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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명문 학교의 괴짜 선생들
작성일 : 24-02-12 14:24     조회 : 36     추천 : 0     분량 : 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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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화

 명문 학교의 괴짜 선생들.

 

  - 쥰페이는?

 - 금방 들어올 거야, 조깅...

 

 유리나가 물었고 내가 대답했다.

 

 - 학교 안 갔어?

 

 말 떨어지자마자 주인공 쥰페이가 이온 음료를 마시며 들어오더니 손에 들고 물었다.

 몸에 딱 붙은 조깅복이 땀에 젖어 있어 식스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자슥 죽이는데... 일본 하이틴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시원하게 잘생긴 주인공 같았다.

 유리나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 대표로 왔어.

 - 남 고등은 다 갔다는데 왜 여 고등은 면회 안 가느냐고 급우들이 난리가 났어, 급우의 귀한 생명을 구해줬는데 가쿠슈인의 도리가 아니잖느냐고, 몰려나갈 판이었어.

 

 미나미의 간단한 대답에 유리나가 차분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 염불보다 잿밥이겠지...

 

 미나미가 시니컬하게 툭 던졌다.

 

 - 학교 오면 자연 보게 될 텐데 조금만 참아라, 나하고 다니는 남자가 너희들이 보고

  싶어 하는 그 사람이니 그때 인사들 하면 되잖아, 지금은 안정을 취하게 그냥 두자

  애들아 그래 줄래? 하고 부탁을 했지...

 

  아야코가 찬찬히 설명했다. ‘나하고 다니는 남자가 내 남친이다’라고 아야코가 강조

 한 말에 나도 모르게 얼굴에 홍조를 띠었다.

 

 - 선생님이 우리가 여 고등과 대표로 가서 쾌유를 빌어달라고 했어.

 - 왜 그래, 쪽팔리게, 가보니까 어디로 사라지고 없더라고 그래. 이런 거 싫어, 정말 싫어. 내가 한 게 뭐 대단하다고...

 

 유리나의 말을 듣자 숫기 없는 나는 기겁을 했다.

 

 - 너가 구한 사람이 대단한 존재지...

 

 미나미의 건조한 대답에 분위기가 살짝 내려앉았다.

 

 - 아야코 너 때문에 사람 하나 잡을 줄 몰라, 아니 둘을...

 - 무슨 소리니?

 

 살짝 다운된 분위기를 감지해서 그런지 유리나가 뜬금없이 내뱉었다.

 아야코가 귀를 쫑긋하며 물었다.

 

 - 쥰페이가 날 더러 너처럼 떨어지래, 그러면 몽처럼 뛰어올라 나를 구한대.

 - 괜찮지, 내 아이디어?

 

 유리나가 마뜩하지 않게 말했지만 쥰페이는 반대로 자신만만했다.

 

 - 이유는?

 - 추락천사(墜落天使)래.

 

 아야코 물음에 유리나가 드라이하게 답했다.

 

 - 떨어지는 날 잡는다고 해서 우리 사랑 영원할 거라 확신할 수 없고 그런 이벤트를 벌이지 않았다고 해서 영원히 함께 안 한다고 할 수 없다고 여러 번 말해도 저렇게 막무가내야.

 - 열심히 운동하는 것이 그 이벤트 때문이야?

 - 응...

 

 이틀을 코마 상태라서 나는 전후 사정을 몰랐다. 그런 뜻에서 물었다.

 유리나가 쥰페이의 결의에 찬 각오가 반드시 실천에 옮길 거라는 확신이 드는지 불안해했다.

 

 - 쥰페이, 위험해, 하지 마...

 - 무모해...

 

 나를 흉내 내 나를 닮았겠다는 그 우정의 충정은 십분 이해 한다마는 진정으로 위험하다는 마음으로 말렸고, 미나미는 그런 유치한 장난은 왜 하냐는 듯 무미건조하게 툭 내뱉었다.

 

 - 가쿠슈인 전통을 만드는 거지.

 

 쥰페이의 결심이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결의 찬 목소리가 그랬다.

 

 - 아야코가 기름을 붓고 쥰페이가 불을 붙인 거지, 하나 죽어야 끝을 내겠지, 아마...

 

 미나미는 계속 못마땅한지 이미 던져진 주사위라고 못을 박았다.

 

 - 몽이랑 아야코가 전통을 넘어 전설을 만든 거지.

 

 내가 받은 솔직한 느낌은 유리나도 아야코처럼 떨어지고 싶었다. 그렇지만 좌불안석(坐不安席)이었다. 말투에 설렘과 불안 그런 게 느껴졌다.

 

 - 문화가 될 거야.

 

 끝났다. 더 이상 흔들림은 없다. 실천하는 것만 남았다. 그것도 곧...

 쥰페이의 말에서 확고한 의지가 느껴졌다.

 

 - 엉뚱한 놈...

 

 나도 모르게 툭 내뱉은 말이다.

 

 - 몽, 더 가져갈 게 있어?

 

 어느새 아야코가 내 짐을 다 쌌다. 의사 선생님이 오늘 언제든지 퇴원해도 좋다고 했었다.

 

 - 나 둬, 내가 할게, 지저분한데, 냄새 나...

 

 스에마쓰 아야코이구나, 조몽대구나, 서로 안면을 트고 만난 지가 만 이틀도 지나지 않았는데 십년지기 연인처럼 서로 다정다감(多情多感)했다. 내가 아야코의 섬섬옥수(纖纖玉手)에 나의 쿰쿰함이 슴배일까 봐 짐가방을 빼앗았다. 친구들은 놀라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보기 좋은데 하는, 미묘한 감정의 떨림이 얼굴에 나타났다.

 

 - 딩디디디디디딩, 딩디디디디디딩.

 

 아야코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 여보세요?

 - 나야?

 - 어, 유우...

 - 얼굴 보기 힘들다?

 - 계속 그럴 거다.

 - 그 말 뭐니?

 - 남친하고 다녀야 하니까...

 - 뭐어, 남친?

 

 마지막 짐을 정리해 여행용 가방에 넣는데 아야코가 친구에게 스스럼없이 나를 남친이라 칭하는 말에 나도 모르게 얼굴을 돌려서 아야코를 바라보았다. 아야코도 나를 쳐다봤다. 미소와 함께 아주 살짝 눈을 깜빡였다. 저게 아마 윙크지? 아닌가? 헷갈릴 정도로, 아야코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환희에 찬 듯 들떴다.

 한참 뒤에 친구들이 그때 받았던 느낌을 말했다. 스에마쓰 아야코가 저런 흐뭇한

 표정을 지은 적이 있었냐 하고, 너무 해맑고 따뜻하고 행복에 겨운 모습을...

 미심쩍은 적도 갈등한 적도 없이, 나 너랑 사귄다, 그래 사귀어, 그랬다. 나야 당연히

 이 무슨 횡재야 싶었으니까 언감생심 저울질한 적이 없었지만 스에마쓰 아야코는 아무리 자기를 구해준 남자라고 해도 공은 공이고 사는 산데, 내가 보기에는 1도 망설임이 없었다. 1이라도 망설였다면 아마 나한테 사과했을 것이라고 했다. 나한테 몽대도 그랬어? 라고 물었으면 나는 심히 얼굴이 발개져 당황했을 것이다. 사람인지라 아니 남자인지라 아니 껄떡대는 속물(俗物)이라 어느 사과가 맛있지? 정도의 비교해 보지 않았을까... 이 지구상, 이 지상계(地上界)에서는 아야꼬와 어울릴 남자가 없을 거라는 상식(?), 통념(?)을 여지없이 깨버린 미미한 존재감... 바로 나였다. 그건 제 3자가 봤을 때 그렇고 나는 그런 것도 인지하지 못했고 또 솔직히 말해서 그때까진 스에마쓰 아야코가 그렇게 대단한 존잰지 몰랐다. 아까도 말했지만 사귀자, 그래, 딱 부러지게 말했던 게 아니라 우린 벌써 사귀고 있었어, 그거였다. 그것도 몇 년을 사귄 연인처럼 스스럼없이 스킨십을, 내가 병원에서 깨어나고부터 거침없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아니 일방적으로 아야코로부터 자행(恣行)? 되었다고 할 정도였다. 노무라 쥰페이, 혼다 유리나, 사카모토 미나미도 어 뭐야? 이런 사이였어? 가 아니라, 그래 너희 둘은 그전부터 충분히 스킨십 했고 더 나아가 키스를 해도 우린 다 알고 있었고 자주 봤지 않았냐로 우릴 아무렇지 않게 대했다. 괜히 나만 쑥스러웠고 긴장되었고 귀가 발개졌다.

 

 제발 조용히 그냥 넘어갔으면 했던 우려는, 우려를 저버리지 않고 벌어졌다.

 

 - 의인(義人), 조몽대를 위해 박수!

 

 담임의 말이 떨어지자 무섭게 급우들이 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미친 듯이 쳤다.

 아 창피해, 이럴 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무표정하게 있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덩달아 과도한 표현을 할 수도 없고 난감했다. 그냥, 머리를 긁적이며 계면쩍어하자

 좀 클리셰, 진부한 표정이지만 이게 그나마 나은, 흔히들 이런 식으로 어물쩍 넘기는 게 무난해 보였으니까, 나도 그랬다.

 

 - 내가 떨어지면?

 - 당연히 구해야죠, 헤...

 

 우치다 치카(內田 慈) 담임 선생의 말에 또 나의 손 비비는 아부 근성 나왔다.

 

 - 날 부도덕한 인간이라고 손가락질을 해도 좋아, 불륜이라도 저지르고 싶어...

 

  우치다 치카(內田 慈) 담임 선생이 당장 내게 달려와 안기기라도 하듯이,

 물론 농담이지만 선생이라는 본분을 잊고 노골적으로 감정을 드러냈다. 발언이 파격이었다. 문부성이 알면 당장 파면감을 면치 못했을 정도로, 삐우~ 삐우~, 경고등이 울릴 정도로, 발언 수위가 높았다. 특히 보수적인 일본 학교 사회에서는...

 

 - 불륜의 상대는 몽이 아니라 저일 겁니다. 왜냐하면 제가 몽 보다 먼저 선생님을 구했을 거니까요, 하...

 

 시간차 공격이었다. 아니, 얘 봐라, 노무라 쥰페이가 한술 더 떴다. 타이밍으로 돈 버는 노무라 증권의 후계자는 다르군, 킥...

 우치다 치카 담임 선생이 쥰페이가 던진 데미지로 일부러 휘청였다.

 아이들이 책상을 두드리며 발악을 했다.

 

 - 수업 끝, 수업을 계속한다는 건 니들에 대한 모독이야...

 

 우치다 치카 담임은 우리들의 급소를 알았다. 통쾌한 한 방이었다.

 와!~ 하고 급우들이 함성을 질렀다. 책을 공중으로 던지고 타잔 함성을 질렀다.

 연달아 급우들이 쥰페이 보다 먼저 선생님을 구했다며 이구동성 떠들었다.

 우치다 치카 선생이 쉿 하며 입에 손가락을 세웠다.

 일순 교실은 정적이 흘렀다.

 

 - 오늘 모든 수업 없다, 집에 돌아가도 좋다, 내가 책임진다, 이 일로 파면당해도

  웃으면서 받아들이겠다.

 

 미모의 여선생 우치다 치카 담임이 날린 충격적인 발언에 교실은 급우들의 비명과 발광으로 난장판이 되었다. 우치다 치카 담임은 몽환 상태로 교탁 위에 놓인 책을 들고 조용히 교실을 빠져나갔다.

 

 (E) 아야호!~

 

 나는 쥰페이와 괴성을 지르며 손바닥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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