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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소년소녀
작가 : 레슨
작품등록일 : 2017.12.1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소년. 죽음을 이해하기도 사랑을 경험하기도 이른 소년에게 다가온 사건들과 소녀들. 이 뒤에 무엇이 있는 지 모른채, 소년은 계속 나아간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혼란과 함께.

 
6장 어설픈 소녀와 전학생
작성일 : 17-12-05 22:34     조회 : 23     추천 : 0     분량 : 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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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장 어설픈 소녀와 전학생 소녀

 

 교실에 들어선 시간은 지각이 되기 3분 전이었다. 늦기 직전 교실로 들어서는 데 누군가 뒤에서 서둘러 나를 제치고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 문이 상당히 작아 밀려난 옆에 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어트 트트, 미안.”

 “조심 좀하라고 누누이 말한다.”

 “미안, 미안.”

 여성치고 상당히 조심성 부족한 학생이 쑥스러운 듯 웃고 있다. 하긴 신중하고 조심하라는 말을 며칠사이에 나에게 지치도록 들었으니 쑥스러울 수밖에 없지. 말수가 비교적 적다는 것만 제외하면 승우와 유사한 구 세정이라는 여학생은 그냥 덜렁이라는 호칭이 어울린다. 처음엔 관심도 없었던 녀석이었지만 갑자기 대화하고 신경 쓰게 된 건 불과 며칠 전이다.

 분명 약간 어리버리 하고 덜렁거린다. 헌데 의외의 성적과 지성을 보인다. 상당히 놀라웠다. 녀석을 보면 덜렁거리고 하찮은 모습 밖에 보이지 않았다. 웃을 땐 약간 어린 아이 같은 좋게 말하면 천진난만해 보이는 표정, 우리 나이 때에 적잖게 보이는 여드름 있는 얼굴은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야말로 그녀의 매력이라는 말로 설명되지 않을 까.

 시간이 지나자 담임이 들어왔다. 어떤 여학생과 함께. 이름은 모른다. 하지만 얼굴은 안다. 그 녀석이다. 입학식 날, 그리고 저번 금요일에 본 그녀다.

 “전학생이고 이름은 최 가연이라고 한다. 잘 들 지내라.”

 “잘 부탁해.”

 조용히 우리에게 말한 그녀는 옅은 웃음을 보였다. 웃을 때 눈을 싱긋거리는 게 충분히 호감이 가는 외모다. 분명 예쁘장하게 생겼다. 키도 작지 않고 제법 말랐다. 조용히 말한 목소리 또한 분명 좋았다. 헌데 위화감이 든다. 누군지도 모른다. 이름도 방금 처음 알았다. 가연은 교실 맨 뒤 빈자리에 앉았다. 앉자마자 바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신경 쓰지 말자.’

 담임은 가연이 자리에 앉자, 바로 나갔다. 아마 회의가 있는 날인데 가연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운듯하다. 내가 쳐다보는 걸 느꼈는지 가연은 내 쪽을 보았다.

 ‘제길, 확실히 여자는 예리하다니까.’

 지금은 여성이 예리한 건지, 그녀가 날카로운 건지 알 수가 없다. 눈이 마주치자 무슨 일이냐는 표정을 지은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신경 쓰지 말자, 쓰지 말자, 말자, 말자.’

 마음속으로 수 십 번 되뇌었다. 그녀는 그냥 3월에 우연히 본적 있고 며칠 전 이곳에 온건 전학 올 거니 미리 와본 것이다. 중요한 건 하나도 없다.

 

 “필연이었나 보내.” 점심시간, 식사 후 내 이야기를 들은 현준은 예상했다는 듯 중얼거렸다.

 “뭐가 필연이야?” 학교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물어오는 놈들이 꼭 한명씩 있다. “너 네 반 전학생?” 이 쓸데없는 호기심의 주인은 현준과 같은 반인 녀석이고 몇 번 봐서 얼굴은 익숙한데 관심 없어서 이름은 모른다.

 “필연이라는 말은 아냐? 그냥 하는 말이야.” 현준의 말에 흥미를 잃었는지 이름 모르는 그는 뒤돌아 다른 곳으로 갔다. 마치 흥미 있는 것들을 찾아다니는 어린 고양이를 연상시킨다.

 “필연이니 뭐니 해도, 왠지 언짢아.”

 “과대망상일 걸. 하긴 너 입학하고 난 뒤 일들 보면 좀 힘들긴 하겠어.”

 진형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그날이후 더 이상 하진 않았지만 우린 그 추측을 아직까지 믿고 있다. 자살소문의 시작은 국어교사다. 그 생각은 바꾸려 해도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국어교사의 수업 방식은 여전하다. 지루하며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

 난 지 윤에게 들은 이야기를 유일하게 현준에게만 전했다. 그도 상당히 놀라는 눈치였고 훨씬 충격이었을 내 심정을 위로했다.

 “넌 너무 그 쓸모없는 걱정 좀 줄여.”

 진심으로 생각했다. 내 감정은 모두 쓸데없고 걱정은 지나친 거라고. 만약 아니어도 그렇게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가연은 그냥 평범한 학생이길, 진형은 안타깝지만 그냥 평범한 죽음이길, 지 윤의 오빠는 나와 관련 없고 그녀도 나를 잊기를 진심으로 생각했다.

 

 복도의 창문으로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른 여름 날씨의 바람은 약간 후덥지근하지만 더위를 어느 정도 없애 준다. 벌써 여름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야외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보인다. 그걸 조용히 바라보는 가연이 창가에 서있다. 맨 처음 봤을 때보다 길어진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린다.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누군가 다가온다. 같은 반 녀석 중 하나다. 방금까지 뛰어다녔는지 땀투성이다.

 “뭐봐? 쟤 한태 관심 있냐?” 관심이라 한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때 그녀가 슬쩍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살며시 웃는다. 소름이 쫙 돋아났다.

 아무래도 필연이 맞는 것 같다. 그녀는 틀림없이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던, 아니 처음 서로를 보았던 그날부터 계속 기억한 걸지도 모른다. 불과 몇 초, 그 짧은 시간 그녀는 나를 자신의 머릿속에 각인 시킨 건지도 모른다. 이유야 당연히 모른다. 착각일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왠지 혼자만의 과대망상 만은 아닌 것 같다. 그날도 나는 교복 차림이었기 때문에 여기 온 순간 만날 걸 예상했을 것이다.

 혼자 조용히 중얼거렸다.

 “저렇게 예쁜 애를 떨쳐버리고 싶다고 생각한건 처음이군.”

 혼잣말을 하는 내 입에서 까드득 거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악연이 아니기 만을 신께 기도하며 그녀의 이름을 곱씹었다. 계속 그녀를 보고 있자 그녀가 다가왔다. 계속 보지 않아도 왔을 것이다.

 지금은 아무도 없는 내 옆에서 조용히 말한다. “할 말 있어?” 고작 열 넷 소녀에게 목적 같은 것이 있으랴. 하지만, 저 모습은 그런 생각까지 완전히 침식시켜 버릴 만큼 이상하고 또한 강렬했다.

 신의 장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대답한다.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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