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기타
면진(免震)
작가 : 디비
작품등록일 : 2018.11.2

이해하지 마! 우린 그저 세상이 돌아가게 만들 뿐이야. 누구 하나 몰라도 돼. 아니 몰라야 해.
우리 사훈(社訓)이 면진(免震)이야! 그러나 정세현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기업물][경제물][경영물][드라마][성장물]


소설을 처음 써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글에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지명,단체 및 그 밖의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로 창작된 것이며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우연에 의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땅을 파봐라. 돈이 나오지.
작성일 : 23-04-14 20:25     조회 : 194     추천 : 0     분량 : 708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석정선이 조수석에 올라타며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핸들을 잡고 있던 서동재를 바라봤다.

 “내려.”

 뒷자리에 앉아 있던 문창주가 조수석 뒷부분을 발로 찼다.

 석정선이 머뭇거리자 문창주가 먼저 차 밖으로 나왔다. 멀리서 다가오던 덩어리와 문일섭이 의아한 표정으로 엉거주춤 섰다.

 “석 이사. 지금 시간 없다. 너 요즘 왜 이래?”

 문창주가 담배를 물고 덩어리에게 턱으로 다른 한편에 주차돼 있던 차를 가리켰다. 석정선은 말없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때 사과 상자로 몇 박스쯤 된다고 했지?”

 “한 여덟 박스에서 열 박스쯤 될 겁니다.”

 “그렇지. 그럼 한 차로 다 실을 수 있어?”

 “아. 아닙니다.”

 “또. 만에 하나.”

 석정선이 은단을 입에 털어 넣었다.

 “최악의 경우 가다가 사고 나서 다 뒤지면? 니가 책임질래?”

 석정선은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그럼, 제가 저 사기꾼 아니 저 친구와 함께 타고 가겠습니다.”

 “석 이사. 너 수갑 채웠잖아. 그거 애인 사이라도 쉽지 않은 거다. 감당할 수 있어?”

 “그럼?”

 석정선이 잠시 망설였다.

 “또 일섭이 하고 내가 같이 타고 가다 사고 나면? 누구 좋으라고?”

 석정선이 문일섭을 바라봤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서 리스크 분산. 몰라? 계란 한 소쿠리에 담지 말라는 소리도 있잖아.”

 “그럼, 제가 일섭이와 둘이 같이 타고 가겠습니다.”

 “뭘 놀려.”

 문창주가 운전석에 타고 있던 덩어리를 바라봤다.

 “그럼 출발하시죠.”

 석정선이 다시 조수석 손잡이를 잡았다.

 “석 이사. 나 지금 어질어질하다.”

 “네? 그럼, 지금 당장 약이라도 사 오라고 시킬까요?”

 문창주가 담배를 집고 있던 두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나 지금 큐빅 맞추냐? 우리 둘 다 골로 가면 나중에 하던 사업 이거 전부 다 일섭이한테 누가 백업해 줘? 너 아냐?”

 문창주가 피우던 담배를 땅에 세게 던졌다.

 “괜찮으시겠어요?”

 석정선이 미덥지 않은 표정으로 서동재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무슨 일은. 니들이 뒤 따라오고 있는데. 괜찮아.”

 “어차피 석 이사 너도 잘 모른다며. 근처에서 이 박사랑 조인한다며.”

 “네. 그건 그렇죠.”

 “시간 없다. 가자.”

 서로 돌아선 뒤 석정선이 차로 향하며 침과 뒤섞여 걸쭉해진 은단을 뱉었다.

 

 문창주를 태운 대형세단이 중부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렸다. 그 뒤를 석정선과 문일섭을 태운 차량이 따랐다.

 “더 밟아.”

 차량의 성능 테스트를 하듯 서동재가 가속 페달을 오른발로 깊게 눌렀다. 엔진이 한계지점까지 울었다.

 “저 새끼가 미쳤나? 사장님 타고 계신데.”

 뒤쫓아가던 덩어리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뭔데?”

 석정선이 실눈을 뜨며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천천히 가. 사장님 마음이 급하신가 보다.”

 “그래도?”

 “약속 장소 다 아니까 괜찮아. 레이싱 대회 나온 것도 아니고.”

 석정선이 옆에 앉아 있던 문일섭을 흘깃 봤다.

 

 한창 속도를 내며 신나게 달렸다. 저 멀리 희미하게 갓길에 차 한 대가 세워져 있던 것을 서동재는 별로 대수로이 여기지 않았다.

 먼발치에서 교통경찰이 낚시 의자에 앉아 스피드건으로 낚시하고 있었다. 거리가 꽤 멀었으나 문창주가 차창으로 경찰과 눈이 마주쳤을 때는 이미 순간이었고 한참을 멀리 달린 후였다.

 이미 낚싯바늘에 꿴 상태였다. 경찰차는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낚싯줄을 당겼다.

 “저 면허가 없습니다.”

 서동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남일 말하듯 담담했다.

 “뭐야? 이 개새끼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문창주는 사이렌 소리에 섞여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면허 없다구요.”

 “왜 그걸 지금 말해? 어?”

 “운전할 줄 아냐고만 물어보셨잖아요?”

 “이 새끼가. 숨 쉬면 당연히 살아 있는 거지. 죽은 새끼가 숨 쉬는 거 봤어?”

 지금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었다.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서동재가 무면허로 현행범 체포되어 조서를 꾸미는 것도 골치 아픈 일이었고 경찰서로 넘어간다면 더 큰 일이었다. 서동재가 갓길에 차를 세우자 문창주가 급히 앞자리로 넘어갔다.

 “저 병신 저럴 줄 알았다. 이사님. 어떡해요?”

 덩어리가 비웃으며 룸미러로 석정선을 바라봤다.

 석정선이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냥 가.”

 덩어리가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는 듯 재차 뒤를 돌아 석정선을 쳐다봤다.

 “그냥 가라고.”

 석정선과 문일섭을 태운 차는 낚싯바늘에 걸린 문창주를 그냥 지나쳤다.

 문일섭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계속 뒤를 돌아봤다.

 “괜찮아. 별일 아냐. 끽해야 딱지야. 딱지.”

 석정선이 문일섭의 어깨를 잡아 돌렸다.

 뒷자리에서 앞자리로 넘어온 문창주와 운전석에 있던 서동재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중간에서 서로 뒤엉켰다.

 어느새 경찰이 다가와 운전석 차장을 두드렸다. 상체가 운전석 쪽으로 거의 넘어온 문창주가 어렵사리 개폐스위치를 눌러 운전석 차창을 조금 내렸다.

 얼굴이 검게 그을린 50대쯤 되어 보이는 경찰이 경례하는 둥 마는 둥 건성으로 손을 올렸다 내렸다.

 “어?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문창주의 상체는 운전석 쪽에 하체는 아직 조수석 쪽에 걸쳐 있었다. 서동재도 아직 완전히 조수석으로 넘어간 상태가 아니었다. 어중간했다. 누가 봐도 이상한 그림이었다.

 “에헤이. 지금 자리 바꾸려고 한 거예요?”

 “저 그게 아니라 사실은……”

 “일단 나와서 면허증 제시해 주세요.”

 경찰은 서동재를 건성으로 한번 훑었다.

 문창주가 밖으로 나와 경찰을 떠밀 듯 뒤에 있던 경찰차로 끌었다.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분명 바꿔 치기 하려는 것 같았는데.”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교통경찰은 섣부른 판단을 했다. 운전자를 문창주로 확신했다. 확신이 결론으로 연결되면서 전혀 엉뚱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아니 제가 왜?”

 교통경찰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문창주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선생님, 혹시 약주하셨어요?”

 문창주가 비굴하게 웃으며 교통경찰 코에 입김을 불었다. 전형적인 약식검사였다.

 교통경찰은 얼굴을 찡그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 이후의 행동이 어딘가 모르게 굼떴다.

 문창주의 상황판단은 조판규만큼 빠르고 대담했다. 상대의 니즈(Needs)를 정확히 꿰뚫었다. 단속이 목적이 아니었다.

 문창주가 지갑에서 면허증을 꺼내 내밀면서 뒷면에 만원 두 장을 접어 깔았다.

 “문창주 선생님? 뭐가 그리 급하셨어?”

 면허증을 받아 들고 사진과 문창주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저 그게 어머니가 위독하시다고 해서 이미 집사람은 연락받자마자 아침 첫차 타고 내려갔고 저는 아들 데리고 가느라. 마음이 급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문창주의 행동은 점잖고 말투는 관공서용이었다. 교통경찰을 면허증을 몇 번 위아래로 뒤집어 돌리다 빙긋 웃었다.

 “사정이 있으시기도 하고 이번은 계도 정도로.”

 문창주의 손에 면허증만 달랑 돌아왔다.

 “감사합니다.”

 “뭐 그 정도 재량은 부립니다. 그럼 조심히 안전운전.”

 경례한 교통경찰 손끝 각이 살아있었다.

 경찰차는 고속도로 회차로로 빠져나갔다.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어수선하고 혼란한 각자도생의 시대였다. 기강은 맨 밑바닥에서부터 무너지고 있었다.

 문창주가 차 뒤에서 화를 가라앉히려 담배를 빼 물었다. 어렴풋이 보이는 서동재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 서동재와 눈이 마주치자 턱으로 운전석을 가리켰다. 문창주의 고집도 대단했다.

 서동재가 차키를 돌리는 순간 문창주가 담배를 차창 밖으로 튕겨냈다.

 “잠깐.”

 서동재가 문창주를 바라보자마자 눈이 커지며 곧 인상을 찡그렸다.

 서동재의 입에서 길고 낮은 신음이 터진 건 문창주의 주먹이 서동재의 간장을 두 번째 강타했을 때였다.

 서동재는 오른쪽 하복부를 부여잡고 숨을 헐떡였다. 몸이 저절로 앞으로 숙어졌다. 머리로 클랙슨을 누르자 문창주가 서동재의 뒷머리채를 잡아 끌어당겼다.

 “술 좀 해?”

 서동재는 숨소리가 조금 잦아들었을 뿐 계속 헐떡였다.

 “나중에 간암으로 뒤졌으면 좋겠는데. 뭐 가능성은 크니까. 인생에서 최고 절망적일 때 별 연관성은 없어도 혹시 지금 간 두 대 맞은 것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그때 내 생각날 거 아냐?”

 문창주가 머리채를 잡고 있던 왼손으로 서동재의 뺨을 가볍게 두 번 쳤다.

 “명심해. 두 번은 없어.”

 문창주의 낯빛은 차가웠고 말투는 더 차가웠다.

 

 덩어리가 어설프게 추던 브레이크댄스를 멈췄다.

 “이사님. 사장님 오십니다.”

 짧게 자른 파마머리에 변형된 미군 군복을 입고 군용 모자를 쓴 말라깽이 사내와 이야기를 나누던 석정선이 차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문창주를 태운 세단이 국도변 작고 허름한 휴게소로 얌전히 들어왔다.

 “사장님?”

 “어 아까 통화했잖아. 딱지 끊었다고.”

 “아니 그게 아니라 왜 조수석에서?”

 문창주가 크게 기지개를 켰다.

 “너무 깡촌 아니냐? 전화도 잘 안 터지고. 이 새끼는 뭔 이런 곳까지 기어들어 와서 여럿 속 썩여.”

 “형님. 오랜만이요.”

 심부름센터 이 박사가 거수경례하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어 우리 이 박사. 살 좀 찌자. 나이 먹고 너무 마르면 그것도 없어 보여.”

 “고기나 한 번 사주고 그런 소리 하쇼. 형님은 말로는 벌써 남북통일도 했어.”

 “내가 맥아더냐?”

 “형님. 지금 우리 장군님 아니 원수님은 건드리지 맙시다.”

 이 박사가 히죽거렸다.

 “장난 그만하고 어때?”

 “뭐 그게……”

 “요점만 간단하게. 대충은 아까 석 이사랑 통화했으니까. 뜨문뜨문이지만.”

 저 멀리 주차된 차 옆에서 서동재가 굳은 몸을 풀려고 했는지 어쨌는지 문창주 바라보며 권투선수가 하복부를 치듯 주먹을 내질렀다.

 “진짜 김창록이 농사를 짓는다고?”

 문창주가 같잖다는 듯 시선을 서동재에게 보냈다.

 “네. 부모가 살던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밭뙈기를 샀는데.”

 “샀다고?”

 “아니요. 자기 명의로 산 게 아니고 임차. 빌렸다구요. 빌린 것도 자기 이름으로 빌린 것도 아니고. 삼촌인지 사촌인지 오촌인지 이웃사촌인지 암튼 친척 이름으로 계약했더라고요. 돈이 없나 봐요.”

 문창주의 귀는 이 박사 쪽으로 기울어 있었지만, 눈은 서동재를 향해있었다.

 “고추, 들깨, 오이 뭐 잡다한 거 심어져 있고 며칠 쭉 지켜봤는데 밭뙈기 한편 컨테이너에서 계속 먹고 자고 하더라구요.”

 “확실해?”

 “가보면 알겠지만, 주위를 온통 검은 천으로 휘감아 놔서 정확한 건 아니고.”

 “아니고는. 감동은 못 줄망정 서비스업 한다는 놈이 고객의 니즈 파악도 제대로 못 하냐?”

 문창주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주먹을 쥐어 들었다.

 “니좆이고 나발이고 소재 파악만 해주는 거였지. 난.”

 문창주와 석정선, 이 박사 세 명이 각자 바라봤다. 입속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수금 타임.”

 이 박사가 엄지와 검지, 중지를 서로 비볐다.

 문창주가 석정선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석정선이 차 트렁크에서 서류 봉투를 가지고 와 이 박사에게 건넸다.

 “형님. 안 세 봐도 되겠죠?”

 “착수금은 세 봤냐? 그것도 빼먹고 줬는데.”

 “알고 있수. 그게 어디 한두 번인가? 이제 그러려니 해요.”

 “이 새끼가 형을 끝까지 이겨 먹으려고.”

 문창주가 이 박사 옆구리를 손으로 움켜잡았다.

 “나 요즘 흡사 추노꾼이 다 됐어요. 마누라나 남편 몰래 오입질하고 다니는 년놈들보다 뭔 이리 돈 떼먹고 도망 다니는 년놈들이 더 많은지.”

 “바쁘면 좋지. 안 그래.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그럼 난 이만 가요.”

 이 박사는 돈의 노예들을 잡으러 사라졌다.

 

 이 박사가 묘사한 그대로 김창록의 밭 주위가 전부 햇빛 가리개 검은 천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면도로에 접해 있었으나 들어가는 입구는 사잇길로 돌아들어 가야 했다. 한 사람이 겨우 걸을 수 있는 폭이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입구에 들어서자 각종 채소가 심겨 있었다. 아직 결과물이 맺히지 않아 뭐가 뭔지 구별이 되지는 않았다. 저 멀리 도로에 접한 부분에 컨테이너가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각종 농기구가 널브러져 있었다. 특이하게도 미니 굴삭기가 있었다.

 서동재가 미친 듯이 짖어대던 시골 잡종 똥개 앞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서로 눈빛 교환을 하자 이내 이리저리 방방 뛰었다. 짖음이 서서히 잦아들더니 꼬리를 흔들며 오줌을 찔끔찔끔 지렸다.

 석정선이 컨테이너 문손잡이를 이리저리 돌렸으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작은 창으로 내부를 들여다봤다.

 “아무도 없는 거 같은데요?”

 “어디 간 거야?”

 석정선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 박사가 집 위치 알려줬지. 같이 갔다 와.”

 석정선과 덩어리가 입구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야. 일로.”

 석정선이 돌아보자 문창주가 곡괭이로 이면도로에 접해있던 검은 햇빛 가리개 천을 내리쳐 찢었다. 턱으로 찢어진 부분을 가리켰다.

 

 문일섭은 밭 이곳저곳 둘러보던 문창주의 뒤꽁무니만 졸졸 쫓았다.

 문창주의 PCS 핸드폰에서 신호음이 울리자 둘은 동시에 발걸음을 멈췄다.

 “사장님. 5,000만 원 세 봉지…….”

 “여보세요?”

 문창주의 폰액정 신호강도는 엑스자와 한 칸을 표시하며 왔다 갔다 했다.

 “어. 말해.”

 “사장님. 어떡할까요? 5,000만 원……”

 “여보세요?”

 문창주가 전화기를 바닥으로 내팽개치려고 할 찰나 다시 벨이 울렸다.

 “빨리 와. 빨리 와.”

 문창주는 PCS폰을 귀에 대지 않고 입 가까이 가져가 큰소리를 내질렀다.

 

 컨테이너 안에는 책상, 1인용 소파, 테이블, 야전침대가 놓여있었다.

 문창주와 석정선이 안을 둘러봤다. 석정선이 부모집에서 데려온 김창록은 아무 말 없이 소파에 앉아있었다.

 문일섭은 들어가지 못한 채 입구 주위를 서성거렸다.

 책상 위에는 프린트기인지 종이를 자르는 재단기인지 모를 가로 길이가 긴 기계가 놓여있었다. 벽에 기대 비스듬히 세워진 나무판자도 있었다. 예전 문창주가 발로 밟아 부러트린 창록 실업 나무 간판이었다.

 부러진 틈 사이로 하얀 진액이 굳은 것처럼 나무 접착제가 흘러나와 있었다.

 문창주가 간판을 컨테이너 한쪽 벽에 45도 각도로 세워 다시 발로 밟아 두 동강이 냈다.

 석정선은 오히려 불안했다. 김창록의 부모 집을 샅샅이 구석구석 뒤져 찾은 돈을 문창주에게 보고한 이후 문창주는 나머지 돈의 행방에 대해 김창록을 다그치거나 겁박하지 않았다. 그저 김창록을 쳐다보거나 서성거리기만 했다.

 문창주가 갑자기 책상 위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키를 집어 들고 밖으로 나가다 김창록을 돌아봤다.

 “처음 농사지으면 그 해는 십중팔구 망한다고 하더라고. 내가 좀 앞당겨 줄게.”

 개를 쓰다듬던 서동재와 브레이크댄스 연습을 하던 덩어리가 밖으로 나온 문창주를 바라봤다.

 이내 미니 굴삭기 엔진소리가 들렸다. 모두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김창록만 유일하게 움직임이 없었다.

 “땅을 파봐라! 돈이 나오지!”

 문창주가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문창주가 미니 굴삭기의 레버를 앞으로 당기자 고무로 감싸진 트랙슈가 힘차게 돌았다. 천천히 땅을 짓이기며 앞으로 나아갔다. 적군의 수도를 함락한 탱크를 탄 것같이 문창주는 위풍당당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6 땅을 파봐라. 돈이 나오지. 2023 / 4 / 14 195 0 7086   
35 가자! 기회의 땅(The Land of Opportunity)으로 2023 / 4 / 10 195 0 7233   
34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2023 / 4 / 5 199 0 5964   
33 또 하나의 가족(2) 2019 / 7 / 10 385 0 7389   
32 또 하나의 가족 2019 / 6 / 27 388 0 5589   
31 검은머리 외국인 2019 / 6 / 20 404 0 5297   
30 인간 쓰레기들 2019 / 6 / 9 419 0 8653   
29 동물의 왕국 2019 / 6 / 5 392 0 7101   
28 금선의 아이들(OB와 YB) 2019 / 5 / 30 402 0 7241   
27 씨종자도 못할 놈 2018 / 12 / 16 399 0 5636   
26 PC통신(ATDT 01410) 2018 / 12 / 12 436 0 8585   
25 바퀴벌레들 2018 / 12 / 9 408 0 6147   
24 쇼당 2018 / 12 / 6 426 0 8276   
23 축! 합격! 2018 / 12 / 2 408 0 8450   
22 그냥 지금 이대로! 2018 / 11 / 26 441 0 6353   
21 각기 다른 중국몽(夢) 2018 / 11 / 22 435 0 6469   
20 알제네레이션(R generation)의 태동 2018 / 11 / 20 418 0 6232   
19 굿바이(Good bye) 노랑이 2018 / 11 / 15 416 0 9016   
18 불놀이 2018 / 11 / 11 414 0 5890   
17 Here, I Stand For Money 2018 / 11 / 8 434 0 7497   
16 '돈(豚)됐구만'과 '와룡(臥龍)' 2018 / 11 / 4 435 0 6320   
15 뱃고동 2018 / 11 / 2 424 0 6728   
14 (昌祿實業) 창록실업 2018 / 11 / 2 433 0 6516   
13 충청투자 2018 / 11 / 2 419 0 5439   
12 전화위복 (轉禍爲福) 2018 / 11 / 2 427 0 4854   
11 여왕벌 2018 / 11 / 2 422 0 5947   
10 금선당 2018 / 11 / 2 443 0 6248   
9 지옥의 급행열차(2) 2018 / 11 / 2 419 0 5375   
8 밥상머리 교육 2018 / 11 / 2 450 0 5622   
7 지옥의 급행열차 2018 / 11 / 2 418 0 6532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