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나가니 마침 마차로 안내를 마치고 돌아온 하녀가 있었다.
“저기요!”
“꺄악!”
나는 급한 마음에 하녀의 두 어깨를 덥석 잡았다.
“아,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요?”
“뭔데요?”
“혹시 방금 안내해준 여성분들 중에서 약간 분위기가 음침하고 머리색깔이 검은 색이신 여성분을 보시지 못했나요?”
“음~. 잠시 만요.”
하녀는 기억을 더듬는 듯했다.
“없는 것 같아요. 여성분들께서 마차를 타실 때 한 분씩 일일이 인사를 해드렸거든요. 한 분을 제외한 모든 분들은 제 인사를 받아드리면서 활기찬 모습 또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한 분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그랬다는 거네요. 그럼 그 한 분께서는?”
“그분은 분위기가 음침했어요. 하지만 라티네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머리색깔이 검은 색은 아니었어요. 어두운 푸른색 계열이었다면 제가 검은 색을 잘못 본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약간의 녹색 빛이 섞인 노란색 계열의 머리카락이어서 제가 색을 잘못 본 것 같지는 않네요.”
하녀는 웃으면서 말을 마무리 지었다.
“그런데 이런 거는 왜 물어보시는 거죠? 혹시 찾으시는 분이라도 있는 건가요? 저도 도와드릴게요.”
“아, 아니에요. 괜찮…….”
“지금 뭐하시는 거죠? 지금은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놀 시간인가요?”
“죄, 죄송합니다.”
또 다른 하녀였다. 이 하녀는 안면이 있는 하녀다. 바로 그 침착함을 잃지 않는 하녀였다. 분명 여기서 2개월 밖에 일을 하지 않았다고 그녀의 입으로 들었는데 다른 곳에서 일을 한 짬이 있는지 하녀 중에서는 지위가 높은 곳에 위치하는 것 같다.
결구 나와 이야기하는 하녀는 자신이 맡은 일을 하러 떠났다.
“무슨 용무가 있으시죠? 용무가 있으시다면 저에게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아, 아니에요. 아무 용무도 없어요.”
나는 이 말을 하고 자리를 떠서 아직 마차를 타지 않은 사람들에게 가서 음침한 분위기의 여성분을 찾으려고 했다.
“머리 색깔이 검은 색에 음침한 분위기를 띄는 여성분을 만나고 싶다고 하셨죠?”
“그, 그걸 어떻게!”
“어떻게 알기는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다 듣고 있었는데요.”
“아~, 그것보다 왜 도와주려고 하는 거야?”
“도와주려고 할 생각을 없었습니다. 방에 혼자 있는 여성분이 있어서 약간 눈여겨보고 있다가 라티네님께서 그 여성분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이야기하게 된 겁니다.”
“방에 있다고? 어디야? 거기가 어디야?”
“그전에 하나만 대답해 주십시오.”
“알았어.”
“도대체 무슨 관계인거죠?”
“뭐라고?”
“정정하겠습니다. 그 여성분과는 무슨 관계인거죠?”
질문이 너무나도 날카로웠다.
“확신 지을 수는 없지만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뒷모습을 그 여성분에게 봤어. 그래서 한 번 확인해보고 싶어. 그 여성분이 누군지.”
“흠.”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하녀는 약간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그냥 약간 모순이 있는 것 같아서요.”
“모순이라니 뭐가?”
“일단 그 여성분을 만나면서 이야기하시죠.”
하녀는 나를 여성분이 있는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그 여성분이 있는 곳은 이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는 곳에 있었다.
“이 방안에서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 실망은 하지 마세요. 아마 라티네님께서는 원하는 답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라티네님께서는 지금도 알고 계실 겁니다.”
“내가 뭘 알고 있다는 거야!”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자, 잠시만! 잠시만!”
하녀는 기다리라는 나의 소리에도 자신이 할 일을 하러 갔다. 이 하녀와는 알면 알게 될수록 수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하녀의 말을 듣고 ‘이 방을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 시작됐다.
그때…….
“저랑 이야기를 하러 오셨죠. 들어오세요.”
방안에 있던 여성분이 나를 방안으로 불렀다. 분명 어제 그 여성분은 내가 먼저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먼저 말을 걸어와서 정말로 이 여성분이 내가 찾던 그 여성분이 맞는지 의심했다.
나는 방안으로 들어가는 그 여성분의 뒷모습을 관찰했다. 그 여성분이 맞다. 나의 어머니와 똑같은 뒷모습을 가진 여성분이 맞다. ‘혹시 정말로 엄마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안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저쪽에 앉으세요.”
“아, 네.”
여성분은 이곳이 자신의 방인 듯 마냥 나에게 이야기했다.
“네, 무엇을 물어보러 오셨나요?”
“아, 그전에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앞머리 좀 옆으로 치워줄 수 있나요? 저는 당신이 누군지 알고 싶습니다. 당신의 얼굴이 궁금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갑자기 여성분의 얼굴이 빨개졌다.
“이, 이거 고, 고백인건가요?”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구나!’
“아니에요. 오해에요. 저는 여자 친구도 있는 몸이에요. 절대로 고백이 아닙니다. 저는 그저 당신을 만난 기억이 있어서 궁금해서 온 것뿐이에요.”
“그러니까 옛날의 첫사랑이 나였고 오늘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지금 여자 친구를 버리고 저에게 고백하겠다는 뜻이죠?”
“아니라고요!”
이 여성분 어제의 그 음침한 이미지는 어디로 간지 모르겠다.
“그냥 제 질문에 대답해주세요. 얼굴 보여 주실 거예요? 말거에요?”
“…….”
여성분은 약간 고민을 하는 듯했다.
“보여드리죠.”
라는 말과 동시에 여성분은 앞머리를 옆으로 치웠다.
“이제 됐나요?”
“아, 네.”
아니다. 이 여성분은 엄마가 아니었다. 얼굴이 엄마와 비슷하기는 했지만 엄마는 아니었다. 생각해보니 절대로 이 여성분은 나의 어머니가 될 수 없었다. 그 감옥에 갇혀 있던 여성분들은 10~20살 사이의 여성이었다. 하지만 나의 어머니는 40세를 넘으셨다. 물론 어머니의 얼굴도 40세라고 말하기는 힘들 정도로 동안이기는 했지만 이 여성분처럼 젊은 얼굴은 아니었다.
이해하지 못했던 하녀의 말이 이것이었던 모양이다. 맞다. 나는 내가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기대를 품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어머니는 벌써 죽었는데 어머니의 그리움 때문에…….
나는 더 이상의 기대는 품지 말기로 했다. 이 여성분이 내 어머니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나는 여성분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죄송합니다. 쓸데없는 시간을 쓰게 만들었네요.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가는 거야?”
“네?”
“오랜만에 아들이랑 이야기해서 좋았는데 아들은 안 그런가 보네. 실망이에요. 라.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