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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클럽 썬샤인
작가 : 토닥이
작품등록일 : 2019.10.8

불운과 눈치 없음으로 인해 외롭게 살아온 경수,
드디어 클럽에 가입해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근데 클럽 이름이 왜 ‘썬샤인’이예요?”
“죽어서 빛이 되고 싶은 우리들의 의지입니다.”

그 클럽은 자살 클럽이었다.

 
7화. 사랑은 구원일까?(3)
작성일 : 19-10-21 10:13     조회 : 56     추천 : 0     분량 : 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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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신데요?”

 

 경수는 혹시라도 자신이 실수를 했을지 몰라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 구승현이야! 구승현!”

 “구승현이 누군데요?”

 “날 몰라? 이씨… 이거나 계산해.”

 

 승현이 손에 든 과자들 중에 가장 작은 과자 하나를 턱-하고 계산대에 내려놓았다.

 

 - 삐빅!

 

 “네. 1200원입니다.”

 

 승현이 카드로 계산을 하고는 가장 작은 과자를 들고 편의점 밖으로 향했다.

 양 손에 들고 있던 과자는 그대로 계산대에 올려놓은 채로…

 

 ‘뭐야? 근데 구승현이 누구지?’

 

 승현이 사라지가 경수가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검색창에 입력을 했다.

 

 [구승현]

 

 주르륵 검색 결과가 나왔다. 야구 선수의 프로필이 나왔다.

 

 ‘유명한 사람이구나.’

 

 하지만 사진은 다른 사람이었다. 그다음엔 의사 프로필이 나왔다. 아무리 찾아봐도 방금 지나간 승현의 사진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구승현이네. 일반인 구승현.”

 

 경수가 피식- 웃었다. 일반인 구승현이 누군지 경수가 어찌 알겠는가. 그래도 한밤중에 이런 소동이라도 있어서 심심하지는 않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너무나 쓸쓸할 거라고 경수는 생각했다.

 

 한밤중이 된 편의점. 적막감이 감돌고 있었다.

 경수는 알고 있었다. 이럴 때면 어둠이 찾아온다는 것을…

 

 - 퉁-! 퉁-!

 

 또다시 꺼지는 편의점 불빛들, 어둠이 점점 경수를 향해 다가왔다.

 물론 환상이다. 경수가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보여지는 환상이었다.

 어느새 어둠이 몰려와 경수를 에워쌀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홀로 계산대에 멍하게 서 있는 경수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바로 아영이 준 캔 커피였다!

 고작 몇백 원 하는 값싼 커피였지만, 아영이 준 커피를 마셔서 사라지게 할 수는 없었다. 이 캔 커피에는 그녀의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경수가 소중한 물건을 대하듯 두 손으로 캔 커피를 감쌌다. 그러자 경수의 손에 있는 캔 커피가 환하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캔 커피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은은하게 경수를 감싸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어둠이 밝게 빛나는 빛에 부딪혀 서서히 사라졌다.

 밝은 빛 안에 있는 경수의 모습이 따뜻해 보였다. 물론 이것도 경수만의 환상이었다.

 이 순간, 경수는 아영에 대한 마음이 더욱더 커가는 것을 느꼈다. 경수가 두 손을 모아 캔 커피를 더욱더 소중히 감싸 쥐었다.

 

 * * *

 

 다음날.

 - 부우웅!

 편의점 트럭이 출발하자 쌓여 있는 박스들이 보였다. 알바 중인 아영이 박스에 담긴 내용물들을 체크하고 박스를 옮기고 있었다. 그때 경수가 나타나 바닥에 놓인 박스를 번쩍 들어 옮겼다.

 

 “제가 해도 되는데…”

 “아니야. 나도 할게. 같은 알바생이잖아.”

 “고마워요. 오빠.”

 

 경수가 박스들을 들어 편의점 안으로 옮겼다. 경수의 친절이 싫지 않은 듯 아영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경수는 아영을 위해 오늘도 3시간이나 일찍 집에서 출발했다. 상품들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경수가 도착한 것이다. 자신에게 빛을 준 아영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서였다. 경수가 편의점 앞 파라솔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다.

 - 딸랑. 편의점 문이 열리고 아영이 한 손에 TOP 커피를 다른 손엔 렛츠비 커피를 들고 다가왔다. 아영이 경수에게 렛츠비를 건네주었다. 그때였다. 경수가 캔 커피를 집다가 아영과 손을 살짝 스치고 말았다. 찌릿- 감전이라도 된 듯 경수가 움찔했다. 아영이 놀란 얼굴로 경수를 바라봤다.

 

 “앗, 어디 아프세요?”

 “아니야… 괜찮아.”

 “오빠, 몸도 안 좋은데… 일도 도와주시고… 줄게 이것 밖에 없어요.”

 “렛츠비가 어때서? 이거면 충분해.”

 

 경수가 미소를 짓자 아영이 옆에 앉아 같이 커피를 마셨다. 화창한 날씨에 파라솔 의자에 앉아 좋아하는 여자와 커피를 마시다니… 경수는 자신에게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긴장이 너무 풀렸던 탓이었을까. 아영을 힐끔거리며 바라보던 경수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좋아해.”

 “네? 뭘요?”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 있는 말을 툭- 내뱉은 경수가 화들짝 놀랐다.

 

 ‘그냥 고백을 해 버릴까? 아니야 너무 성급한 것일 수도 있어.’

 

 잠시 고민하던 경수가 서툰 거짓말을 했다.

 

 “아… 그게… 커피. 커피 좋아해.”

 “와 오빠도 커피 좋아하는구나.”

 “어? 응. 커피 좋아하지.”

 “나도 좋아해요.”

 

 ‘나도 좋아해요’란 말에 경수가 또다시 움찔했다.

 

 [나도 좋아해요…]

 

 [나도 좋아해요!]

 

 순간, 주위의 소음들이 사라졌다. ‘나도 좋아해요’란 말이 계속 경수의 귀에 맴돌았다. 경수가 고개를 돌려 아영을 바라봤다. 햇살에 비친 아영의 모습이 더욱더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쿵! 쿵! 또다시 심장이 나대고 있었다.

 그날 이후 경수는 아영에게 TOP(티오피) 커피를 매일 전해주기 시작했다. 자신의 마음을 담아서…

 

 * * *

 

 경수의 집. 늦은 오후였다.

 - 띵동. 낡은 벨 소리가 울렸다. 야간 근무를 끝내고 낮잠을 잤던 경수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문을 열었다. 배달원이 철가방에서 자장면과 볶음밥을 꺼내 놓았다. 2인분이었다. 1인분만 주문하면 미안하기도 하고 어떤 중국집은 2인분을 주문해야 배달이 가능했다. 그래서 경수는 중국집에 전화할 때마다 항상 2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경수가 볶음밥을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식탁에 혼자 앉아 자장면을 먹으려던 경수가 습관적으로 TV를 켰다. 혼자 밥을 먹을 때 적막하기까지 하면 너무 쓸쓸했기 때문이었다.

 - 후루룩. 자장면을 먹으며 TV를 보는 경수의 눈에 TOP(티오피) 광고가 들어왔다. 원빈이 여배우를 기둥에 탁 밀치고는 여배우의 손을 자신의 심장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원빈의 멘트가 작렬했다.

 

 ⌜내 심장은 TOP(티오피)한테만 뛰는데… 이런 넌, 그냥 커피구나.⌟

 

 자장면을 먹던 경수가 광고를 멍하니 바라봤다. 와! 저런 멘트가 하나도 오글거리지 않다니… 역시 원빈이라는 것인가? 경수는 식탁을 바라봤다. 식탁 위에는 아영이 준 캔 커피, 렛츠비가 하트모양으로 정렬해 있었다.

 

 “멋진데…”

 

 경수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멘트가 생각나지 않던 차였다. 그때 원빈의 커피 CF가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내 심장은 TOP(티오피)한테만 뛰는데… 이런 넌, 그냥 커피구나.⌟

 

 경수가 원빈이 하던 대사를 조그맣게 따라 했다. 뭔가 만족한 것일까?

 경수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경수는 아영에게 고백을 하기로 결심했다.

 

 * * *

 

 편의점.

 경수가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멋을 내고 온 모습이었다. 편의점 안을 살펴보면 아영이 계산대에 멍하니 서 있었다. 하지만 평소의 상큼한 모습과 달리 우울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아영이 표정이 평소와 다르네. 무슨 일이 있나?’

 

 아영의 우울한 표정을 확인한 경수가 잠시 머뭇거렸다. 큰 용기를 내고 고백하러 왔지만, 하필 아영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것이었다.

 그냥 다음에 고백할까? 고백이란 타이밍이다. 굳이 기분이 안 좋은 순간에 고백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잠시 머뭇하던 경수가 이내 생각을 바꿨다. 자신의 고백을 받으면 오히려 아영이 기분이 풀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래. 기분이 안 좋으면 풀어주면 되지…’

 

 경수가 쇼윈도에 얼굴을 비춰 머리를 다듬었다.

 

 “후우.”

 

 심호흡을 한 경수가 용기를 내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 뚜벅뚜벅.

 

 경수는 두 손에 TOP(티오피) 박스를 들고 있었다. 경수가 아영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 턱!

 

 경수가 TOP(티오피) 박스를 계산대에 올려놓자 아영이 의아하게 바라봤다. 수줍어하던 경수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넌 내게 그냥 커피가 아니라 TOP(티오피)야.”

 “……?”

 “내 심장은 TOP(티오피)한테만 뛰는데… 넌 나한테 TOP(티오피)야.”

 

 경수가 원빈이 했던 멘트를 조금 수정해서 말해버렸다. 하지만 경수가 원빈의 TOP(티오피) 광고를 패러디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아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해할 수가 없다는 뜻이었다.

 

 “무슨 말이에요…?”

 “아…그게 말이야. TOP(티오피) 광고 알지? 그 원빈이…”

 

 - 딸랑. 그때 편의점 문이 열렸다. 아영이 출입문을 바라보면 승현이 안으로 들어왔다. 술에 취한 듯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승현을 발견한 아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고백때문에 긴장한 경수는 승현이 들어온 것을 알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오직 아영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순간에만 집중한 경수의 입에서 커다란 외침이 들려왔다.

 

 “아영아! 나… 너 좋아해! 나랑 사귀어 줄래?”

 

 뒤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던 승현의 표정이 사나워지더니 갑자기 경수에게 주먹을 날렸다.

 - 퍽! 쿵! 승현의 주먹에 맞은 경수가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윽… 뭐야?”

 

 바닥에 쓰러진 경수가 놀라 쳐다보자 화가 난 승현이 보였다. 계산대에 있던 아영이 놀라 뛰쳐나왔다.

 

 “오빠!”

 

 경수는 갑자기 일어난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계산대에서 나오는 아영이 놀라지 않도록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아영아 난 괜찮…”

 

 하지만 아영은 경수가 아닌 승현에게 다가갔다.

 ‘엥?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거지?’

 

 경수가 멀뚱하게 바라보면 아영이 승현의 오른손을 붙잡고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오빠 괜찮아? 손 다친 거 아냐?”

 

 경수는 어이가 없었다.

 

 “… 아니 내가 맞았는데…”

 “야~ 이 미친 새끼야! 내 여친한테 그만 찝쩍대!”

 

 여자친구! 아영에게 남친이 있었다니!

 충격을 받은 경수에게 엄청난 실망과 허탈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경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경수의 앞에서 아영과 승현이 사랑싸움을 하고 있었다.

 

 “아영아 내가 잘못했어. 이제 그만 돌아와. 어?”

 “오빠 또 술 먹었어?”

 “아니… 그게 아니라.”

 “피… 또 나 때문에 술 먹은 거야? 내가 없다는 게 그렇게 감당이 안 돼?”

 “응! 나 자기 없으면 하루도 살 수가 없어. 나 알잖아.”

 “알았어. 오빠…”

 “고마워.”

 

 사랑싸움을 마친 승현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경수를 노려봤다.

 

 “야! 캔 커피 좀 그만 줘. 줄려면 비싼 걸 주던가! 씨발! 환불해 봤자 딸랑 2500원 밖에 안되는걸… 주구장창 주고 지랄이야.”

 “…?”

 “오빠! 그걸 말하면…”

 “어? 아니 그게 아니라…”

 

 ‘환불? 2500원? 설마 아니겠지?’

 

 경수가 아영을 바라보자 그녀가 시선을 피했다. 경수의 머릿속에 아영의 행동이 스쳐 지나갔다.

 경수가 수줍게 TOP(티오피)를 건네고 사라지면 바로 TOP(티오피)를 반납하는 아영, 계산대에서 2500원을 꺼내 주머니에 넣고 미소 짓고 있었다.

 지금껏 경수가 사랑의 징표로 준 TOP(티오피)를 돈으로 바꾼 것이었다.

 물론, 아영의 입장에서는 TOP(티오피)가 사랑의 증표라고 생각하진 않았겠지만… 그건 경수 혼자만의 생각이었으니까.

 아영이 자신의 성의를 무시한 것을 알게 된 경수가 밀려드는 배신감에 몸을 덜덜 떨었다. 경수가 힘겹게 바닥에서 일어났다. 경수의 주먹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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