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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변이하는
작가 : 교관
작품등록일 : 2019.9.26

주인공은 6일 동안 자신의 변이에 대해서 인지를 한다.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이 조화와 균형이 된다

 
변이하는3
작성일 : 19-09-28 16:50     조회 : 23     추천 : 0     분량 : 21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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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비가 내리고 있어서 달빛이라는 빛이 제대로 발하지 못하고 약했지만 비와 달빛이 공존하는 밤이다. 만약 달이 냉정하고 온전한 달빛을 쏘아낸다면 상의에 박힌 자수는 어떤 빛을 반사시킬까. 아니다, 그런 밤이면 사람들이 몰려나올 것이고 저 여자는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여자가 입고 있는 옷은 원피스였다. 연극이나 뮤지컬무대에서 주인공이나 입었을 법 한 드레스다. 원피스는 여자의 육체에 딱 달라붙어 있어서 그녀의 콜라병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장치를 숨길만한 곳이 없어 보였다. 혼란스러웠다.

  치마는 무릎부분에서 밑으로 펑퍼짐하게 퍼지는 스타일이었다. 누군가 해코지를 하고 도망쳐도 따라갈 수 있는 기능을 겸비한 옷이 아니었다. 상의는 브이네크라인이었고 목 아래로 파였는데 여자의 가슴골이 훤하게 드러나 보였다. 여자의 가슴골은 남자들의 마음을 흥분시킨다. 가슴골이 선명하게 보이는 여자는 옷 속에 숨겨진 가슴을 떠올리게 하고 만지고픈 욕망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가슴골이 도드라지게 옷을 입은 여자들의 심리까지는 세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자신의 가슴골을 쳐다보는 남자의 눈길이 기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동은 여자의 가슴골에 그동안 시큰둥해왔다. 헌데, 지금 조깅코스에서 지나치는 정신이 나간 듯 보이는 여자의 가슴골을 보며 흥분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 여자와 섹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맙소사.

  이렇게 여름의 비오는 날이면 섹스가 하고 싶어진다는 글을 본 적이 있지만 지금처럼 갑자기 그런 생각이 몰아닥칠 줄은 몰랐다. 사람들은 무더운 여름날에 섹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고 하지만 더운 여름밤에 비가내리면 마동의 머릿속 뇌의 여러 구간에서는 의지와는 무관하게 섹스가 하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온다. 마치 그렌델의 엄마인 물의 마녀가 물 밖으로 서서히 올라오듯 차올랐다. 어디선가 비가 오는 날이면 남자의 정액은 맑아지고 수가 많아지고 더욱 생생해진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지 더운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는 여름밤이면 섹스가 더욱 하고 싶어지는지도 모를 일이다. 비가 내리고 가슴골이 깊게 패인, 이지러진 눈망울의 신비로운 여자를 조깅 중에 보니 마동은 자신도 모르게 달리면서 발기를 해버렸다. 의지와는 하등 상관없이 서버리고 말았다. 난처했다.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 다행이었다. 조깅코스에 사람이 없어서 그야말로 낭패에서 벗어났다. 휴우 하며 숨을 쉬었다. 불룩하게 튀어나온 트레이닝복의 앞섶을 사람들이 본다면 분명 마동을 변태성욕자라고 욕할지도 모른다. 그런 남자를 조깅코스에서 마주친다면 마동 역시도 조금은 이상하게 생각하고도 남았다. 이렇든 저렇든 의도하지 않는 발기로 체육복 하복의 앞이 불룩 튀어 나왔다. 조깅 중에 발기를 한다는 것은 마동에게 있어서 첫 경험 같은 것이었다. 몸을 격하게 움직이고 있는 중에 발기가 되는 예는 드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팔에 긴치마를 입고 외국 여자처럼 생긴 기이한 여자의 가슴골을 압도적으로 페니스를 발기시켜 버렸다. 그것도 조깅을 하는 도중에 말이다. 발기는 비가 떨어지는 야외에서는 섹스를 더욱 강하게 떠올리게 만들었다. 지금 여자와 섹스를 하게 된다면(야외의 한 곳에서) 비록 조깅코스에 사람들이 없다고 하나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야외이기 때문에 타인을 의식해야 해서 긴장감이나 스릴이 있을 것이다.

  나는 어째서 이런 생각에 도달해버린 것일까.

  아무렇지도 않게,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마동은 야외에서 섹스를 하는 생각의 케이크를 야금야금 먹고 있었다. 이미 마동의 생각은 여자와의 야외섹스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마동은 고개를 세차게 자꾸 흔들었다. 이상했다. 평소에 하지 않았던 생각, 그리고 신체의 반응.

  마동은 더욱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제는 사람들이 없으면 조깅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리에 힘을 더 주었다. 더불어 내일은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결론에 확실하게 접근했다.

  볼썽사납게도 트레이닝바지의 앞섶은 앞으로 툭 튀어 나와 있는 채로 달리는 모습이라니.

  사람들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누군가 있었다면 마동은 발에 쥐가 났을 양 어딘가에 쪼그리고 앉아서 발기가 수그러질 때까지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조깅코스에 사람이 거짓말처럼 완벽하게 없기에 마동은 그대로 달렸다.

  평소에 조깅코스를 가득 메웠던 사람들, 그들은 왜 오늘은 운동을 하러 나오지 않는 것일까. 담합이라도 한 것일까. 약속이라도 한 듯 전부 집안에 콕콕 박혀서 무엇을 하는 것일까.

  보슬비가 내리는 날에도 조깅코스에 몇 명은 굳은 결의를 한 얼굴로 달리는 것에 전념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들마저 없다. 일렬횡대로 시끄럽게 걸어가던 아주머니들이 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사람들이 전혀 없는 덕분에 발기한 채 마동은 조깅을 했다.

  발. 기. 한. 채. 로. 조. 깅. 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어떤 남자가 발기한 채로 조깅을 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마동은 그 신비로운 여자와 빗속에서 섹스 하는 모습을 자꾸만 머릿속에서 그렸다. 머리를 흔들며 생각을 떨쳐버려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여자와 어두운 야외에서 섹스를 하는 모습이 마치 어제 일처럼 다가왔다. 머릿속의 환상은 사춘기 시절 ‘꿀벌들’에 나오는 성기를 죄다 벌리고 있는, 입술이 두터운 금발의 이름 모를 외국 여자와의 하룻밤을 꿈꾸는 청소년처럼 환상이 실제처럼 다가왔다. 가슴골 속의 가슴이 드러나는 모습에 마동은 꽤 격한 흥분이 섞인 소리마저 냈다. 이럴 수가! 더 이상의 조깅은 무리였다. 앞으로 더 달려봐야 틀림없이 조깅에 집중이 되지 않을 것이다. 호흡이 멋대로 되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남녀는 도대체 몇 살까지 섹스에 흥미를 가질까.

  신비로운 여자의 가슴골이 생각이 났고 여자의 매혹적인 눈빛이 또 생각이 났다. 여자는 지금쯤 뒤쳐져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을 터였다.

  비를 맞지 않으며.

  마동은 여자가 궁금해 다시 뒤로 돌아갈까 하고 생각을 했다. 돌아가서 그녀에게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보는 것이다. 먼저 어디 아픈 건 아니냐, 병원에 가보지 않겠나, 아아, 너무 진부하다.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길거리에서 말을 걸기란 하루에 버스가 몇 대 다니지 않는 시골에서 택시를 만나는 것처럼 어렵다. 말을 걸면 백 이십 프로 거절당하거나 쳐다보지도 않는다. 용기라는 건 어디에도 쓸모없는 하찮음 따위로 전력하게 된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길에서 보고 말을 걸고 만남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경우는 용기와는 무관하다. 남성의 외모가 조지 클루니나 그레고리 팩을 넘어설 수 있는 외형적인 모습을 지녀야 한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길거리를 지나가다 이성에게 말을 걸어서 마주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술을 마시기란 있을 수 없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마동은 긴팔에 긴치마를 입고 있는 여자가 마음에 들어서 어떤 식으로든 말을 걸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자에게 거부할 수 없는 강한 끌림으로 머릿속이 잠식되어간다는 것을 마동은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여자의 가슴골이 눈앞에서 아른아른 거렸다. 생각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화면은 신경조직의 시냅스를 타고 시야에 그 모습을 선연하게 나타내주었다. 마치 마이너리티 리포터의 홀리그램처럼 말이다. 마동은 이전의 자신을 생각해봤을 때 여자의 가슴골을 본다고 해서 이렇게 끌림이 들었던 경우는 없었다. 어떻게든 말을 걸고 이렇게 잡아당기는 끌림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었다.

 

  마동에게는 트위터로 대화를 꾸준하게 해온 이역만리에 떨어진 미국에서 생활하는 성인여배우가 있다. 그녀는 적당히 풍부한 가슴과 날씬한 몸매와 예쁜 얼굴과 섹시한 가슴골을 지니고 있다. 어쩌다가 그녀와 트위터로 친분을 쌓게 되어 대화를 하며 지내고 있지만 그녀의 가슴이라든가 알몸을 본다고 해서 끌림이 들었던 적은 없었다. 그녀는 꽤 많은 세계의 남성 팬들을 가지고 있었고 그 팬들이 그녀에게 강한 끌림을 보이는 경우를 본다면 마동은 조금 예외였다. 회사에서도 가슴골이 살짝 드러나는 블라우스를 입은 여직원이 몇 명 있다. 그녀들의 가슴골은 사무실 남자들의 시선과 호흡에 영향을 주었다. 미세하게 드러나는 여직원의 가슴골은 남자직원들의 시선을 받기에 충분했다. 누구도 도덕이니 윤리 같은 언어로 그녀들의 가슴골을 가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녀들, 본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스타일로 승화시켰다. 적어도 마동이 볼 땐 그렇게 보였다. 개성이며 하나의 자기표현 방법인 것이다. 여직원들 중 단연 돋보이는 여직원이 한 명 있었다. 그녀의 블라우스는 언제나 단추가 두 개는 풀어져있다. 그러한 모습이 도전적이고 커리우먼스럽고 그녀에게 잘 어울리며 세련되어 보였다. 숲의 정령이 인적이 없는 숲속에서 공간을 이동하듯 그녀에게는 그런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그 이면에는 여직원 역시 자기관리에 시간 투자를 많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력을 들여서 군살이 불지 않게 하고 근육에 텐션을 가해주며 뒷모습이 예쁘게 보일 수 있도록 노력을 했을 것이다. 사무실남자들과 타 사무실사람들까지 그녀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적어도 마동은 그 여직원만의 매력에 끌림이 들었던 적은 없었다. 그녀의 다른 매력에 눈길이 간 적은 있었지만. 까지 생각하고 사무실의 그녀에 대해서는 생각을 접었다.

  마동은 조깅코스에서 스친 여자가 발산하는 기이하고 무차별적인 끌림에 대해서 회피하려고 했지만 불가능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마음의 다른 한 편은 그 끌림의 강한 유혹에 현혹되길 바라고 있었다. 그것도 섹스에 대해서 강력한 자기장에 끌려가듯 그녀에 대해서 이끌림이 들었다. 얼핏 봤던 여자의 가슴골이 폭격기처럼 머릿속에서 떠날 줄 모르고 미사일을 쏘아댔다. 페니스는 아직까지 가라앉을 줄 모르고 트레이닝바지를 뚫고 나올 기세였다. 마동은 멈춰 서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양손을 무릎에 대고 숨을 할딱거렸다. 비는 소나기처럼 갑자기 거세졌다. 후두두둑 떨어져 어깨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밀어냈다. 치누크가 불어 빗줄기에 각도를 더했다.

  휘이잉.

  치누크가 스며든 비를 맞으니 마동은 비오는 야외에서의 섹스에 대한 갈망이 더욱 밀려들었다. 섹스란 모름지기 은밀한 것이라 남의 눈을 피해야하지만 이렇게 비가 오는 야외에서는 웬일인지 누군가에게 신비로운 여자와의 은밀한 행위를 들킬지도 모른다거나 섹스를 하며 누군가 훔쳐보고 있을지라도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더 흥분이 되었다. 섹스란 모호한 것이다. 쉬쉬하는 것이지만 존엄한 생명의 탄생 역시 섹스로 인해 이루어진다. 가장 음지에 있는 곳에서 제일 반짝이는 위대한 생명체를 탄생시킨다. 무모순성 속의 모순이다. 마동의 생각의 수위는 점점 고조되었고 위험한 최음제를 다량 복용한 기분이 들었다. ‘에로틱 마인드’를 쓴 존 모린은 ‘사람들은 약간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며 환희와 재앙 사이에 위험하게 걸쳐 있을 때 가장 강력하게 흥분한다’라고 말했다. 모린의 방정식에 따르면 자극 플러스 장애물은 곧 흥분이라는 것이다. 조사에 의하면 성인남녀 40%이상이 한번쯤 해보고 싶은 섹스로 야외섹스에 동그라미를 쳤다는 것이다. 젊었을 때 닭살부부라는 애칭까지 있을 정도였던 부부도 시간의 폭격에 무방비하게 당하게 되면 불행을 맞이하고 나이가 들면서 밋밋해지고 무관심해진다. 권태로운 부부는 한번 따라 해도 좋을 것이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한꺼번에 뇌리에 훅하며 밀려들었다.

  [1일째]

  언제나 희미했다. 우리는 철길위에 누워서 희미하게 비치는 태양빛을 온 몸으로 받고 있었다. 태양빛은 언어를 잃어버릴 만큼 따스했고 불안정한 마음을 쓰다듬었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들꽃이 기찻길 주위에는 만연했고 코를 간질이는 바람이 불어와 누워있는 우리를 시원하게 만들었다. 옷이 두껍지 않았고 버드나무의 아름드리가 보이는 것이 아마도 봄인 듯했다. 저 멀리 울타리가 보였고 기찻길 옆으로는 무성한 숲도 보였다. 숲은 하나의 거대한 도시 같았다. 나는 내 옆에 누워있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작고 따뜻했다. 그녀가 내 손을 꼭 쥐었다. 부드러운 손바닥의 감촉에 나는 얼굴을 돌렸다. 하지만 옆에 누워있는 그녀의 얼굴은 희미하기만 했다.

  내가 눈이 나빠진 걸까.

  그녀의 얼굴을 점점 충분히 볼 수 없어졌다. 희미한 얼굴 속에 나를 보며 그녀가 웃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나는 눈을 한 번 비볐다. 그래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녀가 웃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믿고 싶을 뿐이다. 그녀가 무어라 말을 했지만 나는 그 입모양을 볼 수 없었고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도 않았다. 나는 누운 채로 그녀 옆으로 좀 더 다가가려면 언제나 꿈에서 깼다.

 

  마동은 종종 같은 꿈을 꿨다. 비슷한 곳에서 비슷한 내용의 꿈이 지치지 않고 반복되었다. 그 속에서 헤매다가 깨어났다. 꿈의 시작과 끝은 없고 늘 중간만 있을 뿐이다. 전경은 확실했지만 옆에 누워있는 작은 여자 아이의 모습은 언제나 희미했다. 꿈속에서 마동은 어렸다. 요즘입고 있는 옷을 입고 있지는 않았다. 그건 마치, 마치.

  눈을 떴을 때 마동은 어제와 다른 오늘을 느꼈다. 오늘 이전의 날과 지금이 다른 점은 눈을 뜨니 18킬로그램짜리 작은 아이가 몸을 누르고 5킬로그램짜리 덤벨(dum-bell) 두 개가 몸속에 들어와 가중을 더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몸이 무거웠다. 일어나는 것이 힘겹다고 느끼기는 처음이었다. 어젯밤 조깅을 하다 모기에 물렸는데 목 언저리가 따끔 거리고 가려웠다. 따끔함이 지속되는지 신경이 쓰였다. 무의식적으로 물린 부분에 손을 대고 긁었다. 물린 주위가 부어있었다. 콧물은 나지 않았지만 코가 막히는 느낌도 들었다.

  설마 감기인가.

  한여름에 감기 기운이라니, 마동은 매일매일 조깅을 하는 탓에 감기를 앓아 본 적이 없다. 그동안은.

  군대에 있을 때 제대하기 전에 부대에서 감기가 한 번 걸린 적이 있었다. 그때 심하게 감기를 앓으면서 감기 때문에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이후에 감기는 동네의 개도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할 정도로 감기바이러스는 마동과 동떨어진 단어였다. 세균이란 무더운 여름에 창궐하고 바이러스는 차가운 계절에 나타나는 것에 비한다면 여름날의 감기기운은 마동에게 그야말로 이질감이 드는 무형질의 몹쓸 것이라 어처구나가 없었다. 바이러스도 변이를 거듭하여 무더운 날에도 에어컨의 바람을 통해 사람들의 틈 속으로 파고들었다.

  침대에서 서서히 일어나서 욕실을 향해 구울 같은 걸음걸이로 걸어갔다. 역시 힘겨웠다. 욕실까지 걸어가는 것이 이렇게 힘겹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세수를 하고 수염을 깎으려고 거울을 보니 눈이 충혈 되어 있었다. 오전에 충혈 된 눈을 보는 것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욕실의 거울을 통해서 바라본 얼굴은 평소에 자신의 얼굴과는 다른 얼굴처럼 보였다. 여름감기기운 때문인지 조소 가득한 핏빛서린 눈동자와 멸시가 서려있는 표정이라서 또 한 번 놀랐다. 어쩐지 다른 사람이 거울 속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들었다.

  거울 속은 꼭 마동이 서 있는 바깥의 세계와는 다른 공간처럼 보였다. 그림자가 마구 돌아다닐 것 같고 무생물이 생물화되어 있고 오목성 때문에 모든 것이 조금 일그러져있는, 그런 세계 같았다. 거울에 비치는 욕실의 모습은 안과 밖이 같았지만 거울에 비친 상이 시계를 넘어서 마동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 같았다. 현실의 몸에 구멍을 내고 싶어 하듯 거울 속의 상은 마동을 확실하게 힘을 실어서 노려보고 있었다. 비슷하게 보이나 완전히 차단된 다른 공간의 세계처럼 거울 속의 공간은 부피나 밀도가 달라보였다. 조금 겁이 났다.

  이 모든 현상이 감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거울을 통해 보이는 얼굴은 자신의 얼굴이 아닌듯 일그러져보였다. 푸석하고 거친 피부의 결을 지닌 마동 자신과 닮은 얼굴은 분명히 달라 보였다. 마동은 거울을 손으로 문질렀다. 손에 묻은 물기 때문에 거울의 표면이 일렁거렸다. 거울 속의 짚더미처럼 생명력이 없고 나무껍질처럼 거친 피부의 또 다른 마동이 거울 속에서 손을 들어 마동과 똑같이 움직였다. 감기가 생각보다 심했다. 지금부터라도 얼굴의 피부에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면도용 세이빙크림을 산타클로스의 수염처럼 골고루 턱에 바른 다음 질레트 12날의 면도날을 이용해서 수염을 깎고 크림을 씻어냈다. 면도날이 평소처럼 잘 들지 않았다. 오늘따라 그런 것인지 면도날의 닳는 시점이 오늘부터인지 잘 들지 않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수염을 깔끔하게 깎이지 않았다. 12날의 면도날은 한 번에 수염이 깔끔하게 깎이는 면도날 중에서는 가장 좋은 것이다. 면도날을 이용해 여러 번 수염을 깎으면 피부에 손상을 주게 된다. 하지만 마동은 한 번 더 면도날을 사용해서 칼국수의 장인이 반죽을 하듯 진지하게 수염을 밀었다. 씻어내고 난 다음 자세하게 들여다보니 어제와 별반차이가 없이 깔끔하게 수염이 깎여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달랐다. 달라진 점이 정확하게 무엇이라고 딱 집어서 말하기는 그 변화를 눈으로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었다. 언어로 설명하기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달라지긴 했다. 마동은 거울을 보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얼굴을 씻어냈다. 턱을 약간 들고 다시 돌려가며 확인을 했다. 육안으로 달라진 점을 찾아내려고 애썼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마동은 자신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을 하고 욕실에서 나왔다. 오늘은 정신과상담도 신청해야 하고 회사의 업무도 집중을 해야 한다. 바쁜 하루가 펼쳐질 것이다. 옷을 입고 나오는데 집안이 꽤 서늘하게 느껴졌다. 역시 감기다. 아침은 매일 챙겨 먹고 싶어서 언제나 조금 일찍 일어나서 회사근처의 던킨도넛으로 간다. 거기서 오전에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세트메뉴를 먹는다. 그곳이 아니면 집 근처의 베이커리에서 갓 만들어낸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거나 맥도날드에서 역시 세트메뉴를 먹고 출근을 한다. 베이커리의 샌드위치를 자주 사먹지만 오늘은 좀 늦었다. 그러면 어김없이 샌드위치는 다 떨어지고 만다. 오전을 맞이하는 회사원들에 비해서 비교적 마동은 부지런한 편이라 집에서 30분만 일찍 나오면 아침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이치를 터득했다. 한 시간 일찍 나온다면 신선한 채소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먹으며 잠깐이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 아침시간에 유리창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풍경은 대부분 허둥지둥하며 출근하는 모습뿐이지만 마동은 느긋했다. 부지런하면 오전에 사치라고 불리는 시간을 얻을 수 있다. 시간의 사치는 누구나 누릴 수 있지만 아무나 그것을 손에 쥘 수는 없다. 출근하기 한 시간 전이라 아침을 먹을 때는 천천히 진지하게 먹는다. 정크 푸드지만 최대한 시간을 들여 씹어 먹는다. 그런류의 음식은 몇 번 씹지 않아도 입안에서 금방 부서져 쉽게 꿀꺽 목으로 넘어가 버리고 만다. 몇 번 씹지 않고 넘기게 되면 한쪽으로 씹을 수밖에 없기에 정크 푸드를 좋아하는 이들의 특징은 턱이 비대칭으로 틀어져있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기에 의사들에게 얼씨구 좋은 일만 시키게 된다. 진화와 멸종, 그리고 비대칭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건 하나의 법칙 같은 것이다. 그래서 마동은 양쪽으로 골고루 많이 씹었다. 그 행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음식을 빨리 먹지 않는 것이다. 진지하고 책임감 있게 씹어 먹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으면 아침을 먹으며 트위터로 알고지내는 미국에 있는 성인배우와 잠깐 대화를 한다. 마동이 아침을 먹을 시간이면 그녀는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잠들기 한 두 시간 전이다. 마동은 그녀와 꽤 많은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소피.

  소피가 실제 이름인지 배우를 하면서 사용하는 이름인지 알 수는 없다. 소피는 이류내지는 삼류라고 하지만 팔로워가 십칠만 칠천 명을 넘어서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서 자신을 하는 일을 알리고 콘텐츠를 판매하고 자신을 내보였다. sns가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는 자신을 알리는 소통의 도구로 인터넷은 가장 강력한 무기다. 그래서 포르노배우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포기할 수는 없다. 소피는 일주일에 3일은 아침에 눈뜨자마자 침대에서 곧바로 캠이 달려있는 노트북을 켜고 자신의 웹사이트에 접속한 팬들과 이야기를 했다. 소피의 팬들은 소피가 일어나자마자 부스스한 모습으로 캠 앞에 나타나기를 매일 지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소피가 접속을 하면 좌측 상, 하단의 작은 대화창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그녀에게 가슴과 성기를 보여 달라는 멘트를 활자화시켜 올려 보낸다. 소피를 비롯한 활동하고 있는 B급 이하 포르노 여배우들의 삶은 치열하다. 한마디로 전쟁터다. 웹사이트에는 자신의 성기를 전부 노출시키지만 아침에 캠으로 라이브채팅을 할 때는 가슴만 보여주었다. 그것도 일주일에 두 번이나 한 번 정도였다. 소피의 가슴은 아직 수술 전이라 약간 처짐이 주는 미학에 팬들은 매료되어 있었다. 소피의 웹사이트에는 애액을 흘리고 빨아먹는 장면까지 적나라해서 라이브채팅에 접속한 남자들은 모니터 속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소피를 보면 자동적으로 그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지만 소피는 속옷을 입고 수백 명의 남자 팬들을 애타게 만들었다. 그럴 때마다 캠 앞에서 가슴에 걸쳐 있는 속옷을 위로 걷어 올려 가슴을 노출하게 되면 소피의 팬들은 아우성을 질렀다. 그것이 고스란히 글자가 되어서 채팅창에 뜬다. 실시간인 것이다. 라이브라는 특징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팬티도 벗어달라고 애걸복걸하지만 소피는 이 바닥을 나름대로 잘 알고 있는 여자다. 요즘은 라이브로 자신의 몸을 전부 노출시키며 팬들과 소통을 하는 비디오자키들이 많아졌고 그 소통구도 여러 곳이다. 하지만 그들의 생명은 전통적인 성인배우보다 짧았다.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어버리는 것이 기획되지 않고 준비되지 않은 채 불처럼 뛰어든 포르노 비디오자키들의 생명이었다. 그 사이의 줄타기를 소피는 잘 하고 있는 편이다. 소피는 팬들의 애간장을 태우며 속옷차림으로 캠 앞에서 그들을 다스릴 줄 알았다. 팬들이 가슴이나 성기를 보여 달라고 해서 매번 보여준다면 인기가 떨어진다는 규칙을 소피는 잘 알고 있었다. 인기가 떨어져버리고 나면 자연스럽게 카메라 앞에서 촬영하는 기회가 줄어들고 수입이 끊어지게 된다. 아슬아슬하지만 그 수위와 애간장사이에서 미묘한 줄다리기를 하며 팬들의 지갑을 열어서 소피의 웹사이트에 조인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애타는 팬들 중에서는 지갑을 열어 크레디트카드로 소피의 웹사이트에 접속을 하여 다운로딩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백 명 중에 열 명 정도만 조인을 하여 다운로드를 해도 성공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어덜트 영화에 출연하는 대부분의 포르노배우가 자신을 알리기 위해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좀 더 자극적으로 대담해져야 하고, 좀 더 크고, 좀 더 예쁘고 좀 더 무엇인가가 달라야 한다. 그 세계는 나이가 조금이라도 더 어린여자에게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얼굴이 신선할수록 그들의 몸값이나 주가가 올라간다. 그런 현상은 비록 포르노업계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물론 포르노의 세계에서는 경력을 갖춘 미인들이 많이 포진해있고 그들은 일류이며 생명력이 길다. 문득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에 나오는 엘리샤 키스바트가 떠올랐다. 그 영화에서 이승희의 모습도 오랜만에 볼 수 있었다. ‘짜낸 만큼 주스가 만들어진다’라는 영화 속의 대사도 생각이 났다. 소피가 늘 마동에게 하는 말이 있다.

  -우리의 유전자는, 즉 나의 유전자는 이런 일을 하게끔 세팅되어 있지 않았어. 기본적으로 내 유전자는 내가 하는 일을 무척이나 싫어하지. 하지만 난 이 일을 선택했어. 선택은 나의 문제이고 내가 한 선택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서는 나 자신이 책임을 지는 거야. 나는 일을 시작하면서 후천적으로 유전자를 변이시켜야 했어. 물론 과학적이고 생물학적인 변이를 말하는 게 아니야. 내가 유전자를 변이시켜 내 육체이자 내 정신이 일을 할 수 있게끔 그 시스템에 다가간다는 말이지. 하지만 유전자는 그럴수록 나를 옥죄여 왔어. 나는 버티고 말이야. 유전자라는 큰 강줄기는 변하지 않고 끊임없이 오래전부터 흘러가는 거야. 내가 변이되지 않으면 내가 안고 있는 관념은 시대를 막론하고 그대로 흘러가는 것뿐이야. 이것을 끝내려면 나의 세대에서 잘라버리던지 아니면 변이를 시키는 수밖에 없어-

  소피는 마동에게 표현을 달랐지만 내용은 비슷한 말을 왕왕했다. 아마도 소피가 그런 말을 할 때에는 와인을 많이 마셨을 거라고 마동은 생각했다. 마동이 트위터에 접속을 해서 소피에게 맨션을 올리면 소피는 다른 팔로워들보다 마동에게 먼저 대화를 건넸다. 소피의 팬들은 그런 마동을 무척이나 질투했다. 그러기를 25, 26개월째로 접어들고 있었다. 소피의 팔로워들 중에서 마동에게 소피와는 어떤 관계 나며 거친 맨션을 날리는 흑인들도 가끔 있었다. 절대 만날 일이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트윗: 소피 안녕! 이제 출근하려고 아침 먹는 중이야.

  소피는 마침 트위터에 접속해 있었다.

  트윗: 어때? 어제는 멋진 밤을 보낸 거야? 동양의 멋진 친구.

  소피는 마동을 부를 때 언제나 동양의 멋진 친구라는 표현을 썼다. 그 말은 마동의 입장에서 은근히 듣기가 좋은 말이었다. 세상의 잘나가는 미국의 성인여배우에게 이렇게 멋진 단어의 조합을 들을 수 있다니.

  트윗: 어젠 뭐랄까, 경이로운 밤이었어. 그것이 실체였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한 경험임에는 확실해.

  늘 맛있게 먹던 세트메뉴가 오늘따라 입에 착착 달라붙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도 입안이 마르는 느낌이 들었다. 마동은 애꿎은 커피 잔을 들어서 한 번 쳐다본 후 다시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아마도 밤에 비를 맞으며 조깅을 한 탓이다.

  트윗: 아침에 일어났더니 감기가 걸린 것 같아. 여긴 무더운 여름인데 말이지,라고 맨션을 보내고 마동은 이어서 또 보냈다.

  트윗: 아마도 어제 비를 맞고 조깅을 하고 들어와서 냉방을 하면서 그대로 잠이 들어서 그런가봐. 여긴 꽤 더워.

  트윗: 여름에 감기가 걸리는 건 좋지 않아. 여기서도 감기가 걸려버리면 상대방남자들이 싫어하는 내색을 많이 낸다구.

  소피의 맨션은 곧 바로 날아온다. 소피는 워싱턴에 살고 있다. 그녀를 사진으로 처음 봤을 때 아메리칸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북유럽 출신의 소피는 얼굴이 계란형으로 미국인과는 다르게 생긴 예쁜 얼굴을 지녔다. 트위터에 올린 소피의 고화질 사진을 확대해서 보면 얼굴에 하얀 솜털이 유난히 많았다. 추운지대의 사람이라서 그런 걸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본적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인들도 얼굴에 솜털이 유난히 눈에 띄는 사람이 많았고 한국인 중에서도 털이 많은 사람이 있고, 솜털을 많이 지니는 사람도 있다. 소피는 성인여배우치고는 아직 가슴확대수술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마동이 보기에는 대한민국에서는 보기 드문 풍만한 가슴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바닥에서는 그것으로는 무리라고 했다. 자연적인 가슴을 선호하는 포르노감독이나 팬들이 있지만 그 수가 얼마 되지 않았고 소피는 단순히 수술비용을 마련하지 못해서 아직 미루고 있다고 했다. 소피와 대화를 하는 동안 목이 말라서 따로 물을 가져와서 들이켰다. 물은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 잠시뿐, 입안이 마르다는 느낌에는 변함이 없었다. 마동은 대체로 물을 자주 많이 마시는 편이라서 물의 맛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물에서 맛이라는 것이 완벽하게 빠져버리고 목으로 넘어갈 때 불쾌한 감정을 일으키는 느낌을 받는 경우도 처음이었다. 바닷가의 백사장에 소나기가 내린 후 금세 모래가 말라버리는 것처럼 목구멍은 꺼끌꺼끌했다. 물은 목구멍의 기도를 타고 흘러 내려갔지만 기도의 벽을 적시지 못할뿐더러 기도 벽에 있던 물기마저 같이 증발시켜 버렸다. 지금 상황이 늘 비슷한 패턴의 평범함에서 벗어나서 마동은 적잖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떠한 마음의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도 고민스러웠다.

  목이 타 들어가는 느낌은 어째서 이렇게 나는 것일까.

  던킨 도넛의 에그 세트역시 입안에서 겉도는 맛이었다. 씹어서 넘길 수가 없었다. 정크 푸드에 신선도를 운운하기는 뭣하지만 오전시간대의 세트메뉴 제품은 그런대로 신선하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동안은.

  하지만 지금 먹고 있는 메뉴는 상온에서 24시간 이상 보내고 기운이 다 빠져나가버린 맛이 났다. 여름감기란 조금은 무서운 것이구나. 마동은 손에 들고 있는 것들을 바라보았다. 소피는 자신의 길을 펼치는 곳으로 워싱턴을 택했다. 워싱턴은 다른 곳보다 부동산에 관한 부분이 생각이상으로 비쌌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소피는 집세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디오촬영을 한다거나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어덜트박람회’같은 이벤트에 반드시 참석했으며 행사가 없는 날에도 끊임없이 콘텐츠에 관련된 무엇인가를 꾸준히 해야만 했다. 하루에 헬스클럽에서 두 시간이상의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콧대수술과 치아교정이나 치아미백 시술도 여러 번 받았다. 메이저급의 포르노배우나 성인연기자들은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모든 것을 지원해주었지만 B급 이하 배우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자신들의 몫이다. 연기력이나 깊이 따위는 이 세계에서는 필요하지도 존재하지도 않았다. 살아남는 것이 이 세계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생명이 짧은 이 바닥에서는 단 시간에 원하는 것을 이뤄내지 못한다해도 어떻든 살아남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했다.

  트윗: 소피, 오늘 저녁은 뭘 먹었어?

  트윗: 동양의 멋진 친구. 다이어트중이라 오늘도 저녁은 건너뛰었어. 아니, 오이 몇 개를 지금 씹어 먹고 있는 중이야.

  소피가 오이를 씹어 먹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트윗: 오이는 정말 대단한 채소인거 같아.

  소피가 오이를 먹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트위터 라인에 올라왔다. 더 보여달라는 사람들의 맨션이 소피의 라인에 가득 찰 것이다. 마동은 소피가 오이를 보며 이리저리 돌리는 장면도 떠올랐다.

  트윗: 몸매를 관리하고 유지한다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야/ 하지만 난 그 고통을 즐기고 있으니 곧 좋은 소식으로 다가오리라 믿어/ 아, 내일은 하루 종일 수영장에서 비디오촬영이 있는데 남자배우가 상당히 거칠어서 걱정이야.

  오이에서 수영장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수영장에서 오이의 모습을 한, 남자와 성인영화를 찍는 소피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동은 어젯밤 이후로 아무래도 머리가 엉망이 되어 버린 듯했다.

  트윗: 소피, 내일 일을 하려면 그래도 오늘 저녁은 든든하게 먹어 두는 게 낫지 않아?

  트윗: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결심을 무너뜨릴 수 없어/ 엉덩이가 더 이상 쳐지는 걸 볼 수는 없다구.

  소피는 맨션 밑에 자신의 엉덩이 사진을 첨부했다. 엉덩이는 꽤 크고 잘 익은 펌킨을 연상케 했다. 포르노배우들은 대부분 엉덩이가 아주 크거나 마른체형임에도 큰 엉덩이를 가지고 있었다. 7월의 태양은 지독히 뜨겁거나 미치도록 뜨겁거나 둘 중 하나인 것처럼. 포르노배우 중 여자흑인들의 엉덩이는 거대했다. 소피가 자신의 동료라며 흑인여자의 엉덩이 사진을 트위터에 한 번 올린 적이 있었다. 엉덩이가 어린아이 만했다. 그런 엉덩이를 흔들며 성인영화를 찍고 있는 흑인여자들은 기계적으로 직업정신에 입각한 투철하고 강한 로봇처럼 움직였다. 표정도 사람의 모습에서 벗어난 얼굴처럼 보였다. 일전의 소피가 메일로 보내준 파일을 보면서 든 생각이었다. 소피는 슈퍼사이즈 펌킨 같은 엉덩이에 대해서 마동의 생각을 들려 달라고 했고 마동이 생각한 것을 듣고 참고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냈었다. 그에 비한다면 소피는 대단히 인간적이었다. 소피의 가슴역시 일반인들에 비하면 큰 가슴이었지만 그녀는 수술할 필요에 대해서 한 시간이나 이야기한 적이 있어서, 그때 지금 가슴이면 충분하잖아,라고 설득하는 것을 마동은 포기하고 말았다.

  트윗: 멋진 친구, 감기기운은 좀 어때? 난 이제 스트레칭으로 몸을 좀 풀고 내일을 위해서 스윗드림을 해야겠어. 몸조리 잘 하라고 가드블레스유.

  소피는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며 트위터를 빠져나갔다. 마동도 소피에게 좋은 꿈을 꾸라는 인사를 하고 트위터를 빠져 나왔다. 오늘은 세트메뉴를 다 먹지 못했다. 커피는 그럭저럭 한 잔 다 마실 수 있었다. 하지만 커피도 억지로 마시는 기운으로 마셨다. 커피도 평소의 맛이라는 것에서 벗어났다. 에그가 들어간 핫 잉글리시 머핀은 거의 다 남겨 버렸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침식사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조금 철저하다 싶을 정도로 챙겨 먹는 편이었다. 고등학교 때 사고 이후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난 뒤 어쩌면 식습관이 바뀌어 버렸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이면에는 어머니의 변화도 한몫했을 것이다. 어머니는 집에서 탕이나 국 같은 번거롭게 끓이는 음식은 하지 않았다. 탕반문화가 발전한 한국음식에서 어머니는 국 요리를 빼버렸다. 명절에서도 탕국은 제사음식에서 제외되었다. 마동도 홀로 이 도시에서 생활을 하면서 배부르게 먹는 습관도 없었다. 배가 고프면 배가 고프지 않을 정도로 음식을 섭취했을 뿐이다. 아침을 먹지 않을 때는 대체음식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하는 습관을 들여 매일매일 조깅을 하듯이 아침을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도넛전문점에서 이틀 동안 아침을 사먹었으면 나머지는 대체로 신선한 샌드위치로 아침을 해결했다. 그곳에는 두부를 말려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파는데 좋은 맛을 내는 샌드위치다. 혼자서 생활을 하다보면 끼니를 때우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를 찾게 된다. 주말에는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었다. 평일 아침에 조금 일찍 나오면 느긋하게 시간을 들여가며 샌드위치를 즐기는 것이다. 그런 기쁨을 맛보는 것은 큰 수확이라 여겼다. 이렇게 머핀을 반이나 남기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입안이 마르고 혀의 감촉이 오늘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마동은 휴대전화를 꺼내 카메라를 터치하여 셀카모드로 돌려 자신의 혀를 비추어 보았다. 육안으로 보이는 혀의 모습은 여자의 은밀한 부분의 속살처럼 붉은 색을 띠고 있었다. 딱히 이상해보이지 않았다. 그저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역시 감기라는 건.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오전에만 여러 개 나타났다. 던킨도넛 안에 리스트의 리베스트라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클래식이 되어버린 연주곡이다. 이곳은 늘 클래식 곡이 조용하게 흘러나왔다. 마동이 낮보다 밤을 좋아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지만 리베스트라움은 여름밤에 어울리기 때문이기도 했다. 밤에 듣는 피아노곡은 라면위의 치즈가 녹아내리듯 마음을 녹여 버린다. 바다가 있는 이 도시의 여름밤을 달리다가 해안가에 갑자기 소나기가 무섭게 떨어지면 해안의 어느 곳의 차양 막에 서서 비를 바라보며 듣는 리베스트라움은 마동을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게 했다. 동시에 적극적으로 이율배반적인 욕망도 함께 불러 일으켰다. 마동에게 그런 희열적인 감정의 머리를 들게 하는 연주곡이 리베스트라움이었다. 휴대전화기 속에는 백건우가 연주하는 버전의 곡이 들어 있었다. 물이 흘러가듯 연주되는 피아노 소리.

  여름의 끝자락에서 떨어지는 빗물은 마동을 조금 초조하게 만들었다. 여름의 끝에서 어깨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려면 내면의 세계와 싸워야 한다. 달리는 것을 잠시 멈추어서 음악을 들으며 어깨의 땀방울을 느끼면 걷잡을 수 없는 마음의 결락에 몸서리를 쳤다. 여름을 지나 가을의 초입에 들어간 여름의 끝자락은 언제나 그렇다. 인간의 생로병사와는 관계없이 여름의 끝자락은 늘 비슷한 시기에 와서 비슷한 모습으로 가버리고 만다. 가버릴 때는 요만큼(손가락을 들어서)의 여지도 남겨놓지 않고 가져가 버리고 돌려주지 않는다. 그 와중에 소나기를 만나게 되면 마동은 가만히 서서 리베스트라움을 들으며 욕망의 근원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여름의 바다는 인파로 북적였지만 하늘에서 비가 시원하게 쏟아지면 삽시간에 고요하고 시끄럽지 않은 세계로 바뀌어 버린다. 무수히 많은 빗방울과 바다의 수면에 비가 낙하하여 소멸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동은 그 모습이 만들어낸 경이로움에 빠져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했다. 리베스트라움은 멈추지 않을 것처럼 흘러 나왔다. 조용하게 시작하여 격정적인 부분의 연주가 나타났다가 사라져가는 음률은 아주 오래전의 애절한 남녀의 사랑을 떠올리게 했다. 사랑했지만 신분과 부조리에 의해 갈라서야만 했던 두 사람은 결국 남자가 먼저 죽음을 택하고 남자를 따라서 여자가 방안에서 고요하게 죽어간다. 컴컴하고 티브이도 없는, 오로지 벽과 창문만 있고 작은 창으로 햇살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방에서 여자는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묘하게도 리베스트라움은 그런 스토리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어느새 마동의 사고는 이미 가설의 세계로 들어와 버려 무의식에 빠져버린다. 마동은 상상 속의 남자와 여자에게 동화되어 간다. 도넛전문에서 흘러나오는 리베스트라움을 들으며 생각의 늪으로 깊게 빠져들어 갔다가 음악이 바뀌고서야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다리의 힘이 풀리는 느낌이라 테이블을 손으로 한 번 잡아야 했다.

  환장하겠군.

  일주일에 한두 번 출입을 해서 그런지 눈인사만 하던 오전타임 아르바이트 아가씨가 오늘은 어쩐 일인지 남겼다며 말을 건넸다. 마동은 평소 짓지 않던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사무실로 향했다. 밖으로 나오니 여름의 해가 너무 뜨겁고 눈이 아플 정도로 밝았다. 고개를 들어 태양을 바라보니 미간이 있는 대로 좁혀지고 코가 힘껏 이마 쪽으로 올라갔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여름의 해는 신이 나서 빛과 열기를 뿜어댔다. 오전이지만 태양의 뜨거운 열기를 받은 아스콘은 가쁜 숨을 내쉬며 복사열을 대량 반사시켰다. 사람들은 이미 소용없는 부채질을 하며 출근길에 한껏 일그러진 얼굴로 거리를 지나다니고 있었다.

  마동이 다니는 회사는 동삼동의 25층짜리 해상건물에 자리 잡고 있었다. 회사는 큰 건물의 11개 층을 사용할 만큼 규모가 컸다. 사무실을 옮긴지 세 달 정도가 되었다. 이전에는 작은 사무실에서 여러 명이 한꺼번에 일을 했지만 회사는 일거리가 늘어나고 규모가 눈에 띄게 불어나면서 사무실을 이전하고 또 이전하여 이곳까지 온 것이다. 마동이 다니는 회사도 보안을 생명으로 여기고 있었다. 정보가 새어나가면 안 되는 일인 것이다. 정보라는 것은 고객들의 신상과 직결되는 만큼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사실 하는 일이 이정도로 규모가 거대해질 줄은 몰랐다. 마동이 다니는 회사는 사람들의 꿈을 리폼 한다. 고객들의 꿈을 리모델링해서 다시 되팔아주는 일을 하는 곳이다. 처음 회사의 오너는 인터넷에서 자신의 기질을 발휘해서 사람들의 꿈을 팔아주거나 다시 만들어주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예상외로 점점 커지더니 정계에 있는 알려진 이름의 늙은 거물들이 고객이 되기 시작하면서 회사의 규모가 시나브로 커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직업을 가지기 이전에 저마다의 꿈이 하나씩 있었다. 혹은 두 개, 세 개의 다양한 꿈을 가지는 이들도 있다. 그 꿈을 현실로 옮겨와 선택을 하는 문제에 돌입을 하면 그들은 꿈 앞에서 좌절을 하고 꿈과는 거리가 먼 현실을 선택하게 되고 시간이 앞으로 흐를수록 안주하게 되어 버린다. 그 사이에서 꿈은 당연하게도 멀어지고 만다.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직업전선에서 미친 듯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어디에도 구원은 없다고 믿게 되었다.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싫어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오너가 오전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하는 구호 같은 말이다. 마동은 오너가 하는 이 말이 ‘카모메식당’의 주인공 사치에가 한 대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카모메 식당은 꽤 좋은 영화였다. 마동은 카모메 식당을 여러 번 봤다. 늘 평화롭게만 보이는 핀란드. 그 동화 속 같은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행복한 얼굴을 하고 기쁨에 찬 모습으로 하루를 사는 것처럼 주인공들의 눈에는 비친다. 하지만 유유자적해 보이는 핀란드인들 역시 가슴 한구석에는 슬픔과 어두움을 잔뜩 지니고 있으며 겨우 마음을 잡아가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단지 표현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삶이란 사람의 인생을 어딘가로 매몰차게 내몰지만 모두가 견디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삶을 대하는 자세 때문이다. 아름답고 영원할 것 같은 불꽃이 한순간에 타올라 정점의 끝에서 절정과 함께 무화되는 것처럼, 행복하게 보이는 사람들은 저마다 모두 하나씩의 어둠을 지니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타오르기를 바라며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조화로운 삶처럼 마동의 눈에는 보였다. 결국에 인간은 누구나 변하게 마련이다. 모두가 변이를 하는 것이다. 인간은 끝으로 가면 혼자인 것이고 혼자서 선택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고 그 사이에서 고뇌하고 극복 할 수밖에 없는 인생을 살아가야만 한다. 인간이 유일하게 딱 한 번 해보는 것이 일생이라고 했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잃어버린 꿈을 되찾고 싶어 했고 그 꿈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다시 팔기를 원하고 있었다.

  꿈을 훔쳐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자기를 버린 남자의 꿈을 파괴해 달리는 여자도 있었고 자신과 경쟁하는 회사에 패배하여 다른 일로 내 몰린 50대 남자가 상대방의 꿈을 빼내달라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꿈을 훔치는 일은 하지 못한다. 꿈에 접근하려면 당사자와 관계(신뢰와 계약)를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꿈을 훔치는 일은 위법이다. 그런 일은 세금을 꼬박꼬박 내며 표면상으로 드러나는 꿈 세일링 회사에서는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모종의 뒷거래나 암흑 속에서 불법으로 이뤄지기도 했다. 마동은 오너가 직원들 몰래 뒷거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뒷거래가 거대한 기업의 총수나 검찰의 윗선과의 보이지 않는 거래가 대부분이라는 것도 짐작하고 있었다. 오너는 필요이상으로 엉뚱한 사람이었고 법률이나 공공기관의 법망을 피해가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처세에 능한 사람이었다. 법률에 신경 쓰지 않거나 법이 반드시 필요한 곳의 법칙을 알고 있어서 뒷거래 내용을 확인 후 본인이 직접 뛰어들어서 해결해줘야 한다면 분명히 하는 사람이었다. 오너는 그만큼 무모하고 친절하지 않았다. 돈도 남 못지않게 좋아했다. 자본을 그러모으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떻든 사람은 저마다 하나이상의 꿈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실현 가능케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마동이 입사할 때만 해도 회사의 오너와 현재의 총괄팀장 그리고 지금은 그만둔 한 사람이 더 있었을 뿐이었다. 작은 창업회사로 시작을 했다. 마동이 일한지 벌써 7년이 되어 가고 있었다. 8년 동안 회사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다. 시스템 베이스를 구축했고 따로 허브를 돌리는 거대한 허브 룸을 만들어, 허브만의 전담부서를 꾸려야 했다. 회원들은 매년 만 명 이상씩 늘어났고 회사원들 역시 수가 급증했다. 3년 전부터는 코스닥에 상장이 되어 꾸준하게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회사는 사람들의 꿈을 되팔아주었다. 망가진 꿈은 다시 손질하였고 잃어버린 꿈을 찾아 주기도 했다. 마동이 속한 집단은 사람들의 잃어버린 꿈을 찾아내서 다듬질하여 되파는 일을 어이없게도 잘했다. 먼저 꿈을 세일링하고 싶은 사람은 면담을 거친다. 면담을 통해 회원이 되기도 하고, 비회원으로 작업을 맡기기도 했지만 회원이 되면 꾸준한 업데이트가 가능하고 관리를 받기 때문에 대부분 회원을 거쳐 리모델링의 단계에 돌입하게 된다. 그렇게 면담을 거쳐 고객으로 등록이 되면 더 이상 회사를 찾아오지 않아도 되었다. 클라이언트는 인터넷서버로 자신의 꿈을 세일링하는 프로그램을 받아보고, 고객의 입장을 이메일이나 홀리그램을 통해서 회사에서는 알 수 있었다. 회사에서는 고객의 꿈을 확인한 다음, 디자이너들이 보완하고 다듬어서 인터넷으로 다시 되팔게 되는데 꿈을 구입하는 사람에게서 입금된 금액의 30%를 회사가 가져가게 되고 나머지는 원래 팔려는 꿈의 주인에게로 건네주는 것이다. 이후 고객이 직접 사무실에 온다거나 야외 또는 노출이 있는 곳에서 만나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인터넷 서버에 접속을 하면 던전이라는 다소 게임스러운 부분의 포탈을 열고 들어간다. 그곳으로 가면 회사에서 면담을 하는 사람들의 캐릭터를 만나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꿈의 리모델링 작업에 대한 부분도 홀리그램을 통한 화상회의나 이메일을 통해서 진행상황을 전달 받았다. 그렇지만 프레젠테이션의 방식을 원하는 고객들도 있었다. 그들은 꽤 엄격하고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이거나 나이가 많아서 홀리그램 방식에 썩 의존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눈으로 직접 보고 들은 부분에 대해서 믿음을 가지는 고객들에게는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통해서 작업의 방향과 작업내역을 보고하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꿈을 채취하는 작업이다. 아주 까다롭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고객을 만나서 고객의 꿈에 대한 여러 가지 부분을 대화를 통해 1차적으로 검증한 다음 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도 그 꿈을 적당한 가격에 팔아야하기 때문에 서로간의 만남이 주선되어있지만 팔려고 하는 고객이나 사려고하는 고객들 역시 이 꿈을 왜 팔려고 하는지, 구입하여 어떤 식으로 사용되는지, 사고팔려는 사람이 서로 알고 싶어 했다. 이런 부분은 서로간의 의견충돌을 불러일으켰고 자신만의 꿈에 대한 고충이 있어서 대면이 껄끄러운 면이 많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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