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비의 집 앞.
차가 멈추었다. 연우가 내리려고 하자 붙잡는 건우 우산을 펼치며 내린다. 슬비와 우산을 쓰고 대문 앞까지 간다.
“연우오빠 많이 힘들었을 거야”
“나도 오늘 힘들었거든”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건우가 슬비를 끌어당기며 안는다. 순간 당황한 슬비는 건우를 밀어 내려 하지만 밀리지 않는다. 결국 품에 안기는데 그 모습을 연우가 보고 있다는 생각에 다시 힘껏 밀어낸다. 그리고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피식 웃으며 걸어오는 건우 다시 옆좌석에 앉는다. 그러자 멱살을 잡으며 씩씩거린다.
“형 왜 그래”
“슬비 힘들게 하지마 나 하나로도 충분하니까”
“형 눈엔 슬비가 힘들어 보여”
“당연한 것 아니야 자기가 좋아했던 사람의 동생이 다가오는데”
“그래도 좋은 걸 어떡해 슬비가 좋은데”
점점 멱살을 풀고 핸들을 잡으며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집으로 가기 위해 도로를 달리는 차 안 아무 말이 없다.
집에 도착하자 비가 그치고 차에서 내려 바로 들어가는 연우 우산을 챙겨 가느라 늦은 건우 집에 들어가자마자 연우방으로 향하는데 문이 잠겨있다.
건우도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슬비에게 통화버튼을 누르지만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음성만 계속 들린다.
다음날 아침.
연우의 방문을 열려고 하자 아직도 잠겨있는 것을 확인한 건우
“형 나 학교 간다. 듣고 있어”
“....”
“오늘도 데리러 올 건가 몰라”
“...”
“에잇 오지마 나 간다”
툴툴거리며 걸어가는 건우 그제서야 문이 열리고 뒷모습을 바라보는 연우 다시 문을 닫는다.
수업을 듣고 있는 슬비의 얼굴이 어둡다. 연우가 비를 맞으며 힘들어 하는 이유가 자신을 만나러 오다가 당한 묻지마 살인이라는 사실에 더 힘들다. 뭔가 죄책감에 시달리는 듯 이제 더 이상 만나지 못 할 것 같았다. 건우의 전화가 계속 걸려오지만 받지 않는 이유도 그 중에 하나.
친구들과 함께 교문을 걸어나오는 슬비 그런데 앞이 소란스럽다. 여학생들 사이에 둘러 싸여 있는 건우를 본 슬비 다른 길로 뛰어간다. 뛰어가는 슬비 모습을 놓칠 리가 없는 건우는 뒤따라 달려간다.
“이제 그만 뛰어 그래봤자 내 손바닥 안이야”
“제발 따라오지마”
“왜 나를 피하는 건데”
“알고 싶어”
“그래 알고 싶다”
“연우오빠 동생이니까”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연우오빠 동생”
“그건 나도 어쩔 수 없는 거잖아! 누구는 형 동생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나 나도 싫어 연우형 동생으로 사는 것”
“나 힘들어”
“나도 힘들어 왜 너를 좋아하게 됐는지”
“짝사랑 하지마”
“너도 형 짝사랑 하잖아 하지마 나를 사랑하면 우린 사랑이 되는 거야”
“흔들리고 있어”
“잠시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이야... 형은 곧 떠나니까”
“붙잡으면 오빠가 힘들겠지”
“당연하지 이제 곧 장마가 시작인데 하루 걸러 비가 내릴 텐데... 그때마다 형이 괴로워하고 힘들어 하는 걸 보고 싶어”
“아니 그 아픔 내가 대신하고 싶은데 해줄수가 없잖아”
“그러니까 그냥 보내줘”
“그래야겠지”
눈에 눈물이 맺히는 슬비의 모습을 보고 건우는 마음이 아프다.
슬비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건우는 제일 먼저 형을 찾는다. 방에 들어가보니 크나큰 가방 몇 개가 놓여있고 침대 위에는 여권과 함께 비행기표가 놓여 있었다. 불안한 마음에 연우의 이름을 불러댄다. 안방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연우
“왜 그렇게 불러 나 여기 있어”
“왜 거기서 나오는 거야”
“인사 드리고 이제 가려고”
“어딜??”
“어디긴 어디야 비가 내리지 않는 곳으로”
“몇 시 비행긴데”
“오늘 밤 11시 30분 인천공항에서...”
“잠깐만 기다려”
건우는 폰을 꺼내 어디론가 연락을 하려고 하자 연우가 손으로 잡으며
“어디 거는 건데”
“슬비한테”
“걸지마”
“왜”
“그냥 몰래 가려고 시간 앞당긴거야”
“왜 도망가는 사람처럼 떠나”
“그래야 서로를 위해서 좋을 것 같아서”
“그럼 유나누나는”
“원래 가려던 날짜에 오겠지 뭐”
“정말 이렇게 가려고”
“슬비 많이 아플거야 네가 옆에서 잘 보살펴 줘”
“형은 정말 이기적이야”
“그래 내가 생각해도 난 정말 이기적인 것 같다 이런 형을 둔 동생 연우야 공부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어른인 척하지마 나한텐 그냥 형이니까”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부모님과 같이 저녁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9시를 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