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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변이하는
작가 : 교관
작품등록일 : 2019.9.26

주인공은 6일 동안 자신의 변이에 대해서 인지를 한다.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이 조화와 균형이 된다

 
변이하는10
작성일 : 19-10-06 13:55     조회 : 26     추천 : 0     분량 : 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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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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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동의 목소리는 사람이 평소에 낼 수 없는 소리였다. 기괴했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나오게 만드는 목소리였다. 곧 회사로 갈 테니까 오너에게 이야기를 전해 달라고 말하고 마동은 전화를 끊었다. 마동은 겨우 일어나서 욕실로 들어갔다. 변기에 앉아보지만 전날 먹은 음식이 없기에 배변은 없었다. 소변만 조금 나왔고 유난히 투명했다. 일말의 찌꺼기도 보이지 않았다. 대충 고양이 세수정도로 얼굴을 씻으려고 물을 양손으로 떠서 얼굴에 묻히니 얼굴이 따끔, 따끔 거렸다. 머리를 감으려고 했지만 어지러워서 그냥 양치질만 하고 출근준비를 하려했다. 칫솔에 치약을 묻혀 양치질을 하면서 거울을 봤다. 하마터면 놀라서 칫솔을 떨어뜨릴 뻔했다. 얼굴의 볼 살이 하룻밤 새 반이나 사라져 버린 듯 퀭했다. 자세히 보니 실지로 사라져 버린 건 아니었지만 심하게 못생겨 보일 정도로 수척해보였고 눈두덩이 푸욱 꺼져 있었다. 눈은 어쩐지 탁하고 생기가 소멸되어버린 꽃처럼 희미해진 눈빛이었다. 아주 연한 수채화의 그림처럼. 그래서 눈썹은 더욱 진하게 보였고 피부는 몸살기운 때문인지 건초더미처럼 푸석푸석했다. 무엇보다 얼굴이 아주 창백하게 보였다. 핏기가 걷혀있었다. 심상치 않은 몸 상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갑갑하더니 숨을 쉬는 것이 어제보다 더 힘이 들었다. 어찌되었던 밤새 작업한 리모델링 디자인 파일을 들고 출근을 해야 한다. 클라이언트가 한 시간 후에 회사로 와서 앞으로의 리모델링 계획에 관한 전반적인 프레젠테이션을 들을 것이다. 마동은 팔, 다리가 자신의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무거웠고 따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다. 마동의 팔을 들어서 이렇게 봤다. 어떤 학명도 없는, 바다밑바닥에 살고 있는 심해어의 팔을 뚝 뜯어와서 인간의 팔 모양으로 만들어 자신의 팔에 부탁시켜 놓은 것 같았다. 이상하고 이상했다. 불쾌한 느낌이었다. 붕괴되는 기분이었다.

  나의 팔도 전화벨소리처럼 내 목소리처럼 이질적이다.

  욕실에서 마동은 팔 동작이 평소와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 마음을 서글프게 한다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놀라는 일이 일어날까.

  마동은 옷을 입고 노트북을 들고 집을 나섰다. 현관문 밖으로 나가니 여름 태양의 열기와 쏘아대는 선 라이트가 가마솥의 뜨거움과 맞먹었다. 아스콘과 시멘트바닥은 어제보다 더 뜨거워진 태양의 열기를 복사시켜 대기를 데우고 있었다. 숨을 쉬기가 거북한 날이었다. 계절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세계의 틀을 여름에 맞게 바꾸고 있었다. 오늘부터 장마가 물러가고 본격적인 휴가철의 진정한 여름의 나날이 펼쳐지려 했다. 마동은 태양의 빛을 피하기 위해 노트북을 이마부분에 대고 태양빛을 가렸다. 고개를 들고 눈을 가늘게 뜨고 태양을 바라보았다. 차양 막 밑에서 본 태양은 무섭도록 이글거렸다. 정말 무서웠다. 순수한 시간처럼 태양도 순수했다. 순수한 것들은 무섭다. 태양이 진정 무섭다고 마동은 느꼈다. 사람들도 태양빛이 싫어서 여자들은 양산을 쓰고 남자들은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길거리의 그늘을 이용해서 이동을 하고 있었다. 무서운 태양을 쳐다보니 태양이 또렷하게 보였다. 하나의 흑점으로 보이는 것이 기이하고 이상한 체험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몸이 불타오르는 기분도 들었다. 주위의 빛의 띠는 보이지 않고 동그란 모양의 태양만이 또렷하게 망막으로 들어왔다. 마동의 눈동자 속에 태양은 하나의 흑점이 되어 저 먼 곳에서 거칠게 내려와 마동의 눈 속으로 과격하게 침투했다. 세상의 어둠이 덮치는 것보다 태양의 빛은 더 무서웠다. 그 빛에 닿아서 눈이 녹아 없어져 버릴 것 같았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무서운 태양의 모습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마동은 택시를 잡아타고 회사로 갔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직원들이 전부 마동에게 시선을 돌렸고 수척해진 마동에게 괜찮으냐고 한마디씩 했다. 마동은 괜찮지 않았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저, 실은 몸이 너무 안 좋습니다. 쓰러지기 일보직전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까.

  마동은 시골의 마침마당에서 평온하게 노니는 닭처럼 애써 직원들에게 괜찮다며 감기기운 때문에 그런 것이라 말하고 오너의 방으로 건너갔다. 오너는 마동의 모습을 보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마동을 맞이했다.

  “최부장에게 들었네만, 이렇게 심각하게 보일정도라니.”

  “감기기운인데요. 좀 지나면 괜찮아지겠죠.”

  마동은 움직여지지 않는 얼굴근육을 겨우 움직여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걸 오너에게 억지스럽게 보여주었다.

  “내 입장이 난처하군. 자네를 쉬게 해야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으니 말이네.”

  “오늘 프레젠테이션은 금방 끝날 테니 일찍 들어가 보겠습니다. 병원에도 들러야겠어요.”

  “그래, 알겠네. 그렇게 하게.”

  오너는 마동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직원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마동은 하루 만에 말라빠진 손가락으로 노트북의 화면을 켰다. 오너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마동과 노트북의 화면을 번갈아 보더니 이내 노트북의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오너는 곧 짧은 신음소리를 한줄기 흘려보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리만치 첫 작업을 끝낼 수가 있지.”

  마동은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너는 그런 마동의 미소를 보더니 몸 상태를 한 번 더 물어보고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체크했다. 마동은 어제보다 몸살기운이 좀 더 심해진 것 같다고 오너에게 말했고 프레젠테이션만 마치면 곧바로 병원에 가보면 된다고 오너를 안심시켰다. 리모델링의 전반적인 프레젠테이션의 체크를 끝낸 오너가 조용히 마동에게 말했다.

  “자네 내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진 않겠지만 들어주게. 5분정도면 되니까 말이네. 자네는 그동안 꾸준하게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운동을 해왔네. 나뿐만 아니라 자네를 대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러니까 직원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네. 자네가 회식자리에서도 잔업을 하는 모습에서도 어느 정도의 선을 넘어가면서까지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야. 인플루엔자는 이제 무서운 바이러스가 되었지. 성인이면 누구나 알게 된 사실이네. 인간은 전부 제각각인 신체를 지니고 있어서 바이러스가 몸에 들러붙어도 그 증상이 천차만별이지. 앞으로 더 강력한 바이러스로 변모할지도 모르는 게 인플루엔자야. 그렇지만 자네처럼 좀 심각하다 싶을 정도로 꾸준하고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의 인체에는 인플루엔자는 침투하지 않아. 그건 말이네 반드시 의사가 아니라도 감지할 수 있네. 혹시 자네가 지금으로부터 40년이 지난 나이를 먹은 사람이면 또 모르겠네. 노인들에겐 모든 바이러스가 무서운 질병의 근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최악의 운반자지. 어떤 틈이 보이면 바이러스는 몰려들어 세력을 키우고 확장시킨다네. 마치 권력과 자본에는 무식하리만치 단결을 잘 하는 집단처럼 말이네. 군중이 안심을 하는 순간 이미 정부는 군중 속에 선동을 미리 심어 놓은 것처럼 말이야. 어쩐지 자네는 어떤 무엇인가로 인해 그 틈이 생겨버린 것 같단 말이네.”

  잠깐 시간을 두었다.

  “자네는 내가 가장 아끼는 직원이네. 이렇게 말로 이야기하려니 좀 그 의미가 와 닿지 않을 수 있겠지만 말이네. 자네는 내 입장에서 절대 놓치고 싶지 않는 사람이야. 내 동생 같기도 하고 아들 같은 사람이지. 틸다 스윈튼이 나온 ‘캐빈에 대해서’를 봤는가?”

  그 여배우는 알고 있었다. 틸다 스윈튼의 빼빼마른 몸과 얼굴이 겹쳤다. 머리가 아팠다. 모두가 며칠 동안 마동에게 영화에 대해서 물어왔다.

  이것도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인생에 있어서 모든 것은 영화 속의 이야기들인가. 대부분 이런 영화를 알고 있나? 식으로 나에게 묻는다.

  마동은 오너에게 배우는 알고 있지만 그 영화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엔 어머니라는 존재가 당연히 아이를 사랑해야 하는 통념, 아이란 부모의 작품처럼 교육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상식을 떼는 영화였지. 자신의 아이를 사랑하지 못하면 인간이 아니라 폐륜이라는 관념이 우리들에겐 있네. 그렇지만 아이가 처음부터 엄마의 존재를 부정하고 나서면 엄마는 혼란스러워 지네. 하지만 엄마는 결정적 모순처럼 그 아이가 살인을 한다든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모든 걸 안고 가야하지. 죽을 때까지 말이야. 난 이미 자네에 대해서 그 엄마보다 더 엄마 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다네. 자네에게 어떠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난 자네를 껴안고 갈 거네. 자네는 그걸 알아줬으면 좋겠네. 그것이 신체의 변화가 되었던 나이면 그 외의 다른 어떤 변화가 되었던 말이네.” 오너는 일정한 톤으로 마동에게 말했다. 오너의 고유한 목소리에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었다. 오너는 마동이 무슨 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미로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마동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마동은 오너를 충분히 이해했다.

  “앞으로 개미를 양념해서 별미로 먹고 매미를 기름에 튀겨 밥과 함께 먹는 것이 생활화되는 날이 올지도 몰라”라며 오너는 마동의 어깨를 두드리고 먼저 프레젠테이션 방으로 갔다. 마동은 머리가 아파오는 것이 느껴져서 소피에 앉아서 머리를 지긋이 눌렀다. 속이 거북했다.

  오너가 말하는 의미처럼 나는 어떤 무엇에 의해 틈이 생겨버린 것인가. 그곳으로 변이가 시작되는 것인가.

  기름벌레가 마동의 내장을 휘휘 젓고 다니며 배설을 마구 해 놓은 듯 찝찝함이 마동을 괴롭혔다. 몸살기운이 심해져서 그런지 시야도 흐리고 뿌옇게 보였다. 마동은 손가락으로 눈을 한 번 비빈다음 소파에서 일어났다. 바윗돌만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빠져 버리면 모두를 곤란하게 한다는 것이 마동을 일어서게 만들었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더욱 어지러웠다. 오너의 사무실 밖에는 최원해가 서 있었다. 그의 눈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여다 볼 수가 없었다. 최원해의 눈빛은 어떠한 사실적인 부분을 알아 챘다는 눈빛을 띠었지만 이내 숨기고 다른 말을 했다.

  “자네 어떤가? 이 상태로 프레젠테이션은 할 수 있는가? 자네가 빠진다면 당장 내일부터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최원해는 팔짱을 풀고 마동의 어깨에 한 손을 올리고 다정하게 말했다. 한 손은 볼펜을 들고 자신의 안경테를 톡톡 쳤다. 톡톡 톡톡톡. 두드리다 고개를 돌려 마동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쓰디쓴 웃음.

  “걱정하지 마세요(저 보다는 회사에 대해서). 프레젠테이션은 준비해온 대로 마칠 겁니다. 저의 계획에 대해서는 보고를 하겠습니다. 오늘도 일단 병원에 한번 가보고 그 이후에 말입니다. 제가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그 타임이 끝이 나면 디자이너들에게 세부적인 오더를 내려야 하기 때문에 아직 조퇴를 한다거나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 내가 빠진다는 말을 지금은 확실하게 할 수는 없어요.”

  마동은 최원해가 잘 알아듣게 목소리를 쥐어짜서 이야기를 한 다음 복도를 지나 자신의 데스크에 와서 앉았다. 자리에 앉아서 노트북에 있는 자료를 데스크톱의 비밀 폴더에 옮기고 있었다. 어디선가 비누향이 느껴졌다. 좋은 향이다. 곧, 타이트한 상의가 어울리는, 가슴골이 보기 좋게 패인 여직원이 마동의 근처로 왔다. 그녀는 마동만큼 꾸준한 몸매관리와 식단조절로 타인에게 부러운 시선을 받는 신체를 지니고 있었고 그 결과를 풍미하는 의상을 코디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떤 옷을 입고 있어도 자신감이 넘쳤고 시선을 골고루 받기에 충분했다. 그녀가 회사에 입고 오는 의상은 늘 비슷한 것 같은데 달라 보이는 세련된 정장이었다. 그 정장은 그녀를 돋보이게 했으며 그녀가 입고 있어서 그 옷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다. 상호반응의 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졌다.

 

  그녀의 이름은 박는개.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처럼 묘한 슬픈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 역시 회사 내에서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축에 속했다. 그녀가 마동에게 자양강장제를 하나 권했다. 마동은 박는개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가까이오니 비누 향을 뚫고 그녀 자체의 향이 느껴졌다. 매끄러운 피부 냄새, 허벅지 안쪽의 냄새, 귀불의 냄새 그리고 성기를 덮고 있는, 수북하지는 않지만 거친 터럭의 냄새가 마동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1미터 안으로 들어오니 그녀에게 나던 향수냄새를 밀어내고 그녀의 체취만 마동의 후각에 강한타격을 주었다. 마동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공적인 냄새를 걷어낸, 인간이 풍기는 본연의 냄새를 마동은 맡은 것이다. 마동은 그녀에게 자양강장제 한 병을 건네받으면서 그녀의 와이셔츠사이로 보이는 가슴골에 시선이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서 컴퓨터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다.

  “몸이 안 좋아 보여요. 프레젠테이션을 끝내고 병원으로 가실 거면 제가 같이 갈까요?”라고 는개가 말했다. 의외였다. 박는개는 사무실의 남자들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많은 남성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타입의 여자였다. 그렇지만 그녀의 이름처럼 그녀를 감도는 묘한 슬픈 기류와 냉정한 모습에 대부분의 남자들이 포기를 했다. 그녀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렇다고 마동이 그녀에게 깊은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완벽한 그녀에게 다가가 봐야, 하는 생각이 강했고 마동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을 걸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 괜찮아. 프레젠테이션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모두들 꽤 바쁘잖아.” 목소리가 쇳소리처럼 된소리가 났다.

  “병원도 회사 근처야. 조금만 걸으면 돼.” 마동은 억지스럽게 웃어 보였다.

  “당신은 호의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워야겠어요.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요. 인간은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니까 말이에요.” 미소를 띠었다. 기분 좋은 미소다.

  “자양강장제 한 병에 각설탕 12개 정도가 들어있다는 거 알죠? 마시면 각설탕 12개를 씹어 먹는 것과 같으니까 다운된 기분이 조금은 올라갈 수 있어요. 물론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말이에요.” 는개는 미소를 머금은 채로 자신의 데스크로 돌아갔다. 그녀가 멀어질수록 아찔했던 그녀의 체취도 점점 멀어지고 그녀의 곁을 감돌던 비누 향과 향수 냄새가 마동의 자리에서 그녀를 대신했다. 남아있는 향수냄새가 바늘이 되어 마동의 머리를 더욱 찔렀다.

  시간이 되어서 클라이언트가 도착했다. 마동은 프레젠테이션 룸에서 가물가물한 정신 상태였지만 나무랄 데 없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꿈의 세분화, 각 레이어별로 디자인 할 목록을 나열해서 분리했고 그 꿈에 가중될 집합인자의 세밀한 부분은 디자이너들이 추후작업 후 결과 보고가 있을 것이다. 마동의 몸에 배인 작업능력 탓에 프레젠테이션은 착착 진행되었다. 몸에 몸살기운으로 무리가 왔지만 클라이언트는 눈치 채지 못했다. 모두의 시선은 화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옆에서 진행을 맡은 마동에게 시선을 두지는 않았다. 프레젠테이션은 하루 만에 나온 기획물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마동은 자신의 데스크에서 디자이너들에게 내려야 할 오더에 대해서도 이미 정리를 다 해 두었다.

  처음 입사해서 마동은 한 달 정도는 난감하고 공허한 마음의 상태에서 출퇴근을 했다. 그때는 늘 훈련에만 몰입을 할 때였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잃어버린 꿈을 리모델링해서 리세일을 할 것인가.

  그리고 이 일을 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투성이였고 혼란스러웠다. 뇌파채취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훈련을 하면서도 마음의 빈공간은 매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마동의 능력을 알아 본 오너에게 업무를 배워나가며 혼란스러움이 질서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꿈에 다가 갈수록 마동의 혼란스러움이 가라앉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동의 첫 공식적인 작업 이후에 오너와 함께 회사에서 뼈를 묻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마동은 오로지 사람들의 잃어버린 꿈을 제대로 채취해서 리모델링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사람들의 꿈은 ‘떠돎’이었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떠돎’이었고 ‘떠돎’은 각자의 형태로 변이했다. 날카롭게 변한 것도 있고 배반이라는 것 때문에 ‘리벤지’라는 무서움으로 변한 것도 있었다. 사람들은 잃어버린 꿈에 대한 갈구와 그리움이 강했고 그 꿈을 마음 깊숙이 최선을 다해 리모델링을 하면 클라이언트에게는 감동으로 다가갔다. 꿈의 디자인 작업이라는 것이 자격을 갖추고 업무를 배운다고 해서 모두 다 잘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요컨대 최원해 부장도 마동이 거쳐 온 이 모든 훈련을 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원해 부장은 전혀 업무의 일선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 작업 과정에서 배재되어 있었고 그런 최원해와 비슷한 직원들도 많이 있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업무가 있고 회사는 반드시 필요한 사람과 필요할 사람을 지니려는 성향이 강했다.

  마동은 고객의 뇌파를 채집하여 디자인의 제1작업을 하는 직원처럼(돈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꿈을 리모델링하는 것에 책임을 다 하는 회사의 직원들) 꿈의 리모델링 크기와 돈의 액수에는 상관하지 않았다(이렇듯 저렇듯 월급은 꼬박꼬박 나오니까). 마동의 경건한 예식 같은 작업방식은 클라이언트들에게 물수제비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꿈의 크기와 액수에 잣대를 들이대는 신생업체와는 다르다는 소문이 점점 번져가서 꿈의 리모델링을 원하는 고객들은 마동이 일하는 회사로 의뢰를 하고 마동을 찾았다. 그들이 보기에는 이 회사의 고마동이라는 직원은 믿음과 신뢰를 충족시키는 작업자로 인식이 되어있었다.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고 일정한 의례가 통과되면 진심을 다해 리모델링을 해서 다시 돌려주거나 리세일을 해 주었다. 마동이 작업한 리모델링된 꿈은 클라이언트의 만족을 얻어냈으며 꿈을 잃어버린 자들의 ‘행복론’이라든가 ‘복합성’을 만족시켜주기 시작했다. 서비스업종은 어떻든 고객들이 바라는 바를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불만족은 있을 수 없으며 이정도면, 조금, 약간이라는 의미를 ‘만족’이라는 표면에 덧 입혀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번 작업은 첫날의 작업치고는 광범위하고 대단한 결과였고 방대한 계획이 프레젠테이션을 통해서 발표되었다. 보통 오늘의 프레젠테이션은 대략적인 레이어를 잡아두는 것에 불과했고 클라이언트도 그것에 동의를 했다. 하지만 마동은 전날 밤 달리면서 머릿속에 만들어 놓은 작업분량을 노트북으로 옮겨와 새벽까지 작업을 했다. 그 작업 본을 발표 했을 때 사람들은 반론이나 방향제시를 하지 못했고 그저 입을 다물고 마동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을 수밖에 없었고 클라이언트도 만족을 하며 회사에서 나갔다. 마동은 책상에 앉아서 어젯밤에 자신의 몸에, 자신의 의식에 또 다른 자아가 들어와서, 아니! 또 다른 자아가 깨어나서 프로그램 묘듈화 작업을 한 것에 대해서 생각했다. 또 다른 마동은 초자연적인 모습이었고 평소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난 형태였다. 그 모습은 의체 속에 투명한 불순물처럼 마동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고요하고 조용하게 마동의 몸속에 숨어들어와 있다가 각성으로 깨어나 현실의 마동이 해야 할 작업까지 해 버린 것이다. 또 다른 마동은 리모델링 수준이 실체의 자신보다 월등했으며 극에 달해 있었고 진실의 마동은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작업과정을 힘없이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다. 그 분위기에는 억압도 있었고 분노를 억누르는 기운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아 보이는 또 다른 마동의 모습이었다. 마동의 초자아는 쉬지도 않고 바쁘고 명쾌하고 완벽주의자처럼 막힘없이 힘 있게 노트북을 두드렸고 중간도 없이 그대로 끝까지 치달았다. 프레젠테이션의 결과는 마동 안의 또 다른 마동, 초자아가 한 것이다.

  각성으로 깨어난 나.

  각성은 분명하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만나고 나서였다. 자신 속의 또 다른 자신이 깨어나서 작업을 해 버린 것이라고. 마동에게 그것은 누구에게도 꺼낼 수 없는 이야기였다.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내가 가고 있는 끝에는 무엇이 있고 그 무엇은 어떠한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일까.

  마동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투사해보기 시작했다. 신체적변이가 몰고 온 어떠한 감정변이도 일정부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그때 가슴골이 깊고 매력적인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더불어 동통이 느껴지며 아랫도리가 반응을 보이려했다.

  맙소사.

 

  요즘 병원에는 포르말린냄새 따위는 나지 않는다. 동네에 하나 둘씩 있는 한의원도 가정집보다 훨씬 쾌적한 환경이다. 포르말린냄새는 오래전 욕실에서나 볼 법한 타일이 치료실을 뒤덮은 병원에서나 맡을 수 있는 냄새였다. 이제는 좀비무비 속에서나 나는 냄새일 뿐이다. 마동은 어린 시절에 간간이 갔던 네모난 성냥갑을 뒤집어 놓은 듯한 병원의 포르말린 냄새가 좋았다. 두려움이 가득한 병원의 입구에 들어서면 풍기는 포르말린냄새는 마음의 한곳을 안정시켜 주었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누군가 어린 시절 마동에게 그 냄새는 시체에서 피어나는 꽃의 냄새라고 말해주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그 소리를 들은 이후로 마동은 더더욱 포르말린냄새를 맡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마동이 살았던 경진의 읍내에는 작은 병원이 하나 있었다. 작은 병원에는 내과병동과 소아병동이 같이 붙어있었으며 병원은 깨끗했지만 구석구석 지저분한 쓰레기통과 그 속에 버려진 주사기들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병원이었다. 한 쪽의 쓰레기통에는 주사바늘이 과자처럼 쌓여있었고 한쪽의 쓰레기통에는 주사기통이 장난감더미처럼 깔려 있었다. 병원은 처음 보면 성냥갑을 뒤집어 놓은 듯한 모습인데 또 가까이 가서 보면 달랐다. 제대로 설명하고픈 말은 항상 이렇게 방향을 잃어버리고 만다. 아주 작았던 마동은 병원의 복도를 걸으면서 코를 약간 쳐들고 킁킁 거리며 온 세상의 병원냄새를 전부 흡수해버릴 것처럼 그 냄새에 집중하곤 했다.

  시체가 피워내는 꽃의 냄새.

  어렸던 나는 누구와 병원에 발을 들여놨을까.

  오래전 병원에는 티브이가 없었다. 간호사는 간호모를 쓰고 있었다. 그들은 어린 마동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한국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 같지 않았다. 어린 마동을 데리고 병원에 온 사람은 어머니가 아닌 것이다.

  어째서 그 병원의 포르말린 냄새는 기억에 남을까. 후각은 인간의 기억을 가장 정확하고 오랫동안 유지시켜준다. 마동의 기억에 남아있는 오래된 병원의 포르말린냄새는 무엇일까. 마동은 기억의 자락을 따라가 보지만 손을 잡고 있던 사람이 누구인지 그곳이 어떤 병원인지 낯설고 뿌옇기만 했다. 그 광경은 밤에 잠이 들면 꿈으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역시 희뿌옜다. 명절이 되어 집으로 가서 마동은 어머니에게 꿈에 보이는 병원을 물어봤지만 어머니는 그런 일은 없다고 했다. 도대체 기억은 어떤 식으로 생겨먹은 것인가. 고등학교 때 마동이 병원에서 입원을 한 뒤로 어머니는 무엇의 영향인지 보통의 모습에서 벗어나기(벽 너머의 다른 세계를 늘 바라보고 있었다) 시작했으며 이후 마동이 꾸는 꿈에 대한 질문에도 어머니는 묵묵부답이었다. 명절마다 집으로 가면 어머니에게 마동이 꾼 꿈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줄기차게 어머니에게 마동이 꾸는 꿈에 대해서 질문을 했지만 결국 어머니의 입으로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병원에서 포르말린 냄새를 맡을 수 없게 되었다. 세상의 병원에서 포르말린 냄새가 사라진 후 마동은 자신의 기억 속의 냄새도 점점 잊어가게 되었다. 그때가 언제인지 잘 알 수는 없지만 마동이 달리기 시작하는 무렵과 맞아떨어졌다.

  병원 대기실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많다. 특히 인기 있는 내과병원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많은 사람들이 평일에 시간을 내어서 매일매일 병원에 들른다는 것에 마동은 놀랄 따름이었다. 대부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얼굴을 하고 각각의 생각을 지닌 채 한곳에 몰려와있었다. 지금 마동이 들어와 앉아있는 병원의 대기실은 병원이라고 느낄 수 없을 만큼 쾌적하고 깨끗했다. 그 모습이 오히려 마동에게는 위화감을 자아내게 했다. 대기실에는 각종 잡지책(주부들을 위한 여성잡지책, 패션화보와 십대를 위한 쎄시, 자동차 전문 잡지책, 남성의 헬스에 관한 잡지 등)과 신간소설과 유명인의 에세이가 벽면을 가득 매우고 있어서 작은 서점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건너편 파티션 벽에는 50인치 티브이가 달려 있고 뉴스와 생활정보가 나오고 있었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병원실내에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사오 사사키의 ‘산들바람’이 조용하고 고요하게 한 여름의 실내에 나오고 있었지만 어딘가 어수선하기만 했다. 음악과 티브이와 잡지책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전부 따로 놀고 있었다. 그 누구도 티브이를 보는 사람은 없었고 피아노곡을 듣는 이들도 없었다. 이사오 사사키의 피아노선율은 병원내부의 대기실을 훑으며 떠돌고 있었지만 어디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딱한 신세가 되었다. 모두가 멍 하니 한곳을 바라보거나 자신의 손에 들린 휴대전화의 화면을 터치할 뿐이었다.

  대기실에 있는 냉방병 환자들의 소리가 공명으로 윙윙거렸고 피아노소리도 윙윙거리는 소리에 뒤섞여 좀처럼 음악처럼 들리지 않았다. 마동은 프레젠테이션에 힘을 전부 쏟아내고 몸이 너무 힘들어서 어제 갔던 병원까지 걸어가지 못해 회사 근처의 가까운 내과를 찾았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일분이 한 시간처럼 더뎠다. 대기실은 만원이었고 마동의 차례는 언제가 될지 까마득했다. 땀이 뻘뻘 날것만 같은데 땀은 전혀 나지 않았다. 오늘 아침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어제 아침부터 입맛이 떨어져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오너의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셨을 뿐이다. 그리고 는개가 건네준 자양강장제를 한 병 마셨을 뿐이다. 각설탕 12개짜리의.

  마동의 체온은 정상인보다 심하게 떨어져 있었다. 훈련된 미소의 간호사가 먼저 의사의 진료를 받기 전에 대기실에 와서 마동의 열을 쟀다. 인간의 체온은 언제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1도만 낮아지거나 높아져도 심장은 피를 3리터씩 뿜어내 체온을 조절한다. 그렇지 못하게 되면 탈이 나는 것이 인간의 몸이다. 마동은 거기에 조금 전부터 대기실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다른 날보다 더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소리는 귓전까지 와서는 무엇에 의해서 순간 대거 증폭되었다. 소리는 소리로써의 기능과 전달력을 잃은 채 완전히 깨져버려 귀안으로 무질서하게 밀려 들어왔다. 소리라는 것만 알아 들을 수 있었고 소리자체가 확실하게 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웅성웅성하는 소리 중에 하나에 집중하면 그 소리가 무엇인지 자세하게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뇌파채집처럼 하나에 집중을 하여 건져내면 그것이 확실한 뇌파처럼 건져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동은 그럴 수 없었다. 공명 속에는 여러 개의 소리가 난잡하게 뒤섞여 있었다. 마동은 머리가 깨지는 것 같았고 진찰을 받기 전까지 신경을 어딘가에 집중하는 행동은 하지 못했다. 대기실을 둘러보니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내는 소리가 마동의 귀와 머리로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 다른 곳으로 신경을 돌려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부의 무엇이 과부하로 폭발할 것 같았다. 마동은 주머니에 있는 휴대전화를 꺼내서 트위터에 접속을 했다. 트위터는 타임 라인을 가득 채우는 활자들이 생물처럼 살아서 쉼 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늘 활발한 곳이다. 화산활동이 멈추지 않는 분화구 같았다. 한 사람이 죽어 없어져도 누군가가 그 공간을 매워서 일정하게 활발함을 유지하는 곳이 트위터라는 공간이었다. 그곳의 사람들은 낮이면 낮인 대로, 밤이면 밤대로 저마다 각자 하고픈 이야기를 트위터의 공백에 백사십자로 마구 쏟아내고 있었다. 마동의 팔로워들은 고작 백 명 정도인데 타임라인은 시장바닥처럼 시끌벅적했다. 소피가 타임라인에 있었다. 여기가 오후 1시이니 소피가 있는 곳은 자정쯤이다. 소피는 아마도 그곳의 때 아닌 물난리로 오늘은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을 것이다. 워싱턴의 어마어마한 물벼락 소식은 뉴스와 인터넷을 장식했다.

  트위터: 소피, 아직 않자고 있었군.

  트위터: 하이 동양의 멋진 친구, 응, 오늘은 하루 종일 집에 묶여 있는 형편이야/ 웬일인지 이렇게 집에 하루 종일 있으면 몸은 편안해. 하지만 마음은 붕 떠있는 불편한 느낌이라구/ 동양의 멋진 친구는 그런 느낌 알지?

  잘 알 수는 없지만 그런 느낌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생각을 하면 공명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힘 있게 앞으로 나아가는 연어를 막아서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문득 해버렸다.

  트위터: 여긴 지금 비가 엄청나게 와서 엉망이라구/ 이 대도시의 하수도가 바다가 되려는지 흘러넘치고 있어.

  트위터: 알고 있어/ 지금 그곳의 비소식이 전 세계 뉴스의 화면을 장식하고 있어/ 상태가 안 좋더군.

  소피는 자신의 사진 하나를 트위터에 올렸다. 그 사진은 오늘 집에서 하루 종일 보내면서 찍은 사진이었다. 침대에 누워서 찍은 사진과 엎드려있는 사진을 교차편집해서 트위터에 올렸다. 이런 사진은 누가 찍어줘야만 잘 나올 수 있는 사진인데 삼각대를 이용해서 소피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이었다. 그녀는 혼자서도 침대에서 기막힌 사진을 건져내는 법을 시간과 노력을 들여 터득했다. 하얀 팬티만 입고 엎드려있는 사진 속 엉덩이는 터질 것같이 탱탱했다. 대기실 소파의 마동 옆에 앉아있던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경멸의 눈초리로 폰을 바라보고 있는 마동을 쳐다보았다. 마동은 교복무리에게 창백한 얼굴을 한 채 혀를 조금 내밀어 보였다. 학생들은 찌그러진 표정으로 변태 같다며 다른 소파로 옮겨갔다. 밖에 나가면 멀쩡하게 생긴 진짜 변태들이 얼마나 많은데, 역시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게 되어 버렸다.

  트위터: 동양의 멋진 친구, 어때 내 엉덩이가?

  마동은 순간 어떻게 대답할까 생각하다가 소피의 엉덩이가 괜찮지 않다고 말해야 할 이유 3가지만 말해보라고 했다. 소피는 화면 가득히 웃음의 활자와 기분이 좋다는 말을 보냈다.

  트위터: 소피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멋진 엉덩이를 가졌어(마동은 말을 하면서 자신의 팔로들이 맨션을 보는 것에 대해서 잠시 생각했다).

  트위터: 정말 그렇게 생각해?

  트위터: 그렇다구. 정말 그렇게 생각해.

  트위터: 동양의 멋진 친구는 바람둥이 같아. 여자를 웃게 만들 줄 알고 기분 좋게 하니 말이야.

  바람둥이의 요건은 외모가 아닌 언어라고 소피가 말했다. 소피는 다른 팔로워들보다 마동에게 그 말을 들어서 무척 기쁘고 고무되어 있다고 했다. 대신 마동에게만 답문을 보내는 소피에게 화가 난 그녀의 팔로워들이 마동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영어로 볼 수 있는 다양한 욕들이 마동의 타임라인에 올라왔다.

  맙소사.

  소피는 다이렉트메시지로 대화를 신청했다.

  다이렉트메시지: 소피? 잘 시간이 아닌가?

  다이렉트메시지: 잔소리야? 어딜 가나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네(웃음). 그래 맞아. 동양의 멋진 친구. 이제 자려고 해. 여기는 자정이야. 근데 동양의 멋진 친구는 회사 아닌 것 같은데 어디야?

  도대체 여자들의 직감이라는 건 거리와 시간을 초월한다는 말이 근거 없는 말이 아니었다. 어떻게 회가가 아닌 걸 알았을까. 여자들의 직감은 과학적으로 파헤치지 못할 것이다.

  다이렉트메시지: 아직 몸살기운이 있어서 지금 병원에 왔어. 아마 어젯밤에 무리하게 조깅을 했나봐. 그리고 이상한 건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배가 전혀 고프지 않다는 거야

  다이렉트메시지: 어제 동양의 멋진 친구가 감기기운이 있다고 하더니 더 심해졌을 모양이야. 아마 인류가 감기로 인해서 멸망할 것 같아. 감기바이러스는 점점 사람을 조여오고 인간은 점점 더 벗어나려고 하지만 인플루엔자는 더욱 강력해지고 말이지. 여기 이곳에도 감기로 죽는 사람이 예년에 비해 늘어났다고 하더라구. 인간은 에이즈보다 무방비상태에서 들이닥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더 무서워해야 한다니까.

  다이렉트메시지: 그래 맞아, 정말 소피의 말이 맞는 것 같아. 난 말이야 지금껏 한 번도 감기에 걸린 적이 없었거든. 규칙적이게 몸을 움직이는 신체에는 인플루엔지가 침투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어째서일까. 거기에다가 밤이 찾아오면 감기가 사라져버려 아주 멀쩡하게. 어젯밤에도 너무 멀쩡해서 평소보다 두 배나 걸리는 시간을 들여서 조깅을 하고 들어와서 소피와 잠깐 이야기를 하고 회사의 잔업을 새벽5시까지 해버렸어. 너무나 멀쩡해서 나는 감기가 다 나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잠을 자고 일어나니 굉장한 감기로 결국엔 회사에서 조퇴를 하고 말았어.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어.

  마동은 터울을 두었다. 소피가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또 한 번 보냈다.

  다이렉트메시지: 하지만 더욱 이상한 건 지금 몸 상태가 안 좋은 것이 과연 몸살인가 하는 거야.

  다이렉트메시지: 음……. 동양의 친구. 그럼 당신은 인플루엔자가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거군.

  다이렉트메시지: 그래, 어딘가 조금 이상해. 어젯밤에 작업을 했던 것은 어떠한 의미로 말해서 내가 한 것이 아니었어.

  소피는 마동의 이야기를 조금은 심각하게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집중을 해줬고 옆에 있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진지했다. 마동은 현재 소피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성인으로 살아가기란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 아프다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부모나 형제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 마동은 인간관계가 협소할뿐더러 친구도 없다. 친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쉽게 털어 놓을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다이렉트메시지: 내가 작업을 했지만 그렇게 처음부터 완벽하리만큼 작업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을 나는 가지고 있지 않아.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무엇인가에 의해서 불려나왔는지도 몰라. 보통 사람에겐 여러 개의 인격체가 있다고 하잖아.

  다이렉트메시지: 동양의 친구. 맞아, 인간에게는 에고가 있고 그 속에 잠을 자고 있는 슈퍼에고가 있어. 오래전엔 그러니까 세상이 지금처럼 이렇게 복잡하지 않았을 때에는 인간이 보통 이중인격을 지니고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대다수의 인간에게 다중적 인격이 존재해서 범죄의 성향도 날이 갈수록 꽤 다양해지고 눈뜨고 보지 못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지. 그럼 동양의 친구도 그런 의미에서 다른 에고가 무엇에 의해서 깨어나서 당신을 대신했다는 말이군.

  소피의 말을 들은 마동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과 섹스를 나누고 난 후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소피에게 말을 해봐야 했다. 그때 웅성웅성 하고 희미하지만 윙윙거리는 이명이 점점 다가와 귓전에서 몹시 크게 들렸다. 마동은 휴대전화를 한손에 쥔 채 양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도대체 이렇게 크게 들리는 이명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명의 소리는 소용돌이처럼 세상의 끝으로 향하는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는 소리로 거세게 귀 속을 파고들었다. 이명은 일정하지 않았다. 방향도 제멋대로였고 마구잡이로 들리는 소음이었다. 마동은 머리가 어지럽고 터질 것 같았다. 체내의 내장기관과 장기들이 전부 거꾸로 움직이며 괴로웠다. 순간 몸의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듯 뜨겁게 타올랐다가 이내 썰물처럼 물러가더니 극심한 한기가 몰아쳤다. 동공에 압력이 들어와 조금만 움직여도 눈동자가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형광등의 빛이 하나의 점으로 모아졌다가 갑자기 확 산란하면서 온통 눈부신 빛으로만 세상이 보였다. 마동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손가락과 발가락의 뼈마디가 끊어질 것처럼 아팠다. 어떤 이가 칼을 들고 마디를 썰어대고 있는 것이다. 아픔과 고통이 너무 혹독하여 신음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 줄 톱으로 몸의 이곳저곳을 끊어내는 고통이 마동의 온몸을 급습했다.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그러한 마동의 아픔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노인들은 노인대로, 학생들은 학생대로 그저 차례를 기다리며 무료한 대기시간을 죽이고 있을 뿐이었다. 병원대기실에서는 여전히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사오 사사키의 다른 곡이었다. 웅성웅성하는 일그러진 소리 속에 음악소리는 포함되지 않았다. 옆에 잠이 든 아내가 눈을 뜨고 이빨을 갈아대는 소리처럼 불길하고 기분 나쁜 잡음이 마동의 귀를 통해서 계속 전해졌다.

  마침내 이빨은 마동의 머리뼈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기이한 소음이 바늘이 되어 마동의 여러 곳을 세차게 찔렀다. 마동은 치아를 있는 힘을 다해 꽉 깨물었다. 머리를 짓이겨 놓을 만한 무시무시한 이명을 방어하기 위해 마동은 더욱 있는 힘을 다해서 치아를 깨물었다. 머리통이 심하게 조여오고 몸이 떨렸다. 치아를 얼마나 힘 있게 깨물었는지 입안에 감각이 모조리 빠져나간 것 같았다. 마동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즉각적인 변화를 현실로 받아들였지만 궁극적인 원인이 없다는 것이 기이할 뿐이었다. 몸의 구석구석, 마디마디가 고통으로 쥐어짜는 소리를 냈고 눈은 금방이라도 빠져나올 것처럼 아팠다. 이빨을 힘 있게 깨물고 생각을 향해 집중을 했다. 어딘가 하나의 생각을 끄집어 내와야 했다. 이명의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하나의 생각, 생각은 기억을 떠올리려 기계를 힘 있게 돌렸지만 기억의 대부분은 뿌연 막처럼 희미하거나 보이지 않았다.

  고등학생의 그때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 당시 마동은 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부터 거슬러 가는 방법으로 생각을 더듬었다. 하지만 병원에 실려와 정신을 잃고 며칠을 누워있었다고 들었다. 마동은 병원에 입원하기 전의 위태로운 상황으로 과거의 시간을 돌렸다. 시간을 돌려 보지만 우주에 홀로 서 있는 것처럼 떠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뿌옇고 희미하고 어둡고 탁한 어떠한 배경뿐이었다. 손을 그 속에 집어넣으면 자신의 손이 없어져 버릴 것 같았다. 겁이 날만큼 무서운 배경이 보일뿐이었다. 그때 방황하는 집 잃은 강아지처럼 하나의 움직이는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강아지는 아니다. 그렇다고 사물도 아니었다. 작은 모습의 여자애다. 마동은 눈을 비빈다. 그렇다고 자세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여자애는 아주 어린 모습은 아니었다. 그 작은 여자애의 모습이 형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선명하게 볼 수는 없었다. 기억 속의 모든 것은 뿌옇고 욕이 날만큼 희미하고 불확실했다. 이명이 들리기 전에는 이런 기억은 없었다. 젠장, 마동은 그 장면을 상세하게 떠올리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섬광이 되어 정신을 집중했다. 뿌연 막에 가려진 여자애의 흐린 모습만 기억이 났다. 병원에 실려 가게 된 계기에 어린여자애가 속해있었구나, 정도만 알 수 있는 기억이었다. 생각이 느슨해졌을 때 육체를 죄어오던 구석구석의 고통이 물러가기 시작했다. 앉아있던 소파에서 무릎을 가슴에 대고 이를 꽉 깨물고 있던 마동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숙이기 이전의 모습에서 달라진 것이라곤 마동의 옆에서 떠들다가 마동이 앉아있던 소파에서 다른 소파로 가버린 학생들이 진료를 받고 나갔다는 것이다.

  대기실에는 대부분 나이가 든 여성과 남성의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 작업복을 입고 있는 5, 60대 남성들의 모습이 보였고 오토바이를 타고 왔는지 뒷머리가 하늘로 삐죽 솟아오른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도 있었다. 여성들은 대부분 집안일을 정리해놓고 나온 듯 50대 어성들로 보이는 사람이 4명이 있었고 중간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초반의 여자가 가방을 울러 매고 앉아 있었다. 굉장히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는 여성노인이 누군가(며느리로 보이는)의 부축을 받고 들어와 앉아 있었고 지금 막 조퇴를 했는지 교복을 입고 백팩을 등에 맨 남학생이 기침을 하며 들어왔다. 여름에는 겨울과 달리 감기환자들은 냉방병으로 인한 오한이나 기침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으로 인해 바이러스가 계절과 시간을 무시하고 시점을 만들었다. 마동의 통증은 요란스럽게 찾아와 고요하게 밀려갔다. 천천히 쌓인 바닥의 쓰레기가 한 번에 쓰레받기에 실려 나가듯이 고통은 한 번에 싹 사라졌다. 마동은 입을 벌려 턱을 이리저리 움직여보였다. 턱은 제대로 움직였고 이를 꽉 깨문 탓에 턱을 움직이는데 둔한 느낌이 조금 남았다. 나이가 있는 남녀는 티브이에 시선을 두고 있었지만 티브이를 본다고 할 수는 없었다. 티브이 화면 속 한 점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의 눈동자는 움직임이 없었다. 그들의 시선은 갈 곳을 잃은 시야로 무엇을 바라보는지 모호한 눈빛이었다. 갑자기 마동은 고개를 들었고 동공에 힘이 들어갔다.

  -그 녀석-좋다고-씹-할-때는-언제고-어쩜-나한테-이럴-수가-있지-

  마동은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쪽을 보았다. 20대 초반의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였다. 앞머리가 일자에 빨간색 가방을 등에 메고 있었고 흰 티셔츠에 스키니 진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신경질적인 표정을 하고 휴대폰에 고집스럽게 터치를 하고 있었다.

  -어휴-오늘은-또-애들에게-뭘-해먹이지-덥다고-뜨거운-건-먹지-않을-텐데-이-양반이-오늘도-술을-많이-마시고-들어오려나-날도-더운데-

  병원의 대기실에서 세련된 주부에게서 들려오는 이명이었다. 50대 초반의 여성으로 다른 아주머니들처럼 파마머리가 아니었다. 여름이지만 막 꺼내 입은 티셔츠 차림은 더더욱 아니었고 허술해 보이지 않는 여름용 고급치마에 시원하게 보이는 단화를 신고 있었다. 그녀는 일행 없이 혼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소리는 분명 그 여성에게서 들려오는 공명이었다.

  -아-십할-방학인데-보충수업시간에-이-까짓-조퇴-한-번-보내주는데-뭘-그렇게-물어보는-게-많지-꼰대-담임새끼-

  방금 들어온 남학생에게서 들리는 이명이었다. 나머지 노인들은 무표정한 얼굴처럼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마동은 자신의 귀를 세차게 후볐다. 분명 병원 대기실 안에서 희미하고 아주 탁한 소리지만 이런 소리가 귀 안으로 요란스럽게 파고들었다. 이명은 입으로 내는 구어만큼 정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도 들려오는 이명은 딱딱 음절이 끊어져서 이제 막 언어를 배운 아이가 하는 언어도단처럼 들렸다. 마동은 몸에서 없는 힘이 몽땅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또다시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웠다. 다시 주위를 둘러보니 대기실의 사람들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 이명처럼 들리는 소리는 무엇이란 말인가.

  웅 웅. 웅성웅성.

  아아, 머리가 또 다시 아파왔다. 몸살이 극도로 심해지려 하는 모양이었다.

  다이렉트메시지: 소피, 나 지금 진찰받으러 들어가야 해. 소피도 좋은 꿈꾸고 몸 상태는 나중에 말해줄게.

  다이렉트메시지: 그래, 동양의 멋진 친구 진료 받고 나중에 또 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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