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머신 앞에 서서 커피를 내리고 있는 치훈이 커피를 잔에 부어 테이블 있는 곳으로 걸어온다. 슬비 앞에 커피잔을 내려놓고 마주앉는다.
"처음이라 많이 힘들거야 자! 이거 마셔"
"고맙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미소를 짓는 슬비의 모습을 보고 치훈도 같이 웃어보인다. 잠시 어색해진 분위기 속에 치훈이 먼저 일어나 화장실로 걸어간다. 그때 폰이 울리고 전화를 받으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슬비는 카페문을 바라보며 빨리 손님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앉아있다.
화장실에서 나온 치훈이 슬비에게 다가와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다.
"나 잠깐 나갔다 와야 할 것 같은데 혹시 다시 못 돌아오면 혼자 뒷정리 좀 하고 시간 되면 문 단속 철저히 하고 퇴근해"
"네, 다녀오세요"
치훈은 슬비를 혼자 두고 가는 것이 좀 불안하긴 했지만 중요한 일이기에 슬비를 믿고 나간다. 치훈의 차가 보이지 않자 슬비는 다시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제 퇴근하고 들르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미리 청소를 해놓고 원두를 채워놓는다.
예상했던 것처럼 퇴근하고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 가볍게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은 손님이 들어와 커피를 주문하고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 나누는 손님들 모습을 보다가 창문 밖을 보면 비가 내리고 있다.
"비를 피하려고 들어오는 손님들이었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카페 안을 둘러보다가 우산을 찾지만 보이지 않고 집에 전화를 걸어보지만 받지 않고 슬주에게 전화하지만 학원 수업 중이라며 끊어버린다.
시간이 지나 밤 10시가 다 되어 가고 있다. 테이블을 가득 메운 손님들이 다 나가고 혼자 남은 슬비는 치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퇴근하겠습니다"
"그래 아무래도 카페에 못 들를 것 같아 조심해서 들어가"
"네... 사장님 혹시..."
"왜"
"카페에 남는 우산 없죠?"
"왜 밖에 비와"
"네 아니에요. 그냥 비 맞고 가죠 뭐... 그럼 수고하세요"
얼른 전화를 끊어버리는 슬비. 대충 정리를 끝내고 카페 문 앞에 서 있다. 생각보다 비가 많이 내리는 상황에서 망설이고 있는 슬비.
그때 우산을 들고 어떤 한 남자가 카페 앞에 선다. 그리고 슬비에게 묻는다.
"카페 문 닫았나요?"
"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나서 달려왔는데..."
아쉬워 하면서 잠시 카페 앞에 우산을 쓰고 서 있는 남자. 슬비는 아주 긴 한숨을 내쉬고 비가 오는 거리를 뛰기 시작했다.
그때 카페 앞에 서 있던 남자가 슬비를 향해 뛰어가서 우산을 씌워준다. 좀 당황스러운 듯 걸음을 멈춘 슬비가 고개를 들면 눈 앞에 연우가 서 있다.
"연... 연우오빠?"
"아직도 우산없이 비 맞고 다니는 거야?"
"어떻게 오빠가 여기에..."
"건우가 말 안했나? 나 한국에 들어왔어"
"듣긴 했지만... 오빠 괜찮아? 비오는 날이면 아프고 괴로워하잖아"
"건우가 이야기 하지 않았나? 미국가서 내가 병을 이겨내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단 말이지 우리 건우가"
"그럼 다 나은거에요?"
"그러니까 비오는 날 이렇게 슬비 앞에 서 있지"
"오빠..."
슬비는 연우 품에 안겼다. 그리고 벅차오르는 감정에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 사실을 아는지 연우가 슬비의 얼굴을 바라보고 눈물을 닦으며 웃어보인다.
"넌 여전히 그대로 구나 예쁘다 이슬비"
"오빠도 처음 만났던 그대로에요."
"네 마음은... 아직 그대로니?"
"........"
슬비는 그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다. 연우가 미국에 가고 없는 사이 건우를 향해 마음을 조금씩 열었던 슬비이기에 지금은 답을 하지 못했다.
"내가 너무 늦게 돌아왔구나"
"미안해요. 하지만 좋은 오빠 동생 사이로 계속 만나면 되죠. 뭐..."
"시간 있니?"
"지금 좀 늦긴 했지만 괜찮아요"
"우리 그럼 어릴때 만나기로 했던 그 공원에 갈까?"
"오빠 괜찮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오빠에겐 안 좋은 기억이 있던 곳인데"
"내가 그 병을 고치고 한번도 간 적이 없는데 가보고 싶어. 그곳에 가서도 아무 이상이 없는지 테스트 해보고 싶어. 같이 가줄래"
"네..."
슬비는 조심스레 연우의 손을 잡고 함께 공원으로 걸어간다. 점점 공원이 가까워질수록 연우의 손이 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