결에 휘날렸다.

 

 허리춤에는 붉은 매듭 줄이 장식처럼 매달려 있었다. 어깨까지 오는 머리를 하나로 묶은 사내가 뒤로 돌았다.

 

 유리알처럼 검고 매끄러운 눈이 빠른 속도로 나를 살폈다. 상처가 있지 않나 확인 하는 투였다.

 

 달빛에 의존해 본 그의 얼굴은 생각보다 선이 굵은 편이었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짙은 눈꺼풀, 날카로우나 유난히 검고 또렷한 눈동자에 살짝 앳되어 보이는 얼굴이 약관을 넘기지는 못했으나, 나보다는 두세 살 정도 많아 보였다.

 

 사내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압감을 풍겼다. 그에게서 묻어나는 짙은 살기는 곁에 있는 나조차도 몸이 흠칫 떨릴 정도였다.

 

 살수들 또한, 사내가 여간내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섣불리 움직이질 못했다.

 

 서로를 탐색하는 눈빛이 여러 번 오가고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자, 잠시 숨을 고른 그가 ‘여기에 가만히 있어.’라고 말한 후, 적들을 향해 뛰쳐나갔다.

 

 지축을 밟고 뛰어오르는 발이 살수 중 하나를 향했다.

 

 체중을 실어가며 내리꽂은 발차기에 뼈가 부러지는 으스스한 소리가 났다. 그는 귀를 찢는 비명을 무시한 채, 땅에 떨어진 검을 주워 비명을 지른 사내에게 겨눴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공격이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손을 쓰지 못하면 다리로, 다리를 쓰지 못하면 검으로.

 

 그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눈에 띄게 전세가 바뀌었다. 수적으로 열세에 밀려 있던 상황이 단번에 역전될 정도로 그의 무예 실력은 그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나는 살면서 아버지보다 뛰어난 무인을 본 적이 없었다.

 

 다른 이들의 말처럼 나의 아버지는 무신이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무예 실력을 지녔고 군을 통솔하는 능력은 따라 올 자가 없었다.

 

 그런데 그의 검술은 눈을 떼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정확하고 빠르게 적을 향해 겨뤄지는 검이 어슴푸레한 달빛을 받아 서슬퍼랬고 군더더기 하나 없는 움직임은 가히 무신과도 비견할 수 없었다.

 

 그 와중에도 사내는 제게로 다가오는 기척은 없나 살피며 거리를 조절하고 있다는 점에 소름이 돋았다.

 

 몇 번의 공방이 이어지고 승패가 결정되었다. 서 있는 자는 둘. 허나, 하나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는 옷자락 하나 베이지 않았고 지친 기색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와 대적하던 살수의 눈에 미지의 존재를 맞이한 두려움과 공포가 떠올랐다.

 

 “이런 자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어디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살수가 피가 흐르는 팔을 잡고 경악에 차 말을 흐렸다. 사내는 살수의 말을 기다려주지 않고 그대로 베었다.

 

 피 묻은 칼을 들고 내 쪽으로 걸어오는 그의 눈은 아직 전투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았는지 동공이 확장과 수축을 반복했다.

 

 “너는 좀 다른 사람을 경계할 필요가 있겠구나.”

 

 칼을 길게 휘둘러 피를 털고 온 사내가 마땅찮은 투로 말을 걸었다.

 

 “착각하지 마. 당신이 우리 가문의 검술을 쓰고 있으니까 도망가지 않은 거야.”

 

 그는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만면에 웃음기를 띄고 ‘그래.’라고 답했다.

 

 “당신, 정체가 뭐야? 우리 가문 사람이야? 아니면 아버지가 부리시는 수하 중 하나야?”

 

 “다 틀렸다. 연아.”

 

 원래 말이 짧은 편인가 없는 편인가. 그는 무척이나 나를 잘 알고 있는 듯 굴었다. 그 점이 아무래도 미심쩍어 부러 날을 세우고 물었다.

 

 “나를 어떻게 알죠?”

 

 “예전부터 보고 있었으니까. 툭하면 네 아비에게 나를 달라 떼쓰지 않았느냐.”

 

 내가 경계하는 태도를 보이니 그가 답답한 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약간 옆으로 기운 고개나 팔짱을 낀 모습이 시큰둥했다.

 

 떼를 썼다고? 내가? 그가 전투 중에 미친 것일까? 내가 늘 아버지에게 달라 투정 부리던 건 가문의 보검이었다.

 

 아주 오래전 선왕께서 그의 오른팔이었던 무인에게 하사하신 도, ‘단룡 환두대도’.

 

 나라를 지킨다는 문자가 새겨진 몸체에 도금으로 된 칼자루는 황금빛으로 빛났다.

 

 칼자루의 끝 고리에 조각된 용의 눈알은 청색 옥이 박혀 있어 기품을 더했고 어린 날의 내가 꿈을 키웠던 도였다.

 

 우리 가문의 긍지이자 대대로 가문의 수장에게 전해주는 증거.

 

 과거, 신뢰하는 신하에게 자신이 쓰던 도를 하사해, 대대로 그 도로 나라를 지키라 명을 내리니 무인에게 있어 최고의 찬사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말씀하시던 아버지의 목소리는 자긍심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부러진 칼이었다.

 

 설마 자기가 지금 저 도라고 말하고 있는 걸까?

 

 “하지만 환두대도는 부러졌….”

 

 “이쪽이다.”

 

 “뭐?”

 

 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가 가리키고 있는 건 내가 잡고 있던 은장도였다.

 

 ‘설마?’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잘린 환두대도. 그리고 “아버지 나름대로 너에게 사과하는 거란다.”라고 하시던 어머니의 말.

 

 자신이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가정이었다. 그러나 이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첫째, 그는 은장도의 빛이 멈춘 뒤, 갑작스레 나타났다. 둘째, 우리 가문의 검술을 쓸 줄 알았다. 셋째, 무엇보다 나를 잘 알고 있었다.

 

 머릿속에 드리운 안개가 걷히고 명확한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는 ‘환두대도’, 아니 ‘은장도’에서 나타난 존재였다.

 

 “그저 어린 시절의 상상인 줄로만 알았는데…….”

 

 “지금 네 눈앞에 있는 나를 두고도 상상 취급이라니.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군.”

 

 하지만 아버지가 무슨 연유로 멀쩡한 보검을 잘라 은장도로 만들어 내게 주냔 말이다.

 

 상식적으로 사람이 도에서 나오다니!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일에 입을 다물고만 있으니 그가 넌지시 옛이야기를 꺼냈다.

 

 “어릴 때, 넌 정말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빨빨 돌아다녔지. 꼬마애가 불만은 어찌 많은지 툭하면 나를 들고 재잘거려서 귀가 아파 혼났다.”

 

 그는 그 일만 떠올리면 골치가 아픈 사람처럼 몸서리를 쳤다.

 그 태도에 어이가 없어 눈을 치켜떴다. 그러자 사내가 슬며시 눈을 피한다. 아니 내가 뭐 어때서?

 

 그래도 성장한 모습을 봐서 기쁘다는 말을 덧붙인 그가 느닷없이 미간을 찌푸리며 한을 가리켰다.

 

 “이제 그건 그만 안고 있는 게 좋겠는데.”

 

 “그거라고 부르지 마!”

 

 마치 쓸모없는 물건을 대하는 투라 울분이 치밀었다. 그의 손을 치며 경고하자 ‘알았다.’는 짤막한 대답이 돌아왔다.

 

 “우선, 배후가 누군지 알아야 해. 저 녀석 죽였어?”

 

 “아니, 움직이지 못하게 인대만 끊어 놨다.”

 

 그는 확인이라도 시켜주려는지 바닥에 널브러진 사내의 몸을 한 번 찼다. 그러나 들려오는 신음이나 반응은 없었다.

 

 “입가에 독을 물고 있었나 보군.”

 

 ‘이러면 한의 원수를 갚을 수가 없잖아.’

 

 자결했다는 소리에 헛숨을 들이켰다. 살아 있는 자가 없으니 배후를 알 수 없게 되었다. 분명한 실책이라 분노로 주먹이 떨렸다.

 

 그래도 아직 부모님이 남아 계신다. 두 분이라면 살수들의 실마리를 찾을 실 수 있을 거야. 그러면 한의 복수도 이룰 수 있겠지.

 

 “아직, 아버지 어머니가 집안에 계실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우레와 같은 폭발 소리가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곧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불길이 일어섰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방이 있는 쪽이었다.

 

 “말도 안 돼….”

 

 겨우 찾아낸 희망이 도로 사그라든다. 바람을 타고 빠른 속도로 번지는 불은 폭주하는 마차처럼 점점 거리를 좁혀왔다.

 

 “몸을 피해야 한다.”

 

 “하지만 한을 두고 갈 수는…. 동생을 이리 불길 속에 두고 갈 수는 없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그에게 반박하면서도 자신도 이게 말도 안 되는 어리광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움직일 수 없었다.

 

 말 한번 따뜻하게 해 준 적 없던 아이였다. 아직 어린아이라 내가 지켜주었어야 하는 게 맞았다. 그런데 지키지 못했다.

 

 죄책감이 뱀처럼 기어오르며 온 몸을 죄어오는 것만 같았다.

 

 이내 검은 연기가 하늘을 지우고 화마가 금방이라도 달을 삼킬 듯 치솟아 올랐다. 붉은 빛을 등에 업은 불길은 제가 낙조라도 되는 양 지상을 물들여갔다.

 

 결단을 내려야했다.

 

 내 목숨도 건사하기 힘든 와중에 무작정 동생의 시신을 메고 같이 도망쳐 달라 외칠 정도로 자신은 바보가 아니었다.

 

 나는 두눈을 꼭 감고 그에게 물었다.

 

 “정말, 이 은장도에서 나타난 게 확실해?”

 

 “그래.”

 

 그가 주저 없이 내 팔을 끌어당겼다. 몸뚱이가 힘없이 사내의 힘을 따라 끌려 올려졌다.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인지 그가 힘껏 손을 잡았다.

 

 “미안해…….”

 

 닿을 리 없는 말을 되 뇌이며 지면을 박찼다.

 

 

 *****

 

 저택을 둘러싼 불길이 탐욕스레 춤을 추자, 지난 16년간의 추억이 검고 붉게 덧칠해져간다.

 

 그 참혹한 현실에 분통이 터졌다.

 

 화마의 열기가 피부를 달구어 가는 게 느껴질 정도로 불은 지척에 있었다.

 

 슬슬 불티가 튀면서 들이마시는 공기에 목구멍이 아렸다.

 

 불길이 기와 벽을 타고 물 흐르는 듯이 번져 중간 중간,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부수며 나아가야 했다.

 

 역한 기름내가 코를 찌르는 게 누군가 일부러 불을 지른 것이 확실했다. 더 서둘러야 했다.

 

 진흙 속에 박힌 발이 빠져 나오지 못해 허우적거리는 사람 인양 뛰는 속도가 더뎠다.

 

 누군가가 자꾸 다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만 같아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나는 지금 화마를 피해 도망치는 걸까 아니면 너를 피해 도망치는 걸까?

 

 그런 의문이 들기 시작했을 때쯤, 불이 붙지 않은 곳으로 나를 인도하던 그가 조심스레 말을 건네 왔다.

 

 “너희 아버지는 굉장한 실력을 지닌 무인이니 이런 놈들한테 당하지는 않았을 거다. 지금은 몸을 피하는 게 우선이야. 살아있다면 다시 만날 수 있으니.”

 

 

 “응…….”

 

 소금기 밴 내 목소리를 눈치 챈 그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래 그의 말대로 아버지가 살아 계신다면 분명 어머니를 구하러 가셨을 거다.

 

 지금은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믿는 수밖에 없었다.

 

 일초가 한 시간처럼 길게 느껴지던 찰나, 드디어 대문 밖으로 빠져나오는데 성공했다.

 

 몰려드는 안도감에 긴장이 탁 풀렸다. 잠깐 숨을 고르려는데 사내가 돌연 멈추었다.

 

 그의 표정은 방금 불길 속에서 탈출한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딱딱하기만 했다,

 

 “대장군의 집이 마구간 바로 옆이라니!”

 

 짧게 혀를 찬 사내가 탄식했다.

 

 그 말에 퍼뜩, 이곳이 폐하가 계신 월성이라는 게 떠올랐다,

 

 “폐…폐하! 폐하를 모셔야 한다. 대장군인 아버지가 습격을 받으실 정도면 목적은 폐하이실 거야! 빨리 시위부와 사자대에게 알려 지원을 요청해야!”

 

 당황한 나머지 말을 버벅거리며 그의 팔을 잡아 멈춰 세웠다. 그러나 상황의 긴급함을 알리기 위해 애쓰는 내 모습을 본 그의 얼굴이 오히려 일그러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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