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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소중한, 소꿉친구
작가 : 도톨
작품등록일 : 2019.11.1

우리집 옆에는 동갑지기 소꿉친구가 산다.
티격태격하긴해도, 날 위해주려 노력하는모습이 슬며시 드러나니,미워하려해도 미워할수 없는 녀석이다.
그런데 예전에 비해 나에게 선을 긋는듯한 느낌이 든다.
언젠가는 이유를 꼭 말해줘. 우리 친구잖아.

엉뚱발랄한 소녀 로해다와 티격태격 소꿉친구 허민우.
유쾌하고 따뜻하지만, 때론 씁쓸한.. 소중한 러브코미디. (shgprud62@naver.com)

 
#58. 갑작스런 이벤트
작성일 : 20-02-05 23:16     조회 : 47     추천 : 0     분량 : 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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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 갑작스런 이벤트

 

 

  얼마 안 남은 달콤 짭쪼롬함의 향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좀 전의 모습은 어디갔는지, 정말 단순한 내 머릿속 감각들은 그 기억들을 치킨에 대한 행복함으로 전부 덮어버렸다. 남은 건 또 다른 눈부심을 체크하는 것 뿐. 두 눈동자에 긴장을 머금고 ‘도륵도륵’ 움직이며 종이 안의 아름다움을 탐색했다.

 

  검지와 엄지로 들어올린 형광펜이 이리저리 과녁을 바꾸기 시작한다. 다른 날에는 어떤 빛나는 아이들이 있을까 살펴보던 중, 레이더망에 몇가지 키워드들이 잡혔다.

 

  “갈비찜.. 불고기.. 돼지주물럭.. 새싹비빔밥.. 떡볶이..”

  “또..또띠아!! 수제돈가스!! 까르보나라!! 초코우유!! 으아악!!”

 

  보자마자 행복해지는 눈꼬리. 그 아이들의 출석이 너무나도 반가워, 당장 형광펜으로 강조해주었다. 정리한 뒤 들어 올려보니, 이번 달.. 행복 주기가 생각보다 많이 돌아오는 듯 했다. 벅차오르는 달콤함을 숨기지 못하고 입꼬리를 귀까지 들어올렸다.

 

  흐뭇해하고 있는 내 모습이 아주 바람직하다는 듯, 세희가 나에게 엄지를 들어올리더니 윙크를 날렸다. 이게 뭐라고 살짝 감동을 먹은 나는 윙크에 대한 답변으로 격하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런 기밀문서를 나한테 미리 주다니.. 세희 네녀석.. 진짜..”

 

  4교시때 한 발을 책상 밖으로 빼고 있어야 할 동기가 생겼다. 비록 거리는 전 자리보다 멀지만, 앞 문으로 나간 뒤 스퍼트를 내면 충분히 앞서 갈 수 있다. 수업시간엔 그렇게나 버벅이던 생각들이 갑자기 ‘급식을 어떻게 빨리 먹을 수 있을까’에 대한 정리를 시작한다. 알아볼 수 없는 형태의 코드들이 생각을 스쳐지나갔고, 적당히 마무리를 지은 나는 다음 작업을 위해 소매를 살짝 걷어올렸다.

 

  급식 표의 가장 끝 테두리. 즉, 짙은 테두리 부분을 자른 뒤 책상에 밀착시켜 테이프로 못 움직이도록 봉해놓았다. 한 눈에 들어오는 형광표시의 행복들. 단조롭고 밋밋한 책상 위에 종이아이템만 하나 얹었을 뿐인데, 시선을 주목 시킬 수 있는 완벽한 코디가 완성되었다.

 

  “작품이군.. 작품이야..”

 

  책상과 잘 어울리는 패션을 완성시킨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서, 숨길 수 없는 흐뭇함을 담아, 없는 콧수염을 한번 쓸어올린 뒤 나 자신을 위한 박수를 쳐 주었다. 스스로 작품에 대한 후기를 말해보자면.. 매일 보고 싶어지는 마약같은 작품이랄까.

 

  그래.

  교실 문을 들어오는 순간, 나는 그 누구보다 너의 하루를 묻고 싶어지겠지.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관계가 어디있을까.

 

  마치 한 편의 시같은 관계. 그 부드러운 감정을 마음속으로 느끼며 실실 웃고 있는데, 다시 한 번 아까의 검은 소녀가 다가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맙다는 미소를 숨기지 않은 채 무슨 일이냐고 반겼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더니, 이유모를 채무관계가 다가왔다.

 

  “잠깐. 비타민200지금 받아야겠어.”

 

  멍하니 치마 주머니를 훑었다.

  ..만져지는 건 몇개의 금속 뿐.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난감한 상태. 심지어 미소지으며 가까이 다가오는 앞 사람. 이유모를 압박감이 내 피부를 훑고 지나갔다.

 

  “하하! 세희야, 지금은 내가 돈이 없구.. 나중에 매점에서 삼각김밥 맛있는 걸로다가..”

 

  그걸론 택도 없다는 표정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검은 소녀로 인해, 뒤 이으려던 내 말은 마음 속으로 꿀꺽 삼켜지고 말았다. 어떻게 해야할까 싶어 두 눈을 꿈뻑이고 있었는데, 천천히 고개를 뒤로 뺀 세희가 갑자기 다정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아까의 분위기는 어디로 간거지..?

 

  “비타민이 없다면..”

 

  큭큭대는걸 보니 보나마나 뭔가 있는 게 분명했지만.. 무턱대고 그 쪽 생각으로 잇는 건 섣부를 수도 있는 것. 저번처럼 날 위한 무언가 일 수도 있는거고..

 

  “아..응! 알았어. 뭔데? 빵? 컵라면? 후랑크소세지?”

 

  내 대답이 귀엽다는 듯, 세희가 어른의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음침한 향기를 풍기는 바람소리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내 반응이 맘에 들었는지 씨익 한 번 웃은 세희악마가 나에게 본 목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소개팅.. 나가주셔야 겠어..”

 

  허나, 내 초반 생각은 세희의 말 뜻 까진 파악하진 못한 듯 보였다. ’얼마나 심한걸 시키겠어’ 싶어, 쫄지 않겠다 다짐하고 세희의 말이 나오자마자 일단 오케이를 외친 나녀석.

 

  “그래, 까짓거 무조건 해주겠...”

 

  쿨한 답변을 외친지 몇 초 뒤, 나는 바로 대답을 외친 내 섣부름을 후회했다. 잘못들었겠거니 싶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슨 뜻이냐고 세희를 바라보았지만.. 세희는 방금 내뱉은 나의 긍정적인 말에만 초점을 맞출 뿐이었다.

 

  “잘 알겠습니다.. 후훗..”

 

  안돼. 세희의 미소에 암흑이 가득했다.

  저 미소를 보아하니 뭔가 노.. 노림수가 섞여있는게 분명하다.

 

  그러게 왜 무조건 해주겠다고 한거지..?!

  그냥 생각해보고 답해줄게 라고 해도 되잖아?!

 

  어떻게든 해보고자 머리를 부여잡던 중, 본질적으로 방금 한 말이 세희의 저 말에 답한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벤트였다는걸 미리 알았다면, 나는 이 선택지를 고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아뇨! 저기요, 뭐에요!! 그거에 대한 답변은 안 했는데요! 이봐요!!”

 

  뻔뻔하게 나오려고 했는데, 이미 분위기를 집어 삼킬대로 삼킨 세희의 표정은.. 승기를 잡았다는 듯 씨익 웃음짓고 있었다.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는 움직임. 뭘하나 싶어 경계를 놓치지 않은 채 기다렸는데 세희의 자켓 안에서 갑자기 에이패드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게 어떻게 거기서 나와?!’

 

  어이없어서 신기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어떻게 했냐고 바라보았는데, 날 놀래키려는게 목적이 아니었는지, 세희가 에이패드의 녹음기능을 켜기 시작했다. 데이터의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오늘의 날짜. 세희의 검지손가락이 그 친구를 ‘토옥’하고 누르니..

 

  「 아..응! 알았어, 뭔데……. 」

 

  「 소개팅.. 나가 주셔야 겠어... 」

 

  「 까짓거 무조건 해주.. 」

 

  숨길 수도 없는 이 감정. 내 아무 말을 언제 저렇게 증거로서 파일에 넣어놓은 거지..?!

 

  “이..이게 뭐야!”

 

  당했다는 듯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의 앞에, 갑자기 영화 속 한 장면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비열한 미소를 지은 세희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미끼를 물어브렀어.”

 

  언제 이런걸 녹음했냐고 소리를 높였으나, 세희는 꿈쩍도 하질 않았다. 초반만 해도 이렇게까지 짙은 색깔을 띄진 않았는데.. 세희의 미소가 점점 어둡게 변해가고 있다. 다른 의미로 매우 무섭다.

 

  “절 너무 물로 보시면 안됩니다.. 후후후..”

  “소개팅.. 나가주셔야 겠죠?”

 

  증거를 손에 문 저 잔인한 세희검사가 어떠냐며 내 눈 앞에서 증거를 흔들었다. 무..물론 내가 한 말이긴 하지만, 아무리봐도 소개팅은 너무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런 쪽에 관심도 없는 나로서는 절대 긍정적인 대답을 줄 수 없었다.

 

  과..관심도 없는데 아무 생각없이 나가는 것도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닌거고!!

 

  서로에 대한 경계속에서 천천히 막을 여는 협상 테이블. 한 손에 유리한 무언가를 지닌자와 생각없이 패를 던져버린 자의 대화가 시작된다. 어이없어 보이는 표정의 짧은머리의 소녀가, 책상을 한 번 두드리더니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아니, 대가가 너무 급행열차시잖습니까!!”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었지만, 이미 서류를 잘라서 자신의 책상에 붙여버리기 까지 한 입장. 돌려줄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기에, 시소는 단발머리 소녀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걸 이미 알고 있는 단발머리 소녀는, 상대에 대한 반론으로 매우 올바른 말을 던지기 시작했다.

 

  “어이구~ 받아놓으시고 이러시면 곤란하죠~”

 

  짧은 머리 소녀에게 쥐어진 카드는 부정하기 3장 뿐. 낼 수 있는게 한 가지 밖에 없었기에, 올바른 카드가 아님을 알면서도.. 소녀는 필드 위에 부정하기를 올려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아..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요!!”

 

  그래도 조금은 미안했는지, 단발머리 소녀가 회유책을 내비추기 시작했다.

 

  “외모는 물론이고 공부까지 잘하지.. 게다가 인성까지 따뜻한 아이라구?★”

 

  세희의 얘기를 들어보니, 상대가 정말 좋은 친구인건 맞는 듯 했다. 매 순간 열심히 노력하는 성실한 친구이고, 마인드도 정말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아이같았다.

 

  그래.

  좋은 친구라는 건 정말 잘 알겠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존재했다.

  내가 그런 쪽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으면 고개를 끄덕였을텐데, 티끌만큼도 그런 생각이 없었다. 은근슬쩍 이 주제에서 빠져나가고자 했는데, 구멍을 찾아봐도 조그만 틈 하나 없었기에, 어쩔 수 없겠다 싶어서 평소 세희가 솔깃하는 허스키 관련 얘기를 꺼내었다.

 

  “필요 없어! 뭣보다 녀석이랑 엮더니 왜 갑자기 맘이 변한건데?”

 

  역시나 즉각 반응이 오기 시작하는 세희의 모든 움직임. 사람에게 꼬리가 있었다면.. 지금 세희는 분명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꼬리를 흔들고 있을게 분명했다.

 

  와중에 의문점이 있다면, 내가 이런얘기를 하는데도 소개팅에 대해 긍정적인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 두 손으로 볼을 감싸며 행복해하고 있다. 눈 앞의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파악하려고 애를 써봐도 세희자체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였기에 확실히 짐작이 가질 않았다.

 

  “헉! 변한적 없는데? 반장은 걱정하지마. 그 부분은..!”

  “흐흐흐..”

 

  뭐지. 말하던 중 무언가 생각났는지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실실 웃고 있다. 뭐가 저렇게 행복한지 물어보고 싶은데, 물어봤다간 내가 알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알게 될 것 같을 뿐더러.. 왠지 모르게 큰일이 날 것 같았다.

 

  ‘뭐..뭐야 무서워.’

 

  뒷 말을 줄인 세희가, 기대하라며 싱긋 미소지었다.

 

  “일단 하는걸로? 하하!”

 

  어떻게든 결론이 지어져 버렸다. 내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 독불장군 세희를 더 나무라려 다가.. 멈칫하는 생각 속, 갑자기 한 사람이 떠올랐다.

 

  「 가지마, 옆에 있어줘. 」

 

  아무리 상황이 상황이더라도.. 녀석의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

 

  세희가 곤란한 처지 일 수 도 있으니 소개팅에 그냥 나가줄 수도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 때 녀석의 말 한마디를 생각하자마자 좀 전의 흔들림은 어딘가로 사라져버렸고, 내 결론은 하나로 좁혀졌다.

 

  ..세희의 권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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