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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하는 너에게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21.12.21

사랑하는 모두의, 이야기

 
우리가 안다고 착각하는 것
작성일 : 22-01-13 00:10     조회 : 98     추천 : 0     분량 : 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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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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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아침이었다. 오랜만에 늦잠자고 일어난 봄은 거실에서 들리는 소리에 밖으로 나갔다.

 

 “아빠”

 

 “어, 일어났니?”

 

 “네. 어제 조금 늦었는데, 아빠 주무시고 계셔서 깨우지 않았어요.”

 

 봄은 어제를 떠올리며 행복해졌다.

 

 “그래, 산에 다녀오니 많이 피곤했나봐. 엄마는?”

 

 “아.. 엄마는 이모 댁에 가셔서 오늘 오후에 오신데요.”

 

 “그래..”

 

 봄은 아침을 준비하는 아빠를 바라보았다. 꽤 많이 피곤해보이는 얼굴이었다.

 

 “아빠, 내가 준비할까요?”

 

 “어?”

 

 “아빠 많이 피곤해 보여서요.”

 

 “아냐, 어제 푹자고 났더니 지금은 괜찮아. 우리 봄이 아침 먹을 준비하자.”

 

 “네.”

 

 아빠의 음식 솜씨는 좋았다. 병원에 자주 다녀야 했던 봄과 엄마를 대신해 매번 음식을 준비하며 의도치 않게 실력이 늘어서였지만.

 

 그리고 떠올랐다. 다들 지쳐 아무말 없이 먹던 그때의 순간이. 그리고 그런 모습을 서로 들킨 걸까봐, 서로 다시 웃으며 ‘고생많았다’, ‘맛있다’ 라는 말을 전했던 그때의 모든 것이.

 

 아빠랑 늦은 아침을 먹은 봄은 설거지를 하며 아빠의 어제 등산에 대해 물었다.

 

 “아빠는 산에 오르는 거 안 힘들어요?”

 

 “음.. 예전에는 왜 그 힘든 길을 가나 했는데, 지금은 고생하고 오른 후 보여지는 그 풍경이 너무 좋아서, 자꾸만 오르는 것 같아. 그리고 요즘 날씨가 너무 좋잖아.”

 

 아빠는 행복해 보였다. 좀전의 피곤한 모습은 사라지고 진심으로 즐거워 보였다.

 

 “다음엔 우리 같이 가요. 나도 보고 싶어요. 아빠가 이렇게 좋아하니까.”

 

 “그래.. 그래 보자..”

 

 아빠는 잠시 외출한다고 나가셨고, 봄은 정리를 마친후 휴대폰을 확인했다. 태양이의 문자가 와 있었다. 오늘은 잘 쉬라는, 못 봐서 아쉽다는 내용이었다. 봄도 내일보자고, 아침에 버스에서 기다리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일요일 오후 시간의 나른함이 만들어내는 적막을 봄은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였다.

 

 “엄마 오셨어요?”

 

 “그래, 별아.”

 

 엄마는 집으로 들어서며 집안을 둘러봤다. 봄은 엄마 손에 들린 물건을 받으며 물었다.

 

 “아빠는 외출하셨어요. 이건 뭐예요?”

 

 엄마는 웃으며 가지고 온 짐을 풀었다.

 

 “이모가 준 반찬. 아, 그리고 이모가 너에게 용돈 전해주라고 했어.”

 

 엄마는 가방에서 흰봉투를 꺼냈다.

 

 “너 학교 생활 잘하냐고 묻더라고. 잘한다고 했지. 이모가 그러더라고.. 너는 잘할거라고.”

 

 “당연하지, 엄마. 내가 누구 딸인데.”

 

 봄은 웃었고, 엄마는 미소지었다.

 

 “이모가 너 소개팅 같은 거 안하냐고 하길래, 너는 그런것에 관심없다고 했지. 그러니까 이모가 다 해보래.”

 

 엄마는 즐거워보였다. 한동안 몸이 안좋아 자주 누워있던 엄마에게 이모는 회복제였다.

 

 “음.. 생각해 볼게요.”

 

 아직은 말할 자신이 없었다. 그냥 민망했다. 조금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별아, 저녁 준비하자.”

 

 “네, 아빠한테 연락해 볼까요?”

 

 “아마, 아빠 바쁘실거야. 나중에 안 드셨다면 그때 챙겨드리면 될거야.”

 

 봄은 엄마를 도와 저녁을 준비했다. 이모의 반찬들은 맛있어 보였고, 그래서 엄마의 즐거움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늦은 일요일 밤. 봄은 내일 학교 갈 생각에 설레면서 살짝 두려워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괜찮았다. 아니 괜찮을 거였다. 모든 건 또 지나가게 되어 있으니까..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렸고, 아빠가 들어왔다. 봄은 거실로 나가 아빠를 맞았다.

 

 “아빠, 오셨어요? 저녁은요?”

 

 살짝 취기가 오른 아빠의 얼굴을 보며 봄이 물었다. 이모의 맛있는 반찬을 엄마랑만 먹은 게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아, 아빠는 친구 만나서 저녁 먹고 술 한잔 했지. 늦었는데, 우리 봄이도 얼른 자. 내일 학교 가야지.”

 

 아빠의 소리에 엄마가 방에서 나왔다.

 

 “왔어요? 저녁은요?”

 

 아빠가 괜찮다고 말하자 엄마는 다시 뒤돌아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이 닫히기 전 엄마는 봄에게 말했다.

 

 “별아, 너도 들어가서 자.”

 

 봄은 고개를 끄덕이고 안녕히 주무시라고 말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아빠는 주방으로 가 물 한잔을 마시며 봄에게 인사했다.

 

 “잘자. 우리딸.”

 

 “안녕히 주무세요, 아빠”

 

 아빠는 봄을 향해 미소지었고, 봄은 아빠를 향해 웃으며 인사했다.

 

 

 

 

 태양이는 유리창을 통해 들어온 환함에 잠을 깼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었다.

 

 그리고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가 방 밖에서 들려왔다. 태양이는 엄마라는 걸 알았다.

 

 “엄마, 뭐하세요?”

 

 “어, 태양이 일어났니?”

 

 엄마는 반찬을 준비하고 계셨다. 젖은 머리였고, 아직 나갈 준비를 다 마치지 못한 모습이었지만, 곧 준비를 마치고 서둘러 나갈게 분명한 모습이었다.

 

 많이 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불 앞에서 바쁘게 움직이셨다.

 

 “왜 이렇게 많이 해요?”

 

 태양이는 치워질 그릇들을 싱크대에 옮겨 두며 물었다.

 

 “아빠가 오늘 할아버지댁에 가신다고 해서 반찬 좀 가져다 드리라고. 할머니도 힘드시니까.”

 

 태양이는 약간 심통이 났다. 자신도 남자지만, 엄마의 역할은 많이 억울했다.

 

 “엄마도 힘든데..”

 

 엄마는 태양이의 말에 웃으며 태양이를 바라보기만 했다.

 

 “엄마도 못하겠다고 해요. 바쁘다고..”

 

 “알았어. 엄마가 좋아서 하는거니까, 괜찮아.”

 

 태양이는 가끔 엄마를 이해 못했다. 이 모든 상황을 만든 아빠에게 별 말없이 지내는 엄마는, 아무리 가족의 평안이 먼저라도 답답했다. 이런 엄마에게 아빠는 왜 말 한마디 살갑게 해주지 못할까 싶었다.

 

 태양이가 기억하는 부모님의 모습은 항상 대화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에게 자신이 위로가 되어주고 싶었다.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그랬기에 대학도 고민했었다. 공부가 맞는지 모르겠다고.. 확신이 없었기에 그냥 취직해서 돈을 버는게 어떻겠냐고 나름 심각하게 엄마에게 말했었다.

 

 태양이의 마음을 눈치 챈 엄마는 대학은 가라고, 열심히 한거 아깝다고 했었다. 대학 졸업하고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자신의 일은 걱정말라고. 엄마 아직 젊다고 웃었었다.

 

 “태양아, 나중에 누나 깨워서 같이 아침먹고, 설거지는 해줄거지?”

 

 태양이의 심각해진 얼굴에 엄마는 이런 일은 별일 아닌 듯 웃으며 장난처럼 태양이에게 부탁했다.

 

 또래보다 의젓하고 어쩌면 철이 빨리 들어버린 태양이가 신경이 쓰였지만 아주 많이 든든했다. 해주고 싶은 거 많이 못해줘서 미안했기에, 엇나가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준 아들이 고마웠다. 그래서 자신의 고생은 괜찮았다. 비록 고생은 하지만, 가족은 자신의 전부였다. 그래서 괜찮았다.

 

 엄마의 웃음에 태양이는 미소로 대답했다.

 

 하늘이가 반쯤 감은 눈으로 방에서 나왔다.

 

 “웬일이야? 이 시간에 일어나고..”

 

 태양이는 하늘이의 등장에 놀리면서 말했다.

 

 “냄새 때문에 배고파서 일어났지.”

 

 하늘이는 자연스럽게 엄마가 해놓은 반찬을 확인하며 그릇을 꺼내 밥을 떴다. 태양이는 눈도 제대로 뜨지도 못하면서, 밥을 뜨고 있는 하늘이를 신기한 듯 바라봤다

 

 “왜? 너도 먹을래?”

 

 태양은 거절하며 먼저 먹으라는 손짓만 취했다.

 

 “아빠 오늘 할아버지랑 병원 간다고 하시던데..”

 

 밥을 먹으며 아직도 떠지지 않는 눈으로 하늘이가 말했다.

 

 “누나는 어떻게 알아?”

 

 태양이는 자신보다 늘 많은 걸 알고 있는 하늘이가 신기했다.

 

 “할아버지랑 전화했지. 할머니랑 간다고 아빠 말리라고.”

 

 하늘이는 할아버지와의 통화내용을 전했다.

 

 “아빠 가실거 다 아는데..”

 

 태양이가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진 말에 하늘이는 다시 말했다.

 

 “엄마가 다녀오라고 한건데..”

 

 태양이는 바쁜 엄마의 뒤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엄마의 마음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태양이었다.

 

 

 

 

 뜨거워진 햇살에, 태양이와 봄은 그늘을 찾아 앉았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들이 큼직하게 자리잡은 그런 날이었다. 살짝 부는 바람이 고마운, 여름이었다.

 

 “꿈이 뭐였어?”

 

 손에 닿는 바람을 느끼며 태양이가 물었다. 지나가는 흰구름을 좇으며 봄이 대답했다.

 

 “난 자수성가”

 

 “그게 꿈이었다고?”

 

 봄에게서 나온 말에 태양이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다들 집에 문제 있냐고 하던데, 그건 아니고. 내가 몸이 안 좋았잖아. 늘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걱정을 끼쳤으니까. 어느 순간 나 스스로 할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이 생기더라고..”

 

 그랬다. 그래서 봄은 혼자서 해보고 싶었다. 혼자 시작해서 혼자 끝내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는 다행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태양이 넌? 꿈이 뭐였어?”

 

 농담처럼 시작한 질문에 태양이는 자신의 차례가 되자 괜히 쑥스러워졌다.

 

 “난 누군가가 기댈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어. 항상 혼자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무뚝뚝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항상 이해하며 바쁘게 살아온 엄마에게 난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했거든. 이제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어..”

 

 아빠의 위치와 엄마의 희생을 매순간은 아니지만 이해했다. 화목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누군가에게는 투정처럼 느껴졌겠지만, 그들을 보면서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이 떠오를 때마다 태양이는 자신의 역할에 한계를 체감했다.

 

 그럴때마다 바랐다. 나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고. 능력적으로나 마음쪽으로나.

 

 “대견한데..”

 

 태양이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봄의 손길에 어쩔 줄 몰랐다. 처음 표현해 본 진심이었고, 그리고 받게 된 칭찬의 위로.. 지금껏 혼자 가졌던 서러움이 목 깊숙한데서 올라옴을 느꼈다.

 

 이럴려고 시작한 건 아닌데. 봄이 그냥 의사, 판사 그런 걸 말했다면, 웃으며 피가 무서워 의사는 못하겠더라고 농담할려고 했는데.

 

 태양이는 봄의 손을 잡았다. 이 손을 잡고 함께 한다면 태양이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봄이 활짝 웃었다. 태양이도 그렇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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