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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장난은 막장 드라마를 넘어...
작성일 : 24-02-23 18:12     조회 : 39     추천 : 0     분량 : 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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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화

 장난은 막장 드라마를 넘어...

 

  - 봐, 내 말이 맞잖아, 니가 원하면 얼마든지, 넌 노무라의 상속자 겸

  후계자가 될 수 있어.

 

 나와 쥰페이랑 놀고 싶어 쥰페이 엄마가 해야 할 일 접어두고 다가오며 천연덕스럽게

 쥰페이를 디스 시켰고 쥰페이도 덩달아 맞장구를 쳤다.

 이젠 안 넘어가야지... 바짝 정신 차려야 한다.

 조금만 방심하면 언제 강펀치가 날아와 얻어맞고 그로기 상태에 빠질지 모른다.

 

 - 그럼 합병 할까요? 스에마쓰 그룹이랑...

 - 스에마쓰 그룹?

 

 내 말에 쥰페이 엄마가 갸우뚱했다.

 

 - 엄마도 참, 몽, 스에마쓰 그룹의 사위잖아요, 스에마쓰 아야코의 애인...

 

 아 글쎄, 쥰페이 이놈이 한술 더 떴다. 무슨 얼어 죽을 사위, 참 나...

 

 - 그래, 그거 잘 됐다. 아야코 엄마랑은 친하니까, 전화해야지...

 - 네에?~ 안 됩니다, 맞아 죽을 일이 있습니까, 절대로 안 됩니다, 만일 전화하시면 지금 바로 한국으로 튈 겁니다.

 

 나는 혼비백산하여 쥰페이 엄마 전화를 극구 말렸다. 쥰페이 엄마는 정색하고 발악하는 나를 보더니 아야코 엄마에게 전화 걸기를 포기했다. 십년감수했다. 그러나 쥰페이 엄마 눈에 장난끼가 가득했다. 사막에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환희에 찼다. 깊은 산 속 옹달샘을 발견한 토끼 마냥 장난끼가 샘 솟는 것 같았다.

 쥰페이 엄마, 스에마쓰 아야코 엄마,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시하라 유우 엄마, 이 세 여인은 일본의 3대 미녀로 정평이 나 있었다. 즉 일본판 베아트리체 삼총사였다. 이 베아트리체 삼총사의 공통점은 여걸(女傑)이라는 것이다. 가문의 재산 증식에 직접 개입하여 성공적으로 부를 이뤘다는 것이다.

 스에마쓰 혼 교수를 보좌하여 스에마쓰 그룹의 자산을 일본 최고의 부자로 키운 스에마쓰 아야코 엄마는 내조를 바탕으로 하는 은둔형 전략가라면,

 쥰페이 엄마는 노무라 그룹과 외가의 재산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최대로 끌어 올려 두 가문이 합친 재산보다 몇 배나 더 키운 활동형 오너(owner)라고 봐야 하고, 이시하라 유우 엄마는 시가(媤家)의 정치 권력을 최대한 이용하여 친정의 재산을 기하급수적으로 증식시켜 일본 최대의 그룹으로 키운, 경제계에 정면으로 나서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저돌적 CEO형 오너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재계의 일반적인 평가였다.

 쥰페이 엄마와 스에마쓰 아야코 엄마는 친했다. 쥰페이 엄마는 이시하라 유우 엄마와 도 친했다. 비록 남편과의 잠자리 이야기는 체면상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못 할 것도 없었지만, 팬티 색깔이나 가슴골이 깊은 것을 보여주는 게 좋니, 나쁘니, 엉덩이를 올리는 보정 속 옷은 어느 회사 것이 알아준다는 등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진

 나누었다. 그러나 아야코 엄마와 유우 엄마와는 겉으론 반갑게 인사할 정도지만 속으론 경계심을 늦추지 않을 정도의 거리가 있었다. 꼭 그럴 필요가 없는데 스에마쓰 아야코와 이시하라 유우가 일본의 쌍벽을 이루는 라이벌 관계라서 엄마들도 서로 긴장하는 사이가 된 것 같았다고 쥰페이가 전해줬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누가 지켜봤다면 막장 드라마처럼 나는 신생아실에서 쥰페이랑 바뀐 이 집의 친아들이거나 아니면 구약성경에서 나오는 것처럼 어떤 사정으로 인해 버려졌던 자식이 나타나 노무라 가문의 친아들로 화려하게 등장하는 걸로 보일 것이다.

 

 - 어머니, 이 집에 오랫동안 가사(家事)를 돌보는 분이 계시지요?

 - 미도리(翠)상? 우리랑 약 30년 함께했지.

 - 아, 미도리 아주머니가 30년이나 있었구나...

 - 미도리상이, 왜?

 

 쥰페이 엄마가 궁금해서 눈이 반짝거렸다.

 

 - 그럼, 미도리 아주머니가 쥰페이 유모이기도 했겠네요?

 - 그렇게 볼 수도 있지.

 - 어머니, 드디어 출생의 비밀이 밝혀졌습니다.

 - 뭐?

 - 나는 어머니의 친아들이 확실합니다, 애석하게도 쥰페이는 미도리상 아들로 전락

  하게 됐습니다, 친자 확인 유전자 감식법이 있으니 누가 누구의 아들인지 금방 밝

  혀질 겁니다. 이걸 운명의 장난이라고 하나요? 신생아실에서 미도리상이 직접 범행을

  저지르거나 아니면 미도리상으로부터 직접 사주를 받은 간호사가 당직 시간에

  나와 쥰페이을 바꿔치기한 거 같습니다.

 - 그래? 그렇구나, 맞아 그때 미도리상이 내 옆에서 캐어를 했어, 괜찮다고 집에

  들어가라고 해도 끝까지 남았어, 그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근데, 그러고 보니

  뭔가 아구가 맞아들어가는 거 같지 않니?

 

 쥰페이 엄마는 내 이야기에 신선한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쥰페이 엄마는 흥분했다. 말할 때마다 엑스터시(ecstasy)를 느끼는 것 같았다.

 

 - 얼마나 좋아, 니가 진짜 내 아들이라니, 이렇게 살아 돌아왔구나,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말이야, 아 너무 재밌다, 세상이...

 

 쥰페이 엄마가 신파극 대사하듯이 말하며 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쥰페이 엄마 등을 두드리며

 

 - 원래, 막장 드라마가 재밌습니다, 어머니...

 - 엄마가 대사를 그렇게 치니까 신파스럽다, 촌빨 날려...

 - 그럼, 임마 18년 만에 진짜 아들이 나타났는데 이 정도의 센치멘탈적인 감정 표현은 있어야지,

  왜 꼽니? 질투해?

 - 아니... 그럼, 내가 미도리상 아들이 된 거야? 성도 바뀌어?

 

 쥰페이도 심심한지 내 장난에 슬슬 장단을 맞췄다.

 

 - 바뀌지는 않는데, 서자(庶子)가 되는 거지, 헤...

 - 그럼, 노무라 도쿠이찌가 미도리상과 어머, 어머... 야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내가 쓴 쿠시로(釧路) 늪에 빠져 죽다, 보다 더 삼류에 막장이네.

 

 노무라 도쿠이찌는 쥰페이 아버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졸지에 이 자리에 없다고 파렴치한 불륜남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뜰에서 정원수를 다듬고 집안의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힘쓰는 미도리 아주머니는 무슨 죄냐,

 졸지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불륜녀에다가 원치 않은 아이를 낳은 비련의 여인이 되었다.

 원래 짜고 치는 고스톱의 희생자는, 처참한 인간으로 만들어야 묘미가 나지 않는가.

 ‘쿠시로(釧路) 늪에 빠져 죽다’는 쥰페이 엄마가 고1 때 쓴 감상(感傷)이 철철 넘치는 신파 연애소설이다. 출간되자마자 센세이셔널(sensational)을 일으킬 정도로 틴에이저로부터 고령의 노인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특히 산업체나 요식업계에 몸담은 십대들에게 바이블로 불릴 정도였다. 이 책을 읽고 쿠시로 습원에 빠져 죽는 10대들이 속출해 사회적 물의가 일어나자 쥰페이 엄마는 미련 없이 절판(絶版)해 수면 밑으로 숨은 책이었다. 그때 번 돈으로 불우한 십대들을 위한 학교를 설립하기도 했다.

 

 - 어머니 원래 등잔 밑이 어두워야 야사(野史)가 재밌습니다.

 - 책 한 권 분량은 나올 거 같은데... 미도리상이 이 이야기의 키로 등장하니 삼빡하고 쫄깃하네...

 - 미도리상을 불러 아들을 데리고 가라고 하시지요? 어떻게 나오나 보게...

 - 내가 그냥 가지 뭐, 미도리상은 연세가 70이 넘다 보니 반응하는 신파(新派)가 가부키(歌舞技)급이라 올드해...

 

 엥? 미도리상 나이가 70이 넘었다면 쥰페이 아버지는 50대 초반인데 이 이야기가

 이상하게 엽기적으로 흐르는 거 아냐?

 

 - 어머니, 아까 쥰페이 캐리어 짐 안 풀고 그대로 있죠?

 - 아니, 대충 풀었어, 다시 싸는 거야 어렵나, 뭐... 당장 쥰페이 짐 뺀 뒤 바로 리모델링 들어갈게, 미니멀리즘? 앤틱하게? 원하는 대로 해줄게, 우주선처럼 꾸밀까? 아 재밌겠다...

 

 잘하면 쥰페이 엄마는 오랜만에 온몸에 전율을 느끼는 짜릿함으로 가슴이 터질 것이다. 이런 행운은 두 아들 때문이라는 생각에 눈앞에 보이는 나와 쥰페이가 한없이 사랑스러워 눈가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 야, 쥰페이 이 자식, 이 영악한 놈, 내 방에서 방 빼.

 - 몽, 고마워, 드디어 나도 친모를 찾았군, 이 감격...

  어쩐지 미도리 아줌마가 내게 모성을 느끼는지 잘해주더라구...

 - 저는 스에마쓰 그룹과 통합 문제로 아야코와 만나기로 했습니다,

  상속과 후계자 문제를 매듭지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아 그리고 노무라 쥰페이, 내가 다시 오면 니 짐은 내방에서 보지 않았으면 해.

 - 알겠어, 임마.

 - 왜, 짜증이냐? 임마.

 - 괜히 심술이 난다, 임마.

 - 넌 이제 자주 샤워 안 해도 되겠네, 아주 평범한 서민이니까. 킥...

 - 뭐 괜찮아, 샤워하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아...

 - 너 이제 나랑 겸상을 못 하겠네, 킥.

 - 당연하지, 계층이 다른데...

 

 쥰페이 엄마도 신이 나는지 가만히 두고 보지 않고 내 편을 들었다.

 

 - 아, 정말 모자간... 오바이트가 쏠려.

 - 밖에 나가서 해라, 카페트 더럽힌다, 킥...

 

 나는 메롱, 하고 혀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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