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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장왕곤
작가 : 박재영
작품등록일 : 2016.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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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시작되는 기연(奇緣)(2).
작성일 : 16-04-10 15:30     조회 : 616     추천 : 0     분량 : 5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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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시작되는 기연(奇緣)(2).

 

 

 북리곤이 예랑에 머문 지 삼 개월째 되는 날, 한적하기만 하던 백약선축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부터 백약선축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한두 명이 아니었다. 정오가 되기도 전에 벌써 일백 명이 넘을 정도였다.

 손님들은 모두들 한 가지씩 선물을 들고 왔는데 약왕 도능곽을 번거롭지 않게 하겠다며 직접 술과 음식을 가져와 다른 손님들을 대접하는 사람도 있었다. 때문에 도여군은 물론이고 백약선축의 하인이나 시비들 역시 음식과 술을 장만하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었다.

 고적하기만 하던 백약선축이 별안간 저잣거리로 바뀐 듯한 풍경, 바로 약왕 도능곽의 생일이었던 것이다.

 정오 무렵에 백약선축을 찾은 북리곤은 사람들이 가득 차 북적거리는 모습을 보며 도여군에게 질문을 던졌다.

 "궁금한 게 있어요."

 "뭐가 그렇게 궁금하니?"

 "백부님은 일반 환자들은 받지 않으면서 왜 서로 싸우다가 다친 무림인들이 오면 치료를 해주는 건가요?"

 북리곤의 의혹은 당연한 것이었다.

 지금 백약선축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무인들이었는데 모두들 예전에 약왕 도능곽에게 구명의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었다.

 "할아버님은 약왕이라고 불리지만 계속 의술을 공부하고 싶어 하셔. 일반 환자들을 받게 되면 공부할 시간이 없지."

 "그렇다면 무인들은 왜 치료해 주시는 건가요?"

 "무림인들이 찾아오는 걸 거절하지 않는 이유는 그 사람들이 훌륭한 연구 재료가 되기 때문이야."

 "연구 재료?"

 "무림인들은 병장기에 상처를 입는 것 이외에도 특이한 독에 중독되거나 또는 내공을 연마하다 주화입마에 빠지는 등,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증상으로 찾아오기 때문에 할아버님께서 의술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돼."

 "아, 그랬군요."

 주위를 휘둘러보던 북리곤의 눈이 문득 대청 한쪽에 쌓여 있는 온갖 선물들을 보고 입을 딱 벌렸다.

 "화아! 저게 다 뭔가요?"

 "훗! 대부분 약재(藥材)들이야. 할아버님께서는 제일 좋아하시는 게 약재들이거든."

 도여군이 문득 장난기 어린 표정이 되어 북리곤을 바라보았다.

 "한데 동생은 뭘 준비했지?"

 북리곤이 머리를 긁적인 후 품속에서 작은 옥합 하나를 꺼냈다.

 "열심히 만들었는데 백부님이 좋아하실지 모르겠어요."

 "어디, 뭔데?"

 도여군은 궁금증을 참을 수 없다는 듯 북리곤의 손에서 옥합을 빼앗듯 받아 들어 뚜껑을 열었다.

 옥합 안에는 정확히 서른여섯 개의 크고 작은 금침(金針)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호오, 이런 걸 언제 준비했을까?"

 도여군이 금침들을 손으로 매만지며 탄성을 터뜨렸다.

 "백부님의 생일 선물로 몇 달 전에 만들어두었다가 이번에 집을 나올 때 갖고 온 거예요. 한데 백부님은 어디 계시지요?"

 "지금쯤 후원의 정자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계실 거야."

 도여군이 금침이 든 옥합을 돌려주자 북리곤은 곧바로 후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사실 북리곤은 연검록에 나타나 있는 지형을 찾기 위해 벌써부터 신주를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까지 머물러 있었던 이유는 약왕 도능곽의 생일에 맞춰 직접 만든 금침을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백약선축의 후원은 약초를 재배하는 밭과 붙어 있어 외인들은 들어올 수 없는 금지(禁地)였다. 때문에 드넓은 후원은 한적하기 이를 데 없었다.

 후원 중앙에 세워져 있는 정자로 향해 가던 북리곤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약왕 도능곽은 보이지 않고 정자 중앙에 흑의노인 한 명이 앉아 있었다.

 무심코 정자로 다가들던 북리곤이 흠칫 놀란 빛을 머금었다.

 살아 있는 인간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정물(靜物) 같은 느낌.

 분명히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그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환영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왜 이곳에 혼자 계세요?"

 북리곤이 말을 걸자 정자 중앙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있던 흑의노인의 눈이 번쩍 뜨여졌다.

 일순, 뇌전 같은 신광이 북리곤의 눈으로 파고들었다.

 예리하기 이를 데 없는 눈빛. 다른 사람 같으면 자신도 모르게 제자리에 주저앉았을 정도로 살벌한 눈빛이었다.

 북리곤은 그 눈빛을 의식하지 못한 듯 흑의노인의 무릎 앞을 내려다보았다.

 흑의노인의 무릎 앞에는 한 개의 어항이 놓여 있었다.

 어른 머리만한 크기의 어항에는 맑은 물이 담겨 있었는데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물속을 헤엄치고 있었다.

 북리곤은 그 물고기가 어떤 종류의 물고기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전신이 칠채(七彩)로 어우러져 있는 작은 물고기가 너무 예뻐 오랫동안 물고기를 들여다보았다.

 "이 물고기… 약왕 백부님에게 선물로 가져온 건가요?"

 흑의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냉랭하기 이를 데 없는 태도였고 마치 어둠에 잠겨 있는 듯 음산한 분위기였다.

 북리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항상 어항을 들고 다니세요? 참 특이하네요."

 혼자 중얼거리듯 입을 열던 북리곤이 문득 뭔가 생각난 듯 새삼 정자 바닥을 둘러보았다.

 "그것 봐요. 이렇게 혼자 계시니까 여기 계신 줄 모르고 술과 음식을 가져다주지 않았잖아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제가 술과 음식을 가져올게요."

 서둘러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북리곤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흑의노인의 눈 깊은 곳에 이채가 솟아났다.

 잠시 후, 북리곤은 작은 쟁반에 술과 안주를 담아 들고 다시 정자로 돌아왔다.

 북리곤이 과연 술과 음식을 가져오자 흑의노인의 눈에 기이한 빛이 번뜩였다. 동시에 그의 전신에서 풍겨 나오던 어둠의 분위기가 눈에 뜨이게 감소되었다.

 "할아버지는 왜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떨어져 계셔요?"

 원래 남과 말을 나누기 싫어하는 성품이고, 그 때문에 일부러 그걸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의 흑의노인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북리곤은 아무 거리낌 없이 두런두런 말을 걸고 있는데 그 태도가 순박하기도 하고 진솔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흑의노인은 북리곤이 가져온 술과 음식은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북리곤에게 호감을 느낀 듯 결국 입을 열어 대꾸했다.

 "난 혼자 있는 걸 좋아할 뿐이란다."

 "아, 그랬군요. 맞아요. 나도 가끔은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아이야, 넌 내가 무섭지 않느냐?"

 사실 흑의노인은 결코 사람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모습이 아니었다.

 어둠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는 둘째 치고, 깡마른 체구에 세상을 조소하는 듯 한쪽으로 비틀려 있는 얇은 입술과 밀랍처럼 창백한 안색. 게다가 나무 조각처럼 표정이 굳어진 채 얼굴 전체가 미동도 하지 않아 어떻게 보면 시체를 보는 듯했다.

 북리곤이 웃으며 앞을 손짓했다.

 "저 나무들을 보세요. 큰 나무도 있는가 하면 작은 나무도 있고, 굵은 게 있는가 하면 내 팔목보다 가는 나무도 있어요. 사람도 저 나무들처럼 생김새가 각기 다를 뿐인데 왜 무서워해야 하나요?"

 흑의노인이 오랫동안 북리곤을 바라보았다.

 그가 보기에 북리곤은 고집이 세어 보이는 인상이지만 원래 밝은 성정을 지니고 있는 듯했다.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던 것처럼 편한 태도로 대해준다. 절대로 가식이 아닌 그 자연스러운 태도에 흑의노인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었다.

 "흠, 남과 말을 나눠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구나."

 흑의노인이 감회 어린 표정이 되었다가 문득 저를 들어 음식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그의 이런 행동은 곧 북리곤에게 마음을 열었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그것도 일시적인 듯 흑의노인은 다시 냉막한 표정이 되어 오랫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누군가와 함께 한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서로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면 무척이나 거북한 일이었다. 하지만 북리곤은 그저 편안하게 마음먹은 채 거북해하지 않았다.

 그는 할 말이 있으면 흑의노인이 듣든 말든 독백하듯 입을 열었고, 또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생각에 잠겨들곤 했다.

 사실 북리곤은 약왕 도능곽이 올 때까지 흑의노인의 상대가 되어줄 생각이었을 뿐 특별히 그에 대해 신경 쓴 것은 아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던 흑의노인이 문득 북리곤을 바라보았다.

 "네게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겠느냐?"

 "제자가 되라는 부탁이거나 시간을 많이 빼앗기게 되는 일만 아니면 들어드릴 수 있어요."

 "난 이제 곧 먼 길을 떠나야 하는데 미처 한 가지 하지 못한 일이 있단다."

 "그게 뭔데요?"

 "칠십 년 전, 난 내 사문을 봉문시킨 적이 있었단다. 그 뒤 지금까지 내버려 두었는데 내가 봉문을 풀지 않으면 제자들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 또한 영원히 바깥 세상에 나오지 못하게 된다."

 "예에? 그럼 그 사람들이 모두 한곳에 갇혀 있단 말이에요?"

 "실로 안타까운 일이지. 너에게 부탁할 일은 네가 바로 그 봉문을 해제시켜 주라는 것이다."

 "봉문이라는 게 내가 가서 그냥 이제부터는 봉문이 끝났어요! 라고 말하면 되는 거예요?"

 "그건 아니지. 내가 직접 가거나 아니면 나의 전인만이 봉문을 풀 수 있다."

 "그럼 내가 할아버지의 전인이 되어야 하는 거예요? 그럼 역시 무공을 익혀야 되는 게 아니냐고요?"

 "무공을 익히는 게 내키지 않으면 굳이 익히지 않아도 된단다. 단, 네가 나의 전인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는 나의 무공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방법이 있다."

 "어떤 방법인가요?"

 "네 몸에 곤음진기(坤陰眞氣)를 심어줄 테니 후일 네 스스로 그 곤음진기를 다스릴 줄 알게 되었을 때 월단퇴(月斷堆)를 찾아가거라."

 "월단퇴?"

 "월단퇴는 운남(雲南)에 위치해 있으니 그곳을 찾아가 곤음진기를 펼쳐 보이면 그들은 널 나의 전인으로 인정할 것이다. 그 뒤 봉문이 해제되었음을 선포하면 된다."

 "뭐, 그리 어려운 일 같지는 않군요. 알았어요. 제가 해드릴게요."

 흑의노인이 손을 뻗어 북리곤의 맥문을 잡았다.

 순간 북리곤은 서늘한 기운이 몸 안으로 파고드는 것을 느끼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서늘한 기운은 전신을 휘돌며 더욱 차가워져 마치 얼음으로 만들어진 바늘들이 일제히 전신의 혈관을 찌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으악!"

 한순간, 북리곤은 차가운 손이 심장을 움켜잡는 듯한 충격을 받고 아득히 정신을 잃어갔다.

 "물고기를 기르는 사람은 더 이상 살인을 할 수가 없단다. 내가 어항을 들고 다니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란다."

 어둠 저쪽으로 멀어져 가는 그의 의식 속으로 흑의노인이 나직이 중얼거리는 음성이 들려온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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