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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장왕곤
작가 : 박재영
작품등록일 : 2016.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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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가짜 혈왕의 후예(2).
작성일 : 16-04-11 15:30     조회 : 556     추천 : 0     분량 : 8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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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화.

 가짜 혈왕의 후예(2).

 

 

 백의대 여제자들의 숙소는 남자 제자들의 숙소와 동떨어져 있었는데 규모는 남자 제자들의 숙소와 비슷했다. 한데 이번에 새로 백의대에 입관한 여제자는 예혜상을 비롯해 다섯 명에 불과해 숙소는 한적하다 못해 황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특히 여제자들만이 사용하고 있는 연무관은 더욱 한적해 밤 깊은 시간에는 늘 예혜상의 독차지가 되곤 했다.

 밤늦도록 혼자 수련을 하던 예혜상은 자시(子時)가 되기 전에 숙소를 나섰다.

 그녀는 곧바로 백의대 남자 제자들의 숙소로 향했는데, 목적지는 바로 북리곤이 묵고 있는 곳이었다.

 북리곤의 하루 일과는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 완벽하게 입력되어 있었다. 북리곤이 기계처럼 규칙적으로 생활하기 때문이었다.

 북리곤이 숲 속의 공터에서 혼자 검법을 수련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게 막 자시로 접어드는 시각, 예혜상은 숙소 근처에 매복해 있다가 돌아오는 북리곤을 암습할 계획이었다.

 "여기서 뭘 하고 있지?"

 예혜상이 북리곤의 숙소가 한눈에 보이는 길옆의 숲에 몸을 숨기고 있을 때 별안간 그녀의 뒤에서 나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놀랍게도 음성이 들려온 곳은 바로 그녀의 등 뒤였다.

 예혜상의 등 뒤에 거의 맞닿을 듯 우뚝 서 있는 인물은 사마기였다.

 예혜성의 놀람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가 자신의 등 뒤에 나타날 때까지 일체 기척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사마기는 예혜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감 넘치는 미소, 눈빛이 번들거리는 느낌이라 어쩐지 기분 나쁘기는 했지만 잘생긴 얼굴이었다.

 "난… 나는···."

 예혜상은 일시지간 당황을 감추지 못한 채 더듬거렸다.

 "산책하던 중에 네가 은밀히 움직이는 걸 봤어. 그래서 한번 따라와 봤는데, 여기서 뭘 기다리고 있는 거지?"

 사마기는 굳어 있는 예혜상을 풀어주려는 듯 짐짓 다정하게 입을 열었다.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아랫사람을 대하는 듯한 거만함이 묻어 있었다.

 "그냥… 시합 중이었어요. 난 암습을 하고 상대는 그 암습을 막아내는."

 "호, 그런 식으로 훈련을 하고 있었군. 썩 괜찮은 훈련 방법인데."

 예혜상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사마기가 입김이 얼굴에 닿을 정도로 너무 가까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한데 그녀가 한 걸음을 물러난 뒤 다시 보니 여전히 같은 거리였다. 예혜상이 움직일 때 일체 기척도 없이 사마기 역시 같은 거리를 움직인 것이었다.

 "내가 누군지 알고 있겠지?"

 "예."

 "예쁘군."

 "···!"

 사마기는 슬그머니 손을 뻗어 예혜상의 손목을 잡았다. 그는 짐짓 따뜻한 눈으로 예혜상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예혜상은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목덜미까지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사마기는 이 정도면 예의를 지킨 것이라고 믿었다. 자신은 머지않아 그녀를 명령 한마디에 사지로 보낼 수 있는 문주가 될 사람인 것이다.

 과연 예혜상은 거부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사마기의 손에 잡혀 있는 손을 뺄 생각을 안 하는 게 그 증거였다.

 사마기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길옆이기는 했지만 나무가 우거져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은밀한 곳이었다. 십여 장 앞에 남자 제자들의 숙소가 있었지만 모두들 잠을 자고 있는 듯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사마기의 손이 슬그머니 예혜상의 가슴으로 향했다.

 "끼약! 뭐, 뭐 하는 짓이에요!"

 비록 옷 위이긴 했지만 사마기의 손이 가슴을 주무르자 예혜상은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만히 있어. 내가 문주가 된 뒤에 널 특별히···."

 사마기의 눈에 욕정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아예 두 팔을 벌려 예혜상을 안으려 들었다.

 예혜상은 그제야 사마기가 원하는 게 뭔지 깨닫고 크게 놀라 손을 뿌리치며 뒤로 튕겨 나갔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마음뿐이었다.

 사마기의 오른손에 잡혀 있는 왼손은 마치 바위에 눌린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 이러지 마세요."

 예혜상은 손을 빼는 것을 포기한 듯 다급한 표정으로 사마기에게 애원을 했다.

 '손만 내밀면 안겨 들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하긴 빼면 뺄수록 더 감칠맛이 있는 법이지.'

 사마기는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본 후 왼손을 내밀었다. 만에 하나 예혜상이 소리를 지를까 염려되어 아혈을 점하려는 것이었다.

 파팟!

 예혜상의 오른손이 폭발했다.

 십여 개의 암기가 무서운 기세로 사마기의 얼굴과 가슴을 노리고 쏘아져 갔다.

 "이, 이런 빌어먹을!"

 설마 암기로 공격할 줄은 예상하지 못하고 있던 사마기는 대경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퍽! 퍼퍽!

 십여 개의 암기가 고스란히 사마기의 얼굴과 몸에 적중되었다가 지면에 떨어져 내렸다. 기이하게도 약간 따끔거리는 정도일 뿐 살에 박히지는 않았다.

 "이게 뭐야? 장난하자는 거냐?"

 사마기는 지면에 떨어져 있는 암기들이 그저 나무로 형태만 암기처럼 만들어진 것을 확인하고 실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예혜상의 얼굴에 당황의 빛이 떠올랐다.

 사실 사마기를 공격한 암기들은 북리곤과의 내기에서 사용하던 가짜 암기들이었다. 예혜상은 진짜 무기를 사용할 수 없어 암기의 형태만 갖춘 나뭇조각들을 지니고 다녔던 것이다.

 사정을 알 리 없는 사마기는 예혜상을 향해 더욱더 욕정이 이글거리는 눈길을 보냈다.

 그는 그녀의 왼손을 잡고 있는 손을 확 잡아끌었다.

 쓰러지듯 예혜상의 몸이 사마기의 가슴에 안겨졌다.

 '아악! 안 돼요!'

 예혜상이 크게 소리를 질렀지만 그 음성은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 어느새 아혈이 봉쇄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아혈 이외의 혈도를 제압하지 않은 것은 힘으로 누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뭐 하는 짓이야!"

 좀 더 숲 안쪽으로 예혜상을 끌고 가려는 사마기를 향해 검은 그림자 하나가 맹렬히 뛰어오며 소리쳤다. 북리곤과 숙소를 함께 쓰고 있는 백의대의 제자 장이였다.

 '쯧! 잠이나 잘 것이지 괜히 나서서 죽음을 재촉하는군.'

 사마기는 장이가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장이는 한눈에 예혜상이 능욕당하기 직전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분노로 몸을 떨었다.

 하나 그는 사마기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얼어붙고 말았다.

 혈왕의 전인, 머지않아 월단퇴의 문주가 되어 전 문도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될 인물이었다.

 그렇지만 그가 얼어붙은 것은 단지 사마기의 신분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미 일 갑자의 내공을 지닌 데다 무공 또한 일류고수의 반열에 오른 사마기였다. 그런 사마기가 내뿜는 살기는 장이 같은 백의대 제자가 감당하기엔 너무 가공스러운 것이었다.

 사마기는 오른손으로 예혜상의 완맥을 잡은 채 왼손을 뻗었다.

 꽈아아!

 장이의 몸으로 흰 기류가 뻗어나갔다. 발출되는 순간 이미 주위의 공기를 얼어붙게 만드는 얼음 같은 기류였다.

 "헉!"

 장이는 사마기의 손에서 가공스러운 장력이 벼락같이 뻗어오자 피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눈을 부릅떴다.

 "위험해!"

 그때 검은 그림자 하나가 좌측에서 튀어나오며 장이를 밀쳤다.

 장이는 왼쪽으로 일 장이나 튕겨져 나가 넘어졌다가 일어섰는데 그 앞에 모자서가 우뚝 서 있었다.

 팟!

 간신히 장이를 구한 모자서가 자세를 안정시키기도 전에 사마기의 몸이 한줄기 그림자가 되어 일렁였다.

 어둠 속에 흰 검광이 크게 번뜩였다.

 사마기는 이 일검에 모자서의 몸이 두 조각으로 갈라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전력을 다한 공격은 아니었지만 백의대 제자로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검세였다.

 하지만 모자서는 제자리에 없었다.

 그는 앞으로 몸을 굴려 날아오는 검을 피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마기의 가슴 안으로 파고들어 일어나면서 단도를 휘둘렀다.

 모자서의 몸이 쑥 꺼질 때 이미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사마기가 순간적으로 뒤로 몸을 빼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가슴이 베어지는 상처를 입을 뻔한 상황이었다.

 설명은 길다.

 하지만 이 일련의 상황은 거의 한 호흡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

 장이가 나타나기 무섭게 사마기가 장력을 뿜어내고 다시 모자서가 장이를 구해주는 순간 사마기의 몸이 이 장 거리를 날아가 모자서를 베어버리려 한 모든 것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인 것이다.

 과감한 결단력과 냉혹함.

 사마기의 성품을 익히 짐작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일이 더 틀어지기 전에 달려온 백의대 제자 두 명을 죽여 버리기 위해 공격을 했던 사마기는 모자서가 의외로 자신의 공격을 피하며 오히려 반격하자 더욱 짙은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핏!

 그의 손에 쥐어져 있던 검이 다시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모자서의 몸을 갈랐다. 허공에 핏줄기가 솟구쳤지만 모자서의 몸은 다시 공격권에서 벗어나 있었다.

 모자서는 간신히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어깨 부위에서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팔꿈치 어림에서부터 어깨까지 길게 갈라진 상처에서 쉬지 않고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가볍지 않은 부상이었다.

 사마기는 두 번이나 공격에 실패하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꾸라지 같은 놈!'

 이번에는 확실히 죽이기 위해 더욱 공력을 끌어올린 사마기의 모습에서 망설이는 기색 따위는 일체 찾아볼 수 없었다.

 사마기가 다시 사신(死神)처럼 덮쳐 오자 모자서는 죽음을 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령 몇 번 더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무공의 격차가 너무 컸던 것이다.

 순식간에 모자서의 몸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상처가 생겨나 피를 뿜어냈다.

 그나마 모자서가 아직까지 죽지 않은 것은 예혜상 때문이었다.

 아혈만 제압당해 몸을 움직이는 데 지장이 없는 그녀는 모자서를 향해 검이 날아갈 때마다 기를 쓰고 그 앞을 막았던 것이다.

 아직 예혜상을 능욕할 욕심을 버리지 않은 사마기는 달려드는 그녀를 피해 모자서를 공격해야만 했다.

 "나쁜 자식! 개자식!"

 한옆에 서 있는 장이는 분노로 몸을 떨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한 사람은 가장 친하게 지내고 있는 지기였고, 또 한 명은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였다. 그 두 사람이 위기에 처해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혐오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이, 이···!"

 예혜상이 계속 자신의 검세 안으로 뛰어들며 모자서를 막자 사마기는 결국 분노를 터뜨렸다.

 예혜상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마기의 눈에 살기가 떠오르는 것을 대하고 흠칫 몸을 굳혔다.

 사마기는 이제 예혜상에 대한 욕심을 버린 듯했다. 그렇다면 이제 그녀와 모자서, 그리고 장이에게 닥칠 일은 하나뿐이었다.

 '죽는다!'

 공포는 없었다. 단지 이런 식의 죽음은 너무 한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뿐이었다.

 '곤 오빠가 숙소로 돌아올 시간이 되었는데···.'

 예혜상은 내심 북리곤이 오늘은 좀 더 수련을 하느라 늦어지기를 기원했다. 만에 하나 지금 이 순간 북리곤이 나타나면 그마저 위험해질까 두려웠다.

 "어? 너, 이 자식!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북리곤을 생각했기 때문에 그의 음성을 환청처럼 들은 것이었을까?

 사마기의 검이 자신의 몸을 가르기를 기다리며 눈을 감고 있던 예혜상의 귀로 북리곤의 음성이 들려왔다.

 예혜상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고, 사마기 역시 막 검을 쳐내려다 좌측으로 고개를 돌렸다.

 언제 나타났는지 장이의 바로 옆에 북리곤이 우뚝 서 있었다.

 '빌어먹을! 이것들 때문에 주위의 기척에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구나.'

 사마기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기 무섭게 공력을 끌어올려 주위의 동정을 살폈다. 다행히 주변 삼십 장 이내로는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되자 사마기는 다시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어차피 일은 벌어진 것, 모두 죽여서라도 입을 막아야 했다.

 사마기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내놈 셋을 해치우기로 마음먹었다. 계집도 죽이기는 하겠지만 욕심을 채운 뒤다.

 사마기는 신중을 기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주위의 동정을 살폈다. 역시 삼십 장 이내로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일단 예혜상과 모자서를 내버려 두고 천천히 북리곤에게 다가들었다.

 모자서는 이미 전신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더 이상 방해가 되지 못하는 상태이고, 장이 역시 신경 쓸 가치가 없었다.

 입을 꽉 다물고 있어 고집이 세어 보이는 인상의 새로 나타난 사내놈만 그를 약간 번거롭게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일 뿐이었다.

 사실 북리곤은 지금 잔뜩 분노해 있는 상태였다.

 모자서가 피투성이가 되어 있고, 장이는 충격을 받은 듯 몸을 떨며 울고만 있었다.

 게다가 자칭 혈왕의 전인이라는 자는 지금 자신마저 죽이려고 살기를 감추지 않은 채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어떤 상황인지 모를 리 없었다.

 언뜻 천천히 다가오는 듯하던 사마기의 몸이 순간적으로 북리곤과 두 자 거리로 가까워졌다.

 검은 더 빨랐다.

 "죽엇!"

 나직한 외침과 함께 검이 북리곤의 목을 향해 직선으로 찔러왔다. 검신에 빛이 어려 있는 것을 보니 이미 검기가 발현되어 있는 게 분명했다.

 '빠르다!'

 북리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막거나 피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순간 검은 이미 목까지 이르러 있었다.

 '그걸 피해?'

 다음 순간, 사마기는 황급히 검을 옆으로 그으며 뒷걸음쳤다. 검에 아무런 감각이 전달되지 않는 순간 실패한 것을 알고 황급히 북리곤의 반격을 막으며 뒤로 물러선 것이다.

 북리곤 역시 놀라서 한 걸음 물러난 채 사마기를 바라보았다.

 만약 지난 몇 개월 동안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암습하는 예혜상과의 훈련이 없었다면 이미 목이 꿰뚫린 시체로 변했을 게 분명했다. 그야말로 예혜상과의 훈련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북리곤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오른손에 쥐었다. 훈련용 목검이었다. 상대는 진검이니 닿기만 해도 그대로 잘려 나갈 판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을 듯했다.

 실전은 처음이었다.

 물론 예혜상으로부터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암습당하는 훈련을 치러왔지만 그것은 단 한 차례의 공격으로 끝나는 기습에 불과했다.

 아무리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일지라도 실전과는 엄연히 달랐다.

 전자는 단지 몸의 반사 작용을 키우는 훈련에 불과했기 때문에 죽는다는 절박함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후자는 한순간에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북리곤은 잔뜩 긴장한 채 사마기에게서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지 않았다.

 북리곤이 목검을 쥔 채 대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사마기가 속으로 코웃음을 터뜨렸다.

 기수식을 보니 천잔십이결이었다.

 천잔십이결이 월단퇴의 독문검법이고, 후 육결 이후로는 무림십대검법의 반열에 속하는 절기라 해도 상대는 아직 기초 단계인 전 육결에 머무르고 있는 백의대 제자일 뿐이었다.

 '네놈이 천잔십이결로 상대하겠다면 나도 천잔십이결로 죽여주마!'

 사마기는 잔인한 미소를 머금은 채 다시 검을 뻗었다.

 그의 검은 순식간에 수십여 개의 검영을 만들어냈고 그 속도 또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사마기가 천잔십이결을 펼친 것은 결과적으로 북리곤을 도와준 게 되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병기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인데 사마기가 자신이 이미 훤히 꿰뚫고 있는 천잔십이결을 펼치자 북리곤으로선 목검을 사마기의 진검과 맞부딪치지 않고 피할 수 있는 여유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이십여 합이 흘렀다.

 사마기는 점차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분명히 월등하게 우세를 점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일격을 가할 수가 없었다.

 눈앞의 백의대 제자는 마치 자신의 검초를 훤히 꿰뚫고 있는 듯 치명적인 검세를 한 걸음 앞질러 피해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피하기에 급급해 반격은 아예 꿈도 꿀 수 없다는 듯 보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도 아닌 듯했다.

 북리곤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사마기의 검법에 익숙해져 갔다. 처음에는 간신히 피하는 듯 보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쉽게 검을 피해냈다. 그리고 결국에는 검을 보고 피하는 게 아니라 아예 미리 검이 날아드는 방향에서 벗어나 있을 정도였다.

 사실 사마기와의 싸움은 북리곤에게 많은 것을 깨우치게 해주었다. 혼자 검법을 수련하는 것과 실전을 경험하는 것은 실로 엄청난 차이였다.

 실전에서는 매 순간마다 정해진 검로가 아니라 순간적인 임기응변이 필요하다. 이것은 혼자서 제아무리 열심히 수련한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처음 북리곤은 사마기의 공격을 피하기만 하면서 상대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목검으로 공격해 오는 검을 막기까지 했다. 정면으로 막게 되면 목검이 잘려 나가니까 공격해 오는 검의 옆면을 쳐 방향을 바꿔놓는 방법이었다.

 이것은 상대의 검초를 꿰뚫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움직임을 뒷받침해 줄 수 있을 정도로 눈이 밝고 속도 또한 빨라야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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